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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과 리먼과의 협상자리에서의 딕 펄드의 행동

민유성은 리먼 주식의 과반수를 살 의향이 있었다. 단, 조건은 리먼의 상업용 및 주거용 부동산 자산을 따로 떼어 배드뱅크를 만듦으로써 리먼 본체, 즉 굿뱅크에 행하는 한국산업은행의 투자가 침해받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중략] 이때 펄드가 나서서 말머리를 잘랐다. “내가 볼 때 그쪽이 큰 실수를 하는 거예요.” 펄드가 민유성에게 말했다. “커다란 기회를 놓치는 거라고. 리먼의 부동산 자산에는 큰 가치가 있습니다.” [대마불사, 앤드루 로스 지음, 노 다니엘 옮김, 한울, 2010년, p363~364]

어쨌든 불발한 거래고 민유성이라는 개인 자체에 그리 신뢰가 가지 않지만, 인용한 이 부분을 보고 있자니 그래도 민유성을 포함한 산업은행 측이 나름 성의 있는 협상을 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의식 과잉의 딕 펄드는 이전 협약당사자였던 워런 버핏,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에 그랬듯이 주제 넘는 고압적인 자세로 리먼의 자산에 대해 착각에 가까운 자부심을 가지고 산업은행에게 무리한 조건을 요구했다. 이러한 태도는 시장의 관점과도 거리가 멀었을 뿐 아니라 다른 경영진 등 내부자의 관점과도 다른 것이었다.

가격협상이라는 것이 매도희망가와 매수희망가의 간극을 좁혀나가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관점이 다른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당시 리먼을 포함하여 많은 투자은행들이 가지고 있던 부동산 자산이라는 것이 여러 희한한 프로세스를 거친 증권화 상품이었다는 점에서 정확한 시장가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정황이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협상을 할 즈음은 이미 그 복잡한 증권화 상품의 민낯이 드러난 시기였다. 그럼에도 펄드는 저런 허풍을 떨었던 것이다.

Richard S. Fuld, Jr. at World Resources Institute forum.jpg
By World Resources Institute Staff – http://flickr.com/photos/wricontest/369118382/, CC BY 2.0, Link

매서운 외모만큼이나 투박한 성격으로 유명한 딕 펄드는 자신이 쌓아올린 제국인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져 내릴 즈음에는 거의 인지부조화에 가까울 정도의 심적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인용한 책에 보면 그가 이사회에게 당시 금융시장의 심각성을 설명하기 위해 초청한 라사드의 한 전문가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이어가자 이 발언을 제지하고 나중에 “넌 해고야!”라고 했다고 한다. 산업은행과의 이 협상자리도 애초 리먼 측이 배드뱅크 설립을 전제로 협상하던 자리에 갑자기 나타나 저런 발언을 했다고 한다. 황당한 노릇이다.

사이코패스는 다른 이들보다 보상의 규칙은 재빨리 알아채고 이를 활용하는 반면, 처벌의 규칙에는 둔감하거나 그리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또 다른 연구기관은 이런 상황이 실제 뇌활동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연구하였는데,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집단은 쾌락과 행복감에 관련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사이코패스 성향이 약한 집단에 비해 4배 이상 배출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사이코패스는 타인이나 자기 자신이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가 오더라도 끝까지 보상을 추구하도록 뇌의 회로가 프로그램돼있다”고 분석했다.[당신 회사의 CEO는 사이코패스일까?]

해당 전문가가 아닌지라 사이코패스가 명확하게 병적 징후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유난히 그러한 성향이 강한 이들을 집단화할 수 있다면 딕 풀드는 당연히 사이코패스 성향의 집단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처벌의 규칙에 신경 쓰지 않고 끝까지 보상을 추구했다가 망한 인물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뿐만 아니라 당시 많은 투자은행의 임직원들은 이런 사이코패스적 인지부조화에 전염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유명한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란 문구가 회자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금융자본주의 혹은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에는 어느 정도 이런 사이코패스적인 매몰참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다른 직종에 비해 보수가 많지 않았던 금융시장이 세계화/증권화되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보수를 받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금융업자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보상에 따른 쾌락을 더 중요시하기 시작했고,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LTCM 사태랄지 엔론 사태1,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난 금융위기가 있다. 한 사회의 뇌 회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시골의사’님의 글을 읽고

오랜만에 유명한 경제 논객이신 시골의사님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셨다. 반가운 마음에 읽었다. 제목이 “하반기 경기회복 가능할까…? (1)” 인 것을 보니 제법 야심에 찬 기획시리즈로 보여 기대된다. 다만 옥에 티 하나만 지적하자면

우리가 일상적인 농,공업을 통해 잉여가치를 창출 할 때 이것은 과거에는 지주에게, 현재는 자본가에게 집중된다. 막시스트들은 바로 이점을 가리켜 ‘착취’라고 규정하고 자본주의를 죄악시한다. 하지만 사실상 이런 주장은 노동자가 곧 소비자인, 다시말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동자의 대부분이 곧 부르조아인(얼마간의 잉여를 가진)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놓고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막스가 무덤 속에서 부활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중략)
저개발국으로 이전한 기업이 수익이 증가하면 그 수익의 증가가 고스란히 한 국가 사회적 자산의 증가로 잡히기 때문이다. 자국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곧 국가의 발전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부의 분배구조다. 이 경우 전자와 달리 이익은 기업의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즉 총량은 같지만 배분은 점점 기울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부풀려진 부는 사실상 총량적 부의 증가라기 보다는 생산활동에서 초래된 잉여가치가 한곳으로 쏠리면서 부풀려지는 현상에 불과하다.[원문 읽기]

전체 본문 중에서 위 두 문단의 상호모순이다. 첫 번째 문단은 글의 도입부에 두 번째 문단은 글의 결론부에 위치해있다. 두 문단은 모두 자본주의 시스템에서의 부의 분배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문단은 생산과정에서의 잉여가치에 따른 노동착취에 대한 설명인데, 시골의사님은 (주식회사, 펀드 등을 통해 : foog주) “착취”받는 노동자 대부분이 스스로 부르주아이기 때문에 (즉 설사 잉여가치가 있어도 다시 주주배당으로 분배되어 분배의 평등이 어느 정도 달성될 것이기 때문에 : foog주) “막스가 무덤 속에서 부활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 아니면 잉여가치가 원천무효라는 주장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적어도 부가 (소수의) “자본가에게 집중”된다는 주장은 아니다.

그런데 두 번째 문단에서는 이와는 다소 다른 주장을 하신다. 1,2차 산업에서 산출되는 기업수익의 증가가 국가 사회적 자산의 증가로 이어지기에 바람직하지만 이익이 기업의 주주에게 돌아가기에 “총량은 같지만 배분은 점점 기울”어지고 “생산활동에서 초래된 잉여가치가 한곳으로 쏠리”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씀하신다. 첫 번째 문단에서의 “노동자의 대부분이 곧 부르조아”라는 설명이 그들이 노동자이자 동시에 주주이므로, 마르크스의 착취론은 설득력이 없다는 설명이라 이해한 내 생각이 맞는다면 두 문단은 서로 모순된다.
 
실제로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주식회사를 통한 주식의 사회적 분산, 펀드의 발전을 통한 노동계급의 투자사업 참여 활성화 등은 전통적인 계급론의 이분법적인 틀에서의 노자(勞資) 구도를 많이 희석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그 활동이 결과론적으로 부의 재분배를 촉진시켜 여하한의 자본주의의 모순을 완화시켜왔는가가 관건인데, 적어도 현 시점에서 그 대답은 그 주원인이 금융자본주의의 융성이든 아니면 주주배당의 불공평성이든 아니면 잉여가치의 착취든 ‘아니다’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내 글이 괜한 딴죽이랄 수도 있겠으나 앞서 지적했듯이 시골의사님도 그 결과부분에서는 분배의 불평등을 지적하고 있고 향후 진행될 이야기도 내 짐작에 현재의 자본주의가 왜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였는가, 그리고 그 전망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바, 지적할 것은 지적하여야겠기에 토 다는 것이다. 어쨌든 적어도 지금 시점은 마르크스가 무덤 속에서 부활할 정도는 아니지만, 헌 책방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그의 책이 다시 읽혀지는 시대인 것 같다.

이어서 읽으면 괜찮을 것 같은 글

국제 경제의 불균형

미국의 만성적인 경상적자와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복잡하게 설계된 각종 파생금융상품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신(新)금융자본주의를 통해서 연결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경상수지 흑자국으로의 달러유출을 일으켜 해당 국가의 달러유입이 풍부해진다. 따라서 인위적인 환율개입이 없다면 달러의 상대적 공급이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흑자 국가의 통화가치가 올라가고, 이는 적자국가의 상품가격하락과 흑자국가의 상품가격 상승을 통해 경상수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자율조정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국가들 중에서 수출에 의존하여 성장을 추구하는 나라들은 자국 통화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국제 경제의 불균형, 금융위기, 그리고 구제금융의 한계, 연구위원 황세운, 자본시장 weekly, 한국증권연구원, 2008-42호]

이 짧은 문단에서 황 연구원은 1970년대 말 이후 지속되는 미국의 무역적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써의 신(新)금융자본주의 시도, 미국으로의 주요 수출국들의 외환정책, 이로 인한 미국의 자본수지 균형의 흐름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전체 글 역시 근래의 금융위기의 원인과 미래를 가장 통찰력 있게 진단한 글이 아닌가 싶다.

이글에서 지적하는바와 같이 현재의 금융위기는 그린스펀의 저금리 정책 고수, 파생상품 거래규모의 급증, 신용평가사의 도덕적 부패, 부동산 대출의 남발 등 여러 금융적 특성을 지닌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근저에는 미국으로 돈이 다시 유입될 수밖에 없었던 국제거래 불균형 구조, 이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방치해놓았던 국제공조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오바마가 최근 중국의 환율조작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근본모순에 대한 민주당식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신용위기 단상

결국은 시스템적인 모순이지만 이번 사태는 또한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구제금융 법안의 부결도 상당부분 월스트리트의 그간의 비도덕적 행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를 반영한 것이다. 막스 베버가 월스트리트에 한 2박3일 머물렀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 이래서 금융자본은 유태인의 천민자본주의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자신의 주장이 옳았음을 기뻐 소리쳤을까?

월街에서 잘나간다는 CFA라는 자격증 공부는 윤리학(ethics)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만큼 금융인들의 윤리의식이 애당초 마비되었다는 반증일까? –; 중요하다는 이야기겠지.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 아마 처음부터겠지만 – 자본주의, 특히 월스트리트의 자본주의에서는 윤리는 교과과목일 뿐 실제업무와는 별 관계없는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승자독식과 한탕주의가 숭배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들은 경영진만 되면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아 챙겼다. ‘황금낙하산’이라는 어이없는 제도는(주1) 경영진에게 회사를 말아먹어도 한 몫 챙길 기회를 주었다. 경영진이 되지 않더라도 남들이 원리를 이해할 수 없는 첨단금융상품을 만들어 한 몫 크게 챙길 기회는 곳곳에 널려 있었다. 그래서 계속 신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언제까지? 시장이 폭발할 때까지.

그런데 자꾸 윤리의 문제로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려 하면 매듭이 지어지지 않는다. 결국은 인간은 탐욕의 동물이라는 환원론적인 철학논쟁밖에 안된다. 인간의 탐욕이 시너지 효과로 승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자본주의의 운영철학이었다면 그것이 선순환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 것은 시스템이었다. 지금 보다 비판받아야 할 것은 그 탐욕을 악순환의 고리로 내몬 시스템일 것이다.

‘만리장성(Chinese Wall)’이 있다. 갑자기 웬 중국이야기냐고? 그게 아니고 투자은행에 관한 용어다. 원래 투자은행은 기초자산의 증권매도자와 그 증권의 매수자를 중개해주는 기능이 본연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고유계정(prop trading)으로 직접 매수자가 되기 시작하면서 이해상충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중개도 하는 것이 매수도 하면 곤란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온 것이 이해상충의 여지가 있는 부서는 사내에서도 정보공유가 금지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제도다. 좀 웃기긴 하다. 그만큼 탐욕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가 허술하다.

보다 거시적으로 접근하면 칼 마르크스가 지적했듯이 국가기구는 처음부터 불편부당한 기구가 아닌 계급차별적인 기구였다. 다수결에 의한 대의제의 도입은 이러한 정치의 본질을 – 정치와 경제가 자웅동체라는 – 희석시켰다. 극우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급은 변화를 두려워했고, 결과적으로는 소비에트의 일당독재를 비웃는 이들이 양당독재와 시장독재는 용인하는 아이러니한 세상이 되었다. 자본가와 정치가가 구별이 안 되는 워싱턴정가가 그 하이라이트다. 이런 상태에서 시스템의 근본적인 수술은 요원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구제금융은 죽어가는 시스템의 일시적인 연장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를 자본주의의 종말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라는 이름조차도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잘해야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즉 미국과 기축통화로서의 US달러 이니셔티브가 ‘다소’ 약화될 것이다. 결국에는 노동계급, 넓게 보아 유권자들의 ‘혁명적’ 각성이 없이는 도돌이표일 것 같다. 월스트리트의 더러운 자본가들을 욕하고는 선거 때 다시 그들에게 돈을 받아먹은 매케인과 공화당을 찍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메케인의 절반만(!) 받아먹었다는 오바마를 대안이랍시고 찍는 것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주1) 이 제도는 회사가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M&A당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피인수 기업의 경영진이 이를 반대할 수 있기에 그에게 어느 정도 회유성의 보수를 준다는 의미로 생겨났다. 웃긴다.

도전받고 있는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슈타인브뤽씨는 – 독일의 현 재무장관 페르 슈타인브뤽 – 독일의회에서 가진 한 인상적인 발언에서 “검은 9월”이후 더 이상 세계는 이전의 세계와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을 개화시키고” 투기자들을 강력히 단속할 수 있는 총체적인 제도의 법제화를 요구하였다.
In a remarkable outburst at the German parliament, Mr Steinbruck said the world would never be the same after “Black September”. He demanded a sweeping code of regulations to “civilise the financial markets” and clamp down on speculators.

“미국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의 수퍼파워적인 위치를 잃게 될 것이다”라고 그는 파워가 지구상으로 퍼져 나감에 따른 다극의 질서를 예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The US will lose its superpower status in the global financial system,” he said, predicting a new multi-polar order where power is spread across the globe.

프랑스와 독일의 중견 정치인들은 최근 몇 주간 시장 체계에 대한 급격한 조정을 요구했었다. 런던 시티 – 브뤼셀에서는 “카지노”로 알려졌던 – 에 적대적이었던 한 힘 있는 EU의 한 파벌은 이번 위기를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강행시킬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Senior politicians in France and Germany have in recent weeks called for a radical shake-up of the market system. A powerful EU faction that has always been hostile to the City of London – which is known in Brussels as “the casino” – see this crisis as a rare chance to ram through irreversible changes.

“그들은 모든 회사와 동업자들의 자본수준을 규제하고 경영권 취득을 제한하고 자산박탈을 제한하기를 원한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자본주의의 앵글로-색슨 버전을 규제해서 절멸시키고 싶은 것이다.” MEP(Member of the European Parliament:유럽의회 멤버)이자 UKIP(영국독립당:영국의 극우정당)의 경제 대변인인 존 휘대커의 발언이다.
“They want to regulate the capital levels of every firm and partnership, limit takeovers and regulate asset stripping. In short, they want to regulate the Anglo-Saxon version of capitalism out of existence,” said John Whittacker, MEP and UKIP’s economic spokesman.

슈타인브뤽씨는 앵글로-색슨 세계의 단기이익이나 엄청난 보너스에 대한 동기가 수십 년이래 가장 참담한 위기를 낳은 뿌리라고 말했다. “투자은행가들과 뉴욕, 워싱턴, 그리고 런던의 정치가들은 이를 기꺼이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Mr Steinbruck said the drive for short-term profit and huge bonuses in the Anglo-Saxon world was the root cause of the gravest crisis in decades. “Investment bankers and politicians in New York, Washington and London were not willing to give these up,” he said.

Financial Crisis: US will lose superpower status, claims German minister에서 발췌

현재 도전받고 있는 것은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 탈규제, 월스트리트, 런던시티,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과도한 경영진 보수 등이다.

정부의 풋백옵션 규제 시사가 의미하는 바는?

정부에서 최근 M&A시장에서의 풋백옵션(put back option)에 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사전적 의미를 보자.

일정한 실물 또는 금융자산을 약정된 기일이나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풋옵션이라 한다. 풋옵션을 기업인수·합병에 적용한 것으로 본래 매각자에게 되판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풋 백 옵션이라 부른다.

즉 특정자산을 매입한 주체가 그 자산을 매각한 주체, 또는 제3자에게 해당자산을 약정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풋백옵션을 규제하려는 것일까?

정부가 은행 돈을 빌려 하는 대기업 M&A를 제한하려는 배경에는, 최근 금호아시아나의 사례처럼 M&A가 시장 불안 요인으로 비화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대기업에 집중되는 은행 자금줄을 중소기업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있다.[`대기업 M&A 규제` 줄줄이 내놓는 정부 속뜻은, 이데일리, 2008년 8월 1일]

원리는 이렇다. A회사가 B회사를 인수하고 싶다. 그런데 혼자 인수하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다. 이때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C사, D사 등을 동원하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법이 있겠고, 차입매수(LBO : leveraged buy out(주1))가 있을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 두가지 방법이 대표적인 것 같다.

일단 차입매수에 대해서는 그동안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비난도 많았고 실제로 국내에서 이 방식을 성사시킬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이들이 많은지, 그리고 사례가 많은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매수대상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잡아야 하기 때문에 매우 전문적인 노하우나 여러 주체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주2)

그런데 이에 비해 앞서의 방법, 즉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인수하는 방법은 꽤 사례가 있는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바로 이 경우에서 가장 이해관계가 첨예한 A사가 C사, D사에게 풋백옵션을 제공할 경우 발생한다. C사, D사는 대개 투자은행 등 재무적투자자일 경우가 많다. 이들은 B사의 인수전에 주주자격으로 참가하지만 A사와 이면계약으로 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사실상 출자자가 아닌 대출자의 자격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어떠한 부작용을 낳는지는 최근 몇몇 사례에서 점차 밝혀지고 있다. 이랜드의 까르프에 대한 무리한 인수 후 재매각,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시 전략투자자에 대한 풋옵션 행사부여에 따른 예금보험공사와의 갈등,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유동성 위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모든 것이 풋옵션을 전략투자자에게 부여하였다가 시장상황 악화 및 주가하락 등에 따라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파생된 상황이다.

결국 개별기업의 매각조건은 각각 다를 것이나 대주단의 의도는 매입자의 강한 자본투자의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겉으로는 자본투입의지를 밝힌 이들 중 상당수는 풋옵션을 뒤에 깔아놓은 이들이었다는 것이 괘씸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C사, D사의 막대한 풋옵션 행사는 B사 뿐만 아니라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는 데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정부가 규제를 한다면 이러한 규제는 대우해양조선의 인수전 에서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주3)

규제는 온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덩치 큰 기업들을 M&A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지렛대 효과를 노리는 것은 시장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래서 차입 등을 규제하는 것인데 거의 모든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자본출자마저도 실은 지렛대 효과가 뒤에 숨어있다면 그것은 사기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망에 가깝기 때문이다.(주4)  다만 아직 투자은행의 공격성이 본격화되지 않은 국내자본시장에서 이러한 규제가 어설픈 금융자본주의의 동맥경화 증상만 악화시키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더욱 근본적으로 금융자유화에 따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각종 금융기법, 예를 들면 선물시장, 신용파생상품, 공매도, 차입매수, 풋옵션 등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이나 더 나아가 금융자본주의 본좌 월스트리트에서조차 강한 태클을 받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참 기분이 묘하다. 규제당국의 이러한 자기부정은 더 강화된 자본주의를 위한 수정노선인 것인지 아니면 자본주의의 무정부성에 대한 자포자기적인 반항인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주1) 기업매수자금을 매수대상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한 차입금으로 조달하는 방법.

(주2) 누가 국내에서 성사된 사례가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음(귀차니즘~~)

(주3) 금호는 자기네가 첫 케이스가 안 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겠지

(주4) 물론 최근 국제상사중재위원회는 이 정도의 기망은 일도 아니라며 한화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