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이라크

09.29.09: Seattle — 성난 이의 아침식사

David Byrne of Talking Heads.jpg
David Byrne of Talking Heads” by Jean-Luc – originally posted to Flickr as Talking Heads. Licensed under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여기 시애틀에서 아침 신문을 읽으면서, 내게는 선전선동으로 보이는 듯한 기운을 느꼈다. 입에 거품을 물거나 내 요거트를 호텔 다이닝룸에 뿌리는 등 격노하지는 않았다.

그에 대해 다시

오늘자 뉴욕타임스 1면의 사진을 보면 이란의 핵시설이라고 소문이 난 어떤 종류의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단지 그러한 것들의 그래픽 스타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히 이라크 침공 전에 범람했던 다양한 종류의 사진들을 닮았다. 대량살상무기들이 저장되고, 감춰져 있고, 또는 제조되고 있는 건물들의 사진들… 이 모든 것들은 단지 우리를 우리가 현재 놓여져 있는 곤경으로 현혹시켜 이끌었던 소문들이었을 뿐임이 증명되었다. 사람들은 당시 그것에 몰두해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의 단편적인 기억력을 감안할 때에 그들은 두 번째 그것에 몰두할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난 이것이 절대 핵시설이 아니라고 말하진 않겠다. — 다만 추측성 사실관계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의 방식이 똑같다는 점은 지적한다.

전망

같은 면에서는 유럽에서 많은 나라들이 중도우익 정치가를 선출하면서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의견을 달리 해줄 것을 간청한다. 기사가 말하는 바, 중도우익은 기존의 “일반적인 복지 혜택, 국유화된 헬스케어, [그리고] 탄소배출에 관한 엄격한 제한”을 수용하였다. 이 세 가지 아이디어라면 미국에서 그들은 좌익으로 분류될 것이다. 비록 작가가 말하길 – 아마도 맞겠지만 – 유럽에서의 좌익은 전통적으로 이보다 더 나아가지만 말이다. 그러한 것들이 아직도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것, 그리고 현재 정치인들이 “사회주의자”이라는 (그리고 그래서 미국인이 아니라는) 고함치며 소란을 떠는 지적들은 전망의 예정된 “붕괴”에 이르게 하고 있다.

부활

다른 면의 기사에서는 경제가 바닥을 치고 다시 호조를 띄고 있다는 좋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그것이 놀랍지 않은 한편 (경제 붕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또는 은행가들의 오만과 탐욕을 제한하기 위한 어떠한 심각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이는 일종의 좋은 소식을 위한 좋은 소식일 뿐인 것 같다. — 일종의 기분 좋은(feel-good) 것. 경제는 하도 오랫동안 상태가 안 좋아서 필연적으로 잘못 인도하는 고장 난 시스템의 그 어떤 것의 “재림”이나 회귀를 도모하는 것은 아마도 현재로서는 최선의 아이디어가 아닐 것이다. 이 나라의 많은 것들이 지속 불가능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골드만삭스와 다른 이들이 경기침체로부터 수익을 얻는 등 갈퀴로 부를 그러모으는 동안, 다른 이들은 불평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 that isn’t the real world.

이글을 쓴 David Byrne은 전설적인 펑크/뉴웨이브 밴드 Talking Heads의 리더였으며 현재 솔로로 독립하여 음악가, 프로듀서, 화가, 설치 아티스트, 자전거 애호가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블로그에 올린 원문 보기 / Talking Heads 팬사이트 / 한국어 팬사이트

US War Privatization

다음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 중 계약에 관한 위원회(Commission on Wartime Contracting in Iraq and Afghanistan)’가 최근 발표한 내용 중 일부다.

24만 명 이상의 고용인들이, 이들 중 80%가 외국인인, 미군과 국무부, 그리고 미국 국외발전기관의 작전과 프로젝트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일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의 계약고용인들의 숫자는 미군의 숫자를 넘어섰다. 계약업체들이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위원회는 그들을 활용함에 따라 수십억 달러의 돈이 낭비되고, 갈취되고, 악용되고 있는데 이는 부적절한 계획, 빈약한 계약서 작성, 제한적인 경쟁, 부실한 감독기능, 그리고 다른 문제들로부터 기인한다.
이러한 수치는 계약업체들에 대한 미국의 의존에 관한 국방부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그 보고서는 또한 2009년 2분기에 국방부를 위해 일하는 “사설보안업체”의 숫자가 23% 증가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9% 증가하였음을 말하고 있다. 이들은 그 나라에서의 “군사력의 증강과 상호관련”되어 있다.
More than 240,000 contractor employees, about 80 percent of them foreign nationals, are working in Iraq and Afghanistan to support operations and projects of the U.S. military, the Department of State, and the 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Contractor employees outnumber U.S. troops in the region. While contractors provide vital services, the Commission believes their use has also entailed billions of dollars lost to waste, fraud, and abuse due to inadequate planning, poor contract drafting, limited competition, understaffed oversight functions, and other problems.
These statistics support a recent DoD report on the extent of the US reliance on contractors. That report also found that there has been a 23% increase in the number of “Private Security Contractors” working for the Department of Defense in Iraq in the second quarter of 2009 and a 29% increase in Afghanistan, which “correlates to the build up of forces” in the country. [출처]

아들 부시가 일으킨 이라크전쟁은 전쟁에서 민간군사업체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전쟁이었다. 부시와 딕체니 등 공화당 정권은 당시 민영화를 통해 군대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미명 하에, 별다른 경쟁도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을 통해 막대한 이권이 걸린 전쟁수행과 이에 따른 복구사업을 소수의 민간군사업체들에게 넘겨왔다. 이것은 인종학살이라는 전쟁범죄와 함께 미국의 납세자들의 돈으로 용병의 배를 살찌우는 가공할 범죄라 할 수 있다.

위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어이없는 사실 하나는 이런 범죄가 오바마 시절에도 변함없이 자행되고, 심지어는 그 계약자 수가 더 늘어났다는 점이다. 경쟁강화를 통해 더 많은 업체들에게 기회를 줬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군대 민영화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없이 민간계약을 늘인다는 사실은 결국 전쟁수행에 아무리 고상한 명분을 갖다 붙여도 결국 그것은 이윤창출의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뿐이다.

이라크 참전군인들, 반전(反戰) 운동에 나선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참전 군인들이 오는 3월 13일에서부터 16일까지 그들이 저질렀거나 목격한 전쟁범죄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집결할 것이라 한다.

‘전쟁에 반대하는 이라크 참전군인들(Iraq Veterans Against the War)’이라는 단체는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의 성고문이나 해디타 에서의 가족몰살 사건과 같은 범죄는 많은 정치가들이나 군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소수의 벌레 먹은 사과(a few bad apples)”에 의해 저질러지는 단순 사고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한 범죄들은 “점점 더 많은 피를 부르는 점령(an increasingly bloody occupation)”의 전형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즉 2004년에서부터 2005년까지 이라크에 주둔했던 미육군 하사 Logan Laituri 의 말에 따르면 정책결정자들이 군인들은 국제조약과 같은 규칙을 따를 필요가 없는 무법의 선례를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군인들은 예를 들면 길을 걷던 중 비무장의 민간인을 쏘아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전쟁에 반대하는 이라크 참전군인들’은 이번 모임을 ‘겨울 군인(Winter Soldier)’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표현은 미국의 혁명가 Thomas Paine이 1776년 쓴 아래와 같은 문구에서 따왔다고 한다.

“These are the times that try men’s souls. The summer soldier and sunshine patriot will, in this crisis, shrink from the service of his country; but he that stands it now, deserves the love and thanks of man and woman.”

이 모임의 주최 측은 이번 집회에서 사진이나 비디오를 통한 증거도 공개될 것이라고 한다. 증언들은 위성 TV와 ivaw.org 의 스트리밍비디오로도 방영될 것이라고 한다.

보다 자세한 소식은 Common Dreams 의 해당 기사를 보실 것

죽은 뒤에 글을 남긴 블로거

사람들이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일수도 있고, 돈을 벌기 위해서 일수도 있고, 정치적 주장을 하기 위해서 일수도 있다. 그런데 인터넷 상에서 여러 매체 수단을 놔두고 하필 블로그냐 하면 뭔가 그 다양함 속에서 공통점을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견으로는 블로그가 가지는 사적(私的)인 요소와 웹상에 공개된다는 공적(公的)인 요소가 결합되면서 가지는 각별한 ‘재미’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무언가 절박한, 무언가 냉소적인 이유에서 블로그를 한다고 할지라도 결국은 실제로는 전자기호와 전류로 가득 차 있을 웹에서 댓글과 트랙백, 그리고 메타블로그 등으로 엮이면서 사람과 사람 간에 상호작용을 함에서 오는 그 쾌감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필자는 최근 이러한 블로그의 특성을 가장 잘 알려주는 한 글을 접하게 되었다.

그 글은 죽음을 예감한 한 사나이가 죽은 후에 ‘Final Post’라는 제목의 마지막 글을 블로그에 남기면서 최후까지 블로거들과 소통을 한 글이다. 서른여덟 살의 Andrew Olmsted 미육군 소령은 군에 몸담고 있으면서 블로그 활동을 한 이른바 ‘군인 블로거(milblogger)’였다. 처음에 AndrewOlmsted.com라는 독립된 블로그에 활동하다가 얼마 전부터 The Rocky Mountain News 의 웹사이트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이런 Olmsted 소령이 어떻게 죽은 후에 글을 남길 수 있었을까? 그는 작년 7월 친구인 Hilary Bok 에게 이상한 부탁을 했다. 그가 혹시라도 죽으면 자기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달라는 부탁이었다. 무심결에 부탁을 수락한 그녀는 후에 그가 보내온, 그리고 지속적으로 수정을 한 글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 한다. 삶과 가족에 대한 애정을 묻어나는 내용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1월 3일 바그다드 북쪽의 사디야라는 도시에서 반군의 총격을 받고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약속에 따라 Hilary는 1월 4일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세상을 향한 유언이 된 셈이다.

그의 마지막 글에서 그는 자신의 이 글이 블로그에 올라가지 않았으면 한다는 가장 원초적인 바람으로 시작하여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 블로깅에 대한 자신의 생각, 가족에 대한 그의 애절한 감정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릴 글 중 가장 쓰는데 애먹었을 글이 아닌가 싶다.

이라크 전쟁이 침략전쟁이고 그 역시 침략군일수도 있다는 정치적 판단을 유보한 채 같은 블로거의 입장에서 그의 죽음은 애석한 것이다. 생명의 종말은 누구에게나, 특히 그의 가족에게 궁극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죽음을 예견하여 친구에게 최후의 글을 남겨줄 것을 요구한 그의 태도는 묘한 느낌을 갖게 한다. 무언가 세상에(특히 블로그에?) 미련을 두고 가는 망자의 태도를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어쨌든 그는 최후까지 블로그에서의 소통을 놓지 않았다. 통상 정말 불행하게도 어느 블로그의 주인이 세상을 등지게 되면 그의 블로그는 아무런 피드백도 없이 폐가마냥 내동그라질 터인데 적어도 그의 블로그는 가장 확실하게 결말을 맺은 셈이다. 그리고 동료 블로거들은 이런 그의 글에 천 건이 넘는 댓글로 화답하였다. 죽음을 통해, 그리고 유서를 통해 파이널을 맞이한 블로그… 는 정말 흔치 않을 것 같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그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미국사회에 검은 물을 튀기고 있는 민간군사기업

미국은 지금 ‘검은 물’ 때문에 시끌벅적하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폐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민간인의 신분으로 군인 행세, 나아가 테러리스트가 되어버리고 만 민간군사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 Blackwater 직원의 총기 난사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 9월 16일 바그다드의 니수르 광장에서는 민간인 신분인 Blackwater 직원들이 차량이 폭탄공격을 받자 무차별적인 총기 난사로 대응하여 17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하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

이라크에서 미국 외교관들의 경호업무를 맡고 있는 Blackwater USA는 고용인들이 갑작스러운 공격에 ‘적절히’ 대응한 것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국무부는 현재 이 사건을 계속 조사 중에 있다. Blackwater의 대표 Erik Prince는 화요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 사건은 겉으로 보기에는 분쟁지역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총기사고로 치부될 수도 있는 사건이다. 겉으로는 전쟁이 끝났다고는 하나 수시로 폭탄이 터지는 곳이기 때문에 민간인 신분이라 할지라도 경호원들은 중화기로 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유사시에는 총격전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말 Blackwater 의 직원이 ‘적절히’ 대응했을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바로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래로 가속화되고 있는 ‘군대의 민영화’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 미국의 공영방송 PBS에서 방영한 Frontline : Private Warriors 에서도 지적하고 있다시피 현재 미군의 많은 기능들은 민영화되어 있다. 즉 부시 행정부는 군수물자의 보잉, 록히드마틴과 같은 군산복합체를 통한 민간조달뿐 아니라 군인들의 식사, 우편, 청소 등 비전투적인 기능을 이미 몇몇 군사기업들에게 양도하였다.

지난 92년의 걸프전과 비교하면 군대 내 군인과 민간인의 비율이 역전될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덕분에 Blackwater를 비롯하여 DynCorp과 같은 회사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있고 오늘 날 PMC는 가장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큰 문제는 군사기업들의 과다청구 문제가 있으며, 보다 큰 문제점으로 이번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민간인들이 전투요원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의 다큐멘터리에서도 생생히 보여주는바 Blackwater 를 비롯한 많은 군사기업들은 퇴역군인들이 이른바 교관이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신참군인들은 교육시키고 있으며, 마침내는 그들과 함께 옆에 서서 총을 쏘기까지 한다. 결국 이번 사건에 있어서도 경호요원들은 ‘적절히’ 행동했다 할지라도 그들은 바그다드라는 ‘부적절한’ 교전지역에 있었던 것 만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번 아브그레이브 교도소에서의 끔찍한 성적 학대 사건도 그 뒤에는 군사기업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심증이 강했으나 결국 졸병 몇 명 영창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아브그레이브에서도 그랬듯이 이번 사건도 역시 군대기능의 마비와 이유 없는 학살의 원흉일지도 모르는 ‘군대의 민영화’는 처벌받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미 그들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고, 또 한편으로 군사기업으로 가장 큰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은 바로 부통령 딕 체니가 CEO로 재직했었던 Halliburton이기 때문이다.

참고페이지
http://edition.cnn.com/2007/WORLD/meast/10/02/blackwater.witness/index.html
http://www.forbes.com/home/investingideas/2007/10/01/dyncorp-blackwater-iraq-pf-ii-in_jl1001companies_inl.html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710030057
http://www.pbs.org/wgbh/pages/frontline/shows/warriors/

자본주의는 전쟁을 먹고 자란다

“전쟁과 테러는 자본에게 위험(Risk)인가?”

이라크 전쟁에 참여한 군산복합체나 민간군사기업에만 국한시켜 생각해본다면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No”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전쟁은 위험이라기보다는 ”기회(opportunity)“ 에 가까울 것이다. 그들에게 전쟁은 오히려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창출되어야 하는 ”시장(market)” 인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일상적이고 평화적인(!) 사업 분야에 주력하는 다른 기업들에게는 어떠할까? 예를 들어 비즈니스컨설팅 회사라면? 비즈니스 자문과 기술체제 통합이 주특기인 베어링포인트 BearingPoint – 2001년 KPMG그룹에서 사명(社名)을 베어링포인트로 변경한 – 라면 확실히 전쟁의 수혜기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후 복구 사업은 반드시 건설과 같은 눈에 보이는 사업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1990년대에 베어링포인트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와 계약을 맺고 코소보, 세르비아 등지에서 전후 복구 사업을 진행시켰는데 이들이 수행한 작업은 전쟁으로 인해 붕괴된 금융 시스템을 포함한 경제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 등이었다. 그리고 이 작업이 철저히 미국식 자본주의 시스템의 이식에 주목적이 있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베어링포인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삼아 911 테러 이후 한층 “전쟁 사업” 분야를 강화해나갔다. 이들은 911 테러 이후 국가안보에 관련된 안보 행정 컨설팅을 주도하는가 하면 펜실베이니아 주의 범죄 소탕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는 지난 해 이맘 때 석연치 않은 입찰절차에 의해 이라크의 경제재건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사업자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2003년 7월 미국국제개발처(USAID)는 이라크의 총체적인 경제재건 프로그램 사업에 입찰을 한 10개의 기업 중에서 베어링포인트를 최종사업자로 선정했는데 선금은 약 9백만 달러에 달하며 최종계약은 거의 7천9백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미국의 희생양인 아프카니스탄에서는 사정이 어떠할까? 역시 베어링포인트가 사업을 수주했는데 총계약 금액은 6천4백만 달러에 이른다. 정말 대단한 기업이 아닐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의 최종적인 목적은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이라크의 경제 전반을 재생시킨다는 데에 있는데 다음과 같은 좀 더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보면 다분히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며, 그 경제개혁이라는 것이 이라크 인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라크의 새로운 주인 미국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라크 예산 수립
  – 경제 관련 법안 작성
  – 세금징수 계획 세팅
  – 무역과 관세 법률 수립
  – 국영기업의 민영화 혹은 기업 내 이라크 지분 매각
  – 은행 재개장 및 소규모 금융을 통한 민간부문 활성화
  – 새로운 화폐 발행 및 환율 책정 등

내용을 보면 한마디로 이라크 현 정부는 그야말로 식물정부임을 알 수 있다. 마땅히 새로운 정부가 수행해야할 내용을 일개 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전 국가의 민영화가 따로 없다. 우려스러운 점은 사업자 선정부터 이들이 수행하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자본주의체제의 최고봉이라는 이른바 비즈니스컨설팅 기업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덕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지난 2001년 국가안보(homeland security) 사업의 수주를 위해 6만 달러를 들여 로비를 시도했고, 2002년에는 관련된 정보기술의 판매를 위해 42만 달러를 들여 로비를 시도했다. 당시 이 회사의 부사장인 리차드 로버츠 Richard Roberts 가 증언하기를 자신은 BearignPoint가 멤버인 미국정보기술연합(ITAA)의 입장을 위해 로비에 주력했다고 밝혔는데 ITAA는 정부에 각종 법안의 초안을 작성해주었다.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베어링포인트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온존을 위한 최첨단(?) 비즈니스컨설팅을 수행하는 기업임에도 그 어느 부패한 기업 못지않은 정경유착을 통해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선진(?) 자본주의를 자신들의 정부가 침략한 국가에 이식시키고 있다.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경제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썩을 대로 썩은 미국의 컨설팅 기업이 만들어놓은 경제재건 프로그램은 얼마나 현지 정부와 현지 주민들에게 혜택을 안겨줄 것인가? 이들 나라의 은행 재건 프로그램에 Bank of America, Citigroup, J.P. Morgan 과 같은 금융그룹들이 하도계약자로 활동한다는 사실은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국영기업과 기업 내 이라크 지분을 민영화한다 함은 애초부터 미국자본에 의한 이라크 강탈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베어링포인트의 경제 프로그램은 “강도질”에 다름 아니다.

이전의 몇 차례의 전쟁,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의 경우 사회주의 블록의 존재로 인해 미국은 그나마 전쟁당사국들의 경제재건에 있어 일정 정도의 자율성 – 물론 이러한 상대적 자율성도 다분히 종속적이었다고 비판받고 있지만 – 을 보장해주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적이 사라진 지금 미국의 전쟁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파괴와 재건 양 쪽 모두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진행시키겠다는 “올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쯤에서 보면 침략전쟁의 파병을 통해 떡고물이라도 주워 먹겠다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고방식은 마치 동물세계의 야비한 청소부 하이에나를 연상시키고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살점이라도 있으면 다행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