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경향신문

“초당 6개 이상의 택배”를 토해내는 컨베이어벨트

StateLibQld 1 133053 Agamemnon (ship).jpg
By Item is held by John Oxley Library, State Library of Queensland., Public Domain, Link

노동강도의 증대는 같은 시간 내의 노동력 지출의 증가를 의미힌다. 그러므로 노동강도가 보다 높은 노동일은 노동강도가 보다 낮은 노동일에 비해서, 비록 각각의 노동일은 같다고 하더라고, 더욱 많은 양의 생산물로 체화된다. [중략] 그리하여 노동일의 길이가 불변인 경우, 강도가 높아진 하루의 노동은 증대된 가치로, 그리고 [화폐가치가 불변인 경우에는] 더욱 많은 화폐로 나타날 것이다. 1노동일에 창조되는 가치는 그 강도가 사회적 표준강도로부터 이탈되는 정도에 따라 변동한다. 그리하여 주어진 노동일은 이제는 더이상 불변의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가변의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자본론 I하, Karl Marx 저, 김수행 역, 비봉출판사, 1994년, p659]

칼 맑스는 매뉴팩쳐 시대에서 대공업 시대로 넘어가는 19세기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본가가 어떻게 노동자로부터 잉여가치를 창출해내는가를 밝히기 위해 자본론을 집필하였다. 맑스는 시스템을 분석하기 위해 우선 자본을 불변(不變)자본과 가변(可變)자본으로 분류한다. 그는 대공업 시대에 등장한 기계라는 생산수단은 기계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가치를 가감 없이 생산물에 이전하는 불변(不變)자본으로 기능하는 반면,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필요노동보다 더 많은 잉여노동을 생산물에 체현하는 가변(可變)자본으로 기능한다고 보았다. 이 상황에서 자본가는 시장의 경쟁에서 이기고자 “사회적 표준강도”를 초과하는 노동강도로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쥐어짠다.

오후에 트럭이 도착하자 컨베이어벨트가 택배를 울컥울컥 토해내기 시작했다. 초당 6개 이상의 택배가 눈앞을 지나갔다. “하나씩 들고 옮길 시간 없어. 그냥 던져요, 빨리!” 지시와 함께 박스가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취급주의’, ‘위험’, ‘유리’ 등 경고문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1초의 휴식시간도 없이 작업은 이어졌다. 분류 파트에 있던 노동자가 다리가 아팠는지 탁자에 걸터앉자 관리자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작업장에서 앉는 거 아니에요. 일어나세요.” 작업의 종료를 알린 건 관리자도, 시계도 아닌 컨베이어벨트였다. 주간 물량을 마감하는 오후 5시 30분이 되자 컨베이어벨트가 작동을 멈췄다.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4시간 반 동안 휴식시간은 0초였다.[“이곳은 21세기 막장”···기자 5인이 뛰어든 쿠팡 물류센터]

“초당 6개 이상의 택배”를 토해내는 컨베이어벨트는 맑스의 분류에 따르면 불변자본이다. 컨베이어벨트는 우직하게 기계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가치를 아낌없이 배송물에 이전한다. 또 한편으로 기계는 자신과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 즉 가변자본의 보다 많은 가치 창조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한다. 즉, 기계는 노동자가 잠시도 앉아서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높은 노동강도로 작동하여 같은 노동일에 더 많은 가변의 가치를 창조하게끔 하는 것이다. 분류가 빨리 끝나면 배달을 빨리할 수 있고 [화폐가치가 불변인 경우에는] 더욱 많은 화폐로 나타날 것이다. 또한 사회적 표준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배달을 하면 업계의 시장점유율도 높아질 것이다.

노동시간의 강제적 규제를 공장주에 대하여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으로 보며 도매상에 대하여 공장주 자신을 보호하는 것으로 보는 런던의 한 공장주는 다음과 같이 발한다. “우리 사업에 대한 압력은 수출업자들 때문에 일어난다. 왜냐하면 그들은 범선으로 상품을 발송하여 일정한 계절이 시작될 때 목적지에 도착하게 하여, 범선과 기선 사이의 운임의 차액을 착복하려고 노력하거나, 또는 그들이 경쟁자들보다 먼저 외국시장에 나타나려고 두 개 기선 중 빠른 편을 택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아동노동 조사위원회 제5차 보고서 p117, 자본론 I하 p605에서 재인용]

사실 자본론은 상당 부분 산업자본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쿠팡과 같은 유통자본에 대한 서술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인용문에서도 보다시피 유통자본은 당시에도 공장주를 닦달할 만큼 노동강도에 대한 욕망이 강했다. 우리는 유통자본이 운임의 차이로 인한 차액, 빠른 도착을 통한 시장 독점 등의 욕망이 있었기에 공장주로 하여금 노동시간을 늘리도록 강요하였다는 사실을 그의 증언을 통해 알 수 있다. 최근의 일련의 사태를 보며 우리는 오늘날 플랫폼 경제 시스템 속에서도 유통자본의 이런 욕망이 크게 식지 않았음을 잘 알 수 있다. 오히려 컨베이어벨트나 AI와 같이 제조업을 흉내낸 최신 기계의 도입으로 노동강도에 대한 욕망은 더욱 집요해지고 조밀해졌다.

동아의 마지막 보루는 ‘브래들리 효과’?

오바마의 승리가 점점 가시화되니까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 특히 개인적으로 즐겨보는 동아일보의 이른바 ‘브래들리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종교화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수언론으로 지칭되는 조중동과 진보언론으로 지칭되는 한겨레/경향의 ‘브래들리 효과’에 대한 입장을 비교해보았다. 역시 확연히 차이가 난다. ‘브래들리 효과’를 주문처럼 외우는 것은 역시 동아다. 상황을 분석하기보다 주문을 외우는 동아 파이팅!

브래들리라는 이름을 가진 – 스펠링은 전혀 다르지만 🙂 – 밴드도 있다. 이들 노래를 들으면서 신문기사를 감상하시길.

오바마 승리 낙관 아직 이르다(동아, 2008년 10월 20일)
결론적으로 막판 변수와 브래들리효과(백인 유권자의 흑인 후보에 대한 이중적 투표 행태) 등을 고려할 때 오바마 후보의 승리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USA 선택 2008]또 오바마가 웃었다(동아, 2008년 10월 17일)
하지만 ‘컴백 키드'(come back kid)로 불리는 부도옹(不倒翁) 매케인 후보가 사력을 다한 추격전을 펼칠 것으로 보이며, 역대 대선에는 없던 ‘브래들리 효과'(흑인 후보에 대한 백인들의 이중적 태도)를 비롯한 변수들이 남아 있어 승부가 끝났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벼랑끝 몰린 매케인 ‘이유 있었네’ (조선, 2008년 10월 17일)
하지만 그의 당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언하긴 이르다. 투표일까지 아직 3주가량 남은 데다 백인 유권자들이 흑인 후보를 지지하다가도 막상 투표장에선 백인 후보 쪽으로 마음을 바꾼다는 ‘브래들리 효과’가 막판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브래들리 유령’도 14%p 뒤집기는 힘들다(한겨레, 2008년 10월 16일)
여전히 변수다. 하지만 현 지지율 상황을 역전시킬 정도는 아닐 것이다. 특히 젊은층 유권자가 다수인 지역에서는 브래들리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실제로 오바마는 젊은층 사이 지지율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오바마 진영 “백인 노동자를 설득하라”(중앙, 2008년 10월 15일)
유에스에이투데이와 갤럽이 10∼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는 지지율 51%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44%)를 7%포인트차로 앞섰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를 지지한다’거나 ‘지지후보가 없다’고 답해놓고 투표소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찍는 유권자들이 나올 가능성 (브래들리 효과)이 있어 오바마는 지지율 격차를 두 자리 숫자로 늘리기 전에는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막판 ‘브래들리 효과’ 두 캠프 모두 촉각(동아, 2008년 10월 14일)
시카고대의 마이클 도슨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주지사, 상하원 의원 선거 등에서 브래들리 효과가 약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선거는 차원이 다르다”며 “백인의 흑인후보 지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브래들리 효과’는 없다?…전문가들 “역효과도 있다”(경향, 2008년 10월 13일)
선거 여론조사 전문가인 마이클 트라곳 미시간대 교수는 “브래들리 효과는 시작부터 이름이 잘못 붙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당시 여론조사는 인종 변수를 포착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부재자투표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투표 결과 예측에 실패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美대선 한달 앞으로]표밭전쟁 ‘4가지 지뢰’(동아, 2008년 10월 4일)
네 번째로 꼽았지만 ‘브래들리 효과’(여론조사에서 앞선 흑인 후보가 실제 개표에서는 패배하는 현상) 재현 여부는 앞의 모든 변수를 모두 삼킬 만한 메가톤급 태풍의 눈.

미(美) 대선 D-35 … 막판 4가지 변수는?(조선, 2008년 9월 30일)
이런 현상은 여론조사에서는 흑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한 후 투표장에서는 백인 후보를 선택하는 ‘브래들리효과(Bradley Effect)’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대운하 비판에 엄밀한 사실관계 확인 필요

필자 역시도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대운하란 사업은 애당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러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데 있어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비판을 할 때에 사실관계를 엄밀히 따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게 되면 결국은 아마추어라는 소리를 듣고 비판의 진실성이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이러한 소지가 있는 글이 바로 경향신문의 “[집중진단]하려는 사업마다 ‘민자 만능론’···과연 善인가”란 기사와 이를 인용한 오마이뉴스의 “왜 건설사가 운하에 뛰어드나 했더니”라는 제목의 기사다.

이 기사들에서 볼 수 있는 오류는 바로 프로젝트파이낸스(또는 프로젝트파이낸싱)에 대한 잘못된 설명과 이에 대한 확대재생산이다.

“하지만 민간이 사업성에 대해 100% 책임을 진다하더라도 재정부담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통상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전체 공사비의 10~20%를 건설사가, 50~60%는 은행·보험사·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스 방식으로 투자하고 정부가 보증을 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경향신문]

여기에서 주의해서 읽어야 할 대목은 “50~60%는 은행·보험사·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스 방식으로 투자하고 정부가 보증을 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라는 대목이다. 이것이 프로젝트파이낸스에 대한 설명이라면 잘못 되었다. 국내 민간투자사업에서 정부가 법률적이고 금융적인 용어상의 보증을 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외에서도 대부분의 사업이 국가보증 없이 프로젝트파이낸스가 진행된다.(주1)

굳이 넓은 의미에서의 보증의 형태라고 한다면 경향신문도 언급하고 있는 예상 운영수입에 대해 일정비율을 보장해주는 운영수입보장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는 2006년 사업의 형태에 따라 그 제도 자체가 폐지 내지는 대폭 축소되었다. 따라서 현행 제도로만 본다면 BTO 방식으로 시행될 경우(주2) 민간사업자가 상당수 예상수입에 대한 부담을 지는 것은 사실이다.

요컨대 “보증”과 “운영수입 보장”은 서로 다른 개념이므로 기자가 사용한 보증이란 개념이 무엇인지 정확히 규정해주었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경향신문 기사를 인용보도한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읽으면 이런 점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정부는 2006년 1월 민간제안사업의 최소운영 수입 보장제를 철폐하고, 정부 고시사업의 보상 수준도 크게 줄였다. 이명박 당선인이 “기업들의 제안이 들어오면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민간에서 제안한 사업은 정부의 법적인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향>은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전체 공사비의 50~60%가 결국 정부가 보증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조달 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로는 정부가 결국 코가 꿰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향>이 한 건설사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건설사가 일단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운하 사업을 위해 하천을 파내다가 수익성이 안 맞아 공사를 못하겠다고 나오면 정부가 공사를 그만두라고 할 수 있겠느냐?”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의 기사는 최소운영수입 보장제가 철폐되었음을 지적하면서도 새 정부가 대운하 민간투자사업에서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질 것이라는 논거로 “결국 정부가 보증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주장은 틀린 주장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엄밀히 말하자면 정부보증의 여부가 아닌 사업의 재무적 타당성을 담보로 하는 금융기법이고 더욱이 프로젝트파이낸싱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을 질 것이라는 것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둘째 정부가 코가 꿰일 것이라는 전망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그런데 그것은 민간투자사업이랄지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제도 자체가 잘못 되어서기보다는 바로 저 말을 한 건설사 관계자 자체의 못된 마음, 즉 배째라 정신이 문제인 것이다. 저런 못된 마음을 먹으면 어떤 일이든지 안 되게 마련이다. 저 말을 한 건설사 관계자와는 관계를 끊는 것이 좋다.

분명히 지금 대운하는 재무적, 경제적 타당성도 없고 환경파괴가 눈에 선한 사업을 억지로 끌고 가고 있는 반(反)시장적, 반(反)환경적인 사업이다. 두 기자들이 우려하듯이 이대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정권과 자본의 결탁으로 하나의 거대한 재정적, 환경적 재앙을 맞을 개연성이 크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것을 비판할 때에 주의하여야 할 것은 사실(facts)의 확인이다.(주3) 그렇지 않으면 상대로부터 진실(truth)에 대한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1) 민간이 국가보증을 요구하는 사례는 주로 제1세계의 사업자가 제3세계에서 프로젝트파이낸스를 진행시키는 경우다

(주2) BTL의 경우는 임대료의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100% 수입보장의 성격이 강하다. 다만 이러한 안정성으로 인해 약정수익률은 국고채+a로 매우 낮은 편이다

(주3) 한때 유행하던 표현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