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ICSID

베네수엘라의 엑손모빌 자산 국유화 조치에 대한 국제중재 결과의 함의

서구의 석유회사와 베네수엘라의 대중주의적 대통령 간의 최근의 한판 싸움에서, 대부분은 엑손모빌을 패자로 여기고 있는데, 파리의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 ICC)가 그들의 유전지대가 국유화된 이후, 이 세계에서 제일 큰 석유회사는 그들이 요구하는 손실의 대부분을 보상받지 못하는 것으로 판결 내렸기 때문이다.

“ICC는 엑손이 원한 돈의 10%만 인정했지요.” 차베스가 최근 말했다. “당신들은 당신들이 알아서 결정을 내리세요.”

[중략]

“엑손은 그들의 [최초의] 투자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현재의 프로젝트의 가치(the value of the project)는 인정받지 못했어요.” 독립적인 에너지 분석가 크리스 넬더가 알자지라에게 한 말이다. 회사는 120억 달러를 요구했는데, 이는 2007년 오링코 벨트에서의 중유 자산이 국유화당한 이후의 잠재적인 미래수입의 손실분과 다른 비용 등을 감안한 것이다.

[Exxon ‘Loses’ Venezuela Nationalisation Case]

2007년 차베스 정부는 새로운 석유법을 제정했는데, 이 법에 따르면 외국의 석유회사들은 베네수엘라의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레우스데베네수엘라(Petroleos de Venezuela : PDVSA)의 소수 지분 파트너가 되어야 했다. 엑손과 또 하나의 미국기업 코노코필립스는 이를 거부했고 베네수엘라에서 추방당해야 했다. 하지만 쉐브론텍사코를 비롯한 대부분의 석유회사들은 그대로 남아 PDVSA의 파트너가 되었는데, 퇴출비용이 너무 크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엑손모빌은 세계 최대의 석유기업이라는 자존심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베네수엘라의 자산이 PDVSA와 나누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였는지, 어쨌든 ICC에 해당 건을 회부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외의 패배였다. 다만, 위 인용문의 에너지 분석가 크리스 넬더가 ICC의 판결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을 하지 못한 것 같은데 블름버그의 기사에 따르면 ICC가 엑손의 몰수된 자산에 대해 미래가치를 계산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엑손의 기대보다 적게 계산했을 뿐이다.

“ICC의 결정은 매우 제한적이었는데 1997년 PDVSA와 엑손이 맺은 계약에 근거한 결정일 뿐입니다. 인정된 9억7백만 달러는 가치측정(valuation)이 아니라 2035년까지 이 사업으로부터 배럴당 27달러의 – 1997년의 가격 – 미래현금흐름인, 엑손이 손실을 입고 기대하는 것에 비해서 과도하게 할인된(discounted) 금액입니다.” 변호사이자 카르카스 자본시장의 수석 채권 트레이더인 러스 달렌의 말이다.[Chavez Calls Exxon’s Venezuela Arbitration Demands ‘Crazy’]

하지만 엑손모빌은 또 하나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 한다. 바로 한미FTA 이슈로 인해 우리에게도 어느새 친숙한 존재가 되어버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 ICSID)다. 소송에 매우 익숙한 기업인지라 한 곳만이 아닌 다양한 중재기구를 활용하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양측 모두 ICC보다는 엑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하는 모양이다. 차베스는 이미 “ICSID의 여하한의 결정에 불복하겠다”고 천명했다.

여기서 의미를 곱씹어볼 것은 첫 번째 인용문의 ‘프로젝트의 가치(the value of the project)’, 두 번째 인용문의 ‘가치측정(valuation)’이 가지는 의미다. 이 표현은 한미FTA에서의 ‘공정한 시장가격’과 유사해 보인다. 한미FTA에서는 여하한의 국가의 수용이 있을 경우 “수용이 발생하기(수용일) 직전의 수용된 투자의 공정한 시장가격과 동등”한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 시장가격이라 함은 기대 현금흐름이 반영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앞서의 두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참여정부 시절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현종 씨는 그의 저서 에서 이 개념에 관해 언급한다. 그가 소개한 일화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간접수용 시 기대이익이 포함되는지를 물었다. 김현종 씨는 기대이익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대답하였다. 여기에서 기대이익은 무엇일까? 바로 ‘공정한 시장가격’의 구성요소, 더 정확히는 투자자가 기대하는 미래 현금흐름을 의미한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김현종 씨가 대통령에게 잘못된 사실을 알렸다고 판단한다.

엑손모빌과 베네수엘라의 분쟁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무상으로 몰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정부에 의한 국유화나 수용과 같은 공익을 위한 처분은 개별협약에 의해서든 또는 한미FTA와 같은 포괄적인 국가간 협약에 의해서든 그 수용에 대한 가격을 정해놓게 마련이다. PDVSA는 엑손과 개별협약을 통해 배럴당 27달러로 미래현금흐름을 고정시켜 놓은 – 결과적으로 유리한 – 계약을 체결했고, 한미FTA에서는 ‘공정한 시장가격’이라는 개념을 담은 협약을 발효할 예정이다.

어느 쪽이 더 똑똑한가?

독일의 핵폐기 전략과 관련한 국제중재 소식과 그 의미

슈피겔 : 십억 유로 소송에 직면한 단계적 핵폐기

한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의 에너지 기업 바텐팔(Vattenfall)이 독일정부를 고소할 계획인데, 이는 독일의 핵발전소에 대한 단계적 폐지와 관련된 대규모의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서이다. 바텐팔은 전에 한번 성공적으로 독일정부와 겨룬 일이 있었다.

올봄 일본 후쿠시마의 핵재앙에 즈음하여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독일에서의 핵에너지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재빨리 결정했을 때, 많은 이들은 이 정책이 법정에서 끝을 맺으리라는 사실을 예상하고 있었다.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의 수요일판의 보도에 따르면, 바텐팔은 독일정부에 대하여 십억 유로의 소송을 제기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송은 워싱턴D.C.에 있는 국제분쟁해결센터(the International Center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 ICSID)에 제기될 예정라고 신문은 전하고 있다.

내부자가 한델스블라트에 전한 바에 따르면 바텐팔의 변호사들은 이미 고소장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한다. 회사는 단지 그들이 “핵에너지로부터의 탈피에 따른 보상”을 기대한다고만 기사에 말했다. 바텐팔은 브룬스뷔펠(Brunsbüttel) 핵발전소에 66.7%의 지분을, 크륌멜(Krümmel) 핵발전소에는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은 모두 함부르크(Hamburg) 근처에 있다. 이 회사는 또한 두 발전소의 운영사이기도 한데, 둘 다 현재 웹사이트는 없다.

메르켈 정부는 2010년 가을,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öder)가 이끈 중도좌파 정부가 계획한 단계별 핵폐기의 데드라인을 넘어서 독일의 핵원자로의 생명을 연장키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비극 이후, 메르켈의 친핵적인 과정은 정치적으로 연장되기 어려웠고 그는 재빨리 그 과정을 뒤집는다. 몇몇 원자로 — 바텐팔이 운영하는 두 개를 포함하여 — 2022년에 완결하는 것으로 예정한 새로운 단계적 폐지 계획에 따라 즉각 폐쇄됐다.

6월, 회사는 두 발전소의 폐쇄와 관련한 손실의 “공정한 보상”을 요구했고 법률소송을 암시했다. 독일 핵원자로의 다른 운영사들도 그 당시 비슷한 의도를 알려왔다. RWE 와 E.on은 이미 핵발전소 세금에 관해 연방정부를 고소한 상태다.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바텐팔의 시각으로 보면, 핵발전소를 포기하는 독일정부의 결정은 그들 자산의 가치를 파괴시키는 것이었다. 예전 발전소의 운영주기를 연장시킬 것이라는 계획을 신뢰하였기에, 회사는 두 시설에 7억 유로를 투자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 투자는 이제 가치가 없다. 다른 여섯 개의 원자로 역시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4월 11일의 그 주에 즉시 폐쇄되었다.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바텐팔은 본사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보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재산권 개입에 대한 조인국의 해외투자자들을 보호해주는 에너지헌장조약(Energy Charter Treaty ; ECT)의 투자규칙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약문에 보면, 여기에는 투자자의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fair and equitable treatment)”가 포함되어 있다.

이 스웨덴 기업은 이미 2009년에도 독일정부를 상대로 ICSID에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바텐팔은 함부르크-무부르크(Hamburg-Moorburg)의 석탄화력 발전소에 대해 강화된 환경규정에 소를 제기했는데, 이자를 포함한 손실 14억 유로를 청구했다. 2010년 법정 바깥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

출처 : 슈피겔

투자 중에서도 발전소 사업은 대규모의 자금조달, 장기의 투자회수 기간, 국제적인 규모의 투자에 따른 폴리티컬리스크 등 투자 사업이 가질 수 있는 주요한 리스크를 모두 망라하는 투자형태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사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에너지헌장조약과 같은 투자위험을 최소화해주어,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각종 유인책이 마련되곤 한다.

바텐팔에게 있어 메르켈 정부의 결정은 정확하게 폴리티컬리스크에 해당한다. 이전의 단계적 핵폐기 전략을 수정한 우파 정부의 정책결정을 믿고 발전소 사업에 투자했던 바텐팔은 갑작스런 정책변경에 따라 수익창출의 기회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연히 이 사안의 일차적인 책임은 정책의 일관성을 잃어버린 메르켈 정부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태라는 사상 초유의 비극이 핵발전소가 많은 특정국에 주는 충격을 감안하면, 그 결정을 마냥 비합리적이라거나 표를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고만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는 “공익에 따른 수용”에 해당할 것이고 이는 전 세계 법체계 모두에서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문제는 폐쇄될 공익시설이 市場化되어 있는 상황이다.

정부지출의 일종의 부외금융(off-balace financing)에 해당하는 민영화가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공익시설의 민영화는 어느 정도 정부채권의 변종형태에 해당하지만, 비극은 이렇게 정부가 그 채권의 지불을 중단할 때 발생한다. 그리고 비극은 그 보상이 에너지헌장조약이나 FTA처럼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각종조항이 존재할 경우 한층 배가된다.

결국 이 사태에서 – 또는 다른 사례에서 – 어느 일방을 도덕적으로 매도하기는 쉬우나 그 사태의 본질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초국적으로 움직이는 자본의 존재, 그 자본의 자유를 보장하는 각종 조약, 행정권역이 제한된 국민국가의 존재, 사법적 판단의 초국적 상태 등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 이전과는 매우 다른 낯선 풍경 말이다.

볼리비아 정부, 2007년에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에서 탈퇴

한미FTA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은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 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에서 진행된다.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대안무역 조약 ALBA(이 행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의 멤버인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니카라과는 지난 2007년 이 기구의 탈퇴를 선언했다(지난번 호주는 향후의 조약에 ISD를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던 바, 이 조치는 더욱 급진적이다). 해당 기구가 기업 편향적으로 판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볼리비아의 경우를 들어 살펴보겠다.(원문은 여기로)

1. 다국적 기업들(Multinationals)이 국가에 도전하는, 편향된 중재 재판소이기 때문이다. 232개의 중재 케이스 중에서, 230개가 초국적기업들(Transnational Corporations)이 국가에 대해 제기한 건이다.
2. 밀실에서 진행되어, 거역할 수 없는 자기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결정을 내리는 재판소이기 때문이다. 110개 케이스 중에 2개만이 일반에 공개되었다.
3. 개발도상국에 너무 비싼 재판소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변호사들은 시간당 800달러를 벌 수 있다. 변호사 수수료, 여행비, 전문가를 포함하여 한 국가에 소요되는 작은 경비만 하더라도 3백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
4. 다국적기업들이 투자에 대한 손실뿐 아니라 미래의 예상손실까지도 포함한 수백만 달러를 청구하는 재판소이기 때문이다. 36%의 케이스가 초국적 기업에 유리하게, 34%가 다국적기업들에게 유리하게, 30%만이 다양한 이유로 무효화되었다. 매우 드물게 국가가 승소했는데, 그들은 초국적기업들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했다.
5. 세계은행이 ICSID 프로세스에서 판사와 배심원을 겸하기 때문이다. CIF(Climate Investment Funds)를 통해 세계은행은 다국적기업이 주도하는 많은 민영화 사업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민영화된 La Paz/El Alto의 상수회사 Aguas del Illimani의 경우 CIF를 통한 세계은행의 지분이 회사주식의 8%였다. 이 재판소는 세 명의 중재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국가와 초국적기업에서 각각 한 명), 세 번째 중재인은 종종 세계은행 총재가 지명한다.
6. ICSID협정은 볼리비아 안에서의 모든 기업은 “자국의 회사로 간주하고 공화국의 국적성, 법률, 권위에 종속해야 한다”는 볼리비아의 헌법을 위반하여 체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기업이나 외국인은 볼리비아의 법률을 준수하여야 하며, 예외적 특권을 주장하거나 외교적 채널에 호소할 수 없다”로 반복된다.

“우리는 개선을 요구하기보다 탈퇴하겠다. 왜냐하면 개혁은 시간이 걸리고 우리는 불평등한 제도로부터 자유롭고 싶기 때문이다.”

ICSID에서의 볼리비아의 경험

* 볼리비아는 이미 미국의 다국적기업 벡텔이 코차밤바의 물전쟁 동안에 내쫓긴 이후 2천5백만달러에서 1억 달러에 달하는 볼리비아에 대한 소송에서 고통을 받아왔다. 벡텔은 단지 네덜란드에 우편주소가 하나 있다는 사실만 가지고 볼리비아와 네덜란드 간에 체결된 상호투자협정을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거대한 국제적 활동가 캠페인을 통해서만이 벡텔을 물리칠 수 있었다.
* 이탈리아의 다국적기업 ETI 텔레콤은 2007년 4월 30일 ICSID에 이전에 국유기업이었던 통신회사를 국유화하는 결정에 관해 볼리비아 정부와 협상 중이라고 통보했다. 이는 회사가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간주할 경우, 6개월 이내에 법률절차를 개시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또 한 번 이 소송은 볼리비아-네덜란드 BIT 하에 진행된다. “당신들이 파트너십이고 당신이 이혼하고 싶다고 말할 때에, 당신은 재판을 걸 수 없다. 당신이 속였다는, 그리고 국내에서의 위반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ICSID에서는 이혼을 원하기만 하면, 회사는 투자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다.
* 2005년 초, 국유광산기업 중 하나인 Quiborax는 ICSID 하에 법적 행동에 들어간다. 이 회사는 볼리비아 남부 우유니에서의 보호지역에 불법적인 채굴권을 취득했다. 거대한 조직행동이 있고서, 양허계약은 취소되었다. 이 회사는 국유회사였지만 볼리비아에게 법적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칠레의 주주가 자리잡고 있었다.

볼리비아는 세계은행을 떠나려는 것인가? 이는 볼리비아가 국제기구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이야기인가?

“볼리비아는 세계은행을 떠나려는 것이 아니다. 세계은행은 다섯 개의 부문이 있음을 명심하라. : 둘은 신용관련, 하나는 외국인투자 보증 관련, 하나는 외국인투자 조달 관련, 그리고 하나는 중재관련이다. 우리는 여전히 IBRD, IDA와 일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이 동시에 판사이자 배심원일 수는 없다…”

“월포위츠가 사임하는 것보다 더 큰 이슈가 있는데 그것은 세계은행이 갈 길을 잃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은행은 큰 변혁이 있어야 한다. 세계은행은 민영화와 같은 조건이 배제된 상태에서의 개발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고 ICSID와 같은 기관이 자리잡고 있는 외국인 투자를 보호해서는 안 된다.”

“다행이도 우리는 IMF와 다시는 스탠바이 협정을 맺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자금을 얻기 위해 그런 기관들의 조건에 복종하여야 하는 사고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는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남미은행과 (거시경제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남미펀드의 설립을 지지한다. 그러나 그러한 기관들은 특정 조건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2007년 4월 2일, 볼리비아는 공식적으로 세계은행에 ICSID에서 탈퇴한다는 결정을 통보했다. 볼리비아는 현재의 케이스에 적용하기 위해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고 11월 2일 개시될 케이스도 존중할 것이다. 정부는 그 다음엔 공정한 중재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두 가지 영역에서 노력할 것이다.

1. 기업들과의 새로운 계약은 중재의 형태를 구체화할 것이다. 몇몇 대안이 있을 것인데, 상공회의소의 중재인들이 있을 수 있다.
2. (볼리비아가 체결한 24개의) 상호투자협정의 갱신(보통 10년)이 임박함에 따라, 볼리비아 정부는 특별히 ICSID가 통상 언급된 조항을 재협상하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기꺼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보호할 것이다. 그러나 균형 잡히고 국내 법률에 근거한 헌법에 부합하는 투자조약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볼리비아는 또한 다국적기업들의 거대한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고 인민과 국가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ICSID를 종결시키기 위한 국제적 캠페인을 일으킬 것이다.”

정부는 외국인투자자들과의 어떠한 관계를 원하는가?

“우리는 타당한 관계를 원한다.”

현재의 투자조약은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1. 투자자란 무엇인가? 대부분 돈을 가져와서 공장 등에 투자하는 이들로 해석하고 우리는 이를 보호하고 싶다. 그러나 지적재산권, 무상의 재산권, 또는 투기만 일삼는 이들에 대한 권리를 남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내 노동력의 사용, 이익의 재투자, 환경규정 등의 준수를 명문화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실 투자조약들은 이와 반대로 하고 있고 투자자들에게 필수적인 책임이 배제된 권리를 주고 있다.

이런 행동이 장래의 투자를 위험에 빠트리지는 않을까?

“BIT를 맺었거나 ICSID의 멤버라는 것이 외국인 투자에 대한 보장은 아니다. 브라질은 이 지역에서 외국인이 가장 큰 규모로 직접 투자하고 있는 곳이지만 BIT를 맺은 곳이 없고 헌법상의 이유로 ICSID의 멤버가 아니다. 비슷하게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중국도 최근에야 ICSID에 가입했다.”

“요점은 규칙이 분명하고 균형 잡혀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불평등하다면, 인민들은 나라의 부자들을 강탈하기 위해 나아갈 뿐이다. 그러나 만약 규칙들이 분명하다면 회사는 함께 이익을 누릴 것이다. 추세는 점증적이지만 2005년과 비교하여 2006년에 이미 증가하고 있다.”

한미FTA에서 중재에 대한 각 당사국의 동의 문제에 관해

그러나 ICSID 협약에 가입했다고 하여 회원국이 자신의 영토 내에 투자한 외국 투자자에게 자국을 국제중재판정부에 제소할 권한을 자동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투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투자유치국 정부가 이 건에 대하여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중재가 성립되므로 투자유치국 정부는 원하지 않으면 투자중재절차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회원국들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필요에 따라 특정 교역상대국을 선택, ICSID 등의 국제투자중재 관할권에 대한 사전 동의 조항이 포함된 양자 간 투자협정이나 투자협정이 포함된 FTA를 체결함으로써 투자중재절차를 양국 관계 내에서만 의무화하는 것이다.[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김현종, 홍성사, 2010, p287]

비판자들이 한미FTA의 주요독소조항으로 꼽는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중재절차에 관한 언급이다. 해당절차는 투자자가 – 인용문에서는 “외국 투자자”라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상 투자자 일반 – 자신의 투자가 정당하게 보호받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투자한 나라의 사법권이 아닌 국제중재로 가져갈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는 것이다.

만약 한국에 투자한 미국 투자자(A)가 한국정부(B)에 의해 자신의 투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여겼을 경우, A는 B의 사법권의 3심제도 하에서 재판을 하든지 아니면 한미FTA에 따라 단박에 국제중재로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B가 사법제도를 써먹지도 못한 채 중재로 가면 억울하니 관할권에 대한 동의절차를 둔다는 설명이다.

김현종 씨의 설명을 들여다보면 우선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협약에 가입했을 경우, 투자유치국 정부는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 한미FTA에도 이러한 선택권이 적용되는지가 의문인데, 인용 문구를 읽어보면 “사전 동의 조항이 포함된” FTA를 체결한다고 되어 있어 역시 선택권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제 11.17 조
중재에 대한 각 당사국의 동의
1. 각 당사국은 이 협정에 따라 이 절에 따른 중재에 청구를 제기하는 것에 동의한다.
2. 제1항에 따른 동의와 이 절에 따른 청구의 중재 제기는 다음을 충족한다.
가. 분쟁당사자의 서면 동의를 위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협약 제2장(센터의 관할권)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추가절차규칙의 요건, 그리고
나. “서면 합의”를 위한 뉴욕협약 제2조의 요건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한미FTA 해당조항이다. 찬찬히 읽어보면 2항의 조건을 충족하는 조건 하에서 각 당사국은 중재 청구 제기에 – 자동으로 – 동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김현종 씨의 설명에 따라 ICSID 협약에 의하면 제소 권한이 자동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고 그 협약의 충족이 전제조건이므로 아직 “자동동의”는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3) Consent by a constituent subdivision or agency of a Contracting State shall require the approval of that State unless that State notifies the Centre that no such approval is required.[ICSID CONVENTION, REGULATIONS AND RULES]

한미FTA 본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ICSID 협약 제2장에서의 정부의 승인에 관한 내용이다. 결국 당사자 간의 관할권에 대한 합의는 정부의 승인을 전제로 한다는 내용으로 김현종 씨의 설명과 부합한다. 궁금한 것은 정부의 승인을 전제로 하는 ICSID 협약의 해당문구를 충족하면 1항에 따라 자동 동의로 간주되는 것이 결국 순환논리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표 1> 조항에서의 ‘동의’란, 세계은행(World Bank) 산하 ‘국제투자분쟁처리센터(ICSID)’ 등과 같은 국제중재기관의 관할권을 미리 포괄적으로 동의해 준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협정문의 성격을 결정하는 특징적 내용입니다. 좀 어렵겠지만, 이 조항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중략]
이처럼 센터의 관할권을 국가가 사전에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국제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표 1> 조항은, 국가의 서면 동의가 없으면 센터의 관할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은 국제법 현실에서, 국가가 센터에 관할권을 포괄적으로 사전 부여하는 서면 동의 조항입니다.[“프랑켄슈타인과의 동거 계약서”]

한미FTA의 대표적인 비판론자인 송기호 변호사의 설명이다. “센터의 관할권을 국가가 사전에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국제법은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FTA의 해당조항은 관할권을 사전 부여하였다는 주장이다. 적어도 제 11.17 조 1항으로 판단하자면 맞는 말 같다. 2항의 충족조건의 순환논리(?)에 대한 공부가 더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파고들수록 어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