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한겨레신문

김현종 씨는 정말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이 입법예고하지 않도록 죽도록 싸웠나?

김현종 前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예전 발언이 새삼 화제다. 최근 위키릭스에 의해 공개된 美정부의 서류에서 그가 당시 버시바우 미국 대사에게 한미FTA와 연계된 의약품 이슈와 관련해 한 “매국적” 발언이, 많은 이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위키릭스의 공개내용과 이에 대한 국내보도를 근거로 8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한미FTA 협상 과정의 진실과 위법성을 감사해 달라”며 ‘공익사항에 관한 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미국의 ‘대변인’과 다름없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7월25일 전문에선, 당시 보건복지부가 미국이 반대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추진하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현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이 버시바우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 정부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담은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하지 않도록 죽도록 싸웠다”고 강조한 걸로 나온다.[미 대사관이 전한 이상득 의원의 말 “이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

김현종 씨의 해당발언이 국내에 처음 보도된 것은 한겨레신문의 2011년 9월 6일자 보도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라 함은, 보건복지부가 기존의 무차별적으로 약가를 적용해주던 네가티브 방식의 급여 방식이 예산낭비가 심하다는 판단 하에, 선별적으로 협상된 급여로 약값을 지급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적정화 방안이었다. 미국 측은 우리의 이러한 정책시행을 저지하려 했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현종 씨는 입법예고를 막기 위해 죽도록 싸웠다고 공치사를 했다는 것이다.

¶6. (C) 윤과 김종훈과의 미팅 후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7월 24일 오후 대사에게 전화를 했다. 김은 대한민국 정부가 내놓은 시행규칙안 입법예고의 파라미터들을(즉, 미국정부와 사전입법예고를 공유하는 것, 공개적인 입법예고 전에 의미 있는 의견을 내놓을 시간을 준다는 것, 그러한 입법예고에 한해서만 60일 간의 공개적인 입법예고를 시작하겠다는 것, FTA 제약/의료 기구 워킹그룹에서 협상을 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위해 “죽도록 싸웠다”라고 말했다. 김은 규칙안을 입법예고하는 절차를 논의하는 7월 21일 청와대 미팅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사전에 “4대 선결과제”(자동차, 소고기, 의약품, 스크린쿼터)를 동의함으로써 FTA를 개시한다고 주장하는 언론보도 등에 의한 강한 반대여론에 초점이 맞추어졌다고 말했다.
¶6. (C) Following the Yoon and Kim Jong-hoon meetings, Trade Minister Kim Hyun-chong phoned the Ambassador in the afternoon of July 24. Kim said he had been “fighting like hell” on behalf of the parameters for release of the draft implementing regs to which the ROKG had committed (i.e., sharing them pre-release with the USG, allowing time for meaningful comment prior to their public release, starting the 60-day public comment period only with their release, and providing an opportunity for negotiation within the FTA Pharma/Med Devices WG). Kim said that the July 21 Blue House meeting that discussed the process for releasing the draft regs had focused on the strongly adverse public reaction to press stories claiming that the ROKG had caved prior to the start of FTA talks by agreeing to the “four preconditions” (on autos, beef, pharma, and screen quotas). [Viewing cable 06SEOUL2505, PHARMACEUTICALS AND KORUS-FTA: TURNING THE TABLES]

이 부분이 위키릭스에서 한겨레가 인용보도한 “죽도록 싸웠다”는 내용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 한겨레 보도를 보고는 엄청 열이 받았지만, – 당연히 김현종 씨도 싫어하는 와중에 – 보도 내용이 과연 위키릭스의 공개분과 내용상으로 일치하느냐 하는 것은 의문이다. 김현종 씨가 싸운 것은 한겨레가 인용부호를 쳐서 김현종 씨가 말한 것처럼 보도한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하지 않도록”이 아니라 미국 측에 입법예고 전에 FTA 틀 안에서 충분히 사전 논의를 하게 하기 위해 “죽도록 싸웠다”는 것이다.

나는 미국에 의약품 관련, 우리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포지티브 제도를 수용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고, 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을 미국이 수용하면 세부사항들은 FTA 협상 틀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복지부를 설득했다. 의약품 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라는 것을 인식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7월 중순 취임하자마자 나와 유시민 장관을 집무실로 불러 3자 회담을 주최했다. [중략]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은 포지티브 방식과 건강보험공단의 협상을 통한 약가 결정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원칙을 관철시키면서 FTA 협상에서 구체적인 실현 계획을 마련하는 유연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FTA 협상 틀에서 협상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략]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세부 사항들을 FTA의 틀 내에서 협상하지 않으면 한미 FTA가 깨지는 것인데, 좋습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그렇게 중요한 정책이라고 하니 그 결과를 수용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할 것은 두 가지가 남았습니다. 첫째, 우선 빨리 대통령께 한미 FTA 협상이 의약품으로 인해 결렬되었다는 사실을 보고 드려야 합니다. 둘째, 그 이후 결렬된 사실에 대해 납득할 수 있도록 대국민 발표를 해야 합니다.” 그러고서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중략] 광화문 청사에 도착하기 전에 권오규 부총리에게 전화가 왔다. “김 본부장. 복지부 장관에게 방금 전화가 왔네. 포지티브 방식과 건강보험공단이 약가를 결정한다는 원칙이 지켜진다는 전제 하에서 다른 세부 정책들은 FTA 틀 내에서 협상할 수 있다고 하네.”[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김현종, 홍성사, 2010, pp 134~136]

김현종 씨가 작년 한미FTA의 협상과정과 소회를 적어 내놓은 책의 일부다. 아마 이러한 부분이 그가 “죽도록 싸웠다”고 말한 내용이리라. 시기상으로 버시바우 대사에게 전화를 할 당시다. 그가 유시민 당시 장관에게 설득하고 있는 – 심지어 판을 깨겠다고 협박 – 내용은 위키릭스의 공개서류에서처럼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한미FTA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주장이다. 그가 여기서 잘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자면, 바로 주권국가의 권리에 해당하는 사항을 FTA 협상 틀에 끌어들이려 한 것일 것이다.

저는 장관 취임 직후 FTA 담당 팀장에게, 약가제도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 문서로 무언가를 약속하거나 구두로 약속한 것을 기록한 문서가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외교부의 관련 문서를 다 뒤졌지만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우리 통상교섭본부 관계자가 미국무역대표부USTR 관계자에게 무언가 우호적인 언급을 했을 수는 있지만, 국제법이나 외교 관례에 비추어볼 때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권을 제약할 수 있는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자의 견해였습니다. 결국 ‘4대 선결조건’에 약가제도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돌베개, 2007년, p 164]

유시민 씨도 주장하다시피 포지티브 방식을 핵심으로 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권”임이 분명하다. 우선 해당 제도는 예산낭비를 없애기 위한 목적이고, 특히 미국의 FTA 틀내에서의 협상이 내정간섭일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외 기업에 비차별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김현종 씨 역시 앞서의 책에서 미국 측에 “프랑스, 호주, 스위스,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가도 도입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왜 우리나라는 도입하지 말라는 것”(p 129)이냐 반문했다고 할 정도로 보편적인 제도다.

제일 큰 고비는 2006년 7월 하순 대통령을 모시고 연 한미 FTA 관계 장관 회의였습니다. 이때는 미국 측이 선별등재제도를 수용할 테니 세부사항을 FTA 틀 안에서 합의하자고 제안했고, 저는 이것이 정책주권 사항이고 국내외 자본에 대한 비차별적 제도이기 때문에 그대로 입법예고 하겠노라고 고집을 부리는 중이었습니다. [중략] 결국 대통령이 정리해주셨지요. 미국이 선별등재제도를 수용한 것은 큰 성과이고, 보건복지부가 핵심을 파악해서 전략적으로 잘 대처했다고 한 것입니다. [중략] 이렇게 해서 보건복지부는 7월 26일 선별등재목록 도입, 제약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 특허 보호기간 만료시 신약의 가격인하, 오리지널 제품과 복제약의 가격 비율 인하 등을 핵심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과 ‘신의료기술 등의 결정 및 조정 기준 개정안’을 60일간 입법예고할 수 있었습니다.[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돌베개, 2007년, p 168]

결국 노무현 前 대통령의 교통정리를 통해 유시민 당시 장관은 미국 측의 “FTA 틀 안에서 합의” 요구를 무시하고 관련제도를 입법예고한다. 흥미로운 것은 입법예고일이다. 해당안의 입법예고는 2006년 7월 26일이었는데 위키릭스에 따르면 김현종 씨는 美대사와 7월 24일 통화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는 우리 정부의 행정행위를 사전에 통지한 셈이다. 요컨대 그 스스로도 정책주권임을 인식하고 있는 사안을 FTA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 시도했고, 이를 입법예고 사전에 미국에 자신의 그러한 노고를 변명한 셈이다.

나는 어느 나라든지 건강보험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려면 비용을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하면서 이것은 우리나라의 주권행사적 사항이라는 사실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중략] 나는 미국 측에 프랑스, 호주, 스위스,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가도 도입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왜 우리나라는 도입하지 말라는 것인지 반문하고, 정당한 국내 정책에 무리하게 왈가왈부하는 것은 반미 감정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좋은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김현종, 홍성사, 2010, p 128]

한겨레 보도로 다시 돌아가자면 기자의 의도가 어떠했는지 몰라도 큰 틀에서 그가 인용부호를 쳐서 보도한 내용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즉, 김현종 씨가 “죽도록 싸웠다”한 부분은 “입법예고가 되지 않도록” 싸운 게 아니라, 사전에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하겠다고 그가 조건으로 내세운 약속을 위한 거였다. 하지만 한겨레의 보도는 타 언론사에 인용 보도되면서 해당 문구가 여과 없이 인용되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엄밀히 파악하지 않은 보도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지양되어야 할 보도태도다.

동아의 마지막 보루는 ‘브래들리 효과’?

오바마의 승리가 점점 가시화되니까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 특히 개인적으로 즐겨보는 동아일보의 이른바 ‘브래들리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종교화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수언론으로 지칭되는 조중동과 진보언론으로 지칭되는 한겨레/경향의 ‘브래들리 효과’에 대한 입장을 비교해보았다. 역시 확연히 차이가 난다. ‘브래들리 효과’를 주문처럼 외우는 것은 역시 동아다. 상황을 분석하기보다 주문을 외우는 동아 파이팅!

브래들리라는 이름을 가진 – 스펠링은 전혀 다르지만 🙂 – 밴드도 있다. 이들 노래를 들으면서 신문기사를 감상하시길.

오바마 승리 낙관 아직 이르다(동아, 2008년 10월 20일)
결론적으로 막판 변수와 브래들리효과(백인 유권자의 흑인 후보에 대한 이중적 투표 행태) 등을 고려할 때 오바마 후보의 승리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USA 선택 2008]또 오바마가 웃었다(동아, 2008년 10월 17일)
하지만 ‘컴백 키드'(come back kid)로 불리는 부도옹(不倒翁) 매케인 후보가 사력을 다한 추격전을 펼칠 것으로 보이며, 역대 대선에는 없던 ‘브래들리 효과'(흑인 후보에 대한 백인들의 이중적 태도)를 비롯한 변수들이 남아 있어 승부가 끝났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벼랑끝 몰린 매케인 ‘이유 있었네’ (조선, 2008년 10월 17일)
하지만 그의 당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언하긴 이르다. 투표일까지 아직 3주가량 남은 데다 백인 유권자들이 흑인 후보를 지지하다가도 막상 투표장에선 백인 후보 쪽으로 마음을 바꾼다는 ‘브래들리 효과’가 막판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브래들리 유령’도 14%p 뒤집기는 힘들다(한겨레, 2008년 10월 16일)
여전히 변수다. 하지만 현 지지율 상황을 역전시킬 정도는 아닐 것이다. 특히 젊은층 유권자가 다수인 지역에서는 브래들리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실제로 오바마는 젊은층 사이 지지율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오바마 진영 “백인 노동자를 설득하라”(중앙, 2008년 10월 15일)
유에스에이투데이와 갤럽이 10∼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는 지지율 51%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44%)를 7%포인트차로 앞섰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를 지지한다’거나 ‘지지후보가 없다’고 답해놓고 투표소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찍는 유권자들이 나올 가능성 (브래들리 효과)이 있어 오바마는 지지율 격차를 두 자리 숫자로 늘리기 전에는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막판 ‘브래들리 효과’ 두 캠프 모두 촉각(동아, 2008년 10월 14일)
시카고대의 마이클 도슨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주지사, 상하원 의원 선거 등에서 브래들리 효과가 약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선거는 차원이 다르다”며 “백인의 흑인후보 지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브래들리 효과’는 없다?…전문가들 “역효과도 있다”(경향, 2008년 10월 13일)
선거 여론조사 전문가인 마이클 트라곳 미시간대 교수는 “브래들리 효과는 시작부터 이름이 잘못 붙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당시 여론조사는 인종 변수를 포착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부재자투표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투표 결과 예측에 실패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美대선 한달 앞으로]표밭전쟁 ‘4가지 지뢰’(동아, 2008년 10월 4일)
네 번째로 꼽았지만 ‘브래들리 효과’(여론조사에서 앞선 흑인 후보가 실제 개표에서는 패배하는 현상) 재현 여부는 앞의 모든 변수를 모두 삼킬 만한 메가톤급 태풍의 눈.

미(美) 대선 D-35 … 막판 4가지 변수는?(조선, 2008년 9월 30일)
이런 현상은 여론조사에서는 흑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한 후 투표장에서는 백인 후보를 선택하는 ‘브래들리효과(Bradley Effect)’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