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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에서의 수용시의 보상금액에 대해

그날 내게 던진 대통령과 문 실장의 질문은 보통 때보다 더 날카로웠고 세부 사안까지 일일이 챙겼다. 투자 분야에서 정부 조치가 간접수용으로 간주되었을 때 보상금액에 기대이익을 포함하는지 아닌지 물었다. 나는 기대이익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어느새 네 시간이 지났다.[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김현종, 홍성사, 2010, p218]

WTO에 근무하다 노무현 정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김현종 씨는 참여정부의 FTA의 첫 대상국을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꾼 후, 스스로 통상교섭본부장이 되어 협상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통상교섭본부는 1998년 3월 단행된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각 정부 부처들의 통상교섭 기능이 통합돼 외교통상부로 개편되면서 외교부 내에 통상협상 전담조직으로 설립됐다. 당초 권한이 그리 강하지 않았던 이 기구는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현종 씨에게 전권을 주다시피 하면서 권한이 크게 강화되었다.

인용한 책을 읽어봐도 본부장인 김현종 씨의 재량권이 무척 넓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인용한 부분은 그 와중에 2007년 3월 31일 김현종 씨가 대통령과 문재인 비서실장 앞에서 협상경과를 보고하는 자리에 관한 묘사다. 김현종 씨는 네 시간에 이르는 보고에서의 보고내용에 대해선 위와 같이 간접수용에서 보상금액의 기대이익 포함 여부에 관한 보고만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김현종 씨는 대통령의 질문에 “기대이익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한 걸로 회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과연 이것이 사실인지 의심스러웠다.

“간접수용”이라 함은 명의의 공식적 이전 또는 명백한 몰수를 통하여 투자가 국유화되는 직접적 수용과 달리, 일련의 행위가 앞서의 행위 없이 직접수용에 동등한 효과를 가지는 경우를 말한다. 수용에 대한 이러한 광범위한 해석 자체도 독소조항으로 간주되는데(또한 이미 간접수용에서 피해자가 측정할 수 있는 것은 기대이익일 수밖에 없거니와), 노 전 대통령이 물은 내용은 그러한 수용의 보상이 수용하지 않았을 경우 향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이익을 반영한 것이냐는 질문이었고, 김현종 씨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a) be paid without delay;
(b) be equivalent to the fair market value of the expropriated investment immediately before the expropriation took place (the date of expropriation);
(c) not reflect any change in value occurring because the intended expropriation
had become known earlier; and
(d) be fully realizable and freely transferable
가. 지체 없이 지불되어야 한다.
나. 수용이 발생하기(수용일) 직전의 수용된 투자의 공정한 시장가격과 동등하여야 한다.
다. 수용 의도가 미리 알려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가치의 변동을 반영하
지 아니하여야 한다. 그리고
라. 충분히 실현가능하고 자유롭게 송금가능하여야 한다.

보상의 방법에 관한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영문본국문본 해당부분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용이 발생하기(수용일) 직전의 수용된 투자의 공정한 시장가격과 동등(equivalent to the fair market value of the expropriated investment immediately before the expropriation took place (the date of expropriation))”하여야 한다는 부분이다. 김현종 씨는 이 부분에서의 “공정한 시장가격”에 “기대이익”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간주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가격은 암묵적으로 미래의 기대이익을 현재가치에 반영하고 있다.

소득평가를 사용한 특정한 원유 그리고/또는 가스 생산시설에 대한 공정한 시장가격의 측정은 현재가치요소의 사용 또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시장에서 자산에 대해 제안하는 것에 부합하는 가치까지 환원할 할인율이 필요하다.
Estimation of the fair market value of specific oil and/or gas producing properties, using an income valuation, requires the use of a present value factor, or discount rate, that reduces future cash flows to a value commensurate with that which would be offered for the property in the marketplace.[출처]

한미FTA 본문에는 “공정한 시장가격”에 대한 측정방법 또는 기타 상세한 정의는 따로 있지 않다. 하지만 예로 미국의 투자회사가 국내의 민영화 사업의 영업권을 땄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업이 직접 또는 간접 수용되었을 경우 그들이 제시할 수 있는 시장가격은 결국 향후 기대되는 영업이익에 대한 청구권이 될 것이다. 부동산의 경우에도 시장가격이란 결국 향후 임대수익에 대한 현재가치에 가깝다. 이는 제조업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른 FTA의 과거 사례를 보아도 이러한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는 1997년 4월 캐나다의회가 미국의 에틸사(Ethyl Corporation)가 생산한 벤진첨가제(MMT)가 환경 및 건강에 유해하다고 판정해, 이의 수입과 운송을 금지시킨 조치에 대한 에틸사의 대(對)캐나다 제소사건이다. 에틸사는 이런 조치가 향후 예상 이득에 대한 수용이자 기업 명망성에 대한 훼손이라는 이유로 북미자유협정(NAFTA)에 의거해 캐나다정부를 상대로 2억5천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결국 1998년 6월 캐나다정부는 수입금지 조치를 철회하고 천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해야만 했다.[한미FTA 국민보고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연구단 엮음, 2006년 12월, 도서출판 그린비, p520]

NAFTA 지역내에서 캐나다와 미국의 에틸사간에 벌어진 소송에 관한 이야기다. 에틸사로서는 벤진첨가제의 수입을 막는 캐나다의 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는 부분은 당연히 실현이익이 아닌 향후 기대이익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정당하게(!) “이런 조치가 향후 예상 이득에 대한 수용”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에틸사의 주장은 NAFTA가 “공정한 시장가격”에 대해 한미FTA보다 더 강화된 조항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NAFTA 본문을 보면 한미FTA와 다른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2. Compensation shall be equivalent to the fair market value of the expropriated investment immediately before the expropriation took place (“date of expropriation”), and shall not reflect any change in value occurring because the intended expropriation had become known earlier. Valuation criteria shall include going concern value, asset value including declared tax value of tangible property, and other criteria, as appropriate, to determine fair market value.
3. Compensation shall be paid without delay and be fully realizable.
[NAFTA Article 1110: Expropriation and Compens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