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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단상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아카데미에서 자리 잡기 전부터 이미 사람들은 경제활동을 해왔다. 그 경제원리가 학문적으로 체계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인간은 사회화되기 시작하면서 경제활동을 자연적으로 몸에 익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돌도끼와 같은 도구의 유용성을 물리학적으로 검증하기 전부터 돌도끼를 사용해왔던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와중에 시도된 최초의 경제학적 시도는 어쩌면 “중상주의(重商主義, mercantilism)”일 것이다. 이들은 상업, 즉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들은 부의 창출이 무역을 통해 실현된다고 보았다. 더불어 그들은 그 부의 최종결과물을 금으로 보았다. 왜냐면 금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즉 중금주의(重金主義)로 이어지는 논리다. 아주 단순하다.

당시 사람들은 지폐는 돈으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일종의 차용증서일 뿐이다. 지금도 통용되는 지폐를 보면 그것이 돈이라는 말은 없다. 그것은 ‘은행권’일뿐이다. 은행이 돈을 – 다시 말해 금을 – 맡겨놓은 이들에게 금을 맡았다고 확인해주는 ‘은행권’이다. 이것이 오늘날 부분지급준비제도의 시초라 할 수 있다. 결국 이것이 금본위제의 초기형태가 된다. 부는 무역을 통해 창출되고, 금으로 표시되며, 은행권은 그것의 차용증서다.

닉슨이 1971년 8월 금태환 정지를 선언한 이래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는 자연스럽게(?) 달러본위제로 넘어왔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이 사건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기축통화로써 유지되어왔던 배경은 막강한 군사력 등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상과 다른 대체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냉혹한 국제정치 질서가 현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전후의 통화질서를 마련한 브레튼우즈 체제가 기본적으로 모순된, 그러므로 단명할 수밖에 없는 체제라는 것은 시작부터 예언되어 왔었다. 그중 하나가 예일대학의 R.트리핀 교수가 제기한 트리핀의 딜레마다. 이 주장은 브레튼우즈 체제가 화폐수요를 달러 증발을 통해 만족시킬 수밖에 없지만, 그러한 증발은 달러의 신뢰도를 떨어트려 금태환성을 위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국의 통화가 세계통화가 된다는 것의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케인즈가 나서서 별도의 국제통화(bancor)를 발행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달러가 국제통화가 되었다. 그 이후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우월적 지위를 누려왔다. 이들은 이른바 시뇨리지라 불리는 이익을 누렸는데 이론적으로는 아무리 많은 통화를 발행해도 외환위기가 도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돈이 모자라면 달러를 찍으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무한대로 달러를 찍어내어 시장에 유통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록 금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달러라는 화폐의 존엄성은 지켜져야 했다. 강환 화폐여야만이 국제결제통화로써의 가치가 있는 것이고, 연준의 통화증발은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로 이어지기에 재정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2008년에 터진 전 세계 금융위기는 이러한 패러다임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GDP 대비 3% 수준에서 유지되어야 한다고 암묵적으로 합의되었던 미국의 재정적자는 10%를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유동성 대량방출로 말미암아 연방준비제도의 대차대조표는 순식간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 2조 달러에 육박한다.

금리수준은 전 세계가 너나 할 것 없이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였다가 최근에야 일부국가들이 야금야금 올리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금리를 최저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실업률, 소비부진, 수출경쟁력 등 내외적으로 험난한 장벽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양적완화라 미화된 표현이 붙여진 통화증발이다.

1차 양적완화는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직후 총 1조7천억달러 규모로 단행되었다. 이 당시 많은 이들이 달러의 가치하락과 인플레이션 등을 우려했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이치였다. 하지만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잠깐 폭등하던 원자재 가격도 얼마 안 있어 안정되었고, 달러 수요는 오히려 늘어 세계 각국이 달러와 스왑라인을 개설해야 할 정도였다.

왜 트리핀의 딜레마가 작동하지 않았을까? 금태환조차 되지 않는 은행권인데 말이다. 그것은 대안 없는 기축통화라는 달러의 지위를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빼앗아야 한다고 아무리 유럽과 중국이 떠들어봐야 혼란스러운 국제무역시장에서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1차 양적완화에도 별로 약발이 먹혀들지 않았다고 판단한 미연준은 이번 달에 2차 양적완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규모는 6천억 달러로 시장에서는 주가가 상승하는 등 어느 정도 반기는 눈치였다. 하지만 예상대로 주요국은 강하게 반발하였다. 폴볼커나 일부 연방은행 이사 역시 양적완화가 기대하고 있는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어쨌거나 헬리콥터 벤(Helicopter Ben)은 지금 바닥을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뿌려야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되는 임계점에 도달할 것인가?’, ‘트리핀의 딜레마가 과연 존재하는 딜레마이기는 하였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말이다. 더럽혀지고 있는 연준의 대차대조표만 외면한다면 이보다 속편한 대안도 없다.

실질 실업률이 17%에 달하고 모기지채권의 절대비중을 망한(!) 국영기업 프레디맥/패니메가 소화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2차 양적완화가 장기금리를 30~50 베이시스 포인트 눌러 내리는 효과가 있다하니 미국은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금리인 셈이다. 마찰력을 최대한 없애야 돈이 회전한다고 최면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2차 양적완화에 따라 달러가 통제 가능한 수준까지 절하된다면 그것은 미국에게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또는 그럼에도 달러가 예상보다 더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별로 나쁜 상황이 아닐 것이다. 3차 양적완화의 토대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달러 스스로가 수퍼노트가 되어 여신기한이 무한인 채권을 계속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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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20kr gold coins” by AnonimskiOwn work. Licensed under CC0 via Wikimedia Commons.

금(金)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특권은 매우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했을 때에 타락한 민중들이 만들어서 숭배한 것은 바로 금송아지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야훼보다 번쩍번쩍 황홀한 색채의 금송아지가 더욱 현실적인(?)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금은 인류가 미(美)와 풍요를 추구하기 시작한 이래, 수많은 장식품의 원재료가 되었으며 가장 뛰어난 품질의 화폐로 자리 잡게 되었다.

시각적 쾌감도 있지만 금이 화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금의 매력은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가치를 온전히 보존하면서도 분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조개나 쌀, 소금, 소, 심지어 담배 등이 교환의 매개체인 화폐의 기능을 다양한 사회에서 수행하였지만 품질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교환되는 가치에 따라 분할이 가능한 금과 같은 것은 거의 없었다. 유일한 경쟁상대는 은(銀)이었으나 복본위제가 금본위제로 바뀌며 금이 유일강자가 되었다.

금의 위치가 현대에 들어 크게 흔들릴 뻔한 일이 있었다. 금본위제의 변태적인 모습인 금환본위제, 즉 달러본위제를 실시하고 있던 미국이 자국통화인 달러의 구매력이 한계에 달하자 금환본위제를 일방적으로 포기한 사건이 그것이다. 금은 화폐 그 자체였고, 화폐의 가치를 보증해주는 담보였는데 이제 그 연결고리가 끊긴 것이다. 엄밀하게 그것은 달러의 위기이기도 했지만 금이 화폐의 – 또는 담보자산으로서의 – 역사에서 퇴장할지도 모르는 사건이기도 했다. 유사 이래 처음 있었던 금의 퇴출이기에 미래를 자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식적인 예상은 빗나갔다. 금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美달러는 등락은 있었지만 여전히 기축통화로서 기능하고 있다. 금은 美달러와의 바스킷이 풀리자 이후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하였다. 전 세계 종이화폐의 담보 역할을 미국이 발행한 종이화폐가 하고 있다는 사실, 미국의 종이화폐의 담보 역할을 美재무부의 채권이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만인 – 또는 불안한 – 이들은 여전히 금이 최후의 보루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금가격은 그 수급현황과 무관하게 평균적인 인플레이션을 상회하며 상승하였다.

소비자물가지수 차트(1800 ~ 2005)
금가격 차트(1971 ~ 2007)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美달러에 대한 신뢰감이 급격히 저하되며 금을 일종의 대체재로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우세해지고 있다. 단순히 금은방을 드나드는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의 금괴매입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관련기사) 천문학적인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근본모순을 지닌 美달러의 미래가 암울하기만 한데다, 유로나 엔, 심지어 위안이나 SDR조차도 그것을 대체할만한 통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금을 선택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은 ‘지불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라는 상수가 자의든 타의든 작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美달러는 그 든든한 경제력/구매력과 함께 패권주의에 의한 강한 군사력이 美달러를 나머지 화폐에 대한 담보로 인정해주는 든든한 믿음을 제공하고 있었다.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특징을 제외하고는 이상적인 심리기제였다. 나머지 통화들은 아직 이러한 배경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금을 쫓는다. 하지만  문제는 금 역시 그러한 배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금은 그저 반짝이는 돌일 뿐이다. 유일한 믿음은 내가 좋아하는 그 금의 매력을 다른 이들도 동일하게 느낄 것이라는 믿음뿐이다. 그 심리는 사용가치를 지닌 다른 상품과는 또 다른 근거 부족한(?) 믿음이다.

결국 美달러와 다른 화폐들이 과학적으로(?), 또는 타협에 의해 정교화 시킨 화폐이론, 또는 합의는 금에 이르러 ‘반짝이는 것에 대한 숭배’라는 하나의 종교적 심리상태만 남는다. 소금에 대해 다양한 특성을 묘사할 수 있지만 ‘소금은 짜다’는 엑기스만 남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다. 각국의 합의 하에 – 적어도 상호신뢰라는 이름으로 – 만들어낸 IMF의 SDR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오래전 화폐의 수단에서 제외된 금은 여전히 인기를 끄니 말이다.

현대에 접어들어 공급위주경제학자들이 금본위제로의 복귀를 주장하기도 했다지만 금괴를 매입하고 있는 국가들이 또 쉽사리 금본위제로의 복귀를 고려하지는 못할 것이다. 금본위가 자국통화를 안정적인 통화로 만들 것이라는 믿음은 금의 수급상황, 신용창조의 승수효과, 국제경제에서의 공조 여부 등 다양한 변수를 무시한 조악한 이론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금에 대한 애정은 어느 정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헬리콥터로 뿌려지고 있는 넘쳐나는 돈으로 달리 살 것도 마땅치 않으니 말이다.

제국주의는 무엇으로 사는가?

9월, 아이젠하워는 편지를 통해 이든에게 <실제보다 훨씬 나세르를 중요한 인물로 만들>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국 외무차관 이본 커크페트릭 경은 “대통령이 옳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나는 대통령이 잘못 알고 있다는 점을 확신한다…… 만약 나세르가 그의 위치를 공고히 하여 점차적으로 산유국들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하는 동안 우리가 뒷짐만 지고 있다면 그는 우리를 파멸시킬 수 있으며, 우리의 정보에 따르면 그는 우리를 좌초시킬 마음을 먹고 있다. 만약 중동의 석유가 한두 해 동안 우리에게 공급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금보유고는 바닥날 것이다. 그리고 금보유고가 바닥나게 되면 영국 화폐통용 지역은 와해될 것이다. 또 영국 화폐통용 지역이 와해되고 금보유고가 바닥나게 되면 우리는 독일은 물론이고 세계 다른 어떤 지역에도 군대를 파견할 여력을 잃게 될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방위를 위한 최소한의 방위비조차 지불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리고 자국을 방위하지 못하는 나라는 결국 소멸될 것이다”라고 격렬히 반론을 제기했다.[황금의 샘(원제 : The Prize), 다니엘 예르긴 지음, 김태유 옮김, 고려원, 1993년,pp321~322]

예전에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드라마도 있었지만 이 인용문은 제국주의 또는 패권주의 국가가 무엇으로 사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영국은 그들의 식민지인 인도나 사실상의 식민지나 다름없던 중동으로부터의 막대한 무역차익과 석유 자원을 통해 지탱되는 체제였다.

그래서 사실 우리가 위대한 서방의 정치인으로 추앙해마지 않는 윈스턴 처칠마저 뼛속깊이 제국주의자였을 뿐 아니라 식민부 장관직을 수행하기도 했었다. 그러한 입장은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위에서 인용하고 있는 사태, 즉 수에즈운하 국유화에 따른 나세르 축출작전이 시도되었던 시기, 영국은 노동당 집권시기였다.

왜 정치적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제국주의 국가의 대외정책은 쉽게 바뀌지 않는가? 그것은 그들의 체제가 정치적으로 세분화되기 이전에 이미 식민지 – 또는 신식민지 – 자원의 수탈을 기초로 공고화되어 있는 체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좌파가 집권하더라도 가용자원은 역시 식민지로부터 수탈하여야 하는 체제를 바꾸기는 어렵다.

영국 외무차관의 발언은 그 핵심적인 벽돌을 제거할 경우 패권주의가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영국은 진작에 빼앗긴 기축통화의 지위와 함께 이 수에즈 사태에서 이집트에 – 사실은 미국에 – 굴복함으로써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 패권을 빼앗기게 되었다.

오늘날의 미국이 당시의 영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금본위제와 연계되지 않는 달러본위제의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 미국 스스로 중추적인 산유국이라는 점이다. 이 두 가지 특징은 20세기 형 패권주의의 핵심적인 필요조건이 되었다. 통화와 자원, 이것은 21세기 형 패권주의에도 역시 유의미한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크레

“베네수엘라는 현재 쿠바, 니카라구아,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과 함께 소위 수크레(Sucre)라고 불릴 단일한 지역 정산 체계를 만들기 위해 작업 중입니다.”
“As for Venezuela, we are working together with Cuba, Nicaragua, Bolivia and Ecuador, in order to create a single regional offset system, the so-called Sucre,”[출처]

베네수엘라 재무장관 알리 로드리게즈 Ali Rodriguez가 중국의 새로운 기축통화 제안을 지지하면서 덧붙인 말이다. “수크레”는 볼리비아의 수도이자 볼리비아의 통화 단위이기도 하다. 뭐라 이름 붙이던 남미 “사회주의” 지역경제권에서의 결제단위의 변화는 신선한 시도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시도는 당연히 경제적일 뿐 아니라 정치적인 의도를 지닌 시도다.

본격화되는 화폐전쟁

우리는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 SDR)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SDR은 초국적 기축통화의 특성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SDR 할당 증가를 통해 펀드가 그 금원 문제와 발언의 어려움과 대표성 개혁을 처리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므로 SDR 할당을 추진하려는 노력이 시도되어야 한다. 이는 회원국 간의 정치적 협조를 필요로 할 것이다.
Special consideration should be given to giving the SDR a greater role. The SDR has the features and potential to act as a super-sovereign reserve currency. Moreover, an increase in SDR allocation would help the Fund address its resources problem and the difficulties in the voice and representation reform. Therefore, efforts should be made to push forward a SDR allocation. This will require political cooperation among member countries.[Reform the International Monetary System]

23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가 웹사이트에 기고한 “Reform the International Monetary System”라는 글의 일부다. 지난번 유럽에서의 SDR 위상 강화에 대한 주장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번엔 중국이다. 하지만 사실 이 글은 SDR 강화라기보다는 – 본문에서 美달러를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있지는 않지만 – 명백히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을 폐기처분하자는 이야기로 들린다. 어떤 국가나 중앙은행도 공식적으로는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안을 최대의 달러 보유국(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조 달러이고 이중 상당수 자산을 미국에 재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의 중앙은행에서 대외에 천명한 셈이다.

World Socialist Web Site 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이러한 태도표명은 미행정부의 금융위기 해법에 대한 그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엄청난 규모의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의 재정상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실제로 연방준비제도의 국채매입 계획 발표 이후 달러는 이틀 만에 유로 대비 4.5% 하락하였다. 따라서 비록 국가간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SDR 체제 구축이라는 학술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위 글은, 사실 그 어떤 글보다도 중국의 국가적 이해관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wsws는 왜 중국이 직설화법이 아닌 우회적인 표현으로 미국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곤경에 처해있다. 한편으로 미국의 정책은 잠재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리라는, 그래서 거대한 달러 위기의 가능성이 매우 현실적임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미국 부채에 대한 의존도를 경감할 방도를 찾고 싶어 한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이러한 방향으로의 여하한의 시도는 시장을 위협할 것이고 그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바로 그 위기를 촉진시킬 것이다.
The Chinese government is caught in a bind. On the one hand, it knows that US policy is potentially inflationary, that the prospect of a massive dollar crisis is very real. It would like to find a way to lessen its dependence on US debt. On the other hand, any moves by the Chinese in this direction could spook the market and precipitate the very crisis it fears.[Chinese central banker says US dollar should be replaced as global reserve currency]

한마디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미국에 대한 인질인 동시에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인질인 셈이다.

이러한 모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은 궁극적으로 저우샤오촨 총재가 제안한대로 기축통화를 한 국가의 화폐가 아닌 세계화폐로 대체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순수한 “회원국 간의 정치적 협조”를 기대하기란 난망한 일이다. 그러므로 아직 먼 이야기다. 그나마 현실적인 것은 대륙간 경제권을 아우르는 지역 기축통화의 역할분담을 통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정도일 것이다. 유로와 위안화가 바라는 것은 그 정도일 것 같다.

동유럽, 서유럽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Almost all East bloc debts are owed to West Europe, especially Austrian, Swedish, Greek, Italian, and Belgian banks. En plus, Europeans account for an astonishing 74pc of the entire $4.9 trillion portfolio of loans to emerging markets….[Will Eastern Europe Trigger a Financial Meltdown?, naked capitalism]

동유럽은 서유럽에게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었던 셈이다. 우리나라 기업 역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구(舊)사회주의 블록에 나름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달려들었다가 지금 고전 중이다. 좌우지간 동유럽 블록이 무너지는 순간 서유럽 금융권은 미국 금융권이 그랬던 것처럼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차이점은 그들의 총알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 그들의 통화는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현상, 두개의 처방, 그리고 기축통화

미국은 구제금융 제공과 국유화 등으로 이 위기에 대응하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에게 향후 더 과감하고 대규모 재정지출이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대공황의 경험을 통해 살펴볼 때 이것은 인위적인 이자율 인하로 인해 유발된 동시다발적인 잘못된 투자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는 이를 지연시키고 더 심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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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순환에서 경기침체기는 고통이 수반되지만 종전에 행해진 잘못된 투자들을 재조정하는 치유의 과정이다. 비(非)팽창적인 통화정책 속에서 긴축재정(혹은 최소한 비(非)확장적 재정정책)과 감세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 이런 조정의 과정을 빠르게 종결시킨다. 확장적 통화정책과 마찬가지로 확장적 재정정책도 잘못된 투자들의 조정을 지연시키고 지속될 수 없는 붐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불황의 장기화를 초래한다. [출처]

한국사이버대 김이석 교수의 글이다. 전형적인 시장자유주의자의 논리다. 긴축재정(최소한 비확장적 재정정책), 고금리(최소한 인위적인 이자율 인하 금지), 감세정책 등등. 이들은 이를 통해 ‘잘못된 투자들을 재조정하는 치유의 과정’을 신봉한다. 시장은 물 흐르듯 흐르게 내버려두면 침체기에 자연스럽게 적자생존이라는 진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논리다.

위와 같은 처방은 또한 IMF의 단골처방이었다. 이른바 ‘워싱턴컨센서스’라는 것. 실제로 워싱턴에서 그러한 컨센서스를 위한 회합을 열었는지는 신만이 알겠지만 🙂 한 정치학자가 명명하고 난 후에 신자유주의적 독트린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 진보주의자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신자유주의적 조치로 인해 발생하였고 케인즈주의, 또는 보다 급진적인 수단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장자유주의자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정부의 인위적 개입 등 ‘정부의 실패’에서 기인하였고 – 예를 들면 패니메, 프레디맥 등의 우월적 지위에서의 영업 – 이에 따라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조치의 강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하나의 현상을 두고 어떻게 이렇게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

한편 김교수는 이번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으로 “건전화폐의 실종”을 들고 있다.

현행 국제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국가의 화폐제도에 대한 간섭으로 인한 “건전한 화폐”의 실종과 만난다.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건전한 화폐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불환화폐를 발행하고 각국의 불환화폐들의 가치가 변동되는 제도 아래에서는 이를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다. 그 결과 경제계산의 척도가 수시로 교란될 수 있다. 국제 금융위기로 환율의 변동폭이 커지면 국제간 거래에서 어떤 것이 사업성이 있는지 경제계산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만큼 거래가 실종되고 그만큼 세계는 가난해진다. 화폐의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공조해 나갈 필요가 있다.[출처]

일부 논자들은 Fed와 같은 민간기관이 국가의 화폐주조권을 훔쳐갔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 교수는 시장이 가지고 있어야 할 화폐주조의 권리를 – 명백하게 그렇게 주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 국가가 “간섭”하고 있고, 이로 인해 “경제계산의 척도”가 수시로 교란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시장가격과 각국 이자율의 괴리 등이 시장에 ‘자연스럽게’ 반영되면 화폐가치가 ‘자연스러운’ 경제계산의 척도가 될 것인데 국가가 유동성의 확장 또는 회수를 위해 통화정책을 추진하고 이것이 그 척도를 왜곡시킨다는 논리다.

이는 화폐수량설의 고전적 논리(화폐수량설에 대한 빠삭한 해설은 여기를 참고하실 것)로 여겨진다. 논리에 별로 발전도 없는 것 같다. 결국 김 교수도 그렇다면 다시 금본위로 회귀하자는 것인지, 완벽한 민간금융기관을 통한 발권을 지향하는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없다. 그저 “현행 부분지불준비제도 아래에서 신용(외환)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이런 소리는 나도 할 수 있겠다.

요컨대 시장자유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이번 사태의 단기적 원인과 처방에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지만, 그 근원적 원인에 대해서는 단순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증권이 월스트리트의 탐욕으로 인해 지나치게 공세적으로 발행되었다는, 특수한 국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현 위기는 보다 거슬러 올라가 달러본위제라는 특수성에서 기인하는 전 세계의 – 특히 중국과 산유국의 – 대미무역 불균형이 한 몫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공인된 셈이다.

달러가 현재와 같이 미래에도 그 경제위상에 걸맞지 않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 그것의 현태가 바로 달러에 대한 통화스왑 – 은 세계경제의 또 다른 잠재적인 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는 달러가 – 또 그에 대응하여 공급되는 각국 주요통화가 – 단기간에 시장에 유동성을 불어넣지는 않겠지만, 오히려 어느 순간 경기가 어느 정도 풀려 화폐의 유통속도가 개선될 경우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신용공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