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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씨는 정말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이 입법예고하지 않도록 죽도록 싸웠나?

김현종 前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예전 발언이 새삼 화제다. 최근 위키릭스에 의해 공개된 美정부의 서류에서 그가 당시 버시바우 미국 대사에게 한미FTA와 연계된 의약품 이슈와 관련해 한 “매국적” 발언이, 많은 이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위키릭스의 공개내용과 이에 대한 국내보도를 근거로 8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한미FTA 협상 과정의 진실과 위법성을 감사해 달라”며 ‘공익사항에 관한 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미국의 ‘대변인’과 다름없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7월25일 전문에선, 당시 보건복지부가 미국이 반대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추진하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현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이 버시바우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 정부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담은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하지 않도록 죽도록 싸웠다”고 강조한 걸로 나온다.[미 대사관이 전한 이상득 의원의 말 “이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

김현종 씨의 해당발언이 국내에 처음 보도된 것은 한겨레신문의 2011년 9월 6일자 보도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라 함은, 보건복지부가 기존의 무차별적으로 약가를 적용해주던 네가티브 방식의 급여 방식이 예산낭비가 심하다는 판단 하에, 선별적으로 협상된 급여로 약값을 지급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적정화 방안이었다. 미국 측은 우리의 이러한 정책시행을 저지하려 했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현종 씨는 입법예고를 막기 위해 죽도록 싸웠다고 공치사를 했다는 것이다.

¶6. (C) 윤과 김종훈과의 미팅 후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7월 24일 오후 대사에게 전화를 했다. 김은 대한민국 정부가 내놓은 시행규칙안 입법예고의 파라미터들을(즉, 미국정부와 사전입법예고를 공유하는 것, 공개적인 입법예고 전에 의미 있는 의견을 내놓을 시간을 준다는 것, 그러한 입법예고에 한해서만 60일 간의 공개적인 입법예고를 시작하겠다는 것, FTA 제약/의료 기구 워킹그룹에서 협상을 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위해 “죽도록 싸웠다”라고 말했다. 김은 규칙안을 입법예고하는 절차를 논의하는 7월 21일 청와대 미팅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사전에 “4대 선결과제”(자동차, 소고기, 의약품, 스크린쿼터)를 동의함으로써 FTA를 개시한다고 주장하는 언론보도 등에 의한 강한 반대여론에 초점이 맞추어졌다고 말했다.
¶6. (C) Following the Yoon and Kim Jong-hoon meetings, Trade Minister Kim Hyun-chong phoned the Ambassador in the afternoon of July 24. Kim said he had been “fighting like hell” on behalf of the parameters for release of the draft implementing regs to which the ROKG had committed (i.e., sharing them pre-release with the USG, allowing time for meaningful comment prior to their public release, starting the 60-day public comment period only with their release, and providing an opportunity for negotiation within the FTA Pharma/Med Devices WG). Kim said that the July 21 Blue House meeting that discussed the process for releasing the draft regs had focused on the strongly adverse public reaction to press stories claiming that the ROKG had caved prior to the start of FTA talks by agreeing to the “four preconditions” (on autos, beef, pharma, and screen quotas). [Viewing cable 06SEOUL2505, PHARMACEUTICALS AND KORUS-FTA: TURNING THE TABLES]

이 부분이 위키릭스에서 한겨레가 인용보도한 “죽도록 싸웠다”는 내용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 한겨레 보도를 보고는 엄청 열이 받았지만, – 당연히 김현종 씨도 싫어하는 와중에 – 보도 내용이 과연 위키릭스의 공개분과 내용상으로 일치하느냐 하는 것은 의문이다. 김현종 씨가 싸운 것은 한겨레가 인용부호를 쳐서 김현종 씨가 말한 것처럼 보도한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하지 않도록”이 아니라 미국 측에 입법예고 전에 FTA 틀 안에서 충분히 사전 논의를 하게 하기 위해 “죽도록 싸웠다”는 것이다.

나는 미국에 의약품 관련, 우리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포지티브 제도를 수용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고, 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을 미국이 수용하면 세부사항들은 FTA 협상 틀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복지부를 설득했다. 의약품 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라는 것을 인식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7월 중순 취임하자마자 나와 유시민 장관을 집무실로 불러 3자 회담을 주최했다. [중략]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은 포지티브 방식과 건강보험공단의 협상을 통한 약가 결정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원칙을 관철시키면서 FTA 협상에서 구체적인 실현 계획을 마련하는 유연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FTA 협상 틀에서 협상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략]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세부 사항들을 FTA의 틀 내에서 협상하지 않으면 한미 FTA가 깨지는 것인데, 좋습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그렇게 중요한 정책이라고 하니 그 결과를 수용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할 것은 두 가지가 남았습니다. 첫째, 우선 빨리 대통령께 한미 FTA 협상이 의약품으로 인해 결렬되었다는 사실을 보고 드려야 합니다. 둘째, 그 이후 결렬된 사실에 대해 납득할 수 있도록 대국민 발표를 해야 합니다.” 그러고서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중략] 광화문 청사에 도착하기 전에 권오규 부총리에게 전화가 왔다. “김 본부장. 복지부 장관에게 방금 전화가 왔네. 포지티브 방식과 건강보험공단이 약가를 결정한다는 원칙이 지켜진다는 전제 하에서 다른 세부 정책들은 FTA 틀 내에서 협상할 수 있다고 하네.”[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김현종, 홍성사, 2010, pp 134~136]

김현종 씨가 작년 한미FTA의 협상과정과 소회를 적어 내놓은 책의 일부다. 아마 이러한 부분이 그가 “죽도록 싸웠다”고 말한 내용이리라. 시기상으로 버시바우 대사에게 전화를 할 당시다. 그가 유시민 당시 장관에게 설득하고 있는 – 심지어 판을 깨겠다고 협박 – 내용은 위키릭스의 공개서류에서처럼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한미FTA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주장이다. 그가 여기서 잘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자면, 바로 주권국가의 권리에 해당하는 사항을 FTA 협상 틀에 끌어들이려 한 것일 것이다.

저는 장관 취임 직후 FTA 담당 팀장에게, 약가제도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 문서로 무언가를 약속하거나 구두로 약속한 것을 기록한 문서가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외교부의 관련 문서를 다 뒤졌지만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우리 통상교섭본부 관계자가 미국무역대표부USTR 관계자에게 무언가 우호적인 언급을 했을 수는 있지만, 국제법이나 외교 관례에 비추어볼 때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권을 제약할 수 있는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자의 견해였습니다. 결국 ‘4대 선결조건’에 약가제도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돌베개, 2007년, p 164]

유시민 씨도 주장하다시피 포지티브 방식을 핵심으로 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권”임이 분명하다. 우선 해당 제도는 예산낭비를 없애기 위한 목적이고, 특히 미국의 FTA 틀내에서의 협상이 내정간섭일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외 기업에 비차별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김현종 씨 역시 앞서의 책에서 미국 측에 “프랑스, 호주, 스위스,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가도 도입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왜 우리나라는 도입하지 말라는 것”(p 129)이냐 반문했다고 할 정도로 보편적인 제도다.

제일 큰 고비는 2006년 7월 하순 대통령을 모시고 연 한미 FTA 관계 장관 회의였습니다. 이때는 미국 측이 선별등재제도를 수용할 테니 세부사항을 FTA 틀 안에서 합의하자고 제안했고, 저는 이것이 정책주권 사항이고 국내외 자본에 대한 비차별적 제도이기 때문에 그대로 입법예고 하겠노라고 고집을 부리는 중이었습니다. [중략] 결국 대통령이 정리해주셨지요. 미국이 선별등재제도를 수용한 것은 큰 성과이고, 보건복지부가 핵심을 파악해서 전략적으로 잘 대처했다고 한 것입니다. [중략] 이렇게 해서 보건복지부는 7월 26일 선별등재목록 도입, 제약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 특허 보호기간 만료시 신약의 가격인하, 오리지널 제품과 복제약의 가격 비율 인하 등을 핵심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과 ‘신의료기술 등의 결정 및 조정 기준 개정안’을 60일간 입법예고할 수 있었습니다.[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돌베개, 2007년, p 168]

결국 노무현 前 대통령의 교통정리를 통해 유시민 당시 장관은 미국 측의 “FTA 틀 안에서 합의” 요구를 무시하고 관련제도를 입법예고한다. 흥미로운 것은 입법예고일이다. 해당안의 입법예고는 2006년 7월 26일이었는데 위키릭스에 따르면 김현종 씨는 美대사와 7월 24일 통화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는 우리 정부의 행정행위를 사전에 통지한 셈이다. 요컨대 그 스스로도 정책주권임을 인식하고 있는 사안을 FTA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 시도했고, 이를 입법예고 사전에 미국에 자신의 그러한 노고를 변명한 셈이다.

나는 어느 나라든지 건강보험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려면 비용을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하면서 이것은 우리나라의 주권행사적 사항이라는 사실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중략] 나는 미국 측에 프랑스, 호주, 스위스,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가도 도입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왜 우리나라는 도입하지 말라는 것인지 반문하고, 정당한 국내 정책에 무리하게 왈가왈부하는 것은 반미 감정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좋은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김현종, 홍성사, 2010, p 128]

한겨레 보도로 다시 돌아가자면 기자의 의도가 어떠했는지 몰라도 큰 틀에서 그가 인용부호를 쳐서 보도한 내용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즉, 김현종 씨가 “죽도록 싸웠다”한 부분은 “입법예고가 되지 않도록” 싸운 게 아니라, 사전에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하겠다고 그가 조건으로 내세운 약속을 위한 거였다. 하지만 한겨레의 보도는 타 언론사에 인용 보도되면서 해당 문구가 여과 없이 인용되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엄밀히 파악하지 않은 보도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지양되어야 할 보도태도다.

한미FTA, 한진중공업 투쟁, 그리고 “양심의 자유”

어떠한 당사국도 자국 영역내 당사국 또는 비당사국 투자자의 투자의 설립,인수,확장,경영,영업,운영이나 매각 또는 그 밖의 처분과 관련하여, 다음의 요건을 부과 또는 강요하거나, 이에 대한 약속 또는 의무부담을 강요할 수 없다. [중략] 자국 영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매 또는 사용하거나 이에 대하여 선호를 부여하는 것, 또는 자국 영역에 있는 인으로부터 상품을 구매하는 것.

한글번역본의 번역오류가 알려진 것만 300여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미FTA 협정문의 제11.8조 ‘이행요건’ 조항의 내용이다. 이 문장에도 혹시 번역오류가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일단 그 의미는 크게 어렵지 않다. FTA를 체결한 양 당사국들은 “자국 영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매 또는 사용하거나 이에 대하여 선호를 부여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제11.3조 ‘내국민 대우’와 일맥상통하는 조항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조항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양국의 향후 지방정치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유시민 씨가 지난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놓은 “로컬푸드 무상급식” 건을 보자. 당시 경기도 지사 후보로 나선 유시민 씨는 도내 생산 식자재로 급식을 제공하여 건강과 환경을 챙기겠다고 약속했지만, 바로 위 조항의 “자국 영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 선호”하는 것이기에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협상 당시에도 이와 유사한 많은 지자체 조례가 비합치된다는 분석도 있었다.

한미FTA는 – 기타 대다수의 FTA를 포함하여 – 이밖에도 최혜국대우 원칙, 내국민대우 원칙, 시장접근제한 원칙 등을 통하여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FTA는 문자 그대로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을 넘어서 투자 및 지적재산권 등을 포괄하는 ‘통합된 자유경제지역’을 지향한다. 주의할 점은 ‘내국인/외국인’에서 ‘인(人)’의 권리는 절대다수 자연인이 아닌 법인의 권리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FTA는 단순히 우리의 경제생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와 연관된 모든 제반활동, 정치, 문화, 사회, 노동, 보건, 환경 등에 판단기준이 되어버린다. 요즘 국회에서 무슨 공익적인 조치를 하나 하려해도,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어가는 외교부 통상교섭본부가 WTO나 FTA와 합치되지 않는다고 한마디만 하면 유야무야가 되고 말 정도다. 그런데 FTA로 자유(free)를 부여받은 것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법인, 즉 자본일 뿐이다.

물론 한미FTA에도 이른바 ‘노동장(labor chapter)’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항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조항의 의도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한국의 노동권이 침해됨으로써, 저가상품이 유입되어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게 하려는 미국 노동계의 요구일 뿐이다. 그럼에도 의미 있는 조항이긴 하지만 그마저도 분쟁해결절차가 별로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협정문은 이외에 노동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은 없다.

한진중공업 사태를 보자. 이 사태는 근본적으로 입지 전략이 자유로워진 자본이 경영전략에 따라 입지를 옮겨버리는 바람에, 절대적으로 지리적 이동의 자유가 제약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져 버린 상황에 기인한다. 그런데, 한미FTA는 앞서도 말했지만 자본의 이런 입지이동의 자유를 한층 더 강화한다. 투자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한다는 것에는 타당성도 있을 것이나, 자본 대 노동의 구도로 보면 절대적으로 자본에 유리한 협정이다.

따라서 ‘한미FTA에 각종 독소조항이 있다’는 비판론자의 주장에 ‘다른 FTA도 다 들어있는 조항이다’라는 반박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내재한 FTA의 근본모순을 당연시하는, 하나마나한 반박일 뿐이다. 비판론자들 역시 FTA 자체의 반노동성보다는 한미FTA의 반미적 감성에 의존하였던 실기가 있다. 그럼에도 비판론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FTA가 가지고 있는 근본모순인 자본 대 노동의 권리보호장치의 절대적 비대칭을 계속 환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유시민 씨는 한미FTA 정책에 대한 성찰을 하라는 진보정당의 요구에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요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양심의 자유가 어느 범위까지 확대되는 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반노동자성이 노골적으로 담겨 있는 FTA의 모순을 발견하지 못한 무지를 양심이라 하긴 어려워 보인다. 차라리 보수를 자처하며 FTA를 찬성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부합할지 몰라도 “진보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이가 요구할 자유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진중공업 사태로 가보자. 사측이 노조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필리핀으로 제조기지를 옮겨버린 후 대규모의 배당을 실시한 정황을 비추어 볼 때, 그들은 어떠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경영상의 이유를 인정한다면, 이상적일지 몰라도 노동자도 같이 따라가던지 국내에서 다른 보상을 받아야 한다. 한국 노동자가 한미FTA를 통해 미국에서 미국 노동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트위터에서의 본문에 대한 의견에 따라 본문 일부 수정

출처

한미FTA에서 중재에 대한 각 당사국의 동의 문제에 관해

그러나 ICSID 협약에 가입했다고 하여 회원국이 자신의 영토 내에 투자한 외국 투자자에게 자국을 국제중재판정부에 제소할 권한을 자동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투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투자유치국 정부가 이 건에 대하여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중재가 성립되므로 투자유치국 정부는 원하지 않으면 투자중재절차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회원국들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필요에 따라 특정 교역상대국을 선택, ICSID 등의 국제투자중재 관할권에 대한 사전 동의 조항이 포함된 양자 간 투자협정이나 투자협정이 포함된 FTA를 체결함으로써 투자중재절차를 양국 관계 내에서만 의무화하는 것이다.[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김현종, 홍성사, 2010, p287]

비판자들이 한미FTA의 주요독소조항으로 꼽는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중재절차에 관한 언급이다. 해당절차는 투자자가 – 인용문에서는 “외국 투자자”라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상 투자자 일반 – 자신의 투자가 정당하게 보호받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투자한 나라의 사법권이 아닌 국제중재로 가져갈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는 것이다.

만약 한국에 투자한 미국 투자자(A)가 한국정부(B)에 의해 자신의 투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여겼을 경우, A는 B의 사법권의 3심제도 하에서 재판을 하든지 아니면 한미FTA에 따라 단박에 국제중재로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B가 사법제도를 써먹지도 못한 채 중재로 가면 억울하니 관할권에 대한 동의절차를 둔다는 설명이다.

김현종 씨의 설명을 들여다보면 우선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협약에 가입했을 경우, 투자유치국 정부는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 한미FTA에도 이러한 선택권이 적용되는지가 의문인데, 인용 문구를 읽어보면 “사전 동의 조항이 포함된” FTA를 체결한다고 되어 있어 역시 선택권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제 11.17 조
중재에 대한 각 당사국의 동의
1. 각 당사국은 이 협정에 따라 이 절에 따른 중재에 청구를 제기하는 것에 동의한다.
2. 제1항에 따른 동의와 이 절에 따른 청구의 중재 제기는 다음을 충족한다.
가. 분쟁당사자의 서면 동의를 위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협약 제2장(센터의 관할권)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추가절차규칙의 요건, 그리고
나. “서면 합의”를 위한 뉴욕협약 제2조의 요건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한미FTA 해당조항이다. 찬찬히 읽어보면 2항의 조건을 충족하는 조건 하에서 각 당사국은 중재 청구 제기에 – 자동으로 – 동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김현종 씨의 설명에 따라 ICSID 협약에 의하면 제소 권한이 자동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고 그 협약의 충족이 전제조건이므로 아직 “자동동의”는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3) Consent by a constituent subdivision or agency of a Contracting State shall require the approval of that State unless that State notifies the Centre that no such approval is required.[ICSID CONVENTION, REGULATIONS AND RULES]

한미FTA 본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ICSID 협약 제2장에서의 정부의 승인에 관한 내용이다. 결국 당사자 간의 관할권에 대한 합의는 정부의 승인을 전제로 한다는 내용으로 김현종 씨의 설명과 부합한다. 궁금한 것은 정부의 승인을 전제로 하는 ICSID 협약의 해당문구를 충족하면 1항에 따라 자동 동의로 간주되는 것이 결국 순환논리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표 1> 조항에서의 ‘동의’란, 세계은행(World Bank) 산하 ‘국제투자분쟁처리센터(ICSID)’ 등과 같은 국제중재기관의 관할권을 미리 포괄적으로 동의해 준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협정문의 성격을 결정하는 특징적 내용입니다. 좀 어렵겠지만, 이 조항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중략]
이처럼 센터의 관할권을 국가가 사전에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국제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표 1> 조항은, 국가의 서면 동의가 없으면 센터의 관할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은 국제법 현실에서, 국가가 센터에 관할권을 포괄적으로 사전 부여하는 서면 동의 조항입니다.[“프랑켄슈타인과의 동거 계약서”]

한미FTA의 대표적인 비판론자인 송기호 변호사의 설명이다. “센터의 관할권을 국가가 사전에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국제법은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FTA의 해당조항은 관할권을 사전 부여하였다는 주장이다. 적어도 제 11.17 조 1항으로 판단하자면 맞는 말 같다. 2항의 충족조건의 순환논리(?)에 대한 공부가 더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파고들수록 어렵구나.

한미FTA에서의 수용시의 보상금액에 대해

그날 내게 던진 대통령과 문 실장의 질문은 보통 때보다 더 날카로웠고 세부 사안까지 일일이 챙겼다. 투자 분야에서 정부 조치가 간접수용으로 간주되었을 때 보상금액에 기대이익을 포함하는지 아닌지 물었다. 나는 기대이익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어느새 네 시간이 지났다.[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김현종, 홍성사, 2010, p218]

WTO에 근무하다 노무현 정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김현종 씨는 참여정부의 FTA의 첫 대상국을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꾼 후, 스스로 통상교섭본부장이 되어 협상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통상교섭본부는 1998년 3월 단행된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각 정부 부처들의 통상교섭 기능이 통합돼 외교통상부로 개편되면서 외교부 내에 통상협상 전담조직으로 설립됐다. 당초 권한이 그리 강하지 않았던 이 기구는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현종 씨에게 전권을 주다시피 하면서 권한이 크게 강화되었다.

인용한 책을 읽어봐도 본부장인 김현종 씨의 재량권이 무척 넓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인용한 부분은 그 와중에 2007년 3월 31일 김현종 씨가 대통령과 문재인 비서실장 앞에서 협상경과를 보고하는 자리에 관한 묘사다. 김현종 씨는 네 시간에 이르는 보고에서의 보고내용에 대해선 위와 같이 간접수용에서 보상금액의 기대이익 포함 여부에 관한 보고만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김현종 씨는 대통령의 질문에 “기대이익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한 걸로 회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과연 이것이 사실인지 의심스러웠다.

“간접수용”이라 함은 명의의 공식적 이전 또는 명백한 몰수를 통하여 투자가 국유화되는 직접적 수용과 달리, 일련의 행위가 앞서의 행위 없이 직접수용에 동등한 효과를 가지는 경우를 말한다. 수용에 대한 이러한 광범위한 해석 자체도 독소조항으로 간주되는데(또한 이미 간접수용에서 피해자가 측정할 수 있는 것은 기대이익일 수밖에 없거니와), 노 전 대통령이 물은 내용은 그러한 수용의 보상이 수용하지 않았을 경우 향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이익을 반영한 것이냐는 질문이었고, 김현종 씨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a) be paid without delay;
(b) be equivalent to the fair market value of the expropriated investment immediately before the expropriation took place (the date of expropriation);
(c) not reflect any change in value occurring because the intended expropriation
had become known earlier; and
(d) be fully realizable and freely transferable
가. 지체 없이 지불되어야 한다.
나. 수용이 발생하기(수용일) 직전의 수용된 투자의 공정한 시장가격과 동등하여야 한다.
다. 수용 의도가 미리 알려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가치의 변동을 반영하
지 아니하여야 한다. 그리고
라. 충분히 실현가능하고 자유롭게 송금가능하여야 한다.

보상의 방법에 관한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영문본국문본 해당부분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용이 발생하기(수용일) 직전의 수용된 투자의 공정한 시장가격과 동등(equivalent to the fair market value of the expropriated investment immediately before the expropriation took place (the date of expropriation))”하여야 한다는 부분이다. 김현종 씨는 이 부분에서의 “공정한 시장가격”에 “기대이익”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간주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가격은 암묵적으로 미래의 기대이익을 현재가치에 반영하고 있다.

소득평가를 사용한 특정한 원유 그리고/또는 가스 생산시설에 대한 공정한 시장가격의 측정은 현재가치요소의 사용 또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시장에서 자산에 대해 제안하는 것에 부합하는 가치까지 환원할 할인율이 필요하다.
Estimation of the fair market value of specific oil and/or gas producing properties, using an income valuation, requires the use of a present value factor, or discount rate, that reduces future cash flows to a value commensurate with that which would be offered for the property in the marketplace.[출처]

한미FTA 본문에는 “공정한 시장가격”에 대한 측정방법 또는 기타 상세한 정의는 따로 있지 않다. 하지만 예로 미국의 투자회사가 국내의 민영화 사업의 영업권을 땄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업이 직접 또는 간접 수용되었을 경우 그들이 제시할 수 있는 시장가격은 결국 향후 기대되는 영업이익에 대한 청구권이 될 것이다. 부동산의 경우에도 시장가격이란 결국 향후 임대수익에 대한 현재가치에 가깝다. 이는 제조업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른 FTA의 과거 사례를 보아도 이러한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는 1997년 4월 캐나다의회가 미국의 에틸사(Ethyl Corporation)가 생산한 벤진첨가제(MMT)가 환경 및 건강에 유해하다고 판정해, 이의 수입과 운송을 금지시킨 조치에 대한 에틸사의 대(對)캐나다 제소사건이다. 에틸사는 이런 조치가 향후 예상 이득에 대한 수용이자 기업 명망성에 대한 훼손이라는 이유로 북미자유협정(NAFTA)에 의거해 캐나다정부를 상대로 2억5천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결국 1998년 6월 캐나다정부는 수입금지 조치를 철회하고 천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해야만 했다.[한미FTA 국민보고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연구단 엮음, 2006년 12월, 도서출판 그린비, p520]

NAFTA 지역내에서 캐나다와 미국의 에틸사간에 벌어진 소송에 관한 이야기다. 에틸사로서는 벤진첨가제의 수입을 막는 캐나다의 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는 부분은 당연히 실현이익이 아닌 향후 기대이익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정당하게(!) “이런 조치가 향후 예상 이득에 대한 수용”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에틸사의 주장은 NAFTA가 “공정한 시장가격”에 대해 한미FTA보다 더 강화된 조항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NAFTA 본문을 보면 한미FTA와 다른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2. Compensation shall be equivalent to the fair market value of the expropriated investment immediately before the expropriation took place (“date of expropriation”), and shall not reflect any change in value occurring because the intended expropriation had become known earlier. Valuation criteria shall include going concern value, asset value including declared tax value of tangible property, and other criteria, as appropriate, to determine fair market value.
3. Compensation shall be paid without delay and be fully realizable.
[NAFTA Article 1110: Expropriation and Compensation]

‘유시민, 신념과 공약 사이의 화해할 수 없는 모순’에 관한 보론

SNS가 발달하다보니 블로그의 글에 대한 반응을 그곳에 적으시는 분들도 많다. 앞서의 글 ‘유시민, 신념과 공약 사이의 화해할 수 없는 모순’에 대해서도 트위터나 미투데이에 의견들이 올라와 있다. 그 중에 같이 공유할만한 댓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러면 이것과는 왜 얘기가 다를까요[원문보기]

이것이란 다음 기사를 말한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2일 타결된 자유무역협정(FTA)협상에서 FTA 원칙에 위배되는 미국의 주(州)정부법과 한국의 자치단체 조례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이른바 ‘포괄유보’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FTA] 美 주정부법·韓 지방조례 FTA원칙 위배돼도 유지]

즉, 이 유보조항에 따라 ‘학교급식 지원시 국내 농ㆍ수ㆍ축산물을 우선 사용한다’는 조례가 지켜질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신 것이다. 일면 타당하지만 문제는 유보할 수 있는 조례는 적어도 이미 재정된 조례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비합치조치 자체는 ‘현행유보’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협정 당시 존재하고 있는 ‘비합치조치’만 개방대상에서 제외되고, 그 이후에 발생하는 조치는 원칙적으로 협정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한미FTA 비합치조치 미국이 부담?]

또한 앞서 제주도의 사례에서도 보았다시피, 중앙부처 혹은 지자체의 행정담당자들은 한미간 합의에 따라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조례마저도 폐지하는 짓을 저지르고 있다. 지레 겁을 먹고 차별금지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미투데이에서의 댓글이다.

유시민의 로컬푸드 급식 공약이 FTA와 배치된다며 제주도 급식 조례를 언급한다. 근데 이미 몇 년 전 대법에 전북 조례가 가면서 문제가 되어 다들 ‘우리’ 농산물이 아닌 ‘(유전자 변형 등 없고 역추적 가능한) 우수’ 농산물식으로 표현을 바꿔 시행하는 걸로 알고 있다. 로컬푸드 운운 하는 건 좀 정치적 어필 가능성이 있겠지만, 포스팅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완전 불가능한데 뻐꾸기 날리는 건 아니라고 본다.[원문보기]

말씀하시는 취지, 그리고 서울시 의회가 취한 조치는 제주도가 취한 조치와 맥락이 같다. 결국 ‘우리 농산물’이란 표현을 쓰지 못하니 ‘우수 농산물’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한 것이다. 즉, 유시민 씨가 쓴 ‘로컬푸드’란 표현은 쓸 수가 없다는 의미다.

서울시 의회는 이날 오후 열린 제172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학급급식지원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재석의원 81명 중 78명이 찬성해 가결됐다고 밝혔다. 2005년 3월 급식조례가 제정됐지만 음식재료를 ‘국내산 농·수산물’로 한정해 ‘국제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3년 가량 시행되지 못했다. 개정 조례안은 학교급식 재료를 ‘국내산 농·수산물’로 한정했던 내용을 없애는 대신 ‘우수 식재료’를 사용하도록 하되, “유전자 변형이 되지 않은 안전하고 신선한 농·축·수산물과 이를 원료로 해 제조, 또는 가공된 식품으로서 공급과 유통이 투명해 그 경로를 역순으로 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서울 ‘우수재료 급식’ 내년부터 공급]

유전자 변형이 되지 않은 것을 쓰겠다느니, 신선한 재료를 쓰겠다느니 백날 이야기해봤자 결국 WTO와 FTA 때문에 ‘우리’, ‘로컬’이란 식의 “불공정한” 표현은 쓰지 못하는 것이다. 그 표현이 정 쓰고 싶으면 ‘지구촌 로컬푸드’라고 쓰면 된다.

유시민 씨 선거 캠프가 트위터도 하니까 궁금하신 사항 있으면 물어보시면 될 것 같다.

유시민, 신념과 공약 사이의 화해할 수 없는 모순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는 12일 “급식지원센터를 세워 로컬푸드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략] 유 후보는 “이천에는 2만5000명의 초·중학교 학생들이 있고, 3만여 명의 농업생산과 유통 종사자들이 있다”며 “양쪽을 경기도 로컬푸드 급식으로 연결하고, 도내 생산 식자재로 급식을 하면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유시민, “로컬푸드 무상급식 확대하겠다”]

유시민 씨의 공약이다. 아주 바람직하다. 무상급식과 이에 연계되는 건강한 먹거리, 환상의 조합이다. 문제는 그로서는 실현불가능한 공약이라는 점이다. 그가 한계로 들고 있는 예산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의 정치신념이다.

유 전 장관은 [중략] 5당 연쇄 초청 토론회’에서 “지방선거는 모든 쟁점이 다 반영되는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입장이) 다른 것은 내버려 둘 수 있는 선거”라며 “한미FTA, 해외파병 등 지자체와 직접 관계는 없지만 각 정파 사이에 갈등을 초래하는 이슈는 못 본 척 하고 놔두자”면서 야권의 정책연대에 근거한 선거연합을 강조했다.[“혼인하기로 마음먹으면 혼수는 별거 아냐”]

유시민 씨는 한미FTA가 지자체와 “직접”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치부하였다. 하지만 그가 공약으로 내놓은 무상급식 계획, 그 중에서도 로컬푸드 급식은 한미FTA와 매우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한미FTA는 바로 그와 같은 “불공정”를 매우 싫어하기 때문이다.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승인이 이루어지면 한국으로 수출되는 미국 농산물의 거의 3분의 2가 지체 없이 면세품이 됩니다. 식량과 농수산물에 대한 지극히 높은 관세를 제거함으로써 이런 생산품들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이 제공되고, 여기 노쓰다코다의 우리 생산물의 한국시장에 대한 경제적 안정을 확보할 것입니다.” North Dakota Agriculture Commissioner Doug Goehring [ND Ag Commissioner Backs South Korea Free Trade Agreement]

미국의 한 농업이익단체 대표의 이 바람은 헛된 바람이 아니다. 그의 말대로 농산물에 대한 무관세가 가지는 위력도 클 뿐 아니라 유시민 씨의 생각은 일단 WTO또는 국제관습법상 ‘차별대우  금지’ 또는 ‘최소기준 대우’에 따라 무력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 관료들은 유시민 씨와 같은 생각이 WTO, 자유무역협정, 국제관습법 등에서 보호해주고 있는 투자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한미FTA는 최소기준 대우를 명문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종전 시행되고 있는 ‘제주도 친환경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사용에 관한 지원 조례’를 폐지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제주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될 경우 현재 시행 중인 ‘친환경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사용에 관한 지원 조례’는 비합치 조례로 분류돼 폐지될 수밖에 없어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으로 명칭과 내용을 바꿨다고 설명했다.[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조례 폐지 논란]

상황이 이런데 유시민 씨는 한미FTA는 지자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모순되게도 로컬푸드를 통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둘 간에 어떠한 모순이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아니면 모른 척 하는 것인가?

어쨌든 한미FTA에 대한 국민참여당의 입장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도 홈페이지 어디에 가도 한미FTA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찾을 수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잇겠다는 정당이 그의 최대 추진과제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유시민 후보도 3일 기자간담회에서 “참여정부의 국무위원이었고 협상 당시 보건분야를 지휘했던 내가 한미 FTA 반대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하루 빨리 정부가 비준안을 국회에 이송해 이번 국회에서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가세했다.[‘이명박+5’, “한미FTA 비준 처리해야”]


‘유시민, 신념과 공약 사이의 화해할 수 없는 모순’에 관한 보론

한미FTA에 대한 미국 농업단체 관계자의 의견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승인이 이루어지면 한국으로 수출되는 미국 농산물의 거의 3분의 2가 지체 없이 면세품이 됩니다. 식량과 농수산물에 대한 지극히 높은 관세를 제거함으로써 이런 생산품들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이 제공되고, 여기 노쓰다코다의 우리 생산물의 한국시장에 대한 경제적 안정을 확보할 것입니다.”
“Approval of the Korean Free Trade Agreement would cause almost two-thirds of the U.S. farm products exported to Korea to become duty free immediately. Eliminating the extremely high tariffs on food and agriculture products makes these products more affordable to Korean consumers while offering economic stability in the Korean market for our producers here in North Dakota.”[원문보기]
North Dakota Agriculture Commissioner Doug Goeh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