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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에 관한 다큐멘터리 Inside Job 短評

2008년의 금융위기는 내가 여태 살아오는 동안에 겪었던 중 가장 큰 경제위기라 할 것이다. 물론 한국에는 그 이전에 외환위기라는 심각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2008년의 경우는 전 세계가 함께 지독한 몸살을 앓은 때였다. 덕분에 이 블로그도 그와 관련한 글을 올리느라 안 돌아가는 머리를 많이 굴리기도 했던 때다.

그런데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그 사태의 원인은 무엇이며, 누구의 책임인가? 왜 다른 투자은행들은 보호를 받았는데, 리만브라더스는 침몰했을까? 위기는 해소되었고 시장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많은 물음에 많은 대답이 책이나 보도를 통해 공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 큰 코끼리의 정체는 윤곽이 분명하지 않다.

맷 데이몬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다큐멘터리 Inside Job은 이런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Peter Gabriel의 Big Time을 배경으로 거대한 마천루의 풍경을 비추면서 시작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금융위기 당시 당사자들이었던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코끼리의 윤곽을 더듬어 간다. 부족한 부분은 제작진의 분석으로 채워간다.

“내부자의 소행”이라는 영화제목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듯이, 영화는 금융위기가 월스트리트와 FRB, 그리고 이들과 친한 학계 등 금융 기득권의 내부자 소행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그들은 정부의 규제를 없애 거대한 거품을 만들고 여기에서 수많은 이익을 독점했고 마침내 그 거품이 터지자 국민의 세금으로 스스로를 구제한다.

이 모든 야바위 짓은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 하에 진행되었는데, 그런 파렴치한 짓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대안으로 뽑은 오바마 조차 재빨리 금융 기득권 집단의 편으로 돌아섬으로써 유권자의 기대를 배신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이 부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켰다) 이는 또한 금융위기가 해소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즉, 위기는 이른바  “적정한 주택(affordable housing)”의 공급을 통해 자본소유의 민주주의 사회를 구축하려 했던 미국정부의 드라이브가 – 이 부분은 영화에서 많이 다뤄지진 않았다 – 금융부문 비대화와 탈규제로 이어지며 발생한 근본모순인데, 정부와 금융 모두 이러한 상황을 반성하는 기색은 없고 다만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이다.

비대해진 금융부문이 여태의 이익을 계속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거품이 필요하고 2008년 이후 구제금융이라는 이름하에 뿌려진 천문학적인 자금은 바로 그러한 새로운 거품, 이른바 ‘닷거브 거품(dot gov bubble)’이다. 이 거품이 QE3, QE4로 이어질 수 없음은 자명하고 그 끝은 어떠할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차분히 2008년 금융위기의 앞뒷면을 살펴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영화가 만족스러울 것이다. 이전에 관련서적을 읽었거나 읽을 분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이 많다. 영상은 차분한 편으로 마이클 무어식의 신세대(?) 다큐에 익숙한 분이라면 약간은 지루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MTV 스타일은 아니니까~

비디오는 영화의 엔딩타이틀에 사용된 곡이다. MGMT의 Congratulations.

며칠간의 트위터 수다 퍼옴

그중에 그나마 쓸만한 것으로다가

경제

  • 고소득층의 학원비 지출액이 저소득층에 비해 8배에 육박했다.이러한 차이는 미래 소득 격차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세대를 뛰어넘으면서 `빈부의 대물림’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http://3.ly/J7J
  • 강만수는 친서민 정책이야말로 ‘MB노믹스의 근간’ 감세,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를 유도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진보정권 10년간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겠다고 http://3.ly/GDZ
  • 금융경제학자들 사이에서금융시장을 “카지노”로 간주했던 케인스의 경멸적인 관점은 금융시장에서 가격은 가용가능 한 정보 하에서 언제나 올바른 값을 갖게 된다고 주장하는 “효율적 시장”이론으로 대체되었다 http://coldera.tistory.com/84
  •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제3차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토빈세'(금융거래세) 도입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http://3.ly/cx5
  • 반대하고 싸우기만 하면 되는 보수정권시대보다는 어쩌면 애증이 겹칠 수밖에 없는 진보정권과의 관계설정은 노동조합의 숙제다 http://3.ly/dID
  • 박기성 원장은 한국노동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해고관련 조항 완화, 퇴직금 제도 폐지, 비정규직 기간제한 폐지 등의 발언을 쏟아내 http://3.ly/KJr
  • http://3.ly/qgC 6 Simple Ways to Reform Wall Street
  • http://3.ly/LOX Key Dates and Events in Credit Crisis
  • False hopes in a China-led recovery http://3.ly/GPV
  • Some useful financial blogs http://3.ly/6WR
  •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백악관 국제경제 보좌관을 지낸 제프리 가르텐 “지금의 진정한 위험은 또 다른 금융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취해질 수 있는 것이 전무하다는 점” http://3.ly/sx3
  • 서지 않는 버스 http://3.ly/Otj

유머

  • 멋진 Steam Punk 이미지 http://3.ly/VIw
  • “아~~ 만사가 구찬타~~” http://3.ly/CPD
  • 냐옹아 배게가 아니란다 http://3.ly/AWj
  • 크로캅의 10대 시절 사진 http://3.ly/kbj
  •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루빅스큐브 http://3.ly/a9I
  • 백희영 “차액이 발생해서 양도소득이 많게 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 http://3.ly/SEx
  • 미·북 회담을 고집하던 김 위원장이 양자·다자 회담을 모두 할 의사가 있다고 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선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한·미 전략이 주효한 것”(서재진 통일연구원장) http://3.ly/JSM
  • 이귀남 “전자발찌 효과..확대시행 추진” http://3.ly/xdf 본인이 스스로 위장전입 방지할 해법을 제시하시다!
  • http://3.ly/FGu 왼쪽의 남자분 오른쪽의 여자분 각각 표정과 손짓이 말하길 “모니터에서 손 치워~”

기타

  • 매일 탄산 음료를 마시는 성인이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비만이 될 가능성이 27% 더 높으며 현재 미국 아동의 41%, 10대의 62%가 매일 소다수를 마시고 있다는 http://3.ly/JWH
  • “대한민국의 행정·입법·사법의 3부가 신발공장 주인 박씨의 돈에 놀아난 것이다” http://3.ly/ZLz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 대한 조선의 호칭. 왜 이건희는 ‘설탕공장 주인 이씨’라고 하지 않을까?
  • 언론이 한채영씨 이름 뒤에 껌처럼 붙여대는 ‘명품몸매’라는 단어에 대해 과연 한채영씨나 그 남편은 어떤 생각이 들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 Birds can swim http://3.ly/4sE

그때와 지금의 차이

분명히 해두자: 오늘날 이 거리는 – 월스트리트:역자주 – 가사(假死) 경험 이전에 그들이 하던 속임수들을 또 똑같이 쓰고 있다. 파생상품, 파생상품의 파생상품, 무도회 춤과 같은 트레이딩 술수, 하이리스크 배팅. “우리의 모델은 사실 전혀 변하지 않았어요. 우리 비즈니스모델이 똑같다고 계속 줄기차게 이야기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CFO의 이야기다.
Let’s be clear: The Street today is up to the same tricks it was playing before its near-death experience. Derivatives, derivatives of derivatives, fancy-dance trading schemes, high-risk bets. “Our model really never changed, we’ve said very consistently that our business model remained the same,” says Goldman Sach’s chief financial officer.
유일한 차이라면 이 거리의 최대 은행들은 그들의 배팅이 실패하면 연방정부가 그들에게 구제금융을 줄 것이며 — 이는 더 많은 배팅과 더 많은 돈을 의미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The only difference now is that the Street’s biggest banks know for sure they’ll be bailed out by the federal government if their bets turn sour — which means even bigger bets and bigger bucks.[from Robert Reich’s Blog]

Robert Reich was the nation’s 22nd Secretary of Labor and is a professor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 His latest book is “Supercapitalism.”

골드만삭스가 이익을 내는 방법

* 이 글은 본문에도 나와 있다시피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의 임원을 역임하다 이제는 작가가 되어 미국 자본주의의 모순을 고발하고 있는 Nomi Prins 의 글이다.(그의 웹사이트 가기) 원문 “How You Finance Goldman Sachs’ Profits”은 Mother Jones에서 볼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관리이사직을 포함하여 내가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던 몇 년 동안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숫자는 거짓이라는 점이다. 평상시라면 나라에서 가장 큰 은행들이 작성한 숫자들이 믿기 어렵다는 점은 우리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은행의 기록적인 이익이 궁극적으로 막대한 연방의 자금투입을 통해 창출된 것이기에, 아마도 그 데이터들을 파고들어야 하는 것은 일종의 의무사항이다. 7월 27일 공화당 알란 그래이슨(플로리다)이 주도한 10명의 의원들은 연방준비제도 의장 벤 버냉키에게 단지 골드만삭스의 월스트리트 탑으로의 빠른 복귀 과정에서의 Fed의 역할이 뭐였는지를 묻는 편지를 보내는 것에 그쳤다.

이런 특별 기부행사를 이해하기 위해 2008년 9월 21일로 되돌아가보자. 그날은 골드만삭스와 남아있는 유일한 주요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게는 흥분되는 밤이었다. 그들의 세 개의 주요 경쟁자들이 사라졌다. 베어스턴스는 JP모건체이스에게 2008년 3월 흡수되었다. 리만브러더스는 자본금 부족으로 파산을 선고했다. 그리고 뱅크오브어메리카는 충분한 자금이 없어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메릴린치를 합병하도록 강요받았다. 비슷한 운명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Fed에 긴급히 필요한 자본을 요청하기 위해 찾아갔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는 그것을 얻기 위해 은행지주회사가 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그러한 변화를 위한 표준의 5일 간의 반독점 대기 기간도 거치지 않고(관련기사) Fed는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은행지주회사(현재 가장 큰 금융기업이랄 수 있는)는 통화 감사관의 오피스인 Fed와 FDIC의 규제범위에 속한다. 그들이 비상시에 대비하여 유보해놓는 자본은(즉 그들의 북(book)에 큰 손실을 입힐 악성자산이나 회수할 수 없는 신용파생상품 거래와 같은) 투자은행들의 것보다 큰 것으로 여겨진다. 이것이 트레이드오프(trade-off)다. 당신이 연방의 도움을 받게 되면 당신은 더 많은 자본을 정산하고 더 적은 리스크를 떠안는다.

골드만은 마지막 부분을 좋아하지 않았다. 회사는 대부분의 돈을 투기나 거래를 통해 벌었다. 그래서 회사는 Fed에게 그들의 리스크를 계량할 때에 은행지주회사가 지켜야 하는 소위 시장 리스크 규칙(the Market Risk Rules)을 면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은행지주회사가 된 덕택에 골드만은 총 636억 달러의 연방보조를 받았다(이것이 우리가 아는 바고 만약 Fed가 7조6천억 달러의 상세한 차입내역을 밝혀야 한다면 더 많을 것이다). TARP를 통해 100억 달러가 유입되었다(상환되었다). 129억 달러는 AIG의 노략질에서 움켜쥔 것이다. 비록 골드만이 사전에 그 돈이 AIG의 추락에 의한 손실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만약 그러한 경우라면 그것이 그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제켜두고라도 그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297억 달러가 있는데 그들이 쓸 수 있는 FDIC의 일시유동성담보프로그램(Temporary Liquidity Guarantee Program)의 350억 달러에서 현재까지 사용한 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Fed의 기업어음조달기관(Commercial Paper Funding Facility)에서 쓸 수 있는 110억 달러가 있다.

전술적으로 이 보조금을 챙긴 뒤 골드만은 그들의 새로운 규제자인 Fed에게 만약 자본 충당금을 결정하는 예전 리스크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질의했다. 그들은 예전 투자은행의 규제자인 SEC가 좋다고 한 이른바 VaR(value at risk)를 쓰고 싶어 했다. VaR은 은행들이 자신만의 모수(母數)를 적용하고 이것에 기초하여 리스크가 얼마나 될지 측정하고 그에 대해 얼마만큼의 자본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매우 많은 재량을 허용한다. VaR은 베어스턴스나 리만브러더스와 같은 투자은행들이 사용하여 앞서 말한 결과를 초래한 매우 느슨한 SEC의 모델이다.

2009년 2월 5일 Fed는 골드만의 요청을 허락한다. 이는 골드만이 엄청난 연방보조를 받을 뿐 아니라 거금을 다른 은행들이 하는 만큼의 자본금을 쌓아놓지 않고도 배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VaR을 사용하면서 골드만은 긍정적 요소를 강조하는데 더 많은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 골드만은 우리의 돈으로 이전에 장난질 치던 시절보다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큰 회사이다.

최근 분기의 수익으로 돌아가 보자. 골드만은 137억6천만 달러의 매출에 34억 달러의 기록적인 이윤을 발표했다. 이들 매출의 78%가 운용하기 위해서 가장 많은 자본금을 요구하는 트레이딩과 원금투자(Principal Investments)와 같은 가장 위험한 부문에서 창출되었다. 이들 중에서 고정자산, 통화 및 상품(the Fixed Income, Currency and Commodities ; FICC) 영역은 그 부문 안에서 매출로 기록적인 68억 달러의 매출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 부문이 내가 일하던 곳이고 로이드 블랭크페인이 골드만 서열구조로 올라가는 와중에 관리하던 곳이었다.(그 곳은 또한 왁스먼의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cap-and-trade)(관련글) 법안이 통과되면 가장 많은 소득을 올릴 부문이기도 하다)

골드만이 우리 돈으로 거액의 거래를 하기 시작하면서 왜 거액의 보너스를 지불하지 않겠는가? 이것에 달린 어떠한 끈도(의무? 조건? : 역자 주) 없는 것 같다. 2009년 상반기 골드만은 2008년 상반기보다 34% 증가한 114억 달러를 보상액으로 책정하였다. 이로 인해 기록적인 보너스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은 여전히 보너스의 네 배를 초과하는 536억 달러의 연방부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자본이 여전히 핵심이다. 자본은 금융기관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피다. 당신은 그것 없이는 거래할 수 없다. 2009년 6월 26일 골드만의 총자본은 2천540억 달러이다. 그러나 그것은 무담보 장기 대출 1천910억 달러를 포함한 것이다(즉 그것에 어떠한 담보도 제공하지 않고 빌린 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2008년 11월 28일(2008년 4분기) 그들의 무담보 장기대출은 단지 1천680억 달러였다. 그런데 장기 무담보 대출이 14% 증가했다. 비록 골드만이 그 부채를 어디서 빌렸는지 정확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230억 달러가 증가한 것을 보면 우리는 그 돈의 일부가 정부보조나 Fed의 비밀기금에서 나온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어떻게 조성되었는가와 더불어 골드만의 무담보 펀딩의 대부분은 모회사 그룹으로부터 나온 것이다(각각이 보조금이라 부르는 우산의 꼭대기를 생각해보라). 이 모회사는 돈을 골드만의 계열사에 뿌린다. 몇몇은 규제를 받지만 몇몇은 그렇지 않다. 이는 골드만이 Fed와 다른 기관들의 규제를 받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할지라도, 무담보 펀딩을 받는 규제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 이전과 똑같지만 더 많은 돈들이 연루되어 있다.

JP모건체이스에 관해 말하자면 그들의 270억 달러의 이익은 지난 해 같은 분기에 비해 36%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그것의 많은 부분은 또한 투기적 행위가 이윤을 창출한 트레이딩 매출에서 창출되었다. 소비자 부문에서 회사는 신용과 관련한 손실로 거의 300억 달러를 별도로 떼어놓아야 했다. 소비자 비즈니스가 처참한 지경에 여전히 놓여있으면서 트레이딩에서 월계관을 쓰는 것은 JP모건체이스의 결과가 월스트리트에서 아무리 칭송을 받는다 하더라도 안정을 위한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배팅은 배팅이다.

복습을 위해 잠깐 쉬어가자. 은행 “스타들”은 지난 1년 반 사이 정부보증과 보조에서 거의 1천240억 달러의 돈을 받아 대부분 투기에서 돈을 벌었다. 그러나 소비자 신용문제에 영향으로 신용상품에서는 계속 손해가 나고 있다. 둘 모두 최고의 보너스를 예고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 CEO 재이미 디몬은 재능 있는 이에 유념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 투자은행가들에게 막대한 보너스를 지급하고 싶다는 말의 번역 – 결국 그들은 지난 해 너무 고통 받았고 그는 골드만에서의 그의 친구들과 함께 경쟁력 있는 위치에 남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코 건강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그보다는 안 좋은 데쟈뷰이다.

최근 뉴욕타임스 기사는(그리고 다른 세상의 다른 많은 출판물은) “대부분 최악의 금융위기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확실히 이 위기는 월스트리트의 주요은행들이 정부보조로 투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끝난 것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그것은 위험한 결론이다. 이는 금융회사는 조적된 공공자금 보조 없이 번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가 아니다. 그리고 확실히 소비자가 위기가 발발하기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그들이 똑같은 자비로운 보조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도 악취 때문에 코를 싸쥐어야 했다. 여러분처럼 나도 역겹다. 여러분이 좌절감을 느끼는 것도 십분 이해한다.” 벤 버냉키(Bernanke)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7일 구제금융으로 대형 금융사들을 살려낸 데 대해 “금융시스템과 전체 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 공영방송 PBS의 ‘뉴스아워’ 프로그램에 출연해 녹화하던 중 한 자영업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겐 푼돈이나 던져주면서 거대금융사에 세금을 퍼붓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출처]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본성”

카지노에 정체를 파악당하기까지 그 팀이 오랫동안 지속하리라고 생각했습니까?
우리가 보다 더 신중했다면,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팀의 한 사람이 계속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 책을 쓰는데 관심이 있어서 생겼습니다(헐이 말하는 책은 켄 우스톤의 ‘The Big Player’이다). 역설적이게도 그 사람은 내가 추천해서 팀장이 된 사람입니다. 팀이 해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심지어 카지노라도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랬습니다. 금지될 때까지는 카지노는 당신이 능력 있는 플레이어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시장에서 거래할 때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타이밍의 승부사, 잭 슈웨거 지음, 김태완/양영빈 옮김, 21세기 북스, 2000년, pp86~87]

저자 잭 슈웨거가 ‘헐 트레이딩 컴퍼니(Hull Trading Company)’의 블레어 헐 Blair Hull을 인터뷰한 내용 중 일부인데, 인간의 본능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여서 여기 소개한다. 블레어 헐은 카지노에서 블랙잭으로 돈을 버는 직업 도박꾼이었고 팀으로 움직이는 도박꾼 무리에 합류하게 되는데 위에 소개한 일화로 인해 팀이 해체된다. 그는 이것이 계기가 되어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버는 월스트리트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헐이 말했다시피 명예욕이라 표현하든 과시욕이라 표현하든 “사람들은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이 본능이 성욕이나 식욕과 비교해서 얼마만큼이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본능을 상당한 정도로 지니고 있음은 자명하다. 나는 때로 그것이 물욕(物慾)에 상응할 정도로 강하지 않나 생각된다. 그리고 위의 경우가 바로 그런 사례다. 분명히 켄 우스톤 Ken Uston 이라는 도박꾼은 카지노가 자신의 존재를 아는 순간 본래의 목적인 돈벌이가 심각한 위험에 처함에도 과시욕으로 일을 망치고 만 것이다.

이렇게 물욕(또는 보호본능)과 과시욕이 모순되는 경우 가끔 있지만 – 예를 들면 자신의 범죄행위를 세상에 알리고 싶은 연쇄살인범? – 대개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시욕이 물질의 보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발명이나 발견, 그리고 비법과 같은 지식들 상당 부분이 끊이지 않고 후대로 이어지는 이유도 어떻게 보면 보상을 떠나서 순수하게 그것을 알리고픈 인간의 욕망이 큰 몫을 차지하지 않은가 싶다. 오늘날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는 블로그 등을 포함한 SNS에서의 정보공유도 이러한 충동심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인용문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면 결국 블레어 힐은 나머지 인터뷰에서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더와 블랙잭 플레이어의 유사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시장에 가장 위대한 플레이어로 알려지고 싶어 하는 이는 가장 위대한 플레이어가 될 수없다는 역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익명성과 예외성이 트레이더의 덕목임을 말하는 것이다. 주된 이유는 트레이더의 존재가 드러나면 그의 수법이 삽시간에 알려지게 되고, 그가 몰래 써먹던 차익거래(arbitrage)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렇듯 과시욕은 어떤 분야에서는 발전의 계기가 되고 어떤 분야에서는 치부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그것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것 같다. 인간이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발전시킨 후 책을 쓰거나 제자를 키워 후대의 그 지식을 전파하는 그 과정이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킨 연결고리였고, 과시욕은 물욕과 함께 그 과정의 윤활유로 작용하였음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문득 지식의 이타적인 공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는 현존 지적재산권 제도가 어쩌면 문명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추신 : 위키피디어에 올라와 있는 켄 우스톤의 후일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는 너무 유명해져서 – 그가 바라던 대로? – 모든 카지노로부터 출입을 금지 당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는 이번에는 ‘변장의 천재(a master of disguise)’가 되었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가 된 것이다.

차이니스월과 스타게이트

차이니스월(Chinese Wall)이 있다. 만리장성이 있는 거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새삼스럽게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내 말은 일종의 금융용어로 쓰이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투자은행의 고유 업무는 원래 brokerage, 즉 중개업에 가깝다. 주식공개나 기업인수 등에 금융자문을 제공하여 먹고사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점차 돈이 많아지면서 그 돈을 자신들이 알고 있는 유망한 투자처에 투자하면 더 높은 이익을 얻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소위 ‘고유계정’으로 자신들 스스로가 시장의 플레이어가 되었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자문업무와 투자행위 간의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투자행위를 하려면 남들보다 더 수준 높은 정보를 독점해야 하는데 자문 업무는 바로 그러한 수준 높은 정보를 남들에게 돈 주고 파는 일이 아니던가.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모순과 직업윤리의 해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 금융권에서 말하는 차이니스월, 우리식 표현으로 바꾸자면 ‘정보교류 차단장치’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 투자은행 안에서 자문부서와 투자부서가 공명정대하게 차이니스월을 쌓아놓고 일을 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농담 하냐고? 농담 맞다.

뭐 아무리 엄격한 규제를 하고 본인 스스로가 윤리적으로 업무를 보려고 하더라도 그게 쉬운 일이 아님은 주식시장을 비롯한 시장 전반에서 숱하게 증명된 사실이 아닌가 싶다. 소위 말하는 내부자거래, 작전세력, 자사주 취득 .. 뭐 이런 표현들은 투자은행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에서 이해가 상충되는 경제행위를 윤리의식이나 관리감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본질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나아가 이것은 비단 경제계 안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경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행정당국과 정치계 간의 차이니스월은 더 허술하다.

미국의 정치, 경제 등에 관해 수준 높은 칼럼을 써주고 있는 김상철 기자가 최근 MBC 홈페이지에 올린 ‘가이트너의 교훈’이라는 글을 보면, 개별기업과 특정업종에 강제하고 있는 차이니스월과 같은 윤리기준과 업무지침이 얼마나 ‘눈 가리고 아웅’인가를 잘 알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워싱턴은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 임원을 나라의 곳간지기로 임명하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는 마당에 이해상충의 사안에서 공명정대를 요구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참여정부 때 강남집값 잡는다고 난리법석 피우던 시절, 부동산의 주요관료 스물 댓 명중에서 강남에 집 없는 이는 딱 한명이었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면서도 비단옷을 입고 있다고 – 입고 있을 것이라고, 또는 앞으로 입게 될 것이라고 – 우리에게 최면을 거는 셈이다.

워싱턴과 월스트리트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지금만큼 가까웠던 적은 없다. 오히려 평등주의적 정치집단은 월스트리트를 사악한 자본가 집단으로 간주하고 그들의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한 대립관계가 해소된 것은 20세기 초반 대공황 시절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금융대통령 J.P. 모건에게 무릎을 꿇게 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립관계의 해소라기보다는 굴복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 뒤로 워싱턴과 월스트리트는 FRB라는 다소 이상한 금융기관을 사이에 두고 밀월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은 ‘차이니스월’이 아니고 ‘스타게이트’에 가깝다.

짤방으로 한 투자은행업 관련 번역서의 어이없는 번역을 소개.

“여러 해 동안 은행업과 중개업 사이의 ‘중국인 벽(중요한 정보가 한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하지 않게 막는 비밀 보호의 장벽)’은 종이처럼 얇았다. 월가의 모든 은행가들이 수시로 그 벽을 넘나들며 시장상황에 대해서 거래인들과 의논했다. 그리고 중요한 정보만 다뤄지지 않으면 그런 교환은 합법적이었다.”[세계를 움직이는 투자 은행 골드만 삭스, 리사 엔들리크 지음, 형선호 옮김, 세종서적, 1999년, p177]

라이어스포커(Liar’s Poker)

먼저 퀴즈 하나

모기지 채권의 증권화를 이루어낸 주범은?
1) 자본주의 2) 월스트리트 3) 살로먼 브라더스 4) 루이스 라니에리

답은 모두 맞다. ‘모기지 채권의 증권화’는 1980년대에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도 금융시장이 가장 발달한 월스트리트에서도 모기지 채권의 가능성을 간파한 살로먼 브라더스의 출중한 지략가 루이스 라니에리에 의해 주도되었다. 일종의 시장선도적 리더가 된 라니에리는 그 후 살로먼 브라더스에게 천문학적인 이익을 안겨준 동시에, 모기지 채권 시장이 채권 시장의 주변부에서 핵심을 차지하게 만드는 데 기여를 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시스템 등 경제체제의 움직임을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큰 틀에서의 자본주의, 나아가 경제체제의 역사를 통해 공부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자본주의 내의 개별인자에 – 예를 들면 부동산, 증권 등 – 대한 특성이나 기술적 분석 등을 공부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어느 특정 사건의 정황을 공부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앞서 두 가지 방법은 뼈대를 다듬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마지막 방법은 그 뼈대에 살을 붙이는 작업이 될 것이다.

다시 퀴즈로 돌아가서 모기지 채권의 증권화에 대한 상세한 에피소드는 바로 마이클 루이스의 ‘라이어스 포커(Liar’s Poker)’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제는 ‘증권화’라는 말이 일상화되었지만 극소수만이 그 단어를 공유하던 1980년대 중반 – 개인적으로는 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시장에서 일하고 있었음에도 이 단어를 2000년대 초반에 처음 접했다 – 살로먼 브라더스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일했던 마이클 루이스의 내부고발(?)(주1) 성격의 논픽션이다. 자본주의 뼈대에 살을 붙여주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한 현장을 손으로 쥘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 책은 저 에피소드 이외에도 투자은행의 암투, 정크본드(주2) 시장과 적대적 M&A의 플레이어들, 관료주의화의 해악, 투자은행업의 한계, 심지어는 인간성의 본연에 대한 편린 등 돈과 권력을 둘러싼 다양한 스펙트럼을 짜임새 있게 보여주고 있다. 분명 내부고발의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주변인들에게는 자못 흥미로운 내용인지라 – 무엇보다 돈이 흘러 넘치는 곳의 이야기인지라 – 실제로 독자들이 작가에게 묻는 주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투자은행에 입사할 수 있는가’ 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오늘 환율이 달러 당 1600원 선을 돌파할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경제불안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우리가 – 특히 사회의 주류들은 – 경제에 관한 역사적 경험 중에 우리가 필요한 부분만을 취해왔었고, 그에 따라 성공의 현란한 불빛에 가린 그늘을 도외시하여, 맹목적으로 그들을 답습하여 왔던 관성도 한몫하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금융의 세계화’일 것이다. 1980년대에 쓰인 책이 시대에 뒤떨어진 구닥다리 경험담이 될 틈이 없는 이유다.

(주1) 그럼에도 이 책이 “최고의 금융경영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팔리는 사실도 또 하나의 블랙코미디랄 수 있다

(주2) 8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로맨틱코미디 ‘웨딩싱어’에서 여주인공 드류 배리모어의 약혼자는 정크본드 트레이더로 부를 쌓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드류 배리모어가 약혼자를 소개하며 정크본드 트레이더라고 하자 그는 재빨리 정크본드가 아니라 하이일드(High Yield) 본드라고 정정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