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기업경영

국제자본주의인터내셔널은 테크자이언트를 길들일 수 있을까?

G7 국가들이 이번 주 콘월의 정상회담에서 서명할 협정은 두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첫째, 여러 나라에서 영업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그들이 어디에서 상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든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특정 국가에서 어떤 기업이 수십억 달러를 벌지라도 그들은 그곳에서 매우 적은 세금만을 내곤 했다. 이것은 그들이 더 낮은 세율로 더 많은 이윤을 취하는 곳에 본사를 두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G7 협정에 따라 매출 대비 10%의 이윤을 취하는 어떤 나라 정부라도 이들 기업에게 과세할 수 있게 된다. [중략] 협정의 두 번째 부문은 15%의 국제적 최저 법인세율이다. 이것의 목적은 각국이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세율을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중략] 아일랜드는 작은 나라들의 사정을 경청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EU의 멤버이고 협정의 구속을 받는다.[G7 tax deal: What is it and are Amazon and Facebook included?]

영국의 한 해변 마을에서 G7 회담이 열리고 있다. 그 와중에 G7 회의석상에서는 미증유의 세금 “혁명”이 진행 중인데 팬데믹 와중에 우리나라 대통령이 초대를 받은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인지, 우리 매스미디어의 관련 소식은 코로나19 관련이나 문 대통령의 동향에 집중되어 있다. 아마도 특별히 세금 협정의 의미에 무관심하거나 또는 그 의의를 싫어하는 매체이기 때문일 것이다.1 여하튼 개인적으로는 이 뉴스가 특히 반가운 소식인 것이 몇 년 전에 이 블로그에 ‘전 세계에 단일세율을 적용하면 어떨까’라는 부질없는 희망사항을 끼적거린 적이 있는데, 이제 그것이 현실에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HedgeFund.net은 중요한 아이디어를 하나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단일세율’이 바로 그것이다. 현실적으로 지금 각국은 낮은 세율과 낮은 임금을 쫓아 부나방처럼 옮겨 다니는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세율을 내리고 있는 형편이다. [중략] 그러나 결국 조세피난처와 같이 극단의 세율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은 그들의 자본유치활동은 결국 자본이 거쳐 갈 하나의 정거장을 제공하는 행위일 뿐이다.. 이럴 바에야 아예 주요 국가들이 단일세율로 자본유치에 대해 일종의 공정경쟁을 선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마치 쿄토 의정서에서 CO2 감축을 위해 의무감축량을 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또 이래놓고 미국이 빠져나가면 우스운 꼴이 되겠지만 말이다.[전 세계가 단일세율을 적용하면 어떨까?]

이번 협정이 각국의 세법에 적용이 된다는 그동안 각국 세무당국을 조롱하며 탈세를 일삼던 테크자이언트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금액의 세금을 납부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매출을 달성할 동안 “稅테크”를 통해 쥐꼬리만큼의 세금만을 내는 동안 지구상의 자산은 점점 더 소수에 집중되어 왔고, 각국 정부는 부족한 재원을 국채로 발행하거나 엄한 국민에게 소비세를 더 걷는 방식으로 예산을 충당해왔다. 팬데믹 사태 이후 각국의 부채비율이 치솟고 중앙은행의 재정부실이 가속화되는 이 상황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망한 시스템을 빚으로 메꾸고 있는 상황이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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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jksvoorlichtingsdienstFlickr: G7 in het Catshuis, CC BY 2.0, Link

플랫폼 경제와 테크자이언트가 득세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이전 체제와 다른 가장 큰 특징중 하나는 “이동성(mobility)”다. 대규모 부지에 세워진 제조업 공장은 이제 우버나 카카오톡과 같은 애플리케이션 안에 집약적으로 담겨져 있어 그 안에서 생산, 유통, 노동자 통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영업범위와 기업 본사의 위치가 공간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던 과거의 기업과 달리 테크자이언트들은 언제든지 M&A, FTA, 각국의 세법과 유치정책 등을 활용하여 본사를 자유로이 옮길 수 있게 됐다.2 노동조합도 정부도 이렇게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자본의 이동성에 굼뜨게 대응하느라 넋을 놓고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이번 협정을 가능하게 했던 가장 큰 배경은 역시 미국 행정부의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으로의 정권 교체일 것이다. 테크자이언트 대부분의 CEO가 바로 미국인임에도 민주당으로서는 더이상 이들의 전횡과 오만함을 묵인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미재무부는 각국의 세율 인하를 통한 기업 유치 행태에 대해 “바닥을 향한 레이스를 종식(ending the global race to the bottom)” 시켜야 한다고 발언했을 정도로 이 협정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결국 전 세계 최저 법인세율이 관철되면 여러 다국적 기업의 본사, 그리고 보다 중요하게는 세금이 미국으로 귀속되리라는 복안도 깔려 있을 것이다.

국제자본주의인터내셔널(!)이 테크자이언트를 길들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비대면(非對面) 경제

코로나19 사태를 소재로 무언가 글을 쓰려는 전업 작가가 있다면 이번 사태가 미치는 그 방대한 영향력으로 인하여 어떠한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될 것 같다. 앞으로는 전 세계를 공간적 배경 삼아 정치, 사회, 경제, 기술, 법률, 문화, 환경,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불안감 혹은 기대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사태가 몇몇이 말하는 “문명사적 전환”의 서막이라는 것이 호들갑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나는 총론을 쓸 능력이 없는 경제적인 관심사나 블로그에 끼적거리는 블로거이므로 그때그때 생각나는 각론에 대해서나 사견을 적어놓을까 생각하고 있다.

오늘 논할 키워드는 “비대면(非對面) 경제(Non-face-to-face Economy)”다. 감히 예언하자면 앞으로의 시대는 이전과 다른 차원의 비대면 경제의 시대가 될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경제활동을 비대면으로 영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 쇼핑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제 시장에서 상인을 대면할 필요 없이 원하는 상품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1 인터넷의 발전, 온라인 결제, 배달업의 발전 등으로 인해 가능해진 경제활동이다. 한국은 온라인 쇼핑에 있어서만큼은 이미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고2 여타 국가들 역시 온라인 쇼핑은 전체 쇼핑 활동 중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비대면 경제는 온라인 쇼핑과 같은 소비의 영역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전적 의미로 ‘얼굴을 접하지 않고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것’은 생산의 영역에서도 가능한 일이고 앞으로 그 비중이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이전의 ‘소비의 비대면화’를 넘어서 ‘노동의 비대면화’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 판단된다. 이번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가 반강제적으로 활성화되며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의외로 재택근무로도 기업이 제법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기업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던 주5일제 노동이 당연시되듯 앞으로 ‘주3일 사무실 + 2일 재택 옵션’이 자연스러워 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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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간 우리는 왜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 노동을 했던 것일까? 그것은 일종의 규율이다. 사실 기업은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군대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기업’이라는 경제단위가 경제의 큰 축을 차지하면서 자본가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군대식 규율이었다. 특히 제조업 공장에서의 규율이 강한 편이었고, 이는 사무직 노동자의 근무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3 그렇기에 노동자가 한 공간에 모여 규율을 지키는 것은 일종의 부가 노동이랄 수 있다. 그렇기에 노동의 비대면화는 어찌 보면 업무 진행에는 큰 차질이 없을지라도 이러한 규율을 효과적으로 아우르기에는 부족하였기에 아직까지 일상화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기업은 노동자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제대로 규율을 지켜가면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한편 기업의 전면적인 재택근무를 막는 장애물은 관성(慣性)과 보수주의다.4 기업역시 시도해보지 않았던 영역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5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외부의 충격에 의해 사태가 심각한 동안 꽤 많은 기업이 자율 반 타율 반으로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하였고 의외로 업무성과가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인지하게 됐다. 일종의 재택근무에 대한 패러다임 적 전환의 순간이 온 것이다. 사태의 조기종식이 요원한 현 상황에서 이에 많은 기업은 진지하게 강도 높은 재택근무를 고려할 것이다.

향후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 노동환경에는 어떠한 변화가 올까? 트위터에 재택근무가 ‘잠옷을 입고 근무할 수 있어 장점, 잠옷을 입어도 근무해야 하는 게 단점’이라는 취지의 트윗이 인기를 얻었는데 어쨌든 노동자로서는 출퇴근 시간의 절약이라는 꿀 같은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주 52시간 노동과 결합하면 꽤 많은 여가를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6 한편, 반면 기업이 노동자의 퍼포먼스를 노동시간이 아닌 별도의 퍼포먼스 측정 수단으로 측정할 경우 이전과는 다른 종류의 노동의 유연화 헬게이트가 열릴 수도 있다.7 또한 노동시간 이외 추가적인 노동을 강요받는 의사(擬似)노동의 증가8라는 악영향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유연적 축적이 자본주의의 생존기제로 자리 잡기 시작한 즈음부터 그러했지만, 노동자와 노조로서는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하는 존재론적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노동조합은 기업의 군대식 문화를 親노동적인 조직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9 따라서 기업이 脫공간 脫규율적으로 행동하며 보다 교묘하고 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노동을 규율하게 되면 노동자와 그 조직 역시 그 방식에 적응하여 변해야 할 것이다. 현대차노조, 대한항공노조, 금융노련과 같은 기업별/산별조직이 아닌 뭔가 더 큰 그림에서의 조직이 필요할 것이다. 재택근무가 산업민주주의의 대안이 될지 새로운 군사적 기업문화의 변태가 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물인터넷을 먹통으로 만들어버린 사건

코로나19 지구적 확산으로 인한 미증유 사태로 인해 여태 듣도 보도 못했던 갖가지 희한한 뉴스가 포털 사이트의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요즘이다. 유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가격으로 진입했다는 소식이랄지, 각국이 마스크 확보를 위해 해적질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랄지, 사람들의 왕래가 끊긴 도시에 야생동물이 한가롭게 거닐고 있다는 소식이랄지, 도시의 공기오염으로 인해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저 멀리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소식 등이 그것이다. 아무래도 이런 저런 소식을 종합해보면 ‘인간이야말로 지구의 바이러스가 아닌가?’라는 탄식에 가까운 인터넷 댓글에 고개를 끄덕거리고 싶은 요즘이다. 물론 인간은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이 가능하긴 하지만.

일본 전자업체 샤프가 생산한 마스크의 인터넷 판매가 시작된 21일 이날 하루 책정된 판매 물량이 금세 팔렸다. 샤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자사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를 통해 자체 생산한 마스크 3천 상자 판매에 들어갔다. 개인당 50장들이 한 상자로 구매가 제한된 가운데 해당 사이트에는 판매 시작 전부터 접속자가 몰려 연결이 지연되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이 영향으로 동일한 정보 소스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샤프의 일부 사물인터넷(IoT) 제품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야기됐다고 전했다. 샤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일본에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자 액정 디스플레이를 만들어온 미에(三重)현 공장에서 지난달부터 마스크 생산을 시작했다. [전자업체 샤프 마스크, 일본 시판 첫날 품절 사태]

팬데믹 사태에 즈음한 또 하나의 희한한 뉴스다. 전 지구적인 마스크 부족 사태에 즈음하여 첨단 전자회사(!)인 샤프가 전자제품 대신에 마스크를 만들어(!) 사이트에 판매하여 완판이 되었다는 소식인데 바야흐로 ‘마스크 본위제’의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인용문에서처럼 너무 많은 수요자가 몰려드는 바람에 사이트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 정부가 아베노마스크라는 어이없는 (쓰레기) 마스크를 국민에게 투척하는 등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뻘짓만 하고 있는 처참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양질의 마스크를 확보하려는 국민들의 각자도생이1 빚어낸 결과이다. 시장의 불균형 상태가 매우 심각하여 작동하지 않고 있다.2

한편 개인적으로 이 뉴스에 더 눈길이 간 이유는 그런 시장의 무정부성보다도 이로 인해 사물인터넷 제품의 작동이 마비됐다는 부가적인 소식 때문이었다. M2M, 사물지능통신, 유비쿼터스컴퓨팅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은 “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 즉, 무선 통신을 통해 각종 사물을 연결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사물인터넷이 제어 불가능해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인터넷으로 제어되는 대문이 열리지 않아 집에 들어갈 수 없고, 역시 인터넷으로 제어되는 차가 움직이지 않아 도로 위에서 멈춰 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샤프 자체의 IoT에 국한된 사고였겠지만 여러 모로 섬뜩한 사고다.

IoT의 핵심 개념은 연결성(Connectivity)이다. 이전의 글에서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특징을 국제화, 도시화, 금융화로 들었었는데, 그 중에서도 국제화와 도시화는 이러한 연결성의 공간적 응축 과정을 의미한다. IoT는 이를 다시 공간 안의 모든 사물을 연결한다는 개념으로 한층 촘촘해진 연결망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모든 사물에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국제화로 인해 경제성장을 이룬 세계가 바로 그 국제화로 인해 팬데믹 상태에 빠져들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IoT 역시 연결을 통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는 장점의 이면으로, 그 연결 탓에 전엔 상상도 못할 이유로 ‘사물의 총체적 제어 불가능’이라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단점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요컨대 샤프라는 첨단 전자회사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미래사회를 연결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인류 상당수의 목숨을 위협하는, 어떻게 보면 전근대적인 참사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마스크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시장경제가 교란되고 전자회사인 샤프가 마스크를 만드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런데 그 마스크의 거래시장이 먹통이 되면서 미래사회 기술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이 같이 먹통이 되었다. 우리 인간이 지극히 하찮게 여겨 – 또는 현대의 시장경제가 하찮게 여겨 – 미처 확충하지 않았던 보건 인프라가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뒤통수를 후려친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현재, 미래는 어쩌면 동시에 존재하는 지도 모르겠다.

“잠시 동안 계급투쟁을 잊어버리자” 나라 경제가 이런데….

“왜 빵의 부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가?” 다른 병사가 소리쳤다.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쮸드노프스키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 다음에는 멘셰비키적 방위주전론자로서 비테브스키 소비에트의 대표인 한 장교가 말했다. “누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정부가 아니라, 전쟁이다. 그리고 어떤 변혁보다도 우선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여기에서 야유와 빈정거리는 박수가 있었다. “볼셰비키 선동가들은 데마고그다!” 회의장은 웃음소리로 진동했다. “잠시 동안 계급투쟁을 잊어버리자”고 그는 말했으나 그의 말은 더 이상 계속 될 수 없었다.[세계를 뒤흔든 10일, 존 리드 저, 장영덕 역, 두레, 1993년, p63]

오랜만에 책꽂이에서 꺼내 읽은 책의 일부분을 인용해보았다. 미국 언론인 존 리드가 볼셰비키 혁명을 직접 체험하고 책으로 엮은 르포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니 만큼 현장에서의 생동감이 1세기가 지난 지금에 읽어도 어렴풋이 느껴질 정도다. 인용한 장면은 10월의 어느 날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의 한 철야회의에서의 모습이다. 계급모순과 민족모순 중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가라는 사회변혁의 오래된 이슈가 이 장면에서 또 한 번 연출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심사는 치열했습니다. 9시간을 넘겼습니다. “분식회계도 횡령도 아래에서 정상적으로 처리한 줄 알았다”는 게 김태한 대표의 입장, “분식회계도 증거인멸도 횡령도 김 대표의 지시를 받았다”는 게 김동중 삼바 전무의 입장이었습니다. 서로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이런 날선 내부 다툼과 법적 공방 끝에 삼성 측은 호소에 나섰다고 합니다. 어쩌면 ‘일격’에 가까운 호소,

“일본 문제도 있고, 나라 경제가 이런데….”

영장심사 결과는 김 대표도 김 전무도 모두 기각. 집으로 돌아갔습니다.[‘삼바’ 영장심사에서 나온 말, “나라 경제가…”]

존 리드의 책을 읽고 나서 뜬금없이 낮에 읽은 이 기사가 떠올랐다. 정확히 삼성 측의 누가 저 말을 했는지는 보도에 나와 있지 않지만, 여하튼 참으로 어이없는 적반하장 발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삼성이 현재 일본의 무모한 정치적 도발의 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는 아니고, 일면 그 도발로 인한 피해자라고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구속영장심사 자리에서 피의자가 할 소리는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할 말로 일본 문제와 이들 기업의 분식회계가 무슨 상관이나 있기는 한가?

어쨌든 존 리드의 책을 읽다가 삼바 기사가 떠오른 것은 내부의 갈등을 외부의 적을 팔아 회피하려는 작태가 유사 이래 정치집단 내, 계급적 갈등관계에 있던 집단 사이, 심지어는 범죄 집단과 이를 단죄하려는 시민사회 사이에서도 단골 메뉴로 꺼내들었던 핑계거리가 되곤 했다는 점에서 약간의 연상 작용이 있었던 것 같다. 앞서의 장교는 어쨌든 선의에 의한 발언이라고 여겨지는 반면, 삼성 측의 주장은 본인들의 범죄를 나라가 처한 어려움을 틈타 빠져나가려는 야비함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나라 경제를 망쳐놓은 것은 본인들인데.

빌 더블라지오 : 아마존이 거부한 길(Bill de Blasio : The Path Amazon Rejected)

아마존이 뉴욕시에 제2본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철회하자 국내외 언론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비롯한 순진한 “사회주의자”들이 뉴욕 경제를 살릴 기회를 걷어찼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 와중에 빌 더블라지오(Bill de Blasio) 뉴욕 시장이 아마존의 결정을 비판하는 칼럼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자본주의 시장과 도시경영에서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그 부작용에 대해 뉴욕시의 수장으로서의 통찰을 읽을 수 있기에 전문을 번역했다. 원문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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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vin Case from Bronx, NY, USA – Bill de Blasio, CC BY 2.0, Link

아마존이 뉴욕시에 25,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가져다줄 협약을 백지화하려 한다는 소리를 내가 처음 들은 것은 목요일 그 뉴스가 보도되기 한 시간 전이었다.

그 통화는 짧았고 회사의 변심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었다.

불과 며칠 전에, 나는 아마존의 한 임원과 그들이 어떻게 몇몇의 비판자를 이겨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논했다. 노동조합을 만나라.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를 고용해라. 인프라스트럭처와 기타 커뮤니티의 요구에 투자하라. 롱아일랜드의 노동자들에 대한 공정성과 기회 창출에 신경 쓰고 있음을 보여줘라.

분명한 길이 앞에 놓여 있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 당신이 당신 회사의 의도나 진심을 의심하는, 소규모지만 소란스러운 뉴요커 그룹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라.

그 대신에 아마존은 그들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기 위해 주민들과 커뮤니티의 지도자들을 만난 지 불과 두 시간여 후에 회사는 갑자기 모든 것을 취소해버렸다.

나는 소득 증가와 부의 불평등에 대한 문제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진보주의자다. 지난 11월에 아마존과 체결한 협약은 탄탄한 기초였다. 이는 적어도 조직화된 건설 및 서비스 노동자를 포함한 25,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공대학과의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교통이나 적정한 주택에 우선순위를 둘 270억 달러의 신규 세수를 – 시와 주(州)가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 양보하기로 한 세금의 아홉 배에 해당하는 – 창출할 수 있었다.

뉴욕으로의 이 소매업 거인의 확장은 미국 주식회사(corporate America)에 대한 점증하는 분노 탓에 적지 않은 반대에 부딪혔다. 수십 년간, 부와 권력은 극상층에 집중되어 왔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아마존의 회장 제프 베조스가 가장 확실한 사례다.

이 지점에서의 교훈은 기업은 더 이상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나 오클랜드에서 시외에 있는 사무실로 향하는 기술직 노동자를 태운 버스에 돌멩이를 던졌던, 실리콘밸리를 휘저었던 분노를 목격했다. 우리는 지난 달 열린 다보스에서 기업 권력의 점증하는 독점에 대한 저항에서 그것을 목격했다.

저항에 직면하여 공을 들고 집으로 가버린 아마존의 변덕스러운 결정은 그러한 분노를 잠재우진 못할 것이다.

시와 주는 우리의 목표를 잠시 유보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하게, 대부분의 뉴요커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새로운 본사에 대한 지지는 그들이 누려야할 경제적 기회를 너무도 자주 갖지 못한 유색인종 커뮤니티와 노동계급 사이에서 가장 높았다. 수천의 중류층 가족에게 활로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시애틀에 있는 이사회에 앉아 있는 소수의 권력자들에 의해 좌초했다.

결국 아마존은 그들의 프로젝트를 꾸며나갈 방법에 대해 커뮤니티에게 굴복하거나 심지어는 진실되게 대화하고자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들은 비판자와 협상해야 하는 도시에는 여하한의 경우에도 머물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건 일종의 패턴이다. 시애틀의 시의회가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자금조달을 위한 대기업이 세금을 통과시키자 그 회사는 7,000개의 일자리를 위험에 처하게 할 대규모 확장 계획을 중지하겠다고 협박하여 세금을 폐지시켰다.

경제적 권력은 – 이 나라의 모든 대도시 지역에서 5만 개의 일자리와 수십억의 매출을 모가지 날려버릴 수 있는 – 지속적으로 더 적은 수의 손아귀에 놓이고 있다.

한세대에 걸쳐, 일하는 이들의 생산력은 점점 더 높아지고, 더 많은 시간 일하고, 그들의 몫을 정당하게 챙기지 못하고 있다. 최고경영자들의 업무를 통한 혜택은 치솟고 있고, 그 와중에 실제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이들은 더 적게 가져가고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아마존이 여기에 제2본사를 짓지 않겠다는 결정을 발표한 같은 날에, 회사가 지난 해 창출한 수십억의 이익에 대한 연방소득세는 한 푼도 내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수백만의 노동계급과 중류층 미국인이 올해 부자에게는 엄청난 이득을 안겨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정책이 그들에게는 쥐꼬리만한 세금환급만을 안겨주는 것을 알아차린 와중에 더더욱 분통 터지는 소식이다.

이 나라의 가장 큰 도시의 시장으로서, 진보적 봉화이자 자본주의 핵심적인 상징인 곳의 시장으로서 나는 미국 주식회사에 분노하고 있다. 이 나라의 다른 나의 동료 시장들 역시도 그러하다. 우리는 이 게임이 조작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기업이 우리를 각자도생의 경쟁으로 몰아넣기 때문에 우리 주민에 대한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가 또 다른 레이스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아마존의 제2본사 입찰전은 그러한 부당함의 전형이다. 기업이 도시들을 맞붙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적 대안으로 경제적 전쟁을 종식시킬 시점이다.

몇몇 회사는 그렇게 하고 있다. 세일스포스(Salesforce)의 설립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무주택자들을 위한 서비스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기업세에 찬성했다. 1월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애틀의 적정한 주택 공급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5억 달러를 약속했다.

뉴욕에서의 아마존의 앞길은 그들이 우리 주민들의 경제적 불안과 유동성에 대한 공포를 이해했더라면 그리고 그들과 직접 대화했더라면 더 부드럽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권력의 집중이 거대기업의 손아귀에 놓일 때 어떻게 되는 지를 목격했을 뿐이다. 다음 기업이 분열과 정복을 시도하기 전에 규칙을 바꾸자.

증거인멸에 나선 조선일보를 위한 캡처 이미지

이번 ‘홍석천씨 오보’는 조선일보 역시 <홍석천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이태원 가게 2곳 폐업”>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홍석천 씨의 비판 이후 중앙·동아일보는 제목을 바꿨지만, 조선일보는 계속 애초 기사 제목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검색해보면 “해당 기사 링크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나옵니다.[중앙일보 ‘홍석천 오보’ 개인사과로 끝낼 일인가]

최근에 가게 두 곳의 문을 닫은 홍석천 씨가 이데일리와 한 인터뷰에서 자기들 입맛에 맞는 언급만 따옴표를 써서 오보를 냈던 조중동의 파렴치한 행동에 대한 글을 쓴 바 있는데, 인용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중앙은 슬쩍 제목만 바꿨고 조선은 기사를 없애버렸다고 한다.(그 와중에 동아는 복지부동) 증거를 인멸한 뻔뻔한 조선일보의 기억력을 회복시켜주는 차원에서 캡처 화면을 제공하도록 하겠다.

 

기업이 스스로 악마가 되는 것을 피하지 못하면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2012년에 애플, 아마존, 구글 등에 의한 세금회피와 관련한 스캔들로 대중이 분노하고 이로 인해 G20이 행동에 나섰을 때, OECD는 국제적인 법인세 체계의 개혁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3년 후에 “기반 부식과 이윤 이동(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 또는 BEPS라 알려진 패키지가 탄생했다. [중략] 예를 들어 이로 인해 이들 기업들의 이윤과 세금 납부에 관한 국가간 과세 당국 보고서의 공유가 시작됐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이러한 표준은 오로지 거대 초국적 기업에만 적용되었고 보고서는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아 시민사회에 필수적인 투명성을 담보해내지 못했다.[Decision Time for the Future of Corporate Taxation]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다뤘던 바,1 초국적 기업들, 특히 인터넷과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생산물의 특징상 더욱더 자유롭게 그들의 이윤과 비용을 지구적 범위에서 이윤극대화의 지역으로 이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개별국가의 과세정의를 초토화시키는 일이 빈번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끔 예외적으로 초국적 기업이 징벌적 과세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보도되기도 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의 제시는 요원한 가운데 인용문에서 언급하는 프로젝트가 OECD 등에서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여전히 온갖 꼼수를 – 꼼수이기는 하지만 합법적인 – 동원하고 있는 기업의 세금회피 시도를 저지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2017년에도 구글은 네덜란드의 쉘을 통해 227억 달러를 버뮤다로 송금했다. 같은 해에 페이스북은 13억 파운드의 매출을 올린 영국에서 7백4십만 파운드의 세금을 냈다. 보다폰은 2016~2017년 기간 동안 이윤의 거의 40%를 조세회피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생산물의 유동성, 국제적 로비, 과세당국간 협조체계의 미흡이 이런 과소과세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ICRICT는 초국적기업에 대한 단일 과세를 위한 토론을 지지하는데, 이를 통해 그 기업들의 전 세계에서의 수입을 통합하여 그들의 이윤을 이동시키는 데 드는 이전비용의 지불을 좌절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국제적 이윤과 상호연결된 세금은 기업의 매출, 고용, 자원, 그리고 심지어 각국의 디지털 사용자와 같은 객관적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지역에 배분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또한 초국적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윤에 대해 20~25% 정도의 지구적인 기초 실효 법인세율의 도입을 지지한다.[같은 글]

ICRICT는 인용문의 저자가 의장으로 있는 국제 법인세 과세 개혁을 위한 독립적 위원회(Independent Commission for the Reform of International Corporate Taxation)를 가리킨다. 저자는 BEPS와 같은 협의체보다 더 강한 연결고리를 가진 단일 과세나 지구적 법인세율 적용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현실적으로 그 정도의 조치 없이 초국적기업의 세금 회피를 막을 방법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업이 악마가 안 되려면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어쨌든 HedgeFund.net은 중요한 아이디어를 하나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단일세율’이 바로 그것이다. 현실적으로 지금 각국은 낮은 세율과 낮은 임금을 쫓아 부나방처럼 옮겨 다니는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세율을 내리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 역시 새 정부 들어 이런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조세피난처와 같이 극단의 세율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은 그들의 자본유치활동은 결국 자본이 거쳐 갈 하나의 정거장을 제공하는 행위일 뿐이다.[전 세계가 단일세율을 적용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