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론을 불신하는 인질

Business Week 가 뉴욕 시민들의 이번 사태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생각들을 다룬 Views on the Bailout, from Harlem to Wall Street 라는 기사를 올렸다. 거리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이번 사태를 스케치한 기획의도가 감칠 맛 나는 기사이므로 일독을 권한다. 다음은 그 중 가장 현 상황이 직면한 모순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한 사람의 경우다.

그린버그는 폴슨의 계획을 지지하는데 그 이유는 정부의 공짜 돈 뿌리기에 화나는 것 이상으로 깊은 경기침체가 겁나기 때문이다. 그는 그의 아버지가 1930년대 대공황 시절에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던” 모습을 어린 소년의 입장에서 지켜봤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또한 그가 시장에 투자한 펀드를 잃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그것이 구제금융의 주요 원조자들을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보수주의자지만 폴슨을 신뢰할 수 없어요.” 그가 말했다. “그는 월스트리트 은행가들의 클론입니다.”
Greenberg says he supports the Paulson plan because he fears a deep recession or depression even more than a government giveaway. He remembers watching as a young boy as his father “struggled desperately” to feed the family during the Great Depression of the 1930s. He also doesn’t want to lose the funds he has invested in the market. But that doesn’t mean he trusts the bailout’s main backers. “I’m a conservative, but I don’t trust Mr. Paulson,” he says. “He’s a clone of the Wall Street bankers.”

그린버그는 보수주의자에다가 대공황을 경험한 이다. 나락에 빠진 미국이 세계최강의 나라로 다시 우뚝 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미국적 가치에 충실한 보수주의자로 살아왔을 것이다. 펀드자본주의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펀드에도 상당한 돈을 투자했을 것이다. 소련도 망했겠다 석유보고 이라크도 점령했겠다 모든 것이 거칠 것이 없었던 호황기를 바라보며 흡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인위적인 신용창출을 통한 과잉소비, 특히 그 중에서도 주택부문의 과잉소비는 알게 모르게 경제의 독버섯으로 자라가고 있었고, 결국 주택의 과잉생산이 축적되면서 소비여력은 임계점에 도달한 후 빠르게 움츠려 들었다. 돈나무에서 하루아침에 악성채권으로 전락한 각종 모기지 채권은 금융시장을 강타했고 이제 펀드투자자로서 그 역시 시장의 플레이어 중 하나였던 그린버그의 재정 상태를 위협하기에 이른 것이다.

구제금융이 돈 많은 월스트리트 은행가들을 구제해주는 계획인 동시에 상대적으로 가난한 펀드투자자들의 푼돈도 어느 정도 보전해줄 가능성이 있기에 그는 폴슨을 믿을 수 없지만 구제금융안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구제받는 규모에 있어서는 금융기관이 구제받을 막대한 자금과 자신의 푼돈은 비할 바가 못 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폴슨이 월스트리트의 클론이라면 그린버그는 월스트리트의 인질인 셈이다.

이렇듯 전 세계의 금융은 계속 이런 저런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동질화되어가고 연대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나의 투자대상에도 국부펀드, 헤지펀드, 간접투자펀드,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 연기금 등 온갖 플레이어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이를 단순하게 ‘이익의 사유화’라고 비난하기 난처하게 만드는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

적어도 나는 현재까지는 국부펀드와 연기금의 투자행태가 공익인지 아니면 사익인지 자신 있게 구분할 수 없을 것 같다. 같은 관점에서 그린버그의 ‘투자’행위를 ‘투기’행위라고 매도할 수만도 없다. 비록 그가 돈을 묻어놓은 펀드가 지극히 비윤리적인 투기를 감행했다손 치더라도 말이다.(그린버그야 인지하지 못하니까)

세상이 이분법적인 도덕론으로 나누기에는 너무 복잡해졌다. 물론 너무도 눈에 띄어 욕하기 딱 좋은 것들도 있긴 하다. 수천만 달러의 보너스를 챙기고 있는 투자은행의 CEO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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