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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투자사업의 종주국 영국이 처한 딜레마

하원재무위원회에서 내놓은 최근 보고서에는 통상적인 PFI(영국식 민간투자사업 : 역자주)의 자본비용은 8%로, 4% 가량인 국채(gilts) 수익률의 갑절에 해당한다. 위원회는 납세자가 민간투자사업의 부채 10억 파운드를 갚는 것은 정부의 직접차입의 17억 파운드를 갚는 것만큼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오스본(Osborne) 씨(영국 재무장관 : 역자주)는 그런 의미에서 “민간에 의지하면서도, 납세자에게 더 값싼, 그리고 더 양질의 공공서비스의 가치를 가지는 새로운 모델”을 원한다고 발언했다. 이 모델은 PFI보다 더 싸야하고, 더 광범위한 조달원에 접근해야 하고, 민간과 공공부문 사이의 위험을 더 효율적으로 분배하여야 한다.

[중략]

나의 원래 의문으로 돌아가 보자. ; 왜 그냥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하지 않는가? 이건 – 많은 이들이 PFI가 그렇다고 믿는 것처럼 – 정부의 대차대조표에서 부채를 제외시키고자 하는 것밖에 없는가?

KPMG의 인프라분야 헤드인 리차드 드렐폴(Richard Threlfall)은 내게 정부가 신용등급을 보호하기로 결정하면서 더 많은 자금조달에 민간부문을 이용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정긴축과 성장을 위해 경제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고자 하는 바람 사이에 끼어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한 대안이 이런 방식으로 민간자본을 조달하는 것이지요.” 그의 말이다.[How Monday’s infrastructure plan is attempt to raise money off balance sheet]

보수당 메이저 정부에서 시작된 PFI는 그 다음 집권당이었던 노동당 치하에서도 여전히 지속되었지만(메이저 정부 당시 매서운 비판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해당사업에 대한 정부지급분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현 정부 들어서는 급기야 더 이상 현재와 같은 모델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인용문에 나와 있다시피 재정긴축과 경기부양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서 단순히 더 이상 PFI를 수행하지 않겠다는 강경노선은 애초에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이에 오스본 재무장관은 “민간자금에 의한 양질의 값싼 서비스”(역시 잡기 어려운 두 마리의 토끼)를 제공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이 새 모델 중 하나의 옵션이 각종 연기금 펀드들의 참여다. 연기금은 통상 조달금리가 시중은행보다 싸서 목표수익률이 낮다는 것이 통설인바, 연기금이 더 낮은 수익률에도 참여할 것이라는 가설이 주요근거일 것이다. 문제는 현재와 같이 민간이 PFI의 수요위험을 부담하는 상황은 고정수익률을 선호하는 연기금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그래서 칼럼의 필자가 제시하는 대안 하나는 연기금들의 구미에 맞게 고정금리 수익률을 제공하자는 – 대신 수익률은 변동보다 낮은 – 것이다. 정부가 직접 조달하는 채권 gilts가 고정금리 방식인 바, PFI를 고정수익률로 지급한다면 PFI는 건설 및 운영기간에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기회비용 등 각종 프리미엄을 감안한 대안적 채권이 되는 셈이다. 칼럼에서도 발전소와 같은 프로젝트에서 이런 지급방식이 도입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고, 국내에도 BTL사업방식은 이러한 고정수익률 지급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하튼 이 칼럼을 읽으면 현재 자본주의 정부가 처한 위기를 잘 알 수 있다.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나 미래성장 및 복지를 위해 정부지출을 확대해야 하나, 재정여력은 말라가고 있고,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위협을 받고 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대안이 민간투자사업이다. 이것이 다행히 더 많은 사회적 효용을 불러와 정부의 지불여력이 증가하면 다행이지만, 잘못된 투자로 귀결된다면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재앙인 상황이 될 것이다. 더구나 그 투자자가 연기금이라면 납세자는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는 셈이다.

“보수당이 보건 시스템을 해체하고 민영화하려 하고 있다!”

Boy George를 아는 분이 있으신지? 80년대 팝시장에 Culture Club이란 영국 밴드가 있었다. New Romantics라는 장르의 음악이 사랑받던 당시 Culture Club은 꽃미남 영국 밴드 Duran Duran과 10대의 인기를 양분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밴드의 리더 Boy George 였는데, 그는 예쁘장한 여장남자였다.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우리보다는 너그러운 서구에서조차 그의 모습은 이색적이었을 테고, 그들은 오히려 그런 사실을 자신들의 뮤직비디오에서 한 소재로 활용한다.

서두가 길었는데 어쨌든 세월이 흘러 Culture Club은 해체되었고(Duran Duran은 여전히 오리지널 멤버 대부분이 잔류한 채 음악생활을 하고 있다), Boy George는 한때 마약중독자의 삶을 살다가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이며 현재는 DJ로 활동 중이라 한다. 이러한 사실은 그가 트위터에서 스스로 프로필에 적어놓은 사실이다. 트위터에서 Boy George는 게이 특유의 끼를 떨며 재기발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오늘 그를 언급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올린 한 흥미로운 tweet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민간 기업이 이제 NHS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보수당이 보건 시스템을 해체하고 민영화하려 하고 있다! 주의할 것!

영국의 국가보건시스템(NHS : National Healthcare System)은 국가가 국민의 보건을 책임져준다는 영국식 복지의 상징이다. 하지만 Boy George가 말하고 있다시피 이 시스템의 일부는 – 시스템 전부가 아니고 – 메이저 총리 하의 보수당 정권 하에서 민영화되었다. 즉, 병원의 신설 및 운영관리가 시장에 넘겨진 것이다. Boy George의 트윗이 의미하는 바는 아마도 이렇게 부분적으로 민영화된 NHS를 보수당이 통째로 민영화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려는 의미로 여겨진다.

일단, 어릴 적 즐겨듣던 노래를 불렀던 가수가 이렇게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느 정도 머리가 자란 내가 그것을 실시간으로 접하게 될 수 있는 상황이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지난번 Jane Fonda의 경우처럼). 원래 서구의 뮤지션들은 – 특히 영국 – 정치적 입장을 선명히 하는 이들이 꽤 돼서 – Paul Weller 나 Jimmy Somerville 등 –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이 형님(아님 누님?) 그간 약간은 낯간지러운 tweet 전문이어서 더욱 신선한 감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다시 NHS로 돌아가 보자. NHS의 병원을 민영화하는 방식을 영국에선 “민간금융주도(PFI : Private Finance Intiative)”라고 칭한다. 국내에서 “민간투자사업”이라 칭하는 방식과 거의 유사하다. 민간사업자는 병원시설을 짓고 의료서비스를 제외한 일반관리 서비스 등을 담당하며 정부로부터 이에 대한 대가를 수취한다. 이는 당연히 민영화(privatization)의 원조 보수당 하에서 시작했지만, 역설적이게 민영화의 속도는 노동당 정부에서 더욱 가속화된다.

메이저 정부 하에 시작된 이래, PFI는 영국에서 거의 20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PFI를 비판하던 1997년~2010년의 노동당 정부 하에서조차, 지난 5월 선거까지 연립정부는 이미 거의 70여개의 새로운 PFI 계약을 체결했다.
Begun under the Major government, PFI is close to two decades old in the UK, and, despite criticising PFI under the 1997-2010 Labour government, the Coalition has already signed nearly 70 new PFI deals since last May’s election.[PFI ‘privatising the profit; nationalising the debt’ – Margaret Hodge]

이것이 Boy George가 부분적으로 놓치고 있는 부분인데, – 물론 그것을 담아낼 정도의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트위터가 아니니 그의 잘못은 전혀 아니지만 – 자본주의 양당체제 하에서 좌우구분은 정책의 큰 흐름에선 별 차이가 없다는 – 오히려 자유주의적 정부는 그걸 가속화하는 – 사실을 알아야 한다. NHS도 기존 분배 시스템을 상수로 보는 상황에서의 복지이므로 재정위기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대안으로써의 민영화는 특정 정당이 집권한다고 뒤집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란 것이다.

그럼에도 영국에서는 지금 PFI로 인한 부채부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영국은 현재 대략 800개 정도의 사업이 PFI 계약 하에 진행 중이고 자산 가치는 640억 파운드에 달한다. 이는 엄밀하게 정부가 부외금융(off-balance financing)을 통해 조달한 (정부가 인정하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리는) 부채다. 결국 그 부담이 앞으로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George Osborne 영국 재무장관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외상으로 잡아먹은 소가 목에 걸린 것이다.

공공조달이 빡빡할 때에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구상된 PFI 투자는 부외금융이었다.
Envisaged as way to invest in infrastructure when public finances are tight – PFI investment used to be ‘off’ balance sheet.[PFI ‘privatising the profit; nationalising the debt’ – Margaret Hodge]

이런 상황이라면 가뜩이나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영국 정부로서는 향후 추가적인 PFI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현재로서는 새 모델이라는 것이 정부의 부담을 줄이는 것일 테니 민간에게는 별 유인책이 없을, 그래서 대안이 되지 못할 가능성도 많다. 그래서 오히려 Boy George의 걱정처럼 NHS를 통째로 민영화하여 이를 통한 재정여력을 돌파구로 삼을 수도 있다. 이는 극우적인 해결책이 될 테고, 결국 변혁적인 대안이 없는 한에는 이에 대한 유혹을 수시로 느낄 가능성은 열려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일까? 우리에게도 영국의 사례가 남의 일이 아닌 것이 사실이다. 소위 BTO사업으로 불리는 사업들 경우 – 대표적으로 도로 – 향후 정부의 수입보전 부분이 계속 논란이 될 것이며, 이는 영국의 경우와 유사하다. 학교, 하수관거 등에 집중투자하고 있는 BTL의 경우 국가(지자체 포함)의 재정 부담이 향후 2035년까지 42조원 정도 된다. 전체 재정여력에 비해서는 큰 부담을 아닌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영국의 사정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민영화 방식은 그간 공공서비스의 시장화로 인한 서비스의 질 저하, 사익추구 등의 비판을 받아오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방식이 재정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국가가 취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의 공급대안으로 발명한,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환경오염과 사고의 불가피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차를 생산하고 끌고 다니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결국 근본적 대안이 아니라면, 우선 민영화를 국채처럼 국가부채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걸음이다.

국영투자은행

우리가 민간투자사업이라 부르는 사업방식을 영국에서는 PFI(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라 부른다. 시작된 역사는 1990년대 중반으로 비슷하나, 그 제도나 응용에 있어서는 영국이 더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여겨지곤 한다. 영국은 특히 NHS, 즉 ‘국가의료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에 쓰일 병원을 민영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They’ll certainly be cleaning the windows as usual today at the Cumberland Infirmary in Carlisle, the first hospital completed under 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 (PFI) system, where the Government borrows money from the private sector to build public infrastructure in return for part-privatisation. Opened in June 2000 by Tony Blair and hailed as a flagship, the ₤87 million Infirmary has 442 beds and acres of glass, all paid for privately and leased back to the NHS for 45 years. Three old district hospitals were closed and amalgamated to make way for the new hospital, staff were “rationalised” and patients got used to paying for parking.[The pros and cons of PFI hospitals]

위 내용을 찬찬히 되짚어보자. 국가는 부분적인 민영화에 대한 대가로 공공 인프라를 짓는데 사적부문의 돈을 빌린다. 민간은 병원을 지어 NHS에 45년 동안 임대하고 이에 대한 임대료를 받아 투자재원을 회수한다. 인용문에서 볼 수 있듯이 민간은 수익창출을 위해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주차서비스까지 부대사업으로 하는 것 같다.

PFI, 찬반(贊反)의 논리

정부가 PFI를 추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공재원의 부족, 이로 인한 시의적절한 서비스 제공의 부족이다. “공공부문의 자본이 부족할 때 PFI 아니면 파열뿐이다(when there is a limited amount of public-sector capital available, it’s PFI or bust)” 반대자의 논리는 민영화로 인해 민간에게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둘 다 일리가 있다. 영국은 재정적자가 GDP의 13%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난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낡은 NHS 병원은 시급히 새로 지어야 한다. 결국 미래 세원을 담보로 전당포로 달려간 셈이다. 반면 비판자들은 전당포가 잡은 담보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매긴다고 주장한다.

또 하나 결정적인 비판자의 논리가 있다. 결국 PFI는 일종의 야바위라는 것인데, 이를 통해 정부는 자신들의 재무제표에서 증가하고 있는 부채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즉 사적부문이 지어준 병원에 대한 임대료는 채무가 아닌 계정으로 잡히지만 실질적으로는 채무이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말장난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공공서비스의 공급이 해마다 늘어나야할 상황에서 재정문제에 시달리는 국가가 시의 적절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해당사업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는 것이지만, 그것이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결국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뿐더러 현재 부채현황 상에 잡히지 않게 하는 꼼수까지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 현 주소다.

PFI는 무용지물인가?

이렇게 결국은 돈의 문제로 귀결되는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찬반논리의 각론에는 민간의 이윤추구논리로 인한 질 낮은 서비스, 잘못된 위험분담으로 인한 형평성 문제, 가격결정시스템의 혼선,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인한 비용발생 등 허다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 이러한 장애물들은 추진하는 이나 반대하는 이들의 명쾌한 논리의 장애물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결국 어떠한 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하건 민간이 제공하건 의사결정의 참여자가 많고 그것을 감시하는 이가 많다는 것은 – 찬성자건 반대자건 – ,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덜 쓸모없는 서비스일 가능성이 높고 서비스의 과부족이 자율 조절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는 시행착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편 민간투자사업으로 인해 더 많은 비용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비판으로 돌아가 보자. 이것은 사실이다. 민간투자사업은 분명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것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얼마 전 민자고속도로 건설에서 폭리를 취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한 은행에는 더 많은 금리를 지불해야 한다. 자연히 서비스 가격이 올라간다.

전자는 사업시행 초기 단계에서의 가격검증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여겨지고, – 관발주 사업보다 해당 시스템의 정비가 덜 되었다는 문제 – 더 많은 금리의 지불은 차주가 엄연히 정부가 아닌 민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물론 일반 부동산 개발보다는 낮은 리스크가 적용되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할 수는 있다.

민간투자사업의 대안, 국영투자은행?

여기서 발생하는 희한한 상황이 하나 있는데 바로 금융위기 때 있었던 국유화 등과 관련한 정부의 모순된 입장이다. PFI의 본류인 영국정부는 2008년 2월 모기지업체 노던록을 국유화했다. 경제자유주의의 천국 미국에서는 세계최대의 보험사 AIG를 국유화하였다. 돈 없어서 민간투자사업 한다는 정부가 금융기관들을 국유화한 것이다.

물론 비상상황에서의 비상조치라고는 하지만 일단 재정위기에 대응하여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한다는 논리가 조금은 무안해지는 상황이고, 또 하나 재밌는(?) 것은 금융기관이 이처럼 국유화되고 그 기관에서 제공하는 자금이 민간투자사업에 투입될 때에는 굳이 그것이 시장이자율에 상응하게 비쌀 필요가 있는가 하는 주장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즈음에서 제안할 수 있는 개념은 이 같은 개발사업 자금을 시장금리보다 싼 값에 조달할 수 있게끔 해주는 ‘국영투자은행’이다. 다만, 관료들과 정치인의 정치논리에 의해 금융정책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등장한 독립된 중앙은행처럼, 다양한 의사결정 시스템의 한 축으로 개발 사업을 공공적이면서도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투자은행 말이다.(주1)

물론 이 논의 이전에 국가가 직접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전의 현실 사회주의 블록이나 국가주도의 자본주의 국가군에서 보아온바 경제논리나 타당성 논리보다 정치논리가 – 정치논리가 반드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 사업추진 여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다양한 의사결정 주체로서의 독립된 한 축

대표적인 것이 현재의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그것의 실제 사회편익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지극히 제한된 의사결정 단위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추진하고 있다는 상황은 국가의 일방적 사업주도가 가지고 있는 폐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의사결정이 다른 단위의 논의 및 사업검토가 병행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한축은 현재 4대강에 대한 대표적인 반대자인 시민사회, 진보세력, 그리고 종교계 등일 것이다. 다만 그들의 반대논리는 환경피해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생명존중 등 약간은 형이상학적인 당위성에 치우쳐 있는 느낌이다. 한편 이를 독립적 국영투자은행이 판단할 경우 앞서의 도덕적 잣대와 함께 경제적 타당성과 지속가능성도 병행 검토할 수 있다.

만약 4대강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였다고 한다면 – 우선 많은 반대가 있었겠지만 –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순수 시장논리만으로도 쉽사리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해당 사업만 놓고볼 때 경제적 편익을 가늠하기 어렵고(주2) 결국 투자자들은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반드시 나쁘게 작용하지만은 않는 상황일 수 있다.(주3)

그러한 프로세스에 공공에 대한 사회적 편익이 시중은행보다 더 강력한 모티브가 되는 ‘독립적인’ 국영투자은행이 있다면 우리는 국가 단위 투자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좀 더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과거의 기업금융 중심의 은행에서 점점 더 프로젝트 중심의 금융이 활성화될 향후 사회에서 고려해봄직한 대안이다.

 

(주1) 이와 유사한 개념에서 현실에서도 존재하긴 한다. 우선 기업금융 중심으로 국가주도 자본주의의 개발정책을 도왔던 산업은행, 기업은행과 같은 이른바 국책은행이다. 또한 수출을 도모하기 위해 정책금리로 개별사업을 도와주는 수출입은행이 있다. 또한 국민연금이나 우리은행처럼 사회적 소유 또는 국가소유의 금융투자자들이 있다. 우선 앞서의 두 행위자들은 국가로부터 ‘독립적’이라 보기 어렵고 특수목적을 지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후자들의 투자논리에선 시중 다른 민간투자자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주2) 최근 강주변의 관광지 개발권 등을 부여하여 민간자금을 조달할지도 모른다는 보도도 가끔 나오고 있는데 현재와 같이 부동산 시장이 급냉인 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아보이는 방안이다.

(주3) 유사 시장으로 공기업인 수자원공사가 있을 것인데 현재 상황에서는 시장의 논리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정부의 의지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조에 나선 납세자들 : 말라가는 PFI 펀딩에 대한 수백억의 구제금융

납세자들이 경기침체로 인해 붕괴해버린 신규 병원, 학교, 도로 등을 위한 민간조달 215억 파운드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떠안을 처지에 놓였다.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권은 내일 논란 많은 민간투자사업(PFI ; private finance initiative)에 추가적인 정부자금을 주입할 펀드 – 본질적으로 미니뱅크 -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조 파운드의 은행 구제의 연장선상인 이 조치는 큰 정치적 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은 정부는 경기가 저하함에 따라 벨트를 바짝 죄어야 함에도 더 많은 납세자의 돈을 민간투자사업에 부어넣는다는 아이디어는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난했다.

재무부는 만약 지연되고 있는 수십개의 공공시설 프로젝트들이 진행되어 수십만의 건설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사회간접자본 펀드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각 부처들은 민간기업이 계약기간 동안의 지불을 전제로 하여 건설하고, 프로젝트나 서비스를 유지 관리하는 민간투자사업을 이용하여 수십 개의 신규 병원이나 공공건물을 지어왔다.

이러한 계획에 대한 정부의 의존도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비판자들은 이것이 공공조달에 감추어진 수백억 파운드의 납세자 부채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의 금융위기는 100개의 학교와 병원을 포함한 수십억 파운드에 달하는 프로젝트들이 위기에 처해있음을 의미한다.

각 부처들은 민간투자사업 계획이 그들의 경기부약 계획의 일환으로써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직 15억 파운드의 자본비용에 해당하는 12개의 민간투자사업 계약만이 지난 6월 은행대출이 붕괴되기 전에 체결되었다.

달링 장관의 새 펀드는 납세자의 수십억 파운드를 자본화할 것이다. 각 부처가 2십억 파운드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 반면 업계종사자는 약 4십억 파운드의 주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보수당의 재무관련 대변인인 필립 햄몬드는 말하길 “만약 민간투자사업에 민간조달이 빠진다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 단어는 변했다. 2년 전에 우리에게 가능했던 것이 이제 꼭 가능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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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투자사업의 본 고장이랄 수 있는 영국에서의 상황이다. 신용위기에 따라 민간금융기관들이 큰 손으로 나섰던 민간투자사업도 위기에 빠져있다. 이에 따라 공공사업을 일으킬 재정능력이 부족한 각국 정부는 민간투자사업의 자금조달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그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우리나라 역시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BTL사업에 산업은행이 1조원의 브릿지론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