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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실수”를 수습해야할 한국 정부

“우리는 한국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진지한 논의를 할 자세가 되어있다.” (美국무부 산하의) 경제성장, 에너지, 환경 차관 호세 W. 페르난데즈는 한 논평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다음 달에 국내 규칙제정 과정을 시작함에 따라 더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윤은 언급한 문제에 익숙한 두 번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美하원의장 낸시 팰로시가 지난달 남한을 방문했을 때에 직접 만나지 않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만남이 있었더라면 법의 통과 전에 조율을 시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가질 수도 있었다. 그는 말했다.[South Korea Sees ‘Betrayal’ in Biden’s Electric Vehicle Push]

한국 대통령이 워라벨 추구하느라 내한중인 미국 정부의 2인자를 만나지 않아서 한국 정부가 한국의 전기자동차 수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인플레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1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조율할 수 있었을 기회를 놓쳤다는 美국무부 관리의 주장이다. 짧은 만남을 통해 해당 법안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가능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전화통화에서는 다룰 수 없었던 주제였다는 점에서는 아예 기회를 원천차단 해버린, 그럼으로써 美관리가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다”라고 주장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했음은 분명하다.

This 1973 photo of a charging station in Seattle shows an AMC Gremlin, modified to take electric power; it had a range of about 50 miles (80 km) on one charge.
By Seattle Municipal Archives from Seattle, WA – Seattle Municipal Archives, CC BY 2.0, Link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한국산 차량을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이 한미FTA와 WTO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높다고 밝혔다. 이 법이 한미FTA의 비차별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해당법과 관련해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사전 정보나 통보를 받은 것도 없다한다.2 FTA도 맺었고 기회 있을 때마다 “동맹”이라고 치켜세우던 초강대국이 이래도 되는 건가 싶다. 하지만 동맹이고 뭐고 간에 늘 그렇듯이 미국의 자국중심주의적 행동이었을 뿐이고 우리는 뒤통수를 맞았을 뿐이다.

美정부의 유력자가 내한했어도 우리 권력자가 만나지 않을 자유는 있다. 그게 자주적(自主的) 정부의 권리일 것이다. 그래서 자주권을 가지고 FTA도 맺었고 주권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상대방이 약속을 어겼을 때는 정당하게 권리를 주장하고 찾아와야 오롯한 자주 국가라 할 것이다. FTA나 투자보호협정은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오히려 그 안의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도’ 조항 탓에 주권을 뺏긴 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처분에 따라 거액을 론스타에게 뺏기는 험한 꼴만 당한다면3 FTA의 존재의의는 도대체 무엇인가? 워라벨을 지켜낸 그 결기로 주권을 지켜야 한다.

당당치킨은 진정 당당한가?

하나의 유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당당치킨’이라는 유령이.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각국의 소비자는 치솟는 의식주 및 에너지 비용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6.05% 뛰면서 외환위기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근원인플레이션과 에너지·식료품 가격 인상 영향이 컸다. 이러한 탓에 소비자들은 한 푼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가격 상승은 각종 외식 품목도 예외가 아니다. 5월 외식 물가지수는 작년 12월보다 4.2% 상승,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 3.4%를 웃돌았다. 특히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외식 품목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라이드치킨이다. 39개 외식 품목 가격이 모두 작년 말보다 올랐는데 치킨(6.6%)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이어 자장면(6.3%), 떡볶이(6.0%), 칼국수(5.8%), 짬뽕(5.6%) 등의 순이었다.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가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고 있는 와중에,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지난 3월 라디오에서 “치킨값이 3만원은 돼야 한다”고 발언하여 소비자를 충격과 공포에 빠트렸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당당치킨’이다. 홈플러스에서 2022년 7월 출시한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1마리 기준 6,990원(달콤양념 치킨은 7,990원)에 판매하여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9시 45분. 개장을 15분 앞둔 경기도 안양 홈플러스 평촌점 입구에 손님 2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오전 10시, 마침내 직원이 셔터를 올리고 문을 열었다. 손님들이 잰걸음으로 입장했다. 몇몇은 뛰어들어 갔다. [중략] 목표는 지하 1층 즉석식품코너에서 한 마리 6990원에 판매하는 ‘당당치킨’. 광복절이자 말복이었던 이날 홈플러스는 당당치킨을 1000원 추가 할인된 5990원에 전국 매장에서 5000마리 한정 판매했다.[치킨 3만원 시대에 6990원… 이번엔 맛과 가격 모두 통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가성비 좋은 치킨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마트는 2010년 12월 ‘통큰치킨’을 출시했는데 가격은 5천 원이었다. 당시 치킨 프랜차이즈의 치킨 가격은 1만 원 중후반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렇지만 당시 프랜차이즈 업계는 대기업의 횡포로 골목상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고 행정부도 이에 호응하며 롯데는 사업을 철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여전히 프랜차이즈 업계는 ‘통큰치킨’ 사태 당시와 유사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치솟는 외식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체감지수는 그러한 논리를 짓누르고 있다. 특히 3, 4천 원에 달하는 배달 플랫폼의 배달료가 더해지면 당당치킨의 가성비는 더욱 두드러지기에 “삐끼상품”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당당치킨을 직접 구입하기 위해 판매대 앞에 줄을 서고 있다.

이 와중에 프랜차이즈 진영에서의 내부 분열 양상도 눈에 띈다.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 방송에서 익명을 요구한 한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의 점주는 본사에서 받는 생닭 가격이 6천 원 이상이라면서 “엄청 비싼 것이다. 같은 호수 생닭을 시장에서 사면 반가격 정도, 내지는 더 좋은 제품 살 수 있다”고 증언했다. 골목 상권의 자영업자를 죽이고 있는 이가 홈플러스 하나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름값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파리바게트에 납품되는 기름과 성분이 완벽히 동일한 기름을 쓰는 걸로 안다. 그런데 파리바게트는 가맹점주들에게 16.5kg 기름을 주고 7만4800원을 받는가 하면, 우리는 15kg짜리 기름을 받고 ‘배’에 가까운 13만8270원(부가세 포함)을 낸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당당치킨 가격을 맞추겠나. [중략] 가격이 3~4배가 차이난다면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BHC 가맹점주의 울분 “팔면서도 소비자들껜 죄송합니다”]

그간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소상공인들은 임금 상승 탓에 영업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곤 했었다. 임금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임을 전제하더라도 왜 그 소상공인들은 재료비나 임대료와 같은 다른 부담에 대해서는 거의 말이 없을까 의아해하곤 했는데, 이번에 재료비에 대한 본사의 횡포에 대해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본사의 인플레이션 핑계는 핑계일 뿐이었다.

이제 당당치킨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가성비가 좋은 프라이드치킨을 만들 수 있을까?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기존 인력과 시설, 매장을 이용해 인건비, 임대료 등이 따로 들지 않는 구조“라고 의문의 일부를 해소해줬다. 생닭 값에 관해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유통업계 관계자의 일부 증언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량 구매를 통해 단가를 맞출 것이다.

가맹점에 납품하는 생닭 값을 높여 받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달리 홈플러스는 직영점에 거의 원가에 생닭을 납품한다고 가정한 후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부담하는 인건비, 임대료, 기타 유틸리티 비용을 절감하여 가격을 맞추는 상황인 것이다. 왜 인건비가 들지 않을까? 프라이드치킨을 생산할 신규 인력을 고용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유통업계 관계자는 돈이 따로 안 든다고 한 것이다.

[한상인/홈플러스 메뉴개발 총괄] “원가를 낮추기 위해 원재료를 희생하지 않았습니다. 박리다매이긴 하지만 저희도 손해 보면서 장사하는 건 아니거든요.”[중략]
[홈플러스 조리 노동자] “인건비는, 지금 있는 인건비로 인원을 쥐어짜는 거예요. 노동자들은 죽어나는 거라고요. [중략] 그 시간에 맞추려면 죽어라 하고 해야 해. 진짜 화장실도 못 가지. 어떨 때는 진짜 참다 참다 막 뛰어다녀요. 숨도, 진짜로 나쁜 말로 숨도 못 쉬게 몰아치니까.”
조리 노동자들은 원래 닭강정, 로스트치킨, 초밥 등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당당치킨’이 폭발적 인기를 끌자, 평일 연장근무는 물론 쉬는 날에도 불려나온다고 합니다. 원래 하던 일에 더해, 하루에 40마리에서 최대 150마리 치킨 튀기기가 추가된 겁니다.[“종일 닭 튀기느라 화장실도 못 가요” 6,990원 당당치킨의 그늘]

장사를 고약하게 배웠다. 메뉴개발 총괄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원재료를 희생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데, 그렇다면 그 대신 노동력을 희생하고 있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얼마의 초과근무 수당이 지급되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상태에서 ‘당당한’ 당당치킨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천 원을 넘기지 않게 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아닐 수 없다.

칼 맑스는 자본가가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려는 동기의 하나로 기계의 도덕적(무형의) 가치감소에 대한 두려움을 든다. 기계의 도덕적 가치감소는 “기계에 있어 같은 구조의 기계가 보다 싸게 재생산되거나 보다 우수한 기계가 경쟁자로 나타나면 교환가치를 잃게”1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 경우 기계는 매장 등 기존 인프라를 의미하며 우수한 기계는 가격을 더 낮춘 치킨을 만들어낼 경쟁자를 의미한다.

이미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자들이 홈플러스와 유사한 가성비의 치킨을 내놓아 시장을 빼앗기 위해 장전을 한 상태다. 이마트는 행사 기간이긴 하지만, 한 마리에 5980원 짜리 프라이트치킨을 판매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게임체인저로서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두었고 그동안 빠르게 브랜드를 안착시켜야 하기에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브랜드의 도덕적 가치감소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다.

요컨대, 기존 프랜차이즈와 홈플러스 모두 이윤 창출의 원천 중 하나는 여전히 가맹점주와 노동자, 즉 인간에 대한 착취를 통해서라는 점이 동일하다.2 프랜차이즈는 ‘치킨 3만 원의 시대’를 부르짖으며 가맹점주의 희생을 강요하고 홈플러스는 ‘치킨 6천 원의 시대’를 부르짖으며 노동일을 연장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해도 노동착취가 이윤 창출의 주원천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없다.

“초당 6개 이상의 택배”를 토해내는 컨베이어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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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em is held by John Oxley Library, State Library of Queensland., Public Domain, Link

노동강도의 증대는 같은 시간 내의 노동력 지출의 증가를 의미힌다. 그러므로 노동강도가 보다 높은 노동일은 노동강도가 보다 낮은 노동일에 비해서, 비록 각각의 노동일은 같다고 하더라고, 더욱 많은 양의 생산물로 체화된다. [중략] 그리하여 노동일의 길이가 불변인 경우, 강도가 높아진 하루의 노동은 증대된 가치로, 그리고 [화폐가치가 불변인 경우에는] 더욱 많은 화폐로 나타날 것이다. 1노동일에 창조되는 가치는 그 강도가 사회적 표준강도로부터 이탈되는 정도에 따라 변동한다. 그리하여 주어진 노동일은 이제는 더이상 불변의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가변의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자본론 I하, Karl Marx 저, 김수행 역, 비봉출판사, 1994년, p659]

칼 맑스는 매뉴팩쳐 시대에서 대공업 시대로 넘어가는 19세기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본가가 어떻게 노동자로부터 잉여가치를 창출해내는가를 밝히기 위해 자본론을 집필하였다. 맑스는 시스템을 분석하기 위해 우선 자본을 불변(不變)자본과 가변(可變)자본으로 분류한다. 그는 대공업 시대에 등장한 기계라는 생산수단은 기계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가치를 가감 없이 생산물에 이전하는 불변(不變)자본으로 기능하는 반면,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필요노동보다 더 많은 잉여노동을 생산물에 체현하는 가변(可變)자본으로 기능한다고 보았다. 이 상황에서 자본가는 시장의 경쟁에서 이기고자 “사회적 표준강도”를 초과하는 노동강도로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쥐어짠다.

오후에 트럭이 도착하자 컨베이어벨트가 택배를 울컥울컥 토해내기 시작했다. 초당 6개 이상의 택배가 눈앞을 지나갔다. “하나씩 들고 옮길 시간 없어. 그냥 던져요, 빨리!” 지시와 함께 박스가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취급주의’, ‘위험’, ‘유리’ 등 경고문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1초의 휴식시간도 없이 작업은 이어졌다. 분류 파트에 있던 노동자가 다리가 아팠는지 탁자에 걸터앉자 관리자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작업장에서 앉는 거 아니에요. 일어나세요.” 작업의 종료를 알린 건 관리자도, 시계도 아닌 컨베이어벨트였다. 주간 물량을 마감하는 오후 5시 30분이 되자 컨베이어벨트가 작동을 멈췄다.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4시간 반 동안 휴식시간은 0초였다.[“이곳은 21세기 막장”···기자 5인이 뛰어든 쿠팡 물류센터]

“초당 6개 이상의 택배”를 토해내는 컨베이어벨트는 맑스의 분류에 따르면 불변자본이다. 컨베이어벨트는 우직하게 기계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가치를 아낌없이 배송물에 이전한다. 또 한편으로 기계는 자신과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 즉 가변자본의 보다 많은 가치 창조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한다. 즉, 기계는 노동자가 잠시도 앉아서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높은 노동강도로 작동하여 같은 노동일에 더 많은 가변의 가치를 창조하게끔 하는 것이다. 분류가 빨리 끝나면 배달을 빨리할 수 있고 [화폐가치가 불변인 경우에는] 더욱 많은 화폐로 나타날 것이다. 또한 사회적 표준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배달을 하면 업계의 시장점유율도 높아질 것이다.

노동시간의 강제적 규제를 공장주에 대하여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으로 보며 도매상에 대하여 공장주 자신을 보호하는 것으로 보는 런던의 한 공장주는 다음과 같이 발한다. “우리 사업에 대한 압력은 수출업자들 때문에 일어난다. 왜냐하면 그들은 범선으로 상품을 발송하여 일정한 계절이 시작될 때 목적지에 도착하게 하여, 범선과 기선 사이의 운임의 차액을 착복하려고 노력하거나, 또는 그들이 경쟁자들보다 먼저 외국시장에 나타나려고 두 개 기선 중 빠른 편을 택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아동노동 조사위원회 제5차 보고서 p117, 자본론 I하 p605에서 재인용]

사실 자본론은 상당 부분 산업자본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쿠팡과 같은 유통자본에 대한 서술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인용문에서도 보다시피 유통자본은 당시에도 공장주를 닦달할 만큼 노동강도에 대한 욕망이 강했다. 우리는 유통자본이 운임의 차이로 인한 차액, 빠른 도착을 통한 시장 독점 등의 욕망이 있었기에 공장주로 하여금 노동시간을 늘리도록 강요하였다는 사실을 그의 증언을 통해 알 수 있다. 최근의 일련의 사태를 보며 우리는 오늘날 플랫폼 경제 시스템 속에서도 유통자본의 이런 욕망이 크게 식지 않았음을 잘 알 수 있다. 오히려 컨베이어벨트나 AI와 같이 제조업을 흉내낸 최신 기계의 도입으로 노동강도에 대한 욕망은 더욱 집요해지고 조밀해졌다.

쿠팡 사태 관련 트윗 모음

# 사실 미국에서 자라 교육받으며 미국식 경영마인드를 골수까지 장착한 Bom Kim(a.k.a 김범석) 씨는 지금 상황이 매우 기이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비즈니스는 정확히 아마존이나 우버의 그것과 같은데 왜 한국인은 미국인과 달리 불매를 외치고 있을까 하고 말이다.

# 그만큼 사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는 기술, 유통, 금융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의 – 야니스 바루파키스라는 학자는 “기술봉건주의“라 명명한 – 시대를 살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여태의 노동-자본 관계를 붕괴시킨 새로운 착취의 – 고도의 기술적 착취 – 시대로 접어든 정황이 있다.

# 팬더믹 상황에서 기술봉건주의의 영주들은 엄청난 돈을 벌었지만, 각국 정부는 그들의 노동착취를 통제하기는커녕 소득세조차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고자 하는 시도가 G7에서의 최저 글로벌 법인세율. 그야말로 자본을 통제하기 위한 인터내셔널이라도 조직해야 할 판.

# 어쩌면 이것이 여태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할, 각자도생과 약육강식을 당연시하는 자본의 “공정함”. 법과 제도가 – 친자본이거나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는 – 허락하면 어떠한 비인간적 착취도 당연하다는, “능력주의”로 인종 차별과 착취를 정당화하는 정치적 포퓰리즘과 결합하면 거칠 것이 없는 이들

# 주52시간 근무제? 노동자를 노동자라 칭하지 않으면 된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우선 법을 솜사탕법으로 무력화시키고 찝찝하면 법적 책임을 질 자리에서 물러나면 된다. 노동착취의 방법? AI와 빅데이터를 통해서 노동자를 마이크로 단위로 닦달하면 된다. 영업적자? 크게 키워 엑시트하면 된다.

# 엑시트에 대해 : 舊자본과 新자본의 차이는 구자본은 영업흑자를 만든 후 사세를 키워나가는 방식을 주로 택했다면, 신자본은 일단 사세를 키워 플랫폼을 독점한 후 돈을 벌겠다는 식. 이게 가능한 건 그 기간을 버티게 해줄 자금투입이 가능한 금융시장 구조. 살아남는 놈이 강한 놈인 시대인 것이다.

# 뉴욕증시 상장 당시 앵커는 ‘흑자전환’ 시기에 대해 물었으나 김 의장은 “장기투자자들과 함께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2위생산자 쥐어짜기와 노동착취로 유지되는 만큼 이용자 이탈은 장기적으로 호구 짓을 해줄 투자자를 끌어모으는데 가장 큰 장애물. 불매가 답

국제자본주의인터내셔널은 테크자이언트를 길들일 수 있을까?

G7 국가들이 이번 주 콘월의 정상회담에서 서명할 협정은 두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첫째, 여러 나라에서 영업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그들이 어디에서 상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든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특정 국가에서 어떤 기업이 수십억 달러를 벌지라도 그들은 그곳에서 매우 적은 세금만을 내곤 했다. 이것은 그들이 더 낮은 세율로 더 많은 이윤을 취하는 곳에 본사를 두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G7 협정에 따라 매출 대비 10%의 이윤을 취하는 어떤 나라 정부라도 이들 기업에게 과세할 수 있게 된다. [중략] 협정의 두 번째 부문은 15%의 국제적 최저 법인세율이다. 이것의 목적은 각국이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세율을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중략] 아일랜드는 작은 나라들의 사정을 경청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EU의 멤버이고 협정의 구속을 받는다.[G7 tax deal: What is it and are Amazon and Facebook included?]

영국의 한 해변 마을에서 G7 회담이 열리고 있다. 그 와중에 G7 회의석상에서는 미증유의 세금 “혁명”이 진행 중인데 팬데믹 와중에 우리나라 대통령이 초대를 받은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인지, 우리 매스미디어의 관련 소식은 코로나19 관련이나 문 대통령의 동향에 집중되어 있다. 아마도 특별히 세금 협정의 의미에 무관심하거나 또는 그 의의를 싫어하는 매체이기 때문일 것이다.1 여하튼 개인적으로는 이 뉴스가 특히 반가운 소식인 것이 몇 년 전에 이 블로그에 ‘전 세계에 단일세율을 적용하면 어떨까’라는 부질없는 희망사항을 끼적거린 적이 있는데, 이제 그것이 현실에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HedgeFund.net은 중요한 아이디어를 하나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단일세율’이 바로 그것이다. 현실적으로 지금 각국은 낮은 세율과 낮은 임금을 쫓아 부나방처럼 옮겨 다니는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세율을 내리고 있는 형편이다. [중략] 그러나 결국 조세피난처와 같이 극단의 세율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은 그들의 자본유치활동은 결국 자본이 거쳐 갈 하나의 정거장을 제공하는 행위일 뿐이다.. 이럴 바에야 아예 주요 국가들이 단일세율로 자본유치에 대해 일종의 공정경쟁을 선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마치 쿄토 의정서에서 CO2 감축을 위해 의무감축량을 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또 이래놓고 미국이 빠져나가면 우스운 꼴이 되겠지만 말이다.[전 세계가 단일세율을 적용하면 어떨까?]

이번 협정이 각국의 세법에 적용이 된다는 그동안 각국 세무당국을 조롱하며 탈세를 일삼던 테크자이언트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금액의 세금을 납부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매출을 달성할 동안 “稅테크”를 통해 쥐꼬리만큼의 세금만을 내는 동안 지구상의 자산은 점점 더 소수에 집중되어 왔고, 각국 정부는 부족한 재원을 국채로 발행하거나 엄한 국민에게 소비세를 더 걷는 방식으로 예산을 충당해왔다. 팬데믹 사태 이후 각국의 부채비율이 치솟고 중앙은행의 재정부실이 가속화되는 이 상황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망한 시스템을 빚으로 메꾸고 있는 상황이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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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jksvoorlichtingsdienstFlickr: G7 in het Catshuis, CC BY 2.0, Link

플랫폼 경제와 테크자이언트가 득세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이전 체제와 다른 가장 큰 특징중 하나는 “이동성(mobility)”다. 대규모 부지에 세워진 제조업 공장은 이제 우버나 카카오톡과 같은 애플리케이션 안에 집약적으로 담겨져 있어 그 안에서 생산, 유통, 노동자 통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영업범위와 기업 본사의 위치가 공간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던 과거의 기업과 달리 테크자이언트들은 언제든지 M&A, FTA, 각국의 세법과 유치정책 등을 활용하여 본사를 자유로이 옮길 수 있게 됐다.2 노동조합도 정부도 이렇게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자본의 이동성에 굼뜨게 대응하느라 넋을 놓고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이번 협정을 가능하게 했던 가장 큰 배경은 역시 미국 행정부의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으로의 정권 교체일 것이다. 테크자이언트 대부분의 CEO가 바로 미국인임에도 민주당으로서는 더이상 이들의 전횡과 오만함을 묵인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미재무부는 각국의 세율 인하를 통한 기업 유치 행태에 대해 “바닥을 향한 레이스를 종식(ending the global race to the bottom)” 시켜야 한다고 발언했을 정도로 이 협정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결국 전 세계 최저 법인세율이 관철되면 여러 다국적 기업의 본사, 그리고 보다 중요하게는 세금이 미국으로 귀속되리라는 복안도 깔려 있을 것이다.

국제자본주의인터내셔널(!)이 테크자이언트를 길들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비대면(非對面) 경제

코로나19 사태를 소재로 무언가 글을 쓰려는 전업 작가가 있다면 이번 사태가 미치는 그 방대한 영향력으로 인하여 어떠한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될 것 같다. 앞으로는 전 세계를 공간적 배경 삼아 정치, 사회, 경제, 기술, 법률, 문화, 환경,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불안감 혹은 기대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사태가 몇몇이 말하는 “문명사적 전환”의 서막이라는 것이 호들갑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나는 총론을 쓸 능력이 없는 경제적인 관심사나 블로그에 끼적거리는 블로거이므로 그때그때 생각나는 각론에 대해서나 사견을 적어놓을까 생각하고 있다.

오늘 논할 키워드는 “비대면(非對面) 경제(Non-face-to-face Economy)”다. 감히 예언하자면 앞으로의 시대는 이전과 다른 차원의 비대면 경제의 시대가 될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경제활동을 비대면으로 영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 쇼핑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제 시장에서 상인을 대면할 필요 없이 원하는 상품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1 인터넷의 발전, 온라인 결제, 배달업의 발전 등으로 인해 가능해진 경제활동이다. 한국은 온라인 쇼핑에 있어서만큼은 이미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고2 여타 국가들 역시 온라인 쇼핑은 전체 쇼핑 활동 중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비대면 경제는 온라인 쇼핑과 같은 소비의 영역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전적 의미로 ‘얼굴을 접하지 않고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것’은 생산의 영역에서도 가능한 일이고 앞으로 그 비중이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이전의 ‘소비의 비대면화’를 넘어서 ‘노동의 비대면화’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 판단된다. 이번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가 반강제적으로 활성화되며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의외로 재택근무로도 기업이 제법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기업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던 주5일제 노동이 당연시되듯 앞으로 ‘주3일 사무실 + 2일 재택 옵션’이 자연스러워 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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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간 우리는 왜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 노동을 했던 것일까? 그것은 일종의 규율이다. 사실 기업은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군대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기업’이라는 경제단위가 경제의 큰 축을 차지하면서 자본가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군대식 규율이었다. 특히 제조업 공장에서의 규율이 강한 편이었고, 이는 사무직 노동자의 근무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3 그렇기에 노동자가 한 공간에 모여 규율을 지키는 것은 일종의 부가 노동이랄 수 있다. 그렇기에 노동의 비대면화는 어찌 보면 업무 진행에는 큰 차질이 없을지라도 이러한 규율을 효과적으로 아우르기에는 부족하였기에 아직까지 일상화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기업은 노동자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제대로 규율을 지켜가면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한편 기업의 전면적인 재택근무를 막는 장애물은 관성(慣性)과 보수주의다.4 기업역시 시도해보지 않았던 영역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5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외부의 충격에 의해 사태가 심각한 동안 꽤 많은 기업이 자율 반 타율 반으로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하였고 의외로 업무성과가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인지하게 됐다. 일종의 재택근무에 대한 패러다임 적 전환의 순간이 온 것이다. 사태의 조기종식이 요원한 현 상황에서 이에 많은 기업은 진지하게 강도 높은 재택근무를 고려할 것이다.

향후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 노동환경에는 어떠한 변화가 올까? 트위터에 재택근무가 ‘잠옷을 입고 근무할 수 있어 장점, 잠옷을 입어도 근무해야 하는 게 단점’이라는 취지의 트윗이 인기를 얻었는데 어쨌든 노동자로서는 출퇴근 시간의 절약이라는 꿀 같은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주 52시간 노동과 결합하면 꽤 많은 여가를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6 한편, 반면 기업이 노동자의 퍼포먼스를 노동시간이 아닌 별도의 퍼포먼스 측정 수단으로 측정할 경우 이전과는 다른 종류의 노동의 유연화 헬게이트가 열릴 수도 있다.7 또한 노동시간 이외 추가적인 노동을 강요받는 의사(擬似)노동의 증가8라는 악영향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유연적 축적이 자본주의의 생존기제로 자리 잡기 시작한 즈음부터 그러했지만, 노동자와 노조로서는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하는 존재론적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노동조합은 기업의 군대식 문화를 親노동적인 조직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9 따라서 기업이 脫공간 脫규율적으로 행동하며 보다 교묘하고 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노동을 규율하게 되면 노동자와 그 조직 역시 그 방식에 적응하여 변해야 할 것이다. 현대차노조, 대한항공노조, 금융노련과 같은 기업별/산별조직이 아닌 뭔가 더 큰 그림에서의 조직이 필요할 것이다. 재택근무가 산업민주주의의 대안이 될지 새로운 군사적 기업문화의 변태가 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물인터넷을 먹통으로 만들어버린 사건

코로나19 지구적 확산으로 인한 미증유 사태로 인해 여태 듣도 보도 못했던 갖가지 희한한 뉴스가 포털 사이트의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요즘이다. 유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가격으로 진입했다는 소식이랄지, 각국이 마스크 확보를 위해 해적질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랄지, 사람들의 왕래가 끊긴 도시에 야생동물이 한가롭게 거닐고 있다는 소식이랄지, 도시의 공기오염으로 인해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저 멀리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소식 등이 그것이다. 아무래도 이런 저런 소식을 종합해보면 ‘인간이야말로 지구의 바이러스가 아닌가?’라는 탄식에 가까운 인터넷 댓글에 고개를 끄덕거리고 싶은 요즘이다. 물론 인간은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이 가능하긴 하지만.

일본 전자업체 샤프가 생산한 마스크의 인터넷 판매가 시작된 21일 이날 하루 책정된 판매 물량이 금세 팔렸다. 샤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자사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를 통해 자체 생산한 마스크 3천 상자 판매에 들어갔다. 개인당 50장들이 한 상자로 구매가 제한된 가운데 해당 사이트에는 판매 시작 전부터 접속자가 몰려 연결이 지연되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이 영향으로 동일한 정보 소스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샤프의 일부 사물인터넷(IoT) 제품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야기됐다고 전했다. 샤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일본에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자 액정 디스플레이를 만들어온 미에(三重)현 공장에서 지난달부터 마스크 생산을 시작했다. [전자업체 샤프 마스크, 일본 시판 첫날 품절 사태]

팬데믹 사태에 즈음한 또 하나의 희한한 뉴스다. 전 지구적인 마스크 부족 사태에 즈음하여 첨단 전자회사(!)인 샤프가 전자제품 대신에 마스크를 만들어(!) 사이트에 판매하여 완판이 되었다는 소식인데 바야흐로 ‘마스크 본위제’의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인용문에서처럼 너무 많은 수요자가 몰려드는 바람에 사이트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 정부가 아베노마스크라는 어이없는 (쓰레기) 마스크를 국민에게 투척하는 등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뻘짓만 하고 있는 처참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양질의 마스크를 확보하려는 국민들의 각자도생이1 빚어낸 결과이다. 시장의 불균형 상태가 매우 심각하여 작동하지 않고 있다.2

한편 개인적으로 이 뉴스에 더 눈길이 간 이유는 그런 시장의 무정부성보다도 이로 인해 사물인터넷 제품의 작동이 마비됐다는 부가적인 소식 때문이었다. M2M, 사물지능통신, 유비쿼터스컴퓨팅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은 “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 즉, 무선 통신을 통해 각종 사물을 연결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사물인터넷이 제어 불가능해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인터넷으로 제어되는 대문이 열리지 않아 집에 들어갈 수 없고, 역시 인터넷으로 제어되는 차가 움직이지 않아 도로 위에서 멈춰 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샤프 자체의 IoT에 국한된 사고였겠지만 여러 모로 섬뜩한 사고다.

IoT의 핵심 개념은 연결성(Connectivity)이다. 이전의 글에서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특징을 국제화, 도시화, 금융화로 들었었는데, 그 중에서도 국제화와 도시화는 이러한 연결성의 공간적 응축 과정을 의미한다. IoT는 이를 다시 공간 안의 모든 사물을 연결한다는 개념으로 한층 촘촘해진 연결망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모든 사물에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국제화로 인해 경제성장을 이룬 세계가 바로 그 국제화로 인해 팬데믹 상태에 빠져들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IoT 역시 연결을 통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는 장점의 이면으로, 그 연결 탓에 전엔 상상도 못할 이유로 ‘사물의 총체적 제어 불가능’이라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단점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요컨대 샤프라는 첨단 전자회사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미래사회를 연결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인류 상당수의 목숨을 위협하는, 어떻게 보면 전근대적인 참사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마스크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시장경제가 교란되고 전자회사인 샤프가 마스크를 만드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런데 그 마스크의 거래시장이 먹통이 되면서 미래사회 기술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이 같이 먹통이 되었다. 우리 인간이 지극히 하찮게 여겨 – 또는 현대의 시장경제가 하찮게 여겨 – 미처 확충하지 않았던 보건 인프라가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뒤통수를 후려친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현재, 미래는 어쩌면 동시에 존재하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