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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전선 이상 없다

이미 은행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횡재를 다른 은행들이나 기업이나 소비자로의 대출재개 – 현금투입의 표면상의 목적 – 에 사용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 널리 보도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신 돈을 더 작고 약한 은행들을 합병하는데 사용할 목적으로 묵혀두고 있다. 이른바 구제계획은 사실 미국 금융 시스템의 신속한 합병을 촉진하는 계획이고 몇몇 대형은행들의 경제에 대한 지배로 귀결되고 있다. 이들은 그들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금리와 대출기준을 자유롭게 조정할 것이다.
It has already been widely reported that the banks are refusing to use their government windfalls to resume lending to other banks, businesses and consumers – the ostensible purpose of the cash injections – and are, instead, hoarding the money for the purpose of acquiring smaller and weaker banks. The so-called economic rescue plan is, in fact, a plan to effect a rapid consolidation of the US banking system, resulting in the domination of the economy by a few mega-banks, which will be free to set interest rates and lending standards as they see fit.[Wall Street’s Great Heist of 2008, wsws.org]

폴슨과 다른 재무부 관리들은 공식적으로는 공적자금을 수령한 은행들이 그 돈을 대출하는데 사용하여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공식석상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정부의 돈을 받는 대가로 은행들에게 어떠한 대출조건도 요구하지 않았다.
Paulson and other Treasury officials have made public statements calling on the banks that receive public funds to use them to increase their lending activities. That, however, is for public consumption. The bailout program imposes no lending requirements on the banks in return for government cash.[The “dirty little secret” of the US bank bailout, wsws.org]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번 헨리 폴슨의 구제금융은 역사상 최고의 사기극이다. 처음 그의 계획은 주식인수도 아닌 (고가의) 부실자산 매입이었다. 그것이 여의치 않고 여론도 좋지 않자 주식을 인수하기는 하였지만 배당률 5%의 무의결권 우선주였다. 그리고 그 돈을 주면서 주주로서 심지어 규제당국으로서 마땅히 요구하여야 할 대출기준(lending requirements)조차 요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글에서 보듯이 은행들은 맘 편하게 받은 돈을 창고에 쟁여두고 합병할 은행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심지어 AIG는 한 리조트에서 최우수판매사원들을 격려한답시고 44만 달러를 써 제켰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상황인데 왜 이래도 되는 상황이냐 하면 그들을 건들 권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친구이자 동업자인 조지 부시와 헨리 폴슨이 백악관과 재무부를 떠난 다해도 다음 인물 역시 그들과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피부색이 달라도 돈 앞에서는 We are the World 인 셈이다.

골드만삭스와 UBS의 고용인들은 오바마에게 합쳐서 26만 달러 이상을 줬다. 그의 최고 기금모금인에는 데이빗 셀러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는 골드만의 관리이사였고 로버트 울프는 UBS아메리카의 대표이사였다.
The employees of Goldman Sachs and UBS gave Obama more than $260,000 combined. His top fundraisers include David Heller, a managing director at Goldman, and Robert Wolf, chief executive of UBS Americas.[Obama Top Fundraiser on Wall Street, Washington Post]

요컨대 시장원리주의자들은 받는 것도 없으면서 – 있는지도 모르지만 – 시장과 국가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국가는 야경국가로 머물러야 한다고, 안 그러면 사회주의 국가라고 호통을 치지만 월스트리트 자본가들은 처음부터 그랬거니와 앞으로도 계속 국가와 일치단결하여 상생해나갈 것이다.

파생상품

이제 우리는 DWSR(Dollar Wall Street Regime)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패턴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달러는 국제통화로서, 다른 모든 태환성 통화는 달러와 환율이 가능하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달러와 다른 주요 통화 사이에 고정환율이 적용되지 않게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 정부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달러 가격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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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월스트리트는 (자국통화의 방어용을 포함해) 여러 가지 용도로 자금을 차입하고자 하는 각국 정부에게 다른 어떤 금융시장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또한 각국 정부와 경제활동주체가 환율 격동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새로운 수단을 제공한다. 즉 엄청나게 팽창한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외환선물과 통화 스와프, 대출 등 이른바 전혀 새로운 형태의 파생상품 시장을 활용하게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새로운 시장의 등장이 ‘기술적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외환시장의 엄청난 격동에 적응하려는 창의적인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외환선물시장과 금리 스와프 시장은 장래의 통화시세 변동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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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엄청난 규모와 양은 대다수가 정치적 동기에 따라 빚어진 국제 통화관계의 취약성에서 비롯된 것이다.[피터 고완 著, 홍수원 譯, 세계없는 세계화, 시유시, 2001년, pp82~84]

일부 “좌파”들이 – 또는 우파까지도? –  금번 신용위기에서의 악의 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파생상품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정황에 대한 ‘뉴레프트리뷰’의 편집자인 피터 고완 Peter Gowan 의 설명이다. 이 글에서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파생상품의 본격화는 닉슨 행정부의 금태환 정지와 고정환율제 포기에 따라 환율변동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된 나머지 세계의 수세적 대응의 성격이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그 주요상품의 도입은 간략하게 다음과 같다.

1972년 시카고 상업거래소(Chicago Mercantile Exchange)에 8개 주요 통화에 대한 통화선물이 상장되었다. 이어서 1973년 주식옵션거래, 1982년 주가지수 선물, 1983년 주가지수 옵션 등이 차례로 제도화되었다. 1980년대에는 다양한 금리 관련 파생금융상품이 개발되었으며 1980년대 후반 이후에는 신종옵션, 구조화채권, 신용파생상품 등 새로운 파생금융상품이 등장하였다.[금융허브 기반구축을 위한 파생금융시장 활성화방안, 대외경제정책 연구원, 2006년, pp26~27]

이후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 기초자산에 수반되는 위험의 평가/분리/이전 등의 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학계조차 발맞춰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이 난무하게 된다.

구제금융의 슬기로움을 의심할 만한 중요한 이유들

Significant reasons to doubt wisdom of bail-out

Kenneth Rogoff

1930년대 스타일의 대공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미국의 정치인들은 실질적으로 하룻밤 만에 빠른 속도로 침체되어 가고 있는 이 나라의 금융부문을 소생시키기 위해 7천 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채택했다.

이 최종안은 궁극적인 효과를 예측할 수 없는 금융공학과 정치공학의 정성스러운 산물이다. 그러나  이것이 신용시장이 (문자 그대로) 의지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지에 대해서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이 계획의 핵심적인 생각은 정부가 천재적이어서 몇 조 달러에 이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시장의 숨통을 트여줄 것이라는 것이다. 비록 월스트리트의 로켓 과학자들이 그렇게 하는 데 철저하게 실패했음에도 말이다. 게다가 우리는 정부가 너무 똑똑해서 모든 분야에 관련하여 돈을 만들어낼 수조차 있다고 들었다. 아마도, 그러나 금융업에서의 그 많은 똑똑한 인간들이 극히 최근까지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는 것을 잊기로 하자. 정확히 1년 전에 미국에는 그 강한 금융부문의 꼭대기에 의연하게 스스로의 힘으로 서있는 다섯 개의 주요 투자은행이 있었다. 총합으로 이들의 고용인들은 그들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비즈니스 전략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이윤 덕택으로 지난 해 보너스로 360억 달러 이상을 나눠가졌다. 이들의 전략은 전통적인 상업은행들의 활동보다 훨씬 큰 리스크를 – 그리고 복잡하고 – 감내하는 것들이었다.

8월 중순 나는 감히 리스크가 하룻밤을 청하려 집으로 찾아들 것이고 커다란 미국 투자은행 하나쯤은 곧 절망적인 합병으로 내몰릴지 모른다고 예언했었다. 오늘날 스스로 존립하는 투자행이 월스트리트에 하나도 남지 않으리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참으로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이들을 초고액연봉의 일에 끌어들인 몇 년 후에, 무너져가고 있는 투자은행들은 그들을 여기저기로 내팽개치고 있다. 전직 학생이었던 희생자 하나가 요전번 나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다. “이제 난 무얼 해야 하죠? 진짜 직업을 가질까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쓰겠다는 미국 재무부의 계획으로 돌아가자. 미국 정부가 사적부문이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정크 부채의 최종대부자로서의 매입자가 되겠다는 것이 기본골격이다. 재무부의 계획은 정확하게 이 모든 것을 계산하기 위해 누구를 고용할 것인가? 물론 해고된 투자은행 직원들!

곰곰이 생각해보자. 투자은행 직원들은 쇠진하던 모기지 시장의 가격을 확신하는 수단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의 안락한 직업을 잃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 회사들은 방관자로 남아있으면서, 국부펀드, 프라이빗에쿼티그룹, 헤지펀드, 그리고 다른 이들의 지원을 받아 수십조 달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납세를 위해 일하면서 이들 같은 투자은행 직원들은 이제까지 그들이 교묘히 회피했던 마술 같은 가격산정공식을 갑자기 만나게 될 것이다.

정치적 스펙트럼을 넘어 학자들이 상당히 회의적이라는 사실은 별로 놀랍지 않다. 재무부는 몇몇 기업의 지분을 취득할 것이다. 그러면 거기에는 이득을 볼 잠재력(upside potentia)도 있다. 그러나 주요 관심사는 재무부가 모기지 시장을 회복시키는데 성공하면 이러한 디스카운트(discount)도 헐값 매입(bargain)이 될 것이라는 전제(주1) 하에 현 시장가격(달러 당 20~30센트)보다 배 이상을 지불하려는 명백한 의도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흠잡기가 금융 시스템 마비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어떠한 계획도 없는 것보다는 낫은 것인가? 나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효율적인 금융 시스템은 천문학적인 세금 부담을 부과하지 않으면서 실물 경제의 성장을 촉진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금융부문은 실물경제의 바퀴에 기름칠을 하면서 기업이윤의 30%와 임금의 10%라는 놀라운 성장을 구가하여왔다. 그래서 1930년대와 다르게 지나치게 금융 시스템은 지나치게 비대하다. 그러므로 특별히 개선된 규제 장치에 의해 가능해진다면 금융부문을 상당히 축소시키는 것이 실질적으로 효율성과 성장을 도모하는 방편이 아닐까?

나는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으라고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 냉혹한 시절에 예금보험과 같은 확장된 형식을 제공하여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노던록과 같은 대규모 인출사태(bank run)가 없어야 한다. 1930년대에 큰 교훈이 하나 있다. 정부는 사적부문이 스스로 재구성을 하는 동안 보다 직접적으로 자금을 모기지 부문에 투입할 필요가 있다.(주2) 확실히 정부는 주택소유자와 대부자들이 보다 효율적인 파산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은행들이 사람들이 그들의 집에 머물 수 있는 워크아웃 옵션이 있고 은행들이 더 많은 돈을 상환 받을 수 있음에도 주택들을 압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주3)

결론적으로 더 심한 왜곡, 전환, 그리고 엄청난 비용 이후에 미국은 역사적인 금융 위기로부터 일어설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진행절차는 – 아무리 원대할지라도 – 경제의 여타 부문보다는 금융부문의 이윤과 보너스에 더 많은 기여로 귀착될 큰 위험을 지니고 있다.

원문보기

Rodoff is professor of economics and public policy at Harvard University, and was formerly chief economist at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
(주1) 즉 지금 비싸게 주고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나중에 경기가 좋아졌을 때에는 헐값으로 사들인, 그래서 공적자금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논거를 말하는 것임:역자주

(주2) 지금 폴슨의 계획은 금융부문의 마비를 방지하여 모기지 대출자로서의 금융기능을 회복시키겠다는 안인데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 모기지 이용자들의 대출을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갱신해주던 대공황 시절의 해법을 채택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글을 참고하실 것:역자주

(주3) 즉 정부와 같은 중개자가 얼마간의 유동성 공급과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통해 서로간의 – 특히 은행으로부터의 – 기계적인 파산절차를 막음으로써 사태를 보다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역자주

클론을 불신하는 인질

Business Week 가 뉴욕 시민들의 이번 사태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생각들을 다룬 Views on the Bailout, from Harlem to Wall Street 라는 기사를 올렸다. 거리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이번 사태를 스케치한 기획의도가 감칠 맛 나는 기사이므로 일독을 권한다. 다음은 그 중 가장 현 상황이 직면한 모순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한 사람의 경우다.

그린버그는 폴슨의 계획을 지지하는데 그 이유는 정부의 공짜 돈 뿌리기에 화나는 것 이상으로 깊은 경기침체가 겁나기 때문이다. 그는 그의 아버지가 1930년대 대공황 시절에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던” 모습을 어린 소년의 입장에서 지켜봤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또한 그가 시장에 투자한 펀드를 잃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그것이 구제금융의 주요 원조자들을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보수주의자지만 폴슨을 신뢰할 수 없어요.” 그가 말했다. “그는 월스트리트 은행가들의 클론입니다.”
Greenberg says he supports the Paulson plan because he fears a deep recession or depression even more than a government giveaway. He remembers watching as a young boy as his father “struggled desperately” to feed the family during the Great Depression of the 1930s. He also doesn’t want to lose the funds he has invested in the market. But that doesn’t mean he trusts the bailout’s main backers. “I’m a conservative, but I don’t trust Mr. Paulson,” he says. “He’s a clone of the Wall Street bankers.”

그린버그는 보수주의자에다가 대공황을 경험한 이다. 나락에 빠진 미국이 세계최강의 나라로 다시 우뚝 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미국적 가치에 충실한 보수주의자로 살아왔을 것이다. 펀드자본주의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펀드에도 상당한 돈을 투자했을 것이다. 소련도 망했겠다 석유보고 이라크도 점령했겠다 모든 것이 거칠 것이 없었던 호황기를 바라보며 흡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인위적인 신용창출을 통한 과잉소비, 특히 그 중에서도 주택부문의 과잉소비는 알게 모르게 경제의 독버섯으로 자라가고 있었고, 결국 주택의 과잉생산이 축적되면서 소비여력은 임계점에 도달한 후 빠르게 움츠려 들었다. 돈나무에서 하루아침에 악성채권으로 전락한 각종 모기지 채권은 금융시장을 강타했고 이제 펀드투자자로서 그 역시 시장의 플레이어 중 하나였던 그린버그의 재정 상태를 위협하기에 이른 것이다.

구제금융이 돈 많은 월스트리트 은행가들을 구제해주는 계획인 동시에 상대적으로 가난한 펀드투자자들의 푼돈도 어느 정도 보전해줄 가능성이 있기에 그는 폴슨을 믿을 수 없지만 구제금융안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구제받는 규모에 있어서는 금융기관이 구제받을 막대한 자금과 자신의 푼돈은 비할 바가 못 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폴슨이 월스트리트의 클론이라면 그린버그는 월스트리트의 인질인 셈이다.

이렇듯 전 세계의 금융은 계속 이런 저런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동질화되어가고 연대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나의 투자대상에도 국부펀드, 헤지펀드, 간접투자펀드,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 연기금 등 온갖 플레이어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이를 단순하게 ‘이익의 사유화’라고 비난하기 난처하게 만드는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

적어도 나는 현재까지는 국부펀드와 연기금의 투자행태가 공익인지 아니면 사익인지 자신 있게 구분할 수 없을 것 같다. 같은 관점에서 그린버그의 ‘투자’행위를 ‘투기’행위라고 매도할 수만도 없다. 비록 그가 돈을 묻어놓은 펀드가 지극히 비윤리적인 투기를 감행했다손 치더라도 말이다.(그린버그야 인지하지 못하니까)

세상이 이분법적인 도덕론으로 나누기에는 너무 복잡해졌다. 물론 너무도 눈에 띄어 욕하기 딱 좋은 것들도 있긴 하다. 수천만 달러의 보너스를 챙기고 있는 투자은행의 CEO들이다.

신용위기 단상

결국은 시스템적인 모순이지만 이번 사태는 또한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구제금융 법안의 부결도 상당부분 월스트리트의 그간의 비도덕적 행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를 반영한 것이다. 막스 베버가 월스트리트에 한 2박3일 머물렀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 이래서 금융자본은 유태인의 천민자본주의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자신의 주장이 옳았음을 기뻐 소리쳤을까?

월街에서 잘나간다는 CFA라는 자격증 공부는 윤리학(ethics)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만큼 금융인들의 윤리의식이 애당초 마비되었다는 반증일까? –; 중요하다는 이야기겠지.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 아마 처음부터겠지만 – 자본주의, 특히 월스트리트의 자본주의에서는 윤리는 교과과목일 뿐 실제업무와는 별 관계없는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승자독식과 한탕주의가 숭배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들은 경영진만 되면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아 챙겼다. ‘황금낙하산’이라는 어이없는 제도는(주1) 경영진에게 회사를 말아먹어도 한 몫 챙길 기회를 주었다. 경영진이 되지 않더라도 남들이 원리를 이해할 수 없는 첨단금융상품을 만들어 한 몫 크게 챙길 기회는 곳곳에 널려 있었다. 그래서 계속 신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언제까지? 시장이 폭발할 때까지.

그런데 자꾸 윤리의 문제로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려 하면 매듭이 지어지지 않는다. 결국은 인간은 탐욕의 동물이라는 환원론적인 철학논쟁밖에 안된다. 인간의 탐욕이 시너지 효과로 승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자본주의의 운영철학이었다면 그것이 선순환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 것은 시스템이었다. 지금 보다 비판받아야 할 것은 그 탐욕을 악순환의 고리로 내몬 시스템일 것이다.

‘만리장성(Chinese Wall)’이 있다. 갑자기 웬 중국이야기냐고? 그게 아니고 투자은행에 관한 용어다. 원래 투자은행은 기초자산의 증권매도자와 그 증권의 매수자를 중개해주는 기능이 본연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고유계정(prop trading)으로 직접 매수자가 되기 시작하면서 이해상충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중개도 하는 것이 매수도 하면 곤란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온 것이 이해상충의 여지가 있는 부서는 사내에서도 정보공유가 금지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제도다. 좀 웃기긴 하다. 그만큼 탐욕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가 허술하다.

보다 거시적으로 접근하면 칼 마르크스가 지적했듯이 국가기구는 처음부터 불편부당한 기구가 아닌 계급차별적인 기구였다. 다수결에 의한 대의제의 도입은 이러한 정치의 본질을 – 정치와 경제가 자웅동체라는 – 희석시켰다. 극우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급은 변화를 두려워했고, 결과적으로는 소비에트의 일당독재를 비웃는 이들이 양당독재와 시장독재는 용인하는 아이러니한 세상이 되었다. 자본가와 정치가가 구별이 안 되는 워싱턴정가가 그 하이라이트다. 이런 상태에서 시스템의 근본적인 수술은 요원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구제금융은 죽어가는 시스템의 일시적인 연장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를 자본주의의 종말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라는 이름조차도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잘해야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즉 미국과 기축통화로서의 US달러 이니셔티브가 ‘다소’ 약화될 것이다. 결국에는 노동계급, 넓게 보아 유권자들의 ‘혁명적’ 각성이 없이는 도돌이표일 것 같다. 월스트리트의 더러운 자본가들을 욕하고는 선거 때 다시 그들에게 돈을 받아먹은 매케인과 공화당을 찍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메케인의 절반만(!) 받아먹었다는 오바마를 대안이랍시고 찍는 것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주1) 이 제도는 회사가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M&A당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피인수 기업의 경영진이 이를 반대할 수 있기에 그에게 어느 정도 회유성의 보수를 준다는 의미로 생겨났다. 웃긴다.

역사적인 부결, 그리고 엉뚱한 상상

미국 정가와 월스트리트에 역사적인 드라마의 한 순간이다. 하원은 월요일 금융업에 대한 7천 억 달러의 구제계획을 거부했다.
In a moment of historic drama in the U.S. Capitol and on Wall Street, the House of Representatives voted Monday to reject a $700 billion rescue of the financial industry.[U.S. lawmakers rebel against bailout plan 中에서]

촌평 : 이번 사태로 분열될 세력이 있다면 공화당이 아닐까 하고 섣불리 – 희망사항으로 – 예언해본다. [시장근본주의자/반연방주의자 연합] 대 [월스트리트 출신 금융자본가/그들로부터 월급 받아온 이들] 정도? 결국 공화당 분당! 그렇게 된다면 이 엄청난 사태의 와중에 그나마 위안을 삼을만한 사건일 텐데….

현재 시점까지의 짧은 관전평

헨리 폴슨과 벤 버냉키가 만든 – 조지 부시는 아직도 그 개념도 이해 못할 – 구제금융 안이 일단 의회 지도자들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폴 크루그먼은 폴슨의 안이 좌우 모두에게 욕을 먹는데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정말 욕지기 나오는 사기협잡질이지만 다른 대안도 마땅히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그 거시적인 이유는 지난 번 “‘이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에 대한 단상”에서 잠깐 밝혔듯이 적어도 현재의 상태는 사회화된 소비에 대한 생산 및 투자주체인 기업들을 – 사기업, 공기업 여부를 떠나서 – 방치할 경우 발생할 사회적 비용이 그 효용(그 효용이라면 부실한 기업운영을 하게 되면 망하게 된다는 교훈을 다른 기업들에게 심어주어 기업운영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보다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미시적인 이유라면 현재의 위기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즉 아들 부시의 이라크 전쟁이 민영화라는 측면에서는 이전의 전쟁과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인 것처럼 이번 금융위기는 쉐도우 뱅킹 시스템(주1)이라는 이전 위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주2) 그러하기에 결국 문제해결은 ‘어떻게’가 아니라 ‘언제’인가가 관건이라고 생각될 만큼 구제금융이 시급하고 절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딜레마는 여전한데 그 대표적인 사례는 자산가치 측정의 어려움이라 할 것이다. 지금 미행정부가 사주겠다는 – 역경매라는 방식을 통하여 – 부실기업의 자산은 사실 그동안 일반인들은 알지도 못하던 복합금융상품이다. CDO, CDS 는 기본이고 온갖 복잡한 이름이 붙은 파생금융상품이 난무한다. 그동안 이런 물건을 주물럭거리던 금융회사들은 미국회계기준에 따라 이 상품들을 재무제표 상의 소위 레벨3( Level3 ) 라는 계정항목에 처박아두고 있었다고 한다.(더 자세한 설명 보기)

시가평가도 안되고 시장도 형성 안 되어 있는 상품은 거기에다 넣어두라고 미국회계규칙에 되어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해당기업들도 그 상품을 만지던 사람들이 아니면 그 존재조차도 잘 몰랐다. 그런데 이제 그 듣보잡 상품들을 국가가 사겠다고 나선 것이다. 무슨 인간문화재가 만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도자기도 아니고 이런 상품이 가격표도 안 붙어 있으니 난감한 노릇이다. 아~ 물론 이제 와서 취득가격에 사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따라서 이제 구제금융안이 의회를 통과되어도 그것의 실행과정에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자원낭비, 그리고 비도덕적인 사기협잡이 판을 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와의 타협안에서 부실기업의 경영진 보수를 제한한다고 합의하였다는데 그것이 벌써 협잡질이다. 회초리라도 몇 대 때리고 시작해도 시원찮을 텐데 혼도 안내고 월급까지 주겠단다.

나중에 시간되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번 사태를 조명해보도록 하겠다.

(주1) 이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기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으나 이른바 은행(월스트리트)과 실물(메인스트리트) 간의 관계보다 (투자)은행들 간의 관계, 그리고 상품거래가 더 주된 역할을 차지하는, 관계당국의 규제망에 잘 걸려들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주2) 그렇기에 사실 현재 구제금융안의 입안자들 중 다수 역시 현재 정확한 원인진단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폴슨은 인너써클이었으니 어느 정도 내막을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