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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정국이 경제논리로 정당화되는 시대

예전에 보수언론에서 전(前) 대통령의 입방정에 대해서 시도 때도 없이 씹어댔는데 현(現) 미스터 프레지던트께서는 벌써 이 단계를 넘어선 듯이 보인다. 일례로 지방의 한 톨게이트에 하루에 오가는 차량이 220대인데 사무실에 직원까지 근무하는 곳이 있더라는 너무나 구체적인 발언으로 아랫사람들이 그 도로가 어디인지 찾아다니는 해프닝을 얼마 전에 연출한 바 있다. 확인결과 그런 톨게이트는 없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듣보잡 수치를 들이대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또 엊그제 미스터 프레지던트께서 또 하나의 듣보잡 수치를 내놓으셨다. 법과 질서만 잘 지켜도 GDP가 1%는 높아진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물론 비즈니스후렌들리하신 분께서 언급하신 법질서는 천한 것들에 대한 법질서임이 분명하다.

이에 발맞춰 새 법무부 장관께서는 앞으로 각종 집회마다 참가해 폭력을 일삼는 상습 시위꾼을 엄정 처벌하고 불법ㆍ폭력집회와 정치파업 주도자 및 배후조종자의 법질서 파괴 행위는 사태가 종료된 뒤에도 끝까지 책임을 묻는 `무관용 원칙`을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함으로써 GDP를 1%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쯤 되면 법무부는 거의 경제부처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국가안보와 사회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었던 공권력의 폭력이 이제는 경제학으로 둔갑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현대 자본주의의 특징 중 하나가 모든 자산이나 가치에 대해 가격을 매기고 증권화시키는 securitization 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경제” 프레지던트께서는 사회갈등까지도 경제수치로 환산하시는 특별한 신공을 보여주셨다는 점이 놀랍다.

그런데 도대체 어떠한 경제 분석 기법으로 법질서 수호가 1%의 GDP로 환원되는지 궁금하다. 쇠파이프와 죽창의 오남용 방지를 통한 전후방 연계효과로 분석하셨는지 시위진압을 위해 휘둘러지는 곤봉의 마모정도에 따른 감가상각을 적용한 것인지 도대체 오리무중이다. 하루 220대 발언(주1) 때 공무원들은 열심히 톨게이트를 찾아다녔지만 이번에는 1% 근거 찾기도 포기하고 그냥 법무장관이 알아서 기는 형국이다. 언론도 아무런 태클도 걸지 않는다. 명색이 경제신문인 언론까지 말이다.

사회갈등에 대한 통합의 과제를 등한시 한 채 백골단 부활로 상징되는 공안정국의 부활까지도 ‘경제논리’로 환원되는 시대가 정말 무섭다. 북괴의 남침야욕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는 변명이 오히려 순진하게 여겨진다. 보나마나 뻔하지만 새 정부의 경제성장률은 당초 공약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제 그때 핑계거리가 하나 생겼다. 불법시위 세력 때문이다.

(주1) 이런 듣보잡 수치에서 또 어떻게 200대도 아니고 220대인지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