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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만이 할 수 있는 기획

미국은 현재 의료비가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중반 정도이지만, 이대로 의료비가 늘어나면 2020년에는 20%중반까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움직임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예방에 대한 관심이다. 이미 암이라는 질병에서 잘 드러났지만, 전체 치료비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미 악화된 다음보다는 초기에 검진해서 찾아내는 것이 싸게 들고, 그보다 이전에 흡연이나 음주와 같이 암을 유발하는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발생률을 낮추는 것이 싸게 든다.[컨트라리언 전략, 이지효 지음, 처음북스, 2014년, p155]

GDP에 관한 역설을 잘 설명해주는 대목 같아서 인용했다. 사람들이 술과 담배를 즐긴다. 그리고 평소에 검진을 게을리 한다. 그러다 암에 걸려 치료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GDP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검진을 게을리 하는 것뿐이다. 나머지는 향락 산업과 의료 산업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사후치료보다는 예방을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개별산업이나 개별가계 차원이 아닌 사회 전체적 관점에서 기획을 할 수 있는 주체는 주로 정부다. 사실상 유일하게 정부만이 개별산업의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이른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이런 계획을 입안하고 비용을 지출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지출에 대해서 아마도 아인 랜드라면 “아무것도 생산할 수 없고 아무 것도 내줄 것이 없는 사람”에게 왜 돈을 지출하느냐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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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Dieu in Paris about 1500” by Unknown – http://www.mja.com.au/public/issues/177_11_021202/dec10354_fm.html#i1067496.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한편 그렇다면 정부는 이와 같은 기획을 추진할 재원을 무엇을 통해서 조달할 수 있을까? 대표적인 사례가 비만 등의 원인인 탄산음료에 매기는 “죄악세”가 있을 것이다. 오바마는 자신의 건강보험 계획의 재원으로 이 세금을 매기려 했었다.1 암 예방을 위한 의료센터의 설립 역시 담배나 술을 파는 회사로부터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는 일종의 도관체인 셈이다.

요컨대 정부는, 예를 들어 건강이라는 이슈에 대해서 개별산업의 경제적 이익의 관점으로만 본다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또는 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이는 또한 사회 전체적으로는 GDP에 악영향을 미칠지라도 정부 개별의 대차대조표 상으로는 유익한 행동이기 때문에도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것이 또 다른 경제적 관점에서는 어떠할까? 적어도 이 사례는 장기적인 생산력 관점에서도 이익일 것이다.

헛다리짚는 정부의 내수 진작책

내수가 살지 않고 있다. 2014년 5월에 발표된 최신 「KDI 경제동향」은 보고서의 첫머리에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의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회복세가 약화되면서 전반적인 경기회복 속도는 완만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순화된 표현이어서 그리 심각하게 와 닿지 않지만, 결국 수출은 잘 되는데 내수는 좋지 않은 “동맥경화”형 경제상황이라는 말이다. 전형적인 수출주도형 경제체제인 나라에서 수출이 내수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어디론가 돈이 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수출호조의 공신은 단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이 국내 전체기업의 영업이익 중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기준 무려 30.4%다. 양극화 정도가 아니라 양두체제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재벌 체제”라기보다는 “삼성, 현대차 체제”인 셈이다. 이런 양두체제의 약점은 명확하다. 첫째, 두 회사가 어려워질 경우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둘째, 두 회사의 막대한 이익은 내부에서 우선 소화될 것이기에 사회 전체로 퍼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셋째, 경제통계에 착시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첫 번째 이슈는 별도로 다룰 이슈이고 둘째와 셋째 이슈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할 것이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이라 명명하고 이건희 씨나 정몽구 씨가 “오너”로 불리지만, 이들 그룹의 중추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주주들은 별도로 있고 이들이 영업이익의 가장 많은 부분을 챙기는 당사자이다. 비록 이들이 다른 글로벌 기업에 비해 배당성향이 낮다는 평이 있지만 여전히 유보금도 주주의 몫이다. 더불어 회사의 노동자들과 협력기업도 혜택을 누릴 것이다. 여기서 주안점은 어디서 수출과 내수의 고리가 끊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현대자동차의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 4월 현재 각각 49.2%와 43.8%다. 과연 “한국기업”이란 타이틀이 맞나 하는 의심을 해볼만한 수치다. 더불어 포스코나 국민은행을 포함한 주요은행들도 이미 외국인 지분이 반이 넘는다. 세계경제가 국제화된 마당에 국적성을 굳이 따질 필요는 없겠지만 요는 이런 주주구성이 수출과 내수가 부교합인 이유를 판단하는데 한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거칠게 말해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그리고 나머지 주요기업들의 이익은 GDP에는 계산이 될지라도 결국 외국인 주주에게 갈 몫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금융연구원은 「“임금(賃金)없는 성장”의 국제비교」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의외의 강한 톤으로 우리나라의 지난 5년간 실질노동생산은 상승하였음에도 실질임금은 하락하였으며 이는 국제적으로도 가장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두 번의 5년간 동안 실질노동생산성 증가와 실질임금 증가가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했었음에도 최근 5년간은 정반대라는 점에서는 명백히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질노동생산성은 9.8% 증가한 반면, 실질임금은 2.3% 감소하였다. 말 그대로 “임금 없는 성장” 인 셈이다.

한편, 이 보고서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앞서 말한 양두체제의 착시현상이 보고서에도 반영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 보고서의 주요수치인 실질노동생산성은 실질GDP를 전체 노동자수로 나눈 값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매출을 GDP로 나눈 값은 2012년 기준 35%다. 두 그룹의 해외매출 비중으로 인한 착시현상을 감안하더라도 압도적인 수치다. 반면 법인세 비중은 21%다. 이 차이는 영업장의 위치, 각종 공제항목 등을 감안하여 판단하여야 할 수치인 동시에 그들의 매출이 내수에 기여하는 정도도 보여주는 수치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의 GDP 성장은 삼성과 현대차의 양두체제가 견인하고 있지만 주주구성, 해외매출, 세제혜택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다는 가설을 제기할 수 있다. 기업의 양극화, 실질임금의 하락 등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까? 내수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KT, 생명보험사 등 대표적인 내수기업들은 대규모 인력감축을 발표했다. 1 경영악화를 빌미로 한 노동탄압의 정황도 분명하지만 한편으로 내수업종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 역시 사실이다. 수출이 내수로 연결되지 않는 악순환 고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내수 진작책은 어떠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경제의 양두체제를 해소하여야 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잘 나서 그런 걸 왜 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이미 국적성 없는 기업이지만 실은 국적성을 내세우며 국가의 도움을 – 그리고 국내의 호갱님들 – 받아서 큰 기업이다. 대표적으로 정부의 환율조정과 앞서 보았던 세제혜택이다. 또한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인허가 특혜도 크게 한몫 했다. 이들 기업으로부터 정당하게 세금을 회수해서 그 돈으로 복지 등 내수를 직접 촉진시킬 수 있는 곳에 재정을 지출해야 한다.

또한 내수를 떠받드는 소비자, 즉 노동자의 노동여건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노동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계는 우선 소비를 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필수소비를 위해 빚을 진다. 최근 5년간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부채의 절대치뿐 아니라 질적 수준도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해결책은 임금을 높여 빚을 갚고 소비를 하게 해주는 것이다. 개별 자본에겐 어렵지만 총자본의 차원에서 이익인 선순환 고리다. 정치적 액션의 의도가 강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애꿎은 한국은행보고 돈을 풀라고 하고 있다.

Joseph E. Stiglitz: Rethink GDP fetish

지구적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동시에 세계경제를 되살리려는 열망은 해결이 어려운 질문 하나를 던져주고 있다. : 통계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신호”를 보내주고 있는가? 우리의 실행 위주의 세계에서 측정의 문제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 우리가 측정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우리가 후진 측정법을 쓴다면 우리가 하고자 열망하는 것들은 (예로 GDP를 증가시키는 것) 실제로는 삶의 수준을 퇴화시키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또한 산출물과 존재하지 않는 환경보호 사이의 상쇄를 바라며 잘못된 선택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제활동의 어떤 더 나은 측정법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이 경제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18개월 전에 프랑스의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경제와 사회에 관한 통계적 정보의 현 상태에 –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에 – 불만을 품고 경제활동과 사회과정의 측정에 관한 국제위원회를 설치하였다. 9월 14일 이 위원회는 오랜 동안 기다려왔던 그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다.

GDP가 생활수준의 좋은 측정단위냐 하는 것은 큰 의문 중 하나다. 많은 경우 GDP 통계는 대부분의 시민들의 직감보다 더 경제가 잘 돌아가는 것으로 표현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GDP에 대한 강조는 갈등을 야기했다. 정치지도자들은 그것을 극대화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시민들은 또한 안전망을 개선하고 오염을 줄이고 등등 – GDP성장을 낮아지게 할지도 모르는 것들에도 관심을 쏟을 것을 주문하였다.

물론 GDP가 웰빙에 대한, 심지어 시장 활동에 대한 부실한 측정단위일수도 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인지되어 왔었다. 그러나 사회와 경제의 변화들은 그 문제를 심화시킬 수도 있었고, 동시에 경제학과 통계학적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측정법을 향상시킬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GDP가 재화와 용역의 산출물에 대한 가치를 측정한다고 여겨지는 동안, 주요 부문 중 하나인 – 정부는 – 우리가 통상 그러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 비록 비효율적일지라도 – 산출물을 증대시킨다. 지난 60년간 GDP의 산출물에 있어 정부의 비중은 미국에서 21.4%에서 38.6%로, 프랑스에서 27.6%에서 52.7%로, 영국에서 34.2%에서 47.6%로, 독일에서 30.4%에서 44%로 증가하여왔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미미한 문제였던 것들이 주요한 문제로 변화하였다.

마찬가지로 질적 개선이 – 단순히 더 많은 자동차보다는 더 좋은 자동차들 – 현재는 GDP의 더 많은 부분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질적 개선을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 헬스케어는 이러한 문제의 좋은 예다. 많은 좋은 약들이 공공 차원에서 공급되고 있다. 그리고 질적으로도 많은 개선이 있었다.

시간에 따른 비교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의 문제가 나라 간의 비교에서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헬스케어에 많은 돈을 쓴다.(일인당 그리고 소득의 비율 양면에서 모두 그렇다) 그러나 그 산출물은 더 나빠지고 있다. 미국에서의 일인당 GDP와 유럽에서의 그것과의 차이의 일부는 그래서 우리가 어떤 것들을 측정하는 방식의 결과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또 하나의 두드러진 변화는 불평등이다. 이는 평균[average] (중간[mean]) 소득과 중간[median] 소득(소득이 모든 소득의 분배의 중앙에 위치한 “전형적인” 사람의 그것) 간에 불일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소수의 은행가들이 보다 부유해진다면 대부분의 개인소득이 감소할지라도 평균소득은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일인당 GDP 통계는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반영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재화와 용역의 가치를 매기기 위해 시장가격을 쓴다. 그러나 이제 시장을 가장 신뢰하는 이들까지도 마크-투-마켓(mark-to-market) 가치측정에 반대하였으니 만큼 시장가격에 대한 의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은행들의 위기 직전의 이윤은 – 전체 기업 이윤의 1/3 – 신기루였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실현은 실행에 대한 우리의 측정뿐만 아니라 우리가 추측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또한 서광을 비추고 있다. 위기 이전에 (표준의 GDP 측정을 사용했던) 미국의 성장이 유럽의 그것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많은 유럽인들은 유럽이 미국식 자본주의를 도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그렇게 하고 싶은 이는 누구라도 – GDP 통계에서의 성공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교정해줄 머나먼 길인 – 미국 가계의 늘어나는 부채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의 방법론적 진보를 통해 우리는 시민들의 웰빙에 대한 생각에 어떤 것들이 기여하는지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정기적 차원에서 그러한 평가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예를 들면 절대적이어야 하는 것들을 검증하고 수량화하는 것이다. 일자리의 손실은 단순한 소득의 손실에 의해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것들은 사회적 연결에 대한 중요성을 나타낸다.

우리가 얼마나 잘 하고 있는 가에 대한 여하한의 우량한 측정법은 또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설명할 것이다. 어떤 기업이 자본의 감가상각을 측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역시 우리의 국가 계정들도 자연자원의 고갈과 환경의 악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통계적 틀은 우리의 복잡한 사회를 몇 개의 쉽게 해석할 수 있는 숫자들로 요약하려는 경향이 있다. 어떠한 이도 모든 것을 하나의 숫자, GDP로 단순화할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 활동과 사회 진보의 측정법에 관한 위원회의 보고서는 – 바라건 데 – 통계의 사용과 남용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이해로 이끌 것이다.

그 보고서는 또한 웰빙과 지속가능성을 보다 정확히 담아낼 수 있는 보다 광범위한 지표를 창조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여야 한다. 그리고 경제와 사회의 활동을 평가하는 GDP와 관련된 통계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극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한 개혁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모두를 개선할 수 있는 길을 향한 우리의 노력을 (그리고 자원들)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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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 E. Stiglitz, economics professor at Columbia University and a Nobel Prize winner, served as chairman of the Commission on the Measurement of Economic Performance and Social Progress. This column was provided by Project Syndicate, a Prague-based not-for-profit association of 390 newspapers in 145 countries.

2009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자료 : 2009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한국은행)

2009년 1/4분기 국내 총생산이 발표되었다. 전년 동기대비 4.3% 감소하였지만 전기대비로는 0.1% 증가하였다. 전 세계가 동시다발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판국에 그나마 선방했다고 칭찬해줄만 하다.

물론 숫자는 늘 조작 가능하므로 허깨비도 많다. 대표적인 수치가 바로 건설업이다. 건설업국내총생산은 전기대비 6.3% 성장하여 이전의 수치와 비교하여도 놀랍고 다른 산업과 비교하여도 놀랍다. 성장기여도 역시 업종 중에서 가장 높은 0.4%p다. 하지만 이런 괄목한만한 성장기여에는 약간의 꼼수가 있다.

우선 2009년 1분기 건설업 국내총생산액은 15조5천억 원이다. 예년하고 비교하여 거의 변화가 없는 수치다. 즉 2007년과 2008년 분기별 총생산액을 보면 15조원 이하로 떨어진 적은 바로 직전분기인 2008년 4/4분기의 14조6천억 원으로 한 번 뿐이다. 그러니 기껏해야 전 분기 성장은 정상화였고 작년 4/4분기가 비정상이었다.

또한 이것은 사실 정부의 밀어내기 식의 토목공사 발주 때문에 숫자상으로 잡힌 수치일 가능성이 크다. 소비주체별 성장률을 보면 정부소비가 전기대비로나 전년 동기 대비로나 모든 면에서 민간소비를 압도하고 있다. 이는 경기부양 목적의 재정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건설업의 성장률과 깊은 관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통상 공사도급계약 체결만으로 공사비의 20~30%의 선급금을 지급하기도 하는 건설업 관행으로 볼 때 결국 향후 분기에 집행할 매출이 조기에 잡혀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통해 전년 동기 대비 13.5%나 하락한 제조업 성장률을 희석시키고자 하는 욕심도 있었을 것이다.

표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만한 지표는 재화수출과 재화수입의 하락이다. 두 지표 공히 전기와 전년 동기 대비하여 현저하게 하락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재화수입이 재화수출보다 더 하락하는 바람에 무역수지가 흑자가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수출만 전년 동기로 보면 2008년 4/4분기 11.6%, 2009년 1/4분기 18.1% 하락하여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수입 감소도 사실 그리 반길 일이 아니다. 재화수입 중 상당부분이 재처리 수출용 원자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장래 재화수출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의 엄청난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실물경제의 침체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2009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자료 다운받기

공안정국이 경제논리로 정당화되는 시대

예전에 보수언론에서 전(前) 대통령의 입방정에 대해서 시도 때도 없이 씹어댔는데 현(現) 미스터 프레지던트께서는 벌써 이 단계를 넘어선 듯이 보인다. 일례로 지방의 한 톨게이트에 하루에 오가는 차량이 220대인데 사무실에 직원까지 근무하는 곳이 있더라는 너무나 구체적인 발언으로 아랫사람들이 그 도로가 어디인지 찾아다니는 해프닝을 얼마 전에 연출한 바 있다. 확인결과 그런 톨게이트는 없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듣보잡 수치를 들이대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또 엊그제 미스터 프레지던트께서 또 하나의 듣보잡 수치를 내놓으셨다. 법과 질서만 잘 지켜도 GDP가 1%는 높아진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물론 비즈니스후렌들리하신 분께서 언급하신 법질서는 천한 것들에 대한 법질서임이 분명하다.

이에 발맞춰 새 법무부 장관께서는 앞으로 각종 집회마다 참가해 폭력을 일삼는 상습 시위꾼을 엄정 처벌하고 불법ㆍ폭력집회와 정치파업 주도자 및 배후조종자의 법질서 파괴 행위는 사태가 종료된 뒤에도 끝까지 책임을 묻는 `무관용 원칙`을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함으로써 GDP를 1%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쯤 되면 법무부는 거의 경제부처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국가안보와 사회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었던 공권력의 폭력이 이제는 경제학으로 둔갑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현대 자본주의의 특징 중 하나가 모든 자산이나 가치에 대해 가격을 매기고 증권화시키는 securitization 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경제” 프레지던트께서는 사회갈등까지도 경제수치로 환산하시는 특별한 신공을 보여주셨다는 점이 놀랍다.

그런데 도대체 어떠한 경제 분석 기법으로 법질서 수호가 1%의 GDP로 환원되는지 궁금하다. 쇠파이프와 죽창의 오남용 방지를 통한 전후방 연계효과로 분석하셨는지 시위진압을 위해 휘둘러지는 곤봉의 마모정도에 따른 감가상각을 적용한 것인지 도대체 오리무중이다. 하루 220대 발언(주1) 때 공무원들은 열심히 톨게이트를 찾아다녔지만 이번에는 1% 근거 찾기도 포기하고 그냥 법무장관이 알아서 기는 형국이다. 언론도 아무런 태클도 걸지 않는다. 명색이 경제신문인 언론까지 말이다.

사회갈등에 대한 통합의 과제를 등한시 한 채 백골단 부활로 상징되는 공안정국의 부활까지도 ‘경제논리’로 환원되는 시대가 정말 무섭다. 북괴의 남침야욕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는 변명이 오히려 순진하게 여겨진다. 보나마나 뻔하지만 새 정부의 경제성장률은 당초 공약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제 그때 핑계거리가 하나 생겼다. 불법시위 세력 때문이다.

(주1) 이런 듣보잡 수치에서 또 어떻게 200대도 아니고 220대인지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