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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되는 화폐전쟁

우리는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 SDR)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SDR은 초국적 기축통화의 특성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SDR 할당 증가를 통해 펀드가 그 금원 문제와 발언의 어려움과 대표성 개혁을 처리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므로 SDR 할당을 추진하려는 노력이 시도되어야 한다. 이는 회원국 간의 정치적 협조를 필요로 할 것이다.
Special consideration should be given to giving the SDR a greater role. The SDR has the features and potential to act as a super-sovereign reserve currency. Moreover, an increase in SDR allocation would help the Fund address its resources problem and the difficulties in the voice and representation reform. Therefore, efforts should be made to push forward a SDR allocation. This will require political cooperation among member countries.[Reform the International Monetary System]

23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가 웹사이트에 기고한 “Reform the International Monetary System”라는 글의 일부다. 지난번 유럽에서의 SDR 위상 강화에 대한 주장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번엔 중국이다. 하지만 사실 이 글은 SDR 강화라기보다는 – 본문에서 美달러를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있지는 않지만 – 명백히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을 폐기처분하자는 이야기로 들린다. 어떤 국가나 중앙은행도 공식적으로는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안을 최대의 달러 보유국(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조 달러이고 이중 상당수 자산을 미국에 재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의 중앙은행에서 대외에 천명한 셈이다.

World Socialist Web Site 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이러한 태도표명은 미행정부의 금융위기 해법에 대한 그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엄청난 규모의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의 재정상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실제로 연방준비제도의 국채매입 계획 발표 이후 달러는 이틀 만에 유로 대비 4.5% 하락하였다. 따라서 비록 국가간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SDR 체제 구축이라는 학술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위 글은, 사실 그 어떤 글보다도 중국의 국가적 이해관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wsws는 왜 중국이 직설화법이 아닌 우회적인 표현으로 미국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곤경에 처해있다. 한편으로 미국의 정책은 잠재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리라는, 그래서 거대한 달러 위기의 가능성이 매우 현실적임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미국 부채에 대한 의존도를 경감할 방도를 찾고 싶어 한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이러한 방향으로의 여하한의 시도는 시장을 위협할 것이고 그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바로 그 위기를 촉진시킬 것이다.
The Chinese government is caught in a bind. On the one hand, it knows that US policy is potentially inflationary, that the prospect of a massive dollar crisis is very real. It would like to find a way to lessen its dependence on US debt. On the other hand, any moves by the Chinese in this direction could spook the market and precipitate the very crisis it fears.[Chinese central banker says US dollar should be replaced as global reserve currency]

한마디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미국에 대한 인질인 동시에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인질인 셈이다.

이러한 모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은 궁극적으로 저우샤오촨 총재가 제안한대로 기축통화를 한 국가의 화폐가 아닌 세계화폐로 대체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순수한 “회원국 간의 정치적 협조”를 기대하기란 난망한 일이다. 그러므로 아직 먼 이야기다. 그나마 현실적인 것은 대륙간 경제권을 아우르는 지역 기축통화의 역할분담을 통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정도일 것이다. 유로와 위안화가 바라는 것은 그 정도일 것 같다.

‘가치(value)’와 ‘부(wealth)’

이번 금융위기에 대해 마르크스주의자인 Nick Beams라는 분이 2008년 말 호주에서 가졌던 강연의 일부분을 발췌한 내용이다. 현재 약 5편까지 진행되고 있고 기회가 되면 주요부분을 발췌하도록 하겠다.[원문보기]

끊임없이 증가하는 생산과정의 범위는 자본주의 경제의 금융구조의 변화를 추동한다. 이는 이제 자본이 축적과정을 이어나가기 위해 개별 자본가들의 능력 이상으로 자라나야 함을 의미한다. 그것은 사회 전체의 자원을 빨아들여야 한다. 두 가지의 거대한 금융적 발전이 이를 가능케 했다. 신용과 은행시스템의 발전, 그리고 합자회사 혹은 주식회사의 출현.

사회 모든 분야의 돈이 은행으로 모이게끔 만드는 이른바 신용이라는 것은, 자본주의 기업에게 개인이나 심지어 개인들이 모인 집단의 능력을 월등히 초과하는 규모의 자원을 제공한다. 자본가는, 마르크스가 설명하길, 이제 다른 사람들의 돈의 단순한 관리자가 될 뿐이다. 이 돈이 없으면 루퍼트 머독도 평범한 시민에 불과할 뿐이다.

자본을 공급하는 대가로 은행은 노동계급으로부터 착취한 잉여가치의 일부를 이자지급의 형태로 수령한다. 은행과의 대출계약이나 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채권자에게 정기적인 이자지급을 약속한다. 즉 그 소지자는 소득을 보장받는다.

주식의 발행을 통해 설립되는 주식회사의 경우에는 화폐자본을 공급한 대가로 재산권을 보장받는다. 그들이 회사의 일부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매체인의 주주라고 해서 당신이 가게에 들어가 그 회사의 부분적인 소유주라는 이유로 물건을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상품은 기업화된 법인의 소유물이다. 당신이 보장받는 것은 배당의 형태로 지급되는 이익의 일부분이다.

신용과 주식소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새로운 시장을 갖게 되었다. 채권과 주식과 같은 소득 형태를 수여하여 그것들이 거래되는 금융시장. 그리고 이들 금융자산의 가격은 오르고 떨어진다. 그래서 그것들을 사고팔면서 이윤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신용 혹은 주식의 형태로 제공되는 화폐는 노동력과 생산수단을 구입하는데 공급된다. 그것들은 생산자본이 되어 노동계급의 잉여가치를 착취하는데 관여한다. 이는 또한 화폐만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과 채권은 마르크스가 “상상의(imaginary)” 자본, 혹은 가상(fictitious)자본이라 부른 것들이다. 그것들은 최종적으로는 생산자본이 착취한 잉여가치의 지분을 소득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의 세계에서, 즉 가상자본의 세계에서는 금융자산을 거래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는 황홀한 세계다. 환상의 세계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화폐의 조작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관리자의 영리한 조작과 거래를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세상에서 어떻게 노동이 모든 이윤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짧은 문단을 통해 강연자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조력자로서의 금융과 자본시장의 성격이 잘 묘사하고 있다. 다만 마르크스주의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다소 혼란의 여지도 있을 것 같다. 특히 강연자가 가치는 노동으로부터 창출되고 이자나 배당은 그것의 일부일 뿐이라고 하였으면서 다시 가상자본을 통해 스스로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모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치(value)’와 ‘부(wealth)’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가치는 그것이 화폐로 표현되기 전의 모습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것의 측정단위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명확치 않은 것 같으나 – 또는 내가 무지해서 모를 수도 –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노동시간의 형태로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부는 마르크스주의에서 그것의 명확한 의미를 부여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화폐의 형태로 표현이 가능하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축적되는 – 정확하게는 전유되는 – 막대한 부는 사실은 한 사회, 혹은 전체사회의 가치(value)를 뛰어넘는 화폐증발로 인한, 즉 일종의 인플레이션에 의해 촉발된 거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예컨대 유동성의 비정상적인 공급을 통해 올라간 부동산 가격은 가치의 증가가 아닌 화폐가치의 절하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