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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사가 돈버는 법

앞서의 글에서 미국의 내구재 수출에서 군사적 목적의 내구재의 수출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군사적 목적의 내구재가 보합세 내지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여 볼 때,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경제위기가 아직도 온존하고 있는 상태에서의 이러한 현상은 전쟁 비즈니스야말로 최고의 비즈니스 중 하나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여기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지금 美군산복합체의 비즈니스 뉴스가 하나 있어 소개한다.

아파치 헬기의 한반도 전면 철수설은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사 간부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이 간부는 지난달 미국 현지에서 “(전시작전권이 전환되는) 2012년에는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가 모두 철수한다”며 “한국이 공격형 헬기를 만드는 것은 경비나 시간 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점에서 중고 아파치 헬기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노후한 500MD와 코브라(AH-1S) 헬기를 대체하기 위한 공격형 헬기 사업 대상으로 중고 아파치 헬기 구매와 한국형 공격 헬기 개발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출처]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무기도입에 있어서 미국과 美군산복합체의 입김은 절대적이다. 어느 나라의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군이 – 그리고 그 나라의 집권당이 작전권을 회수할 의지도 없는 – 수도 한복판에 주둔하고 있는, 지구 최후의 분단국가라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주1) 그런 상황에서 군일부에서 감히 “한국형 공격 헬기 개발” 카드를 들고 나오니까 록히드마틴이 점잖게 충고(?)를 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록히드마틴이 그렇게 충고만 하고 말 기업은 아니다. 그들은 단순한 충고 이상의 수단을 동원하여 우리의 수입대체 시도를 무산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들이 어떻게 전방위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지 한 예를 들어보자. 록히드마틴은 지난 2005년 세계에서 가장 사이가 안 좋은 인접국에 속하는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 모두에게 자신들이 생산하고 있는 전투기 F-16을 제공함으로써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는 ‘무기제공 호혜평등의 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

첫 고객은 파키스탄이었고 세일즈맨은 콘돌리자 라이스였다.(주2) 한때 반미적인 성향을 띄다가 911사태를 계기로 확실하게 미국의 앞잡이가 된 군사독재자 무사라프는 테러와의 전쟁 시 미국의 종노릇을 한 대가로 1990년 이후 오랜 동안의 무기수출금지국에서 해금되어 록히드의 F-16을 24대 사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어쩌면 더 큰 고객 인도에 대한 일종의 떡밥이었을지도 모른다.

록히드마틴에게 있어 진정한 고객은 인도였다. 인도는 오랫동안 그들의 국방력을 러시아(구소련 등)에 의존해왔다. 당시 록히드마틴에 따르면 약 100대 이상의 전투기를 판매하게 될 인도와의 거래를 통해 그들은 F-16의 생산라인을 유지하고 약 5,000명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인도와의 거래를 트기 전에 라인과 노동자들은 어떻게 유지되었을까? 미의회는 록히드마틴에 2004년에 1백7십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였다.

911 이후 최고의 호황을 누려오던 – 2001년 록히드마틴은 2천억 달러의 전투기 사업의 시행자로 선정되었는데 미군 역사상 가장 큰 거래였다 – 미국의 군수산업이 점차 하향세로 들어설 조짐이 보이자 미국 대통령 – 부시는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에게 모두 이번 건과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전화를 건 것으로 보도되었다 -, 미의회, 군수업체 등이 총동원되어 화해하기 어려운 두 나라에 똑같은 기종의 전투기를 판매하는 개가를 올려 또 한 번 “자본주의는 돈 되면 무엇이든 한다!” 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었다.

그런 전투기 판매로 미국이 얻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한 예를 들면 21세기의 숙적 중국에 대한 미국의 포위 전략의 전술적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소위 비동맹 국가로 분류되어 왔던 인도가 미국 전투기를 도입하고 이와 관련한 각종 기술을 제공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향후 더 긴밀한 인도-미국 간의 군사협력체제를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점은 아시다시피 지난 2006년의 미국과 인도 간 핵협정 체결이다. 현재는 공동으로 MD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록히드마틴은? 미국이 대중국 포위전략을 택하거나 말거나 – 물론 장기 전략적으로는 그들도 미행정부의 군사전략에 동참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하지만 – 1차 관심사는 무기의 판매이다. 기본적으로 준전시 상태나 마찬가지인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에 대한 무기판매는 그들에게 있어 하등 이상하거나 모순 될 것이 없는 판매 전략이다. “분쟁지역에 무기를!” (자랑스러운 F-16 보유국 명단)

그러한 연유로 나는 이번 아파치를 둘러싼 갈등(?)이 우리 측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주1) 예전 김대중 대통령 시절 프랑스의 군용비행기를 도입하려다 불발이 된 사건을 기억하는가? 당시 배칠수라는 무명개그맨이 그 사건을 개그소재로 사용하여 사상초유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2) 지금은 힐러리 클린턴으로 교체되었다.

불황을 모르는 미국의 어느 산업분야

보이는 차트는 2000년부터 금년 6월까지의 군사목적의 내구재와 여타 목적으로 내구재의 선적에 대한 소비 트렌트를 보여주는 차트다. 6월 대비로 계절에 따라 조정된 비군사적 목적의 선적은 2000년의 평균 월간 수치에 비해 19% 떨어졌다. 군사적 품목의 선적은 2000년 평균과 비교해 123% 증가하였다.[출처]

Copyright 2009 The New York Times Company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미국 자본주의의 최대 수출품은 달러와 군수품이다. 그 뒤를 잇는 것은 아마도 맥도날도와 코카콜라? 아니면 헐리웃 영화? 어쨌든 아래 차트에서 우리는 2000년 이후 미국의 일상목적의 내구재 수출과 군사적 목적의 내구재 수출의 극명한 명암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이 있다. 소위 세이의 법칙이다. 미국 군산복합체 정도의 능력이라면 능히 그들의 공급 증대를 위해 수요를 창출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