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대공황

찰스 미첼(Charles E. Mitchell)

연준을 그렇게 멋지게 한방 먹인 찰스 미첼은 호황을 계기로, 은행의 전통적인 이미지 즉 사람들의 재산과 전통적인 가치를 지켜주는 파수꾼이라는 이미지를 파괴하는 데 큰 공헌을 한 사람이었다. [중략] 미국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을 경영하던 사람이었지만, 그가 보기에 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대출이나 예금 업무가 아니라, 주식을 포함한 유가증권을 매매하는 일이었다. 은행가라면 채권은 몰라도 주식은 아무리 좋은 회사의 것이라도 조심스럽게 봐야 하는 게 원칙이던 시절, 이런 그의 발상 자체부터가 전통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첼은 이런 이단적인 행동에서 한 걸음 내지 두 걸음 더 나아가, 흔히들 하듯 가만히 앉아 손님이 유가증권에 대해 문의하러 오기를 기다린 게 아니라, 상품을 팔러 다니기까지 했다. [중략] 물론 은행은 법적으로 유가증권 거래를 할 수 없게 되어 있었으나, 미첼의 은행은 당시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유가증권 전문 계열회사(security affiliate)를 세우는 방식으로 쉽게 이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때로는 그 직원들을 전부 은행직원으로 메우기도 했고, 비은행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마음대로 유가증권 시장에 뛰어들어 장사를 했다. 따라서 누군가가 이런 유가증권 계열회사를 ‘법률상의 웃음거리’라고 비웃자,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감했다. [중략] 미첼은 자신의 영업방식에 대해 너무도 솔직했으며, 유가증권 거래를 제조업의 다른 상품 거래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는 것처럼 얘기하곤 했다.[골콘다, 존 브룩스 지음, 이동진 옮김, 그린비, 2001년, pp146~147]

현재의 시티은행의 전신인 내셔널시티(National City) 은행의 행장이었던 찰스 미첼(Charles Mitchell)은 인용한바와 같이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은행의 역할에서 벗어나 오늘날의 투자은행과 유사한 영업행위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했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이러한 은행의 무분별한 영업행위, 그리고 다양한 다른 원인들이 결합되어 1929년 대공황이 발발하였다. 이후 한동안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은 글래스-스티걸 법 등 관련제도를 통하여 그 영업범위가 엄격히 규제되었다.

찰스 미첼의 유가증권 영업행위가 옳은 것이냐의 여부를 떠나서 그가 시대를 앞서간 혁신가 중 하나라는 것은 인정하여야 할 것 같다. 그는 증권 거래를 다른 상품 거래와 마찬가지로 보고 스스로를 그 상품의 거래자로 자리매김하였다는 점에서 가만히 앉아 고객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고객의 돈을 맡아두는 것에 만족하던 은행가들과는 많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그는 은행가(banker)이기도 하지만 채권 영업인(bond salesman)이기도 하였고, 스스로도 그러한 역할에 솔직했던 것 같다.

연기금

공황의 원인에 대한 가장 일반적이고 가장 역사가 긴 이론 가운데 하나는, 잘못된 소득 분배 때문에 생산에 대한 수요가 너무 줄어들었고, 따라서 높은 고용에서 생산되는 총생산을 구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중략] 공황이 높은 고용 상태에서 사람들이 투자보다 저축을 많이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 한 가지 가능한 처방은 저축자로부터 지출자로 소득을 재분배해서 저축을 줄이는 것이었다. 케인스 자신은 그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의 이론에서는 그런 문제가 대규모 예산 적자로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었다. [중략] 이런 점에서 최초의 사회보장제도는 좋은 내용이 아니었다. 사회보장제도는 원래 봉급에서 떼는 세금으로 준비 기금을 만들고, 그런 소득으로 처음에 돈을 냈던 사람들이 나중에 은퇴하게 되면 그들에게 퇴직 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기금의 축적으로 국가 저축이 크게 늘어나게 되며 따라서 과잉 저축 문제에 대한 해결은 한층 어렵게 된다. 만일 미래의 수혜자들이 사회보장제도를 믿고 개인 저축을 줄인다면, 그런 문제는 나름대로 해소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제도는 애초부터 사람들이 노후를 대비해 충분한 저축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사회보장제도로 강요되는 저축이 개인 저축의 감소로 상쇄된다는 생각은 그런 시각과 맞지 않는 것이었다.[대통령의 경제학, 허버트 스타인 지음, 권혁승 옮김, 김영사, 1999년, pp56~57]

이글은 소득재분배 및 노후보장 역할을 하는 연기금 사회보장제도가 공황 – 또는 경기침체기에도 역시 – 시기에는 경기부양 수단으로써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임을 – 심지어는 그것을 방해함을 – 암시하고 있다. 즉 불황기에 연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 시행으로 말미암아 국가의 저축은 “과잉저축”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자금순환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 필자의 논지다. 이러한 부정적 의견은 애초에 그 돈이 현재 시점의 지출자에게 즉각 재분배되어 소비증가에 쓰일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가정 하에서는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의견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현재의 연기금은 경제에 어떠한 영향도 –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간에 – 미치지 않는 “과잉저축”된 유보금으로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모든 연기금은 예외 없이 대공황 시기(주1)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자금력으로 지구촌의 각종 투자활동에 뒷돈을 대고 있다. 자산운용사를 선정하여 자금을 운용하게 하거나 직접 펀드에 투자하는 형태가 전형적인데 그 투자자산은 주식, 채권, 부동산, SOC 등 다양하다. 결국 어떤 의미에서 연기금은 필자의 주장과 달리 케인스식 재정정책의 대행자 내지는 보조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엄밀하게 국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연기금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중간쯤, 또는 그것들과는 다른 지점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연기금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점에서는 경기부양에 긍정적일 수 있겠으나, 재정정책처럼 정책목표의 달성이 목표가 아니라 자금운용을 통한 목표 수익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그 운용행태가 때로 사회적 통념에 반하기도 하여 경기부양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일례로 어떤 연금이 그 자금을 공매도를 특기로 하는 헤지펀드에 자금을 맡겨 수익을 향상시켰을 경우, 연금에게는 주식시장의 침체라는 거시경제의 적신호가 오히려 청신호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한편 통화정책에서 통화 공급기관이 경기부양을 목표로 증가시킨 통화량의 사용처를 통제하기는 어려운 반면, 연기금은 어느 정도 자신들의 투자를 거시적인 경제목표에 꿰어 맞출 수 있다는(주2)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주식시장의 침체기에 국민연금의 자금이 들어와 주식시장을 지탱하려는 시도가 종종 있어왔다. 요컨대 현재의 연기금은 국가가 미래의 수혜자들에게 강제 저축을 받아 운용하며, 수익극대화라는 민간자본이나 진배없는 운용목표를 가지면서도, 어느 시기에는 거시경제 수단으로 기능하려는 특수한 역할을 지닌, 경제의 메이저플레이어로 성장해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라 각국의 상당수의 연기금은 치명적인 자산손실을 겪어야 했다. 이는 우리의 미래가 현재의 경기변동의 영향 하에 놓여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그것은 필요시(?) 정책목표를 위해 본래목표를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관료적 편의주의에도 노출되어 있다. 더불어 이 양자간의 줄타기나 수익률에 대한 조급증 등은 출산율 저하와 같은 연기금에 대한 부정적인 변수에 의해 더욱 증폭될 것이다. 그리고 좌우익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연기금의 사회적 통제권 강화와 연기금의 민영화라는 상반된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1) 1929년에 미국의 각급 정부 – 연방, 주, 지방 정부 – 가 한 이전(移轉) 지출합계는 퇴역 군인에 대한 은급과 공무원의 퇴직 연금을 제외하고 2억5천만 달러에 달했다. 그보다 10년 후에는 … GNP 비율로 따지면 0.25%에서 2%로 상승한 것이었다.[같은 책, p60]

(주2) 물론 이는 기금의 본래 목표와 모순되고 의사결정 절차상으로 옳지 않음에도 국가 및 관료가 정책결정에 개입할 여지가 충분하기에 부단히 시도된다

케인즈의 통화주의 비판

케인즈가 1933년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을 수신인으로 하여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공개편지 중 일부다.

또 다른 오류들은 – 그것이 영향력 있을까봐 두려운 – 보통 통화(량)이론이라 알려진 조악한 경제학 이론에서 유래하고 있습니다. 생산물 증대와 소득 증대는 만약 통화량이 완고하게 고정되어 있다면 다소간은 퇴보할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통해 통화량을 늘리면 생산물과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고 추론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이는 더 긴 허리띠를 사서 살이 찌려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미국에서 오늘날 귀하의 나라의 허리띠는 그 배에 비해 충분히 큽니다. 효험이 있는 요소인 지출의 규모보다도 오직 제한된 요소에 불과한 통화량을 강조하는 것은 그릇된 일입니다.
The other set of fallacies, of which I fear the influence, arises out of a crude economic doctrine commonly known as the quantity theory of money. Rising output and rising incomes will suffer a set-back sooner or later if the quantity of money is rigidly fixed. Some people seem to infer from this that output and income can be raised by increasing the quantity of money. But this is like trying to get fat by buying a larger belt. In the United States to-day your belt is plenty big enough for your belly. It is a most misleading thing to stress the quantity of money, which is only a limiting factor, rather than the volume of expenditure, which is the operative factor.

…요즘 같았으면 블로그에 글을 올렸겠지.

어빙 피셔

그러는 동안 당시 월스트리트의 공식 증시전망가로서 인식되고 있었던 두 사람이 그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월요일 뉴욕에서는 피셔 교수가 주가 폭락은 “열성분자들 때문에 생긴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곧이어 그는 왜 투기가 이뤄지는 증시 활황기에 주식가격이 실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상승했다고 느꼈는지에 관해 설명했다. 또 다른 설명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었다. 시장은 미국 노동자들을 “좀 더 생산적이고 신뢰할 만한” 존재로 만든 금주법(禁酒法)의 긍정적 효과를 아직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대폭락 1929, 케네스 갤브레이스 저, 이헌대 역, 일리, 2007년, pp148~149]

여기서 말하고 있는 “당시”는 대공황이 본격화되었던 1929년 10월 21일 월요일을 말한다. 그리고 피셔 교수는 저명한 경제학자 어빙 피셔 Irving Fisher 를 말하며 주가가 ‘영원히 하락하지 않을 고지’에 도달했다고 선언할 만큼, 그리고 그 스스로가 그것을 믿고 무리한 주식투자를 하다 패가망신한 소위 말하는 perma bull이라 할 수 있다.

특별히 이 부분을 인용한 것은 그의 “금주법을 통한 미국 노동자들의 존재에 대한 긍정적 효과”라는 설명이 재밌어서다. 금주법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술을 끊게 되고 그렇게 되면 생산력이 향상되어 산업전체, 그리고 주식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분석, 참으로 경제학자적인 아니 오히려 경영학자적인 관점이다.

그가 만약 오늘 날의 월스트리트를 본다면 어떤 식으로 논평을 할까?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

“현재의 주가폭락은 월스트리트 은행가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보수제한 조치의 부정적 효과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레버리지

대공황, 90년대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이은 신용위기. 이 거대한 경기혼란의 시기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여러 공통점이 있겠으나 그 중 하나가 바로 레버리지(leverage)다. 아르키메데스가 “내게 설 발판과 적당한 지렛대를 준다면 나는 지구를 움직여 보고 싶다”라고 했다던가? 그만큼 레버리지, 즉 지렛대의 효과는 엄청나다.

회사에 1억 원이 있다. 이 돈으로 연 수익률 10% 사업을 하려 한다. 1년 후면 1천만 원의 돈이 수중에 들어온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좀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은행에서 1억 원을 연 5%에 빌려 투자하면 2천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 중 5백만 원은 이자로 돌려주면 된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1천 5백만 원을 벌 수 있다. 결국 ROE(Return on Equity ; 자기자본수익률)은 전자의 경우 10%(1천만 원/1억 원), 후자의 경우 15%(1천5백만 원/1억 원)이다.(주1) 이것이 바로 레버리지의 간략한 이치다.(주2)

남의 돈을 싼 값에 빌려 수익성 있는 사업에 유용하면 한층 이익이 된다는 사실은 화폐가 처음 만들어진 시절부터 돈놀이를 하는 이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었겠지만 현대에 들어와서 판이 커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른바 레버리지에 의한 수익률 극대화가 기업운영의 핵심이치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주3)

라스콥이 1929년 초여름 발표한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회사를 하나 설립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200달러를 가지고 있는 가난한 프롤레타리아는 이 몇 푼 안 되는 돈을 그 회사에 투자한다. 회사는 이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인 500 달러어치의 주식을 매입한다. 나머지 300달러는 회사가 대부를 위해 설립한 금융 자회사로부터 빌리고 자회사에게 모든 주식을 담보로 예탁한다. 이제 초기 자본가의 길로 들어선 프롤레타리아는 매월 25달러씩 채무를 상환 받게 될 것이다.[대폭락 1929, 케네스 갤브레이스 저, 이헌대 역, 일리, 2007년, p88]

민중의 벗이었던 민주당 의원 존 라스콥(John J. Raskob)이 프롤레타리아를 자본가로 만들기 위한 원대한 계획이었다 한다. 당시 한 신문은 ‘월스트리트의 위대한 정신이 낳은 최대의 꿈’이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이 계획은 당시 우후죽순처럼 설립되었던 투자신탁의 운용원리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어떤 현명한 투자자는 구두닦이가 주식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끝물이라는 것을 짐작하여 주식을 처분했다는 전설도 있다. 그뒤 바로 주식은 폭락했다던가?

1990년대 말 외환위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정설로 자리 잡은 것이 없는 듯 하나 분명한 사실은 그 당시 우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부채비율을 자랑하였다는 것이다. 자본의 본원적 축적을 독재정부에 부역하여 얻어낸 기업들은 이후의 자금조달 역시 철저하게 독재정부의 관치금융에 의존하였다. 그때까지도 직접조달 시장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기에 은행으로부터의 차입은 주된 자금조달 창구였다. 그리고 신용경색이 시작되자 엄청난 레버리지를 자랑하던 기업들이 무너졌다. 그 뒤 김대중 정부는 부채비율을 200%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번 신용위기 역시 레버리지가 사태를 악화일로로 치닫게 하는데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바로 몇 년 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바로 그 살인적인 레버리지로 돈놀이를 하다가 망했음에도, 도대체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이 사건은 케이스스터디로 써먹지도 않은 것인지 바로 그 스타일을 투자기업들이 답습하다가 말아먹은 것이다. 정부는 지속적인 탈규제를 통해 모든 투자기업들을 제2의 LTCM으로 만들어주었다. LTCM과의 차이가 있다면 모든 투자은행들이나 헤지펀드가 LTCM처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직원으로 둘 수는 없었다. 희소성이 강한지라.

이번 사태가 레버리지라는 측면에서 이전 두 사태와 두드러지게 다른 점 하나가 있다면 금융을 이용하던 소비자들 역시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물론 대공황 당시에도 소비자들은 은행으로부터 돈을 갖다 빌려 쓰기는 했다. 하지만 이 차입이 현재와 만큼 상당한 정도의 투기적 요인을 부추기지는 않았다고 본다. 그러한 측면이 있었다면 기껏해야 주식시장에서의 증거금 제도 등을 활용한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경제선진국, 특히 미국의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소비행위를 동시에 투자행위로 둔갑시키는 적극성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얼마 안되는 자신들의 돈과 신용을 바탕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샀고 이를 통해 스스로의 ROE를 극대화시켰다. 여기에 자신들이 낸 돈, 이른바 자기자본(Equity)조차 equity loan 을 활용하면 ROE는 무한대로 증가한다. 분모로 쓸 돈이 없으니까. 또 한편으로 간접투자펀드에 돈을 집어넣어 그 돈들이 또 다른 신용공여에 기여토록 한다. 80년 전 라스콥이 꿈꾸었던 ‘프롤레타리아 자본가 만들기 운동’이 실현된 순간이다.

헤지펀드에 관한 웹사이트 hedgefund.net 은 Leverage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레버리지 그 자체는 금융시장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것의 남용은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교훈이 언제라도 잊히지 않기를 기원한다.
Leverage itself is necessary for the success of financial markets, but its abuse can lead to disastrous consequences. Let’s hope that these lessons are not forgotten anytime soon.

동의하는 바다. 레버리지는 금융시장에서 사라질 수 없는 존재다. 문제는 그런 한편으로 교훈은 너무나도 쉽게 잊힌다. 거기에다 자기증식적인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보라. 부동산PF 등 기업대출, 처분조건부대출 등 가계대출 등은 모두 실은 레버리지 비율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레버리지의 적정선, 그 리스크헤지 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이가 있다면 노벨경제학상은 따 놓은 당상이고 – 어쩌면 노벨평화상까지도? – 금융자본주의의 구원자로 후대에 길이 남을지도 모르겠다.

(주1) 물론 법인세 절감효과 부분도 있지만 이는 계산이 복잡해지므로 생략

(주2) 이 이치의 반대편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같은 회사가 당초 연 수익률 10%로 예상하고 자기 돈 1억 원과 은행에서 연 5% 금리의 1억 원을 차입하여 투자를 단행했다고 하자. 예상이 어긋나 오히려 10% 손해를 보았다. 100%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하였을 경우 ROE는 -10%다(-1천만 원/1억 원), 은행돈을 빌려 사업을 했을 경우 ROE는 -15%(-1천5백만 원/1억 원)다. 여기에 해당은행으로부터의 담보처분 요구, 신용등급 강등의 부수적인 손해까지도 감수해야할 위험성이 있다.

(주3) 특히 그것이 마르크스 주의에서 주장하는 이윤율저하경향법칙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더욱 더 큰 유혹이 된다. 즉 낮은 이윤율을 높이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 방법이 레버리지 효과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가 그린스펀 시대의 장기적인 저금리 상황이라는 것은 많은 이들의 지적사항이다.

구제금융의 슬기로움을 의심할 만한 중요한 이유들

Significant reasons to doubt wisdom of bail-out

Kenneth Rogoff

1930년대 스타일의 대공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미국의 정치인들은 실질적으로 하룻밤 만에 빠른 속도로 침체되어 가고 있는 이 나라의 금융부문을 소생시키기 위해 7천 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채택했다.

이 최종안은 궁극적인 효과를 예측할 수 없는 금융공학과 정치공학의 정성스러운 산물이다. 그러나  이것이 신용시장이 (문자 그대로) 의지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지에 대해서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이 계획의 핵심적인 생각은 정부가 천재적이어서 몇 조 달러에 이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시장의 숨통을 트여줄 것이라는 것이다. 비록 월스트리트의 로켓 과학자들이 그렇게 하는 데 철저하게 실패했음에도 말이다. 게다가 우리는 정부가 너무 똑똑해서 모든 분야에 관련하여 돈을 만들어낼 수조차 있다고 들었다. 아마도, 그러나 금융업에서의 그 많은 똑똑한 인간들이 극히 최근까지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는 것을 잊기로 하자. 정확히 1년 전에 미국에는 그 강한 금융부문의 꼭대기에 의연하게 스스로의 힘으로 서있는 다섯 개의 주요 투자은행이 있었다. 총합으로 이들의 고용인들은 그들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비즈니스 전략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이윤 덕택으로 지난 해 보너스로 360억 달러 이상을 나눠가졌다. 이들의 전략은 전통적인 상업은행들의 활동보다 훨씬 큰 리스크를 – 그리고 복잡하고 – 감내하는 것들이었다.

8월 중순 나는 감히 리스크가 하룻밤을 청하려 집으로 찾아들 것이고 커다란 미국 투자은행 하나쯤은 곧 절망적인 합병으로 내몰릴지 모른다고 예언했었다. 오늘날 스스로 존립하는 투자행이 월스트리트에 하나도 남지 않으리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참으로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이들을 초고액연봉의 일에 끌어들인 몇 년 후에, 무너져가고 있는 투자은행들은 그들을 여기저기로 내팽개치고 있다. 전직 학생이었던 희생자 하나가 요전번 나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다. “이제 난 무얼 해야 하죠? 진짜 직업을 가질까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쓰겠다는 미국 재무부의 계획으로 돌아가자. 미국 정부가 사적부문이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정크 부채의 최종대부자로서의 매입자가 되겠다는 것이 기본골격이다. 재무부의 계획은 정확하게 이 모든 것을 계산하기 위해 누구를 고용할 것인가? 물론 해고된 투자은행 직원들!

곰곰이 생각해보자. 투자은행 직원들은 쇠진하던 모기지 시장의 가격을 확신하는 수단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의 안락한 직업을 잃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 회사들은 방관자로 남아있으면서, 국부펀드, 프라이빗에쿼티그룹, 헤지펀드, 그리고 다른 이들의 지원을 받아 수십조 달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납세를 위해 일하면서 이들 같은 투자은행 직원들은 이제까지 그들이 교묘히 회피했던 마술 같은 가격산정공식을 갑자기 만나게 될 것이다.

정치적 스펙트럼을 넘어 학자들이 상당히 회의적이라는 사실은 별로 놀랍지 않다. 재무부는 몇몇 기업의 지분을 취득할 것이다. 그러면 거기에는 이득을 볼 잠재력(upside potentia)도 있다. 그러나 주요 관심사는 재무부가 모기지 시장을 회복시키는데 성공하면 이러한 디스카운트(discount)도 헐값 매입(bargain)이 될 것이라는 전제(주1) 하에 현 시장가격(달러 당 20~30센트)보다 배 이상을 지불하려는 명백한 의도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흠잡기가 금융 시스템 마비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어떠한 계획도 없는 것보다는 낫은 것인가? 나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효율적인 금융 시스템은 천문학적인 세금 부담을 부과하지 않으면서 실물 경제의 성장을 촉진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금융부문은 실물경제의 바퀴에 기름칠을 하면서 기업이윤의 30%와 임금의 10%라는 놀라운 성장을 구가하여왔다. 그래서 1930년대와 다르게 지나치게 금융 시스템은 지나치게 비대하다. 그러므로 특별히 개선된 규제 장치에 의해 가능해진다면 금융부문을 상당히 축소시키는 것이 실질적으로 효율성과 성장을 도모하는 방편이 아닐까?

나는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으라고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 냉혹한 시절에 예금보험과 같은 확장된 형식을 제공하여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노던록과 같은 대규모 인출사태(bank run)가 없어야 한다. 1930년대에 큰 교훈이 하나 있다. 정부는 사적부문이 스스로 재구성을 하는 동안 보다 직접적으로 자금을 모기지 부문에 투입할 필요가 있다.(주2) 확실히 정부는 주택소유자와 대부자들이 보다 효율적인 파산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은행들이 사람들이 그들의 집에 머물 수 있는 워크아웃 옵션이 있고 은행들이 더 많은 돈을 상환 받을 수 있음에도 주택들을 압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주3)

결론적으로 더 심한 왜곡, 전환, 그리고 엄청난 비용 이후에 미국은 역사적인 금융 위기로부터 일어설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진행절차는 – 아무리 원대할지라도 – 경제의 여타 부문보다는 금융부문의 이윤과 보너스에 더 많은 기여로 귀착될 큰 위험을 지니고 있다.

원문보기

Rodoff is professor of economics and public policy at Harvard University, and was formerly chief economist at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
(주1) 즉 지금 비싸게 주고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나중에 경기가 좋아졌을 때에는 헐값으로 사들인, 그래서 공적자금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논거를 말하는 것임:역자주

(주2) 지금 폴슨의 계획은 금융부문의 마비를 방지하여 모기지 대출자로서의 금융기능을 회복시키겠다는 안인데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 모기지 이용자들의 대출을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갱신해주던 대공황 시절의 해법을 채택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글을 참고하실 것:역자주

(주3) 즉 정부와 같은 중개자가 얼마간의 유동성 공급과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통해 서로간의 – 특히 은행으로부터의 – 기계적인 파산절차를 막음으로써 사태를 보다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역자주

가시밭길을 가려는 폴슨

처음에 우리 중 많은 이들은 대공황 시절 은행들의 자본구성을 재편하기 위해 우선주 투자를 했던 부흥금융회사(RFC)를 기대했었다. 그 대신 폴슨의 계획은 문제많은 자산들에 웃돈을 지불하여 자본구성을 재편하려고 하고 있다.
Initially many of us expected a Depression era Reconstruction Finance Corporation (RFC) type preferred stock investment to recapitalize the banks. Instead, the Paulson Plan intended to recapitalize the banks by paying a premium for troubled assets.[출처]

이 말은 폴슨이 쉬운 길을 내버려두고 참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는 말이다. 즉 과거에 했던 것처럼 사고를 친 은행들의 주식을 사들여 국유화시켜 그들 회사에 유동성을 불어넣으면 될터인데, 현재 폴슨은 시가평가도 할 수 없는 듣보잡 파생상품을 사들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기존 주주들의 이익은 침해하지 않고 오히려 팔리지도 않고 가격도 알 수 없는 상품을 국채와 바꿔주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회사의 대차대조표 상에 해당 상품들을 상각하지 않아도 되고 매출도 올라가고 대박이다. 폴슨 형이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는지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