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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의 불균형

미국의 만성적인 경상적자와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복잡하게 설계된 각종 파생금융상품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신(新)금융자본주의를 통해서 연결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경상수지 흑자국으로의 달러유출을 일으켜 해당 국가의 달러유입이 풍부해진다. 따라서 인위적인 환율개입이 없다면 달러의 상대적 공급이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흑자 국가의 통화가치가 올라가고, 이는 적자국가의 상품가격하락과 흑자국가의 상품가격 상승을 통해 경상수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자율조정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국가들 중에서 수출에 의존하여 성장을 추구하는 나라들은 자국 통화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국제 경제의 불균형, 금융위기, 그리고 구제금융의 한계, 연구위원 황세운, 자본시장 weekly, 한국증권연구원, 2008-42호]

이 짧은 문단에서 황 연구원은 1970년대 말 이후 지속되는 미국의 무역적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써의 신(新)금융자본주의 시도, 미국으로의 주요 수출국들의 외환정책, 이로 인한 미국의 자본수지 균형의 흐름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전체 글 역시 근래의 금융위기의 원인과 미래를 가장 통찰력 있게 진단한 글이 아닌가 싶다.

이글에서 지적하는바와 같이 현재의 금융위기는 그린스펀의 저금리 정책 고수, 파생상품 거래규모의 급증, 신용평가사의 도덕적 부패, 부동산 대출의 남발 등 여러 금융적 특성을 지닌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근저에는 미국으로 돈이 다시 유입될 수밖에 없었던 국제거래 불균형 구조, 이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방치해놓았던 국제공조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오바마가 최근 중국의 환율조작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근본모순에 대한 민주당식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신용은 파생상품에 의해 “창조”되지 않는다

어제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정리한다. 메모 차원에서 급하게 적는 것이니 – 항상 드리는 말씀이지만 이 블로그에 적는 글은 경제에 관한 교과서가 절대(!) 아니다 – 개념상의 오류가 있으면 지적해주시기 바란다. 이 주제는 향후 또 다른 글을 통해 계속 보완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신용은 파생상품에 의해 “창조”되지 않는다. 신용창출은 (본원적 예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여수신 기능이 가능한) 은행의 지급준비제도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그리고 파생상품은 이러한 신용창출을 가속화시키는 기능을 할 뿐이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일반적인 상거래는 신용창출을 가속화한다. 100%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한은 말이다.

파생상품이 그 중에서도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파생상품의 발달의 과정과 금융의 세계화가 맞물리면서(이것은 또한 상호인과관계가 있기도 하다) 본원통화가 증가되었고 이 화폐가 파생상품 거래에 상대적으로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파생상품은 “무궁무진한 화폐를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고 – 그것도 사실 지급준비제도는 – 이론상으로 [C X (1-R)]/R 만큼 신용을 창출한다.(본원적 예금 C, 지급준비율 R) 즉 본원적 예금이 없으면 신용창출은 없다.

파생상품은 일반파생상품(스왑, 선물, 선도, 옵션 등)과 신용파생상품(CDS, CLN 등)으로 나눌 수 있고 신용파생상품에서도 다시 하위개념으로 신용구조화상품을 들 수 있다. 신용구조화상품은 기초자산의 구조화 금융 기법을 통한 증권화, 그리고 이를 통해 기초자산을 유동화하는 프로세스로 특히 현재와 같은 자산버블을 가속화하는 데 주요한 기능을 수행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 자금들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또한 금융의 세계화라는 과정을 통해서 조달이 용이해진다. 즉 70년대 이후에는 유가 폭등으로 인한 오일머니의 월스트리트로의 유입, 수출주도형 국가들의 미 재무부 채권 매입 등을 통한 미국의 지속적인 자본수지 흑자, 최근에는 국부펀드 등을 통해 자금이 공급되었고 각국의 투자은행에서의 고유계정 투자, 헤지펀드 등의 레버리지 투자기법 활용 등을 통해 파생상품에서 이윤을 획득한 것이다.

요컨대 파생상품은 신용창출을 가속화시키는 상품 중에서도 그 기능이 매우 활발하였던 상품일 따름이다. 매개체를 진원지로 파악하는 것은 주류경제학의 오래된 오류 중 하나다. 즉 노동가치론에 따르면 가치(value)를 창출하는 유일한 원천은 노동임에도 그들은 계속하여 화폐자본과 기술도 가치를 창출한다고 주장해왔다. 그것들은 노동가치를 가속화시키는 촉매제일 뿐이다.

현재 시점까지의 짧은 관전평

헨리 폴슨과 벤 버냉키가 만든 – 조지 부시는 아직도 그 개념도 이해 못할 – 구제금융 안이 일단 의회 지도자들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폴 크루그먼은 폴슨의 안이 좌우 모두에게 욕을 먹는데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정말 욕지기 나오는 사기협잡질이지만 다른 대안도 마땅히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그 거시적인 이유는 지난 번 “‘이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에 대한 단상”에서 잠깐 밝혔듯이 적어도 현재의 상태는 사회화된 소비에 대한 생산 및 투자주체인 기업들을 – 사기업, 공기업 여부를 떠나서 – 방치할 경우 발생할 사회적 비용이 그 효용(그 효용이라면 부실한 기업운영을 하게 되면 망하게 된다는 교훈을 다른 기업들에게 심어주어 기업운영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보다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미시적인 이유라면 현재의 위기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즉 아들 부시의 이라크 전쟁이 민영화라는 측면에서는 이전의 전쟁과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인 것처럼 이번 금융위기는 쉐도우 뱅킹 시스템(주1)이라는 이전 위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주2) 그러하기에 결국 문제해결은 ‘어떻게’가 아니라 ‘언제’인가가 관건이라고 생각될 만큼 구제금융이 시급하고 절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딜레마는 여전한데 그 대표적인 사례는 자산가치 측정의 어려움이라 할 것이다. 지금 미행정부가 사주겠다는 – 역경매라는 방식을 통하여 – 부실기업의 자산은 사실 그동안 일반인들은 알지도 못하던 복합금융상품이다. CDO, CDS 는 기본이고 온갖 복잡한 이름이 붙은 파생금융상품이 난무한다. 그동안 이런 물건을 주물럭거리던 금융회사들은 미국회계기준에 따라 이 상품들을 재무제표 상의 소위 레벨3( Level3 ) 라는 계정항목에 처박아두고 있었다고 한다.(더 자세한 설명 보기)

시가평가도 안되고 시장도 형성 안 되어 있는 상품은 거기에다 넣어두라고 미국회계규칙에 되어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해당기업들도 그 상품을 만지던 사람들이 아니면 그 존재조차도 잘 몰랐다. 그런데 이제 그 듣보잡 상품들을 국가가 사겠다고 나선 것이다. 무슨 인간문화재가 만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도자기도 아니고 이런 상품이 가격표도 안 붙어 있으니 난감한 노릇이다. 아~ 물론 이제 와서 취득가격에 사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따라서 이제 구제금융안이 의회를 통과되어도 그것의 실행과정에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자원낭비, 그리고 비도덕적인 사기협잡이 판을 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와의 타협안에서 부실기업의 경영진 보수를 제한한다고 합의하였다는데 그것이 벌써 협잡질이다. 회초리라도 몇 대 때리고 시작해도 시원찮을 텐데 혼도 안내고 월급까지 주겠단다.

나중에 시간되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번 사태를 조명해보도록 하겠다.

(주1) 이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기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으나 이른바 은행(월스트리트)과 실물(메인스트리트) 간의 관계보다 (투자)은행들 간의 관계, 그리고 상품거래가 더 주된 역할을 차지하는, 관계당국의 규제망에 잘 걸려들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주2) 그렇기에 사실 현재 구제금융안의 입안자들 중 다수 역시 현재 정확한 원인진단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폴슨은 인너써클이었으니 어느 정도 내막을 알겠지

리스크, 파생금융상품, 그리고 머니게임

현대 자본주의의 플레이어들에게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 가장 유념하여야할 것을 5개만 나열하라면 어떤 것들이 리스트에 오를까? 모르긴 몰라도 상당수 사람들이 리스크(risk)를 뽑지 않을까 싶다. 사람 사는 세상이 모두 그렇지만 특히 비즈니스에 있어서 리스크는 모든 이들이 가장 꺼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리스크를 우리말로 무어라 해야 할까? 리스크를 ‘위험’이라고 번역하면 그건 좀 ‘위험’하다. 리스크(risk)는 위험(danger)의 요소도 포함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개인적으로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는 요소가 더 많이 내포되어 있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다. 즉 누군가 리스크를 헤지(hedge)한다고 말했을 때 그것은 ‘위험을 분산’하였다는 표현도 타당하지만 ‘불확실성을 제거’하였다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한 해석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가 흔히 쓰는 high risk, high return 이라는 표현은 어떤 의미에서는 동어반복이다. 리스크는 비용(cost)인 동시에 기회(opportunity)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업을 영위하는 중에 많은 이들은 곳곳에 산재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즉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기회도 포기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이러한 속성을 파고든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보험일 것이다. 만약의 사고라는 비용에 대비해서 보험가입자는 보험료라는 오늘의 기회를 포기한다. 그래서 보험은 자본주의의 시작과 함께 일찍부터 해상무역이 활달했던 영국에서 발전해온 리스크 헤지 방법으로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변종으로 번식하며 득세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에 접어들며, 특히 1970년대 닉슨의 달러 금태환 정지 선언 등에 따라 변동환율제 체제로 접어들며 파생금융상품이 리스크 헤지 방안으로 등장했다. 플레이어들은 스왑, 옵션, 선물 등으로 불리는 파생금융상품을 통해 환 리스크, 금리 리스크, 가격변동 리스크 등을 관리하기 시작한다.

닉슨 행정부를 통해 본격적으로 금융억압이 막을 내린 서구 자본주의의 금융시장에서 위와 같은 기초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한 수많은 파생금융상품이 등장한다. 실질적인 통화나 실물이 오가는 것이 아닌 단순한 리스크 헤지 거래의 차액만이 결제되는 시장이 점점 더 그 규모를 키워왔다. 그리고 그러한 비대화되어가는 파생금융상품 시장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CDO와 CDS라 할 수 있을 것이다.

CDO는 다양한 신용도의 기초자산을 – 대표적으로 모기지 채권 – 여러 개 섞어서 구조화시킨 후 리스크의 크기에 따라 다양한 입맛을 지닌 소비자(즉 CDO를 구매하는 투자자)에게 판다는 것이 기초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 개념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기초자산 시장이 통째로 불황에 빠지는 매크로 리스크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사실을 플레이어들이 인지하지 못하였거나 고의로 무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실제로는 기망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CDS는 또 그러한 CDO나 여타 허다한 기초자산, 기업, 급기야 모든 것들의 채무불이행 리스크(default risk)에 대해 일정액의 수수료로 손실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보험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신종상품이니 규제도 받지 않고 신나게 팔린 모양이다. 누적판매액이 60조 달러쯤 된다니 뭐 상상이 안 간다. 그런데 이 상품마저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이 흔들릴 정도로 예기치 못했던 강진이 발생하자 속절없이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 디폴트 리스크의 판매자가 디폴트의 위기에 몰린 것이다.

거칠게 살펴보았지만 요는 결국 현재의 시장상황은 리스크 보장을 팔아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 그 현황 자체가 리스크인 모순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리스크를 헤지 해주겠다고 나선 이들이 정작 내부 시스템에서는 자신들에게 거대한 리스크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파생금융상품의 수많은 변종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이해부족, 정보공유부족, 기망, 심지어 사기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투자론, 금융공학, 경영학, 산업공학 등이 발전하면서 가장 세분화된 부분이 바로 이 리스크 매니지먼트와 리스크 헤지 부분일 것이다. 수학의 천재들이 그리스 문자가 뒤섞인 온갖 수식을 개발하고 첨단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실무에 적용해왔다. 그런데 결국 그 화려한 최첨단의 금융공학과 이 이론으로 포장된 파생금융상품이 역설적이게도 가장 기초적이고 고전적인 신용 리스크, 그리고 그것이 폭발할 때까지 펼쳐진 광기어린 머니게임의 – 그것이 없었더라면 좀 더 빨리 리스크를 알아차릴 수 있었던 – 차단막이 되어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풋백옵션 규제 시사가 의미하는 바는?

정부에서 최근 M&A시장에서의 풋백옵션(put back option)에 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사전적 의미를 보자.

일정한 실물 또는 금융자산을 약정된 기일이나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풋옵션이라 한다. 풋옵션을 기업인수·합병에 적용한 것으로 본래 매각자에게 되판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풋 백 옵션이라 부른다.

즉 특정자산을 매입한 주체가 그 자산을 매각한 주체, 또는 제3자에게 해당자산을 약정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풋백옵션을 규제하려는 것일까?

정부가 은행 돈을 빌려 하는 대기업 M&A를 제한하려는 배경에는, 최근 금호아시아나의 사례처럼 M&A가 시장 불안 요인으로 비화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대기업에 집중되는 은행 자금줄을 중소기업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있다.[`대기업 M&A 규제` 줄줄이 내놓는 정부 속뜻은, 이데일리, 2008년 8월 1일]

원리는 이렇다. A회사가 B회사를 인수하고 싶다. 그런데 혼자 인수하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다. 이때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C사, D사 등을 동원하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법이 있겠고, 차입매수(LBO : leveraged buy out(주1))가 있을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 두가지 방법이 대표적인 것 같다.

일단 차입매수에 대해서는 그동안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비난도 많았고 실제로 국내에서 이 방식을 성사시킬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이들이 많은지, 그리고 사례가 많은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매수대상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잡아야 하기 때문에 매우 전문적인 노하우나 여러 주체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주2)

그런데 이에 비해 앞서의 방법, 즉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인수하는 방법은 꽤 사례가 있는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바로 이 경우에서 가장 이해관계가 첨예한 A사가 C사, D사에게 풋백옵션을 제공할 경우 발생한다. C사, D사는 대개 투자은행 등 재무적투자자일 경우가 많다. 이들은 B사의 인수전에 주주자격으로 참가하지만 A사와 이면계약으로 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사실상 출자자가 아닌 대출자의 자격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어떠한 부작용을 낳는지는 최근 몇몇 사례에서 점차 밝혀지고 있다. 이랜드의 까르프에 대한 무리한 인수 후 재매각,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시 전략투자자에 대한 풋옵션 행사부여에 따른 예금보험공사와의 갈등,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유동성 위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모든 것이 풋옵션을 전략투자자에게 부여하였다가 시장상황 악화 및 주가하락 등에 따라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파생된 상황이다.

결국 개별기업의 매각조건은 각각 다를 것이나 대주단의 의도는 매입자의 강한 자본투자의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겉으로는 자본투입의지를 밝힌 이들 중 상당수는 풋옵션을 뒤에 깔아놓은 이들이었다는 것이 괘씸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C사, D사의 막대한 풋옵션 행사는 B사 뿐만 아니라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는 데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정부가 규제를 한다면 이러한 규제는 대우해양조선의 인수전 에서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주3)

규제는 온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덩치 큰 기업들을 M&A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지렛대 효과를 노리는 것은 시장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래서 차입 등을 규제하는 것인데 거의 모든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자본출자마저도 실은 지렛대 효과가 뒤에 숨어있다면 그것은 사기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망에 가깝기 때문이다.(주4)  다만 아직 투자은행의 공격성이 본격화되지 않은 국내자본시장에서 이러한 규제가 어설픈 금융자본주의의 동맥경화 증상만 악화시키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더욱 근본적으로 금융자유화에 따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각종 금융기법, 예를 들면 선물시장, 신용파생상품, 공매도, 차입매수, 풋옵션 등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이나 더 나아가 금융자본주의 본좌 월스트리트에서조차 강한 태클을 받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참 기분이 묘하다. 규제당국의 이러한 자기부정은 더 강화된 자본주의를 위한 수정노선인 것인지 아니면 자본주의의 무정부성에 대한 자포자기적인 반항인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주1) 기업매수자금을 매수대상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한 차입금으로 조달하는 방법.

(주2) 누가 국내에서 성사된 사례가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음(귀차니즘~~)

(주3) 금호는 자기네가 첫 케이스가 안 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겠지

(주4) 물론 최근 국제상사중재위원회는 이 정도의 기망은 일도 아니라며 한화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말이다.

월스트리트의 위기, 그리고 시사점(2)

위기에 처한 월스트리트

파이낸셜타임스의 10월 27일 기사에 따르면 메릴린치의 CEO Stanely O’Neal 이 이사회의 사전승인 없이 합병 등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에서 네 번째로 규모가 큰 은행인 Wachovia를 접촉하였다는 사실 때문에 CEO자리를 뺏길 위험에 처해있다고 한다. 이미 공격적인 사업추진으로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안겨준 만큼 그의 이러한 독단적인 행동이 이사회의 분노를 촉진시킨 것으로 추측된다.

문제는 지난번 관련 글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이러한 메릴린치의 사상 초유의 손실이 CEO의 공격적인 사업추진 스타일이나 사업상의 실수만이 아닌 보다 깊은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바로 현재 미국의, 그리고 미국화된 전 세계의 취약한 금융 시스템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산담보부증권이란

메릴린치 뿐만 아니라 여타 월스트리트 은행들도 3분기 실적이 형편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Bank of America, Bear Stearns 등도 손실이 현저히 불어났다. 메릴린치가 그 중 가장 손실이 컸을 뿐이다. 그것은 메릴린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연계된 이른바 자산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 : CDOs)의 최대 인수자(underwriter)였기 때문이다.

자산담보부증권은 금융기관·기업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여 제3자에게 매각하는 증권으로 자산유동화, 즉 투자 또는 대출금의 빠른 회수를 위하여 고안된 장치다.

단순하게 보면 주택을 사고 싶은 소비자가 돈을 은행으로부터 빌린다. 은행은 주택을 담보로 잡고  일정요율의 이자의 돈을 대출해준다. 그리고는 그 주택담보를 자산으로 한 증권을 발행하여 다른 금융기관 혹은 개인투자자에게 이를 당초 요율보다 조금 낮은 이자율에 판매한다. 그리고 중간에 이자의 갭을 챙긴다. 기업과 개인은 이를 보유하기도 하고 때로 재판매하기도 하여 위험을 분산시키고 투자를 회수한다. 이렇게 발행된 증권은 쪼개지고, 묶여지고, 다시 패키지화되고, 재판매되며 시장을 종횡무진 한다.

개별기업 차원에서는 위험을 분산시키고 투자를 조기에 회수하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고위험의 CDO가 시장을 돌아다니며 시장 전체의 위험은 증가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부실채권이 되어버린 CDO, 이어지는 가혹한 인원감축

미국 내에서 CDO의 발행규모는 2001년 520억 달러에서 2006년 3,880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이 돈은 일종의 리버리지 효과를 노린 주택구입자의 주택구입비용에 충당되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집값은 큰 상승세를 기록한다. 거품은 작년 여름부터 꺼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CDO의 담보인 주택의 담보능력이 현저히 저하된다. 이른바 부실채권이 된 것이다.

극단적인 시장옹호론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부동산투기를 욕하지 말라고들 한다. 그들과 같은 위험감수자(risk taker)가 없으면 시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위험감수자들이 노리는 것은 “high risk, high return”이다. 일정 수긍이 가는 말이다. 문제는 이것이 탈법적이거나 심지어 규제가 약한 곳에서 시장의 궁극적 목적을 교란시키면서 진행되는 경우이다.

지금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 처해있는 금융기관과 모기지를 이용하여 주택을 구입한 이들이 바로 비슷한 처지다. 금융기관은 정부의 탈규제 경향을 틈타 기존의 대출상품과 또 다른 교묘한 상품을 만들어 수익의 극대화를 시도하였고, 부동산 시장은 그로 인해 부풀어 올라 주택구입자들의 마음은 풍요로워졌다. 현재 그 거품이 꺼지는 순간 그들은 다시 정부가 나서줄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마치 예전에 금융시장을 붕괴시킬 뻔 했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그 뻔뻔한 금융천재들처럼 말이다.

여하튼 시장의 침체는 금융노동자들에게 가혹한 시련으로 다가온다. 이미 모기지 회사에서는 수십만의 인력이 일자리를 잃었다. Bank of America 는 투자금융 부문의 인력 3천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여타 금융기관의 대량해고를 예고하는 발표가 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Bear Stearns, Citigroup, JP Morgan 등도 인원감축에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PF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부동산PF(project financing) 혹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sset Backed Commercial Paper : ABCP)이 서브프라임 사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가 아닌 건설업체에게 빌려준 자금이라는 점이 차이가 날뿐이다. ABCP는 대출로 간주되지 않는 일종의 틈새상품으로 신보출연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등의 장점으로 말미암아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품이기에 그동안 인기리에 팔렸다. 여하튼 각 금융기관이 소유하고 있는 ABCP 역시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이 냉각될 경우 건설업체의 상환능력 상실, 더 나아가 부도로 이어질 경우 부실채권으로 전락하여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뒤늦게 관계당국이 현황을 파악하느라 난리법석을 피우고, 총괄적인 관리에 나서고, 행정지시를 내리는 등 한동안 분주했다. 그리고 금융기관들도 이런 행정지시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한편 자체적인 위험관리에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금융기관이 당국의 지시를 수용하는 것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금융의 순기능을 유도하는 시스템

금융은 국가경제의 동맥과 같은 존재다. 피가 안 통하는 곳에 피를 통하게 하여 건강한 국가경제를 만들어가는 필수조건이다. 그런데 올바른 뇌에 의해 적절히 통제되지 않은 채 부동산 시장과 같은 생산적 부의 창출과는 거리가 있는 부문으로만 집중된다면 몸의 불균형은 심화된다. 적정규모의 금액이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흘러가고 이것이 국부를 창조하여 금융부문을 통해 재순환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가야 한다.

이런 당위는 현재 개별기업과 투자자의 경제적 자유주의 논리, 주주자본주의 논리, 부동산 소유자들의 투기 심리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물론 현대 물질문명 사회에서 투자는 당연히 이윤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한 상식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국가경제라는 공동체에 선순환적으로 기여하여야 한다는 것 또한 자명한 상식이다.

현대 금융의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여러 파생금융상품을 일방적으로 죄악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것은 분명히 생산기능의 효율화와 참여주체의 위험분산에 기여한다. 이러한 것들을 잘 활용하면 우리는 이전의 제도나 상품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것이 순기능 하게끔 하는 통제시스템이다. 그것이 과거에는 권위주의적인 관치의 형태로 존재하였고 현재 많은 이들은 그러한 관치에 대해 본질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시스템을 개발하여야 한다. “잘못된” 통제가 싫다고 “통제” 자체를 없애버리면 그것은 “무질서”를 용인 내지는 조장하는 것일 뿐이다.

추천글 ‘금융 불안정성’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대되는가 

월스트리트의 위기, 그리고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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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NewYork1 032“.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불어올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3분기에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메릴린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손실이 84억 달러에 달하며 이를 반영한 결과 3분기 실적이 22억 달러 순손실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몇 주 전 회사가 내놓은 예상치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며, 메릴린치 93년 역사에서 가장 큰 분기 손실이다.

많은 분석가들은 회사의 4분기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분석하였다. 이처럼 악화된 회사 경영 상태에 대해 회사의 최고경영자 Stanley O’Neal을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그들의 공격적인 사업행태가 악영향을 미쳤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분석가들은 두세 개의 또 다른 거대은행이 몇 주 이내에 유사한 정도의 손실을 발표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사태의 원인이 보다 깊은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투자회사인 Sanford Bernstein의 Brad Hintz는 지난 몇 년간 금융시장 여건을 악화시킨 세 가지 주요한 경향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1) 월스트리트가 돈을 벌기 위해 고안해낸 상품들의 재무적인 복잡성, 2) 이에 대한 부실한 위험관리, 3) 감독기관의 탈규제 경향이 그것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지적하였으나 본인들은 나 몰라라 하던 월스트리트의 문제점을 그대로 직시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금융의 탈규제 경향과 더욱 복잡해진 금융상품은 그동안 선진금융기법이나 금융공학이나 하는 온갖 화려한 수사로 치장되어 월스트리트가 여러 후진국(?)에 수출하던 효자상품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여태까지 해외의 금융자본과 우리나라의 경제 관료는 이러한 정치적 수사를 동원하여 국내 은행의 민영화와 해외매각을 정당화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Brad Hintz가 언급한 요인들이 어떻게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는지 한 사례를 들여다보자. 최근 몇 년간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은 이른바 “레벨3(Level3)”라 불리는 자산의 회계항목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바로 문제가 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각종 파생금융상품이 포함되어 있는 이 레벌3 계정은 그것을 측정할 시장이 없는 관계로 실현되기 전에는 ‘적정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계정이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에 540억 달러였던 레벨3 자산을 3분기에 720억 달러로 늘렸다. 리만브러더스는 역시 2분기 220억 달러에서 3분기 346억 달러로 늘렸다. 모건스탠리역시 예외없이 2분기 630억 달러에서 880억 달러로 투자를 확대하였다. 앞서 말했듯이 이 자산은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차대조표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트린다. 천문학적인 돈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소리다.

요컨대 시장의 모든 위험을 상품화하여 그 위험을 헷지하여 자본시장의 무정부성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신용 파생상품이 시장의 무정부성을 강화시켜주고 있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하여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러한데도 월스트리트의 천재들은 막연한 위험관리로 사태의 부실을 심화시켰고, 시장의 탈규제는 감독의 범위에서 벗어난 수많은 신상품이 시장을 교란시키게 방치하였던 것이다.

굳이 유명인사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을지 모르지만 조지 소르스와 함께 퀀텀 펀드를 공동설립한 헤지펀드의 ‘큰 손’ 짐 로저스는 “미국이 이미 침체에 빠졌다”며 이 때문에 달러화에 대한 투자 자금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한다.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이 파리채를 대하는 파리만큼이나 절박할 수밖에 없는 헤지 펀드의 거물이니만큼 그의 발언이 주는 의미는 더욱 비중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달러에 대한 해외자본들의 신뢰상실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그동안 실물경제를 지원하여야 할 금융시장이 스스로의 역학에 의하여 왜곡시켜온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인 측면도 강하다. 시장교란자 중 하나인 짐 로저스 스스로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할 장본인인 것이다.

한 신용시장 분석가는 “주택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국가종교”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면 자신의 부가 늘고 있다고 생각하고 소비를 늘린다. 그렇게 해서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다. 주택 인플레이션은 상당부분 금융시장이 부풀려준 과잉신용과 과잉유동성에 기인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 그 거품이 꺼지면서 현재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침체와 부실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 이러한 현상이 바로 가까이서도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규모만 작았지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주택 인플레이션이 미국의 국가종교이기도 하거니와 우리의 국가 종교일 수도 있다. 오랜 동안 우리나라에도 ‘부동산 불패론’이라는 신화가 존재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리고 해외자본에 넘어간 상업은행들이 가계대출에 매진하면서 이러한 사태를 심화시켜온 것이 지난 몇 년간의 상황이다. 이것이 관계당국이 지향하던 선진금융이라면 이제는 좀 ‘지양’하여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참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