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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삼성은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전 국민의 눈길이 최순실 씨를 비롯한 국정농단세력의 추한 행태에 쏠려 있는 와중에도 – 이하 박근혜 게이트 -, 그들의 국정농단에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은 – 보다 정확하게는 이재용 씨는 – 꿋꿋이 자신이 가야할 길을 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본격 돌입한 것이다. 그동안 삼성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대해 줄곧 부정해 왔는데 이번에 이제 그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일까? 정국의 혼란을 틈타서 조용히 발표하려는 것일까? 중론에 의하면 바로 어영부영 박근혜 게이트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의 턱 밑에 특검이 와 있는 것처럼 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자신의 지분을 강화하려는 이재용 씨의 턱 밑에 이러한 꼼수를 막으려는 각종 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상법 개정안, 같은 당의 제윤경 의원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회사의 분할 또는 분할합병 등을 통하여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분리하면서 분할하기 전에 자기주식의 비율을 적극적으로 확대한 후 분할·분할합병의 방식으로 자회사를 설립하고, 지주회사는 자기주식을 그대로 보유하여 그 자기주식에 대하여 자회사로부터 주식을 배정받아 현행법에 따른 모회사와 자회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지분 요건을 확보하고 있음.[상법 일부개정법률안, 2016.7.12.]

자기주식은 흔히 “자사주(自社株)”라고 부르기도 하는 ‘기업에서 발행한 주식을 회삿돈으로 다시 매입하는 주식’을 말한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이유는 흔히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이 줄어들면서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결권이 제한되는 자사주의 특성에 따라 적대적 M&A 세력의 의결권을 약화시키는 목적에 쓸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들은 이 자사주를 소위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창조경제를 구현하였다. 지난 2011년 정부는 “자사주 매입과 처분의 장점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자사주 매입·처분 요건을 완화했다. 그런데 이런 규제완화가 소위 인적분할과1 결합하면 지주회사가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활용하여 사업회사의 신주를 배정받아 의결권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마술을 부리게 된다.

한진그룹은 지난 2013년 대한항공을 지주회사(한진칼)와 사업회사(대한항공)로 나눴다. 인적분할 방식의 회사 나누기로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자사주 주식 6.75%를 갖게 됐다. 이후 한진칼에 승계된 대한항공 자사주 6.75%는, 그 비율만큼 사업회사로 된 대한항공의 신주 배정 발행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기존에 보유한 대한항공 대주주지분율 9.87%에 인적분할로 생긴 대한항공 신주 지분(6.75%)를 합쳐 총 지분을 16.62%까지 늘렸다.[재벌 지배력 강화 ‘자사주 꼼수’ 막는法…박용진 의원 발의]

삼성전자는 자사주 비중이 12.18%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하면 지주회사가 사업회사의 자사주 12.18%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 개정안들에 따르면 삼성은 ‘회사를 분할할 때 분할회사 자사주에 분할 신주 배정을 금지’(상법 개정안)당하거나 ‘대기업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회사를 분할하려면 반드시 자사주를 미리 소각‘(공정거래법 개정안)해야 한다. 한진이 하던 절도를 삼성은 못하게 된다.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의 저자 미쓰하시 다카아키는 그의 저서에서 “한국의 대기업은 국내 시장의 과점화, 대외 직접투자 증가, 국내 투자 축소, 인건비 인하, 원화 약세, 법인세 인하2 등 한국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갖가지 시책과 전략 속에서 성장률을 높이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의 발언은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는 정부와 국민의 희생 속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지난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과의 합병에서 불합리한 합병비율로 합병하여 이재용 등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시켰던 삼성이, 이제는 다시 그 지배력을 활용하여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자사주를 동원하고 이를 통해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는 2차 퀀텀점프를 시도하고 있다. 노동자의 희생과, 원화 약세를 위한 국가적 희생과, 차별적인 대우를 통한 자국 소비자의 “호갱화”로 거대기업이 된 삼성전자가 그렇게 이재용의 품에 안기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국익”을 위해 도와줘야 하나?

0.57%의 사나이를 위한 원대한 계획

에버랜드는 한국의 가족경영 재벌이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을 통제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상호순환출자 시스템이기 때문에 중심축이다. 이건희 일가는 삼성그룹의 74개 회사의 1.53%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49.7%를 통제하고 있다. [중략]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는데 삼성생명은 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의 세 번째 대주주다. [중략] 삼성은 보도된 바로는 재구조 계획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하는 시나리오 하나는 지주회사를 구성하기 위한 삼성전자, 삼성물산 건설부문, 그리고 에버랜드의 합병이다.[Samsung Everland IPO Indicates Revamp of Korea’s Largest Chaebol]

삼성에버랜드의 갑작스러운 상장 계획 발표를 다룬 블룸버그 기사 중 일부다. 삼성의 이번 결정에 대한 배경과 향후 예상 시나리오가 잘 요약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다른 재벌도 그렇듯이 삼성 일가역시 흔히 삼성그룹의 “오너(owner)”라고 불리지만 위에서 보듯이 그 호칭에 어울리는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상호순환출자”라는 희한한 제도를 통해 그룹을 통제하고 “오너”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룹 내 삼성 일가가 실질적으로 “오너”라고 불릴만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있다면 바로 삼성에버랜드다. 25.7%의 지분을 가져 최대 주주인 이재용 씨를 비롯한 이건희 일가가 45.56%를 소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할 경우 지분은 80.62%까지 높아진다. 에버랜드가 단순한 레저 회사가 아닌 이유다. 이 회사는 상호순환출차의 정점에 서 있는 사실 상의 “지주회사”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시장지배력 강화, 중화학 및 건설업종 업황 부진 등에 따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부문이 그룹 내 매출 및 자산의 70%를 상회하는 등 그룹수익성 및 현금흐름 측면에서 전자부문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삼성에버랜드 회사채등급 평가보고서 중에서]

바로 이 점이 이건희 일가의 후계구도의 약점이다. 삼성전자의 실질적 지배권을 갖지 못한다면 “삼성그룹”의 지배자라 할 수 없을 텐데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분은 불과 0.57%다. 지난달 2일 국회를 통과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으로 삼성생명이 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할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그래서 언론은 에버랜드와 삼성SDS 상장으로 이재용이 실탄을 마련하려 하는 것이라는 예측이다.

언론은 에버랜드와 삼성SDS 상장으로 가족이 마련할 수 있는 돈은 대략 4조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웬만큼 실탄을 마련한다 할지라도 그 덩치 큰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구축하는 것은 무리수 일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가 삼성전자 분할 후 주식교환 등을 통한 합병이다. 장기적으로는 순환출자 구도를 해소하고 금융지주회사와 산업지주회사 체제를 갖추는 방향으로 갈 것이란 예측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뻔히 보이는 시나리오가 진행되어가는 와중에도 언론에서 지분 0.57%의 주주가 회사를 지배하기 위해 취하는 로드맵에 대한 의아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이라 이름 붙여진 회사들이 일사분란하게 0.57%의 사나이가 권력세습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 정상적인 경제행위라 여기는 것일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그 자체로 만족하는 것인가?

우리는 지금도 개인이 자기 재산을 자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말하자면 정치 권력에 관해서는 상속 원리를 거부하지만 경제 권력에 관해서는 상속 원리를 수용한다. 정치 분야의 왕조 지배는 사라졌지만, 경제 분야에 이름난 가문은 살아남는다.[버트란트 러셀, 서양철학의 역사 中]

경제 세습을 당연시하는 풍토에 대한 러셀의 의아심이다. 이재용이 상속세만 정당하게 낸다면 – 여태 그렇지 않았던 역사가 있기에 의심스럽지만 – 그는 현행 법 체제 아래 합법적으로 이건희의 경제 권력을 무난히 이어받을 수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또는 가질 수 있는 권력 이상의 권력을 또 다시 편법적으로 창출하는 것이다. 이런 의혹을 짚어줄 수 있는 감시자는 누구일까?

2009년에 이명박은 이건희가 1990년대에 그의 아들에게 SDS 전환사채를 고의로 낮은 가격에 팔아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2009년 법원판결에 사면조치를 내렸다. 한국에서는 순환출자 탓에 주식 가치를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Samsung Everland IPO Indicates Revamp of Korea’s Largest Chaebol]

환율방어를 위한 당국의 “실탄”은 누구의 실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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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currency exchange AIGA euro money” by CopyleftOwn work.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6원 내린 1018.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2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8년 8월 8일(1017.5원) 이후 5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월말을 맞아 수출업체들이 미 달러화 매도 물량을 대규모로 내놓은 데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 달러 약세 현상이 나타난데 영향을 받았다. 원·달러 환율은 1020원선이 무너진 뒤 당국의 ‘실탄 개입’ 물량이 나오면서 오전 10시 30분 현재 전날보다 0.3원 하락한 1020.6원을 기록했다.[환율 1020원선 붕괴]

당국의 “실탄”은 어디서 마련될까?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을 통해 조달된다. 아래 기사를 보면 통화안정증권을 “잠재적 국가부채”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은행의 부채는 국가부채로 계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도 썼듯이 중앙은행의 부채가 정부와 관련 없는 “독립적인” 부채라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한국은행의 경우 자체 적립금으로 적자를 메우지만 이 적립금이 고갈될 경우 한국은행법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재정으로 메우게 되어 있다.

‘잠재적 국가부채’로 불리는 한국은행 발행 통화안정증권(이하 통안증권)이 급증, 연간 이자 부담만 6조원에 달하면서 국가재정을 위협하는 악성(惡性)부채가 돼가고 있다. 한은이 통화조절용으로 발행하는 통안증권은 외환위기 이후 외환보유고를 쌓는 과정에서 풀려난 통화 환수와 환율 방어에 동원되면서 발행 잔액이 급증했다. 지난 97년 23조원 수준에서 지난 9월 현재 160조원으로 8년 사이 7배 늘어났다.[‘통화안정증권 160兆’ 韓銀 사상최대 적자]

“통화안정증권”이라 이름 붙여졌지만 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통화약세를 위해 개입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위해서 말이다. 다른 나라는 국채조달을 통해 정부가 개입한다면1 우리는 통안증권을 통해 개입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첫 인용기사를 보자. 월말 변수라고는 하지만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매도했을 때는 1020원 언저리에서 매도했을 것이다. 원화 가격이 하락하자, 즉 원화강세가 되자 당국이 “실탄”으로 다시 1020원을 만들어줬다. 수출업체가 달러 대량매도로 인해 지불하는 기회비용은 없다.

한국은행은 작년 말 현재 부채가 448조3천9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4천865억원(3.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5년 전인 2008년 말(307조4천445억원)에 견줘서는 무려 45.8%(140조9천548억원)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대표적인 가계빚 통계인 가계신용은 2008년 723조5천215억원에서 작년 1천21억3천383억원으로 41.2% 늘었다. 결국 한은 부채가 가계 빚보다 가파르게 증가한 셈이다.[한국은행 부채 448조원… 5년전比 46%늘어]

이로 인해 한국은행의 부채는 신용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한은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163조원(36.4%)이 넘는 통안증권이다. 지난 5년간 유동성 공급을 위한 화폐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지만 통안증권 역시 36조원 이상이 증가했다. 내수와 수출 진작을 위한 정책이 병행된 셈이다. 어쨌든 이런 수출기업에게 가장 큰 혜택이 갈 한은의 역할이 계속됨에도 지난 2월 기획재정부가 새로 편재한 공공부문 부채 산정에 통안증권이 빠짐에 따라 한국 특유의 부외금융(off-balance sheet financing)은 계속되고 있다.

국가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의 환율흐름과 영업이익률을 비교한 결과 상관관계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현대기아차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2000억원 정도 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략] 다만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현지에 판매하는 물량이 늘어나면서 환변동에 따른 여파가 과거에 비해서는 줄어드는 추세다.[삼성전자·현대차, ‘원高 영향’ 덜 받는다]

대표 수출업체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이야기다. 정부가 통안증권이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수단을 강구해서 이들을 도와주고 있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구책을 찾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해외 제조기지 건설은 환위험 헤지 등을 위한 당연한 경영전략이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그런 전략을 구사하기에 앞서 영업을 시작한 이후2 그들을 세계적인 업체로 키우기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 나아가 국민이 들인 노력과 지불하고 앞으로 지불할 비용에 대해서는 얼마나 보상했는지 모르겠다.

헛다리짚는 정부의 내수 진작책

내수가 살지 않고 있다. 2014년 5월에 발표된 최신 「KDI 경제동향」은 보고서의 첫머리에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의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회복세가 약화되면서 전반적인 경기회복 속도는 완만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순화된 표현이어서 그리 심각하게 와 닿지 않지만, 결국 수출은 잘 되는데 내수는 좋지 않은 “동맥경화”형 경제상황이라는 말이다. 전형적인 수출주도형 경제체제인 나라에서 수출이 내수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어디론가 돈이 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수출호조의 공신은 단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이 국내 전체기업의 영업이익 중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기준 무려 30.4%다. 양극화 정도가 아니라 양두체제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재벌 체제”라기보다는 “삼성, 현대차 체제”인 셈이다. 이런 양두체제의 약점은 명확하다. 첫째, 두 회사가 어려워질 경우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둘째, 두 회사의 막대한 이익은 내부에서 우선 소화될 것이기에 사회 전체로 퍼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셋째, 경제통계에 착시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첫 번째 이슈는 별도로 다룰 이슈이고 둘째와 셋째 이슈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할 것이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이라 명명하고 이건희 씨나 정몽구 씨가 “오너”로 불리지만, 이들 그룹의 중추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주주들은 별도로 있고 이들이 영업이익의 가장 많은 부분을 챙기는 당사자이다. 비록 이들이 다른 글로벌 기업에 비해 배당성향이 낮다는 평이 있지만 여전히 유보금도 주주의 몫이다. 더불어 회사의 노동자들과 협력기업도 혜택을 누릴 것이다. 여기서 주안점은 어디서 수출과 내수의 고리가 끊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현대자동차의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 4월 현재 각각 49.2%와 43.8%다. 과연 “한국기업”이란 타이틀이 맞나 하는 의심을 해볼만한 수치다. 더불어 포스코나 국민은행을 포함한 주요은행들도 이미 외국인 지분이 반이 넘는다. 세계경제가 국제화된 마당에 국적성을 굳이 따질 필요는 없겠지만 요는 이런 주주구성이 수출과 내수가 부교합인 이유를 판단하는데 한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거칠게 말해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그리고 나머지 주요기업들의 이익은 GDP에는 계산이 될지라도 결국 외국인 주주에게 갈 몫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금융연구원은 「“임금(賃金)없는 성장”의 국제비교」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의외의 강한 톤으로 우리나라의 지난 5년간 실질노동생산은 상승하였음에도 실질임금은 하락하였으며 이는 국제적으로도 가장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두 번의 5년간 동안 실질노동생산성 증가와 실질임금 증가가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했었음에도 최근 5년간은 정반대라는 점에서는 명백히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질노동생산성은 9.8% 증가한 반면, 실질임금은 2.3% 감소하였다. 말 그대로 “임금 없는 성장” 인 셈이다.

한편, 이 보고서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앞서 말한 양두체제의 착시현상이 보고서에도 반영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 보고서의 주요수치인 실질노동생산성은 실질GDP를 전체 노동자수로 나눈 값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매출을 GDP로 나눈 값은 2012년 기준 35%다. 두 그룹의 해외매출 비중으로 인한 착시현상을 감안하더라도 압도적인 수치다. 반면 법인세 비중은 21%다. 이 차이는 영업장의 위치, 각종 공제항목 등을 감안하여 판단하여야 할 수치인 동시에 그들의 매출이 내수에 기여하는 정도도 보여주는 수치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의 GDP 성장은 삼성과 현대차의 양두체제가 견인하고 있지만 주주구성, 해외매출, 세제혜택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다는 가설을 제기할 수 있다. 기업의 양극화, 실질임금의 하락 등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까? 내수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KT, 생명보험사 등 대표적인 내수기업들은 대규모 인력감축을 발표했다. 1 경영악화를 빌미로 한 노동탄압의 정황도 분명하지만 한편으로 내수업종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 역시 사실이다. 수출이 내수로 연결되지 않는 악순환 고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내수 진작책은 어떠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경제의 양두체제를 해소하여야 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잘 나서 그런 걸 왜 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이미 국적성 없는 기업이지만 실은 국적성을 내세우며 국가의 도움을 – 그리고 국내의 호갱님들 – 받아서 큰 기업이다. 대표적으로 정부의 환율조정과 앞서 보았던 세제혜택이다. 또한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인허가 특혜도 크게 한몫 했다. 이들 기업으로부터 정당하게 세금을 회수해서 그 돈으로 복지 등 내수를 직접 촉진시킬 수 있는 곳에 재정을 지출해야 한다.

또한 내수를 떠받드는 소비자, 즉 노동자의 노동여건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노동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계는 우선 소비를 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필수소비를 위해 빚을 진다. 최근 5년간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부채의 절대치뿐 아니라 질적 수준도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해결책은 임금을 높여 빚을 갚고 소비를 하게 해주는 것이다. 개별 자본에겐 어렵지만 총자본의 차원에서 이익인 선순환 고리다. 정치적 액션의 의도가 강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애꿎은 한국은행보고 돈을 풀라고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탄생배경과 그 절묘한 타이밍

“한국 재벌의 공통점은 소비재 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중화학 공업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느냐가 큰 과제이다. 전자 공업은 앞으로의 성장 분야다. 지금 미국이 최첨단을 가고 있지만 삼성도 여기에 나서고 싶다.”[재벌들의 전자전쟁, 오효진, 나남, 1984, p20에서 재인용]

1968년 여름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이 일본의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요즘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니 그리 감회가 깊지 않을지 몰라도, 한국경제가 아직도 여명기에 불과했던 당시에 이 인터뷰를 접한 사람들이라면 ‘미국과 겨루겠다니 무모하군.’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이 신문의 독자는 일본인들이었을 테니 더욱이 이 회장의 포부가 같잖았을지도 모르겠다.

한편 이 회장의 발언에는 한 가지 사실과 약간 다른 발언이 있다. 바로 “한국 재벌의 공통점은 소비재 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발언이다. 물론 그 당시 대부분의 재벌이 소비재 산업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소비재 산업과 대비되는 투자재 산업을 추구하는 재벌도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아직 내구소비재 산업의 비중이 컸지만 어쨌든 전자회사를 10년째 운영하고 있던 골드스타(오늘날의 LG전자)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락희(樂喜)”라는 사명을 쓰고 있던 LG의 창업주 구인회 회장은 이병철 회장과 초등학교 동창이자 사돈 간이었다. 구회장은 1950년대에 플라스틱 공장을 차려 많은 돈을 벌었다. 이런 창업배경이 있기에 삼성보다 먼저 전자공업에 진출하였고, 국산품 애용 운동 등과 맞물려 사업이 번창하였다. 그런 분야에 삼성이 뛰어든 것이니 금성 측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고, 이후부터 여태까지 두 회사는 숙명의 라이벌로 남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병철 회장이 전자공업으로의 진출을 선언하는 시점이다.

삼성 그룹은 이 회장의 선언이 있은 뒤 1년 만에 일본 삼양전기(三洋電氣)와 합작사업으로 인가신청서를 경제기획원에 제출했다. 그리고 그 6일 뒤인 69년 6월 19일, 정부는 그 동안 마련해온 전자공업진흥 8개년 계획을 확정해서 발표한다. 이 기본계획의 골자는 ①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책을 도모하고 ② 직접 또는 합작 투자를 유치하며 ③ 외자도입을 지원하고 ④ 76년에는 총 수출목표 30억 달러 가운데 전자제품 수출을 4억 달러로 끌어올린다는 것이었다.[앞의 책, p20]

일본에서 이 회장이 삼성의 전자공업에로의 진출을 선언하자마자, 한국 정부가 “외자도입 지원” 등의 특혜조치가 담긴 계획을 발표하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어쨌든 이후에도 이 회장의 언론 플레이는 계속 되는데 6월 26일 중앙일보에 <전자공업의 오늘과 내일>이란 글을 낸다. 이 글에서 이 회장은 “수출목표에 대응한 전자제품의 내수수준 향상을 위해서 정부와 업자는 통합된 노력을 계속 집중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특정한 산업의 육성계획을 발표한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당시 국가가 가진 권력은 – 남북한 공히 – 대단한 것이었다. 박정희가 통치하는 국가는 “대한민국 주식회사”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이 국가의 영도 하에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특히나 요소투입 주도성장 모델을 채택하고 있던 당시로서는 산업육성계획은 예산지원 및 외자도입 등의 특혜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옆자리에 배석하고 있던 김학렬 부총리에게 “부총리, 해낼 수 있소?”하고 물었다. 김 부총리는 “예, 상공부 안대로 조치하겠습니다.”라고 명쾌한 답을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럼, 상공부 안대로 추진하시오.”라고 결정을 내렸다. 전자공업 육성방안은(1969~1976) 8년 간에 걸치는 장기계획인데, 여기에 소요되는 8년간의 사업추진 자금(140억 원, 즉 약 5,000만 달러)이 일시에 확보된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국고 사정은 미약해서, 예산 얻기란 아주 힘든 일이었다. [중략] 그러나 대통령 재가만 얻으면, 사업이 완성될 때까지의 예산이 확보되는 것이다.[박정희는 어떻게 경제강국 만들었나, 오원철 지음, 동서문화사, 2006, p21]

“대통령 재가만 얻으면, 사업이 완성될 때까지의 예산이 확보되는” 고도로 집중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은 상당히 모험주의적인 시스템임이 분명하다. 어쨌든 오늘날에는 그런 모델이 그나마 유효했던 것으로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 궁금한 점은 어떻게 삼성이란 회사가 절묘하게 그런 시스템이 내린 결정과 때를 같이 하여 사업방향을 정했는가 하는 점이다. 정보의 공유와 요즘 같지 않았을 때인데 말이다.

삼성은 1970년 1월 20일 전자회사를 설립한다.1 당시 락희 계열의 한 신문은 “삼성/삼양 간의 합작을 인가한다면 매판 자본을 키워 주자는 말”이라고 비판한다. 재벌의 대변지에서 “매판자본”이란 말을 접하니 신선하지만, 정황으로 보건데 삼성의 전자공업 진출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리고 이후의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이 회장의 바람대로 “정부와 업자의 통합된 노력이 집중”되어 전자공업은 발전하게 된 것이다.

궁금한 점은 과연 정권과 삼성 간에 얼마만큼의 사전교감이 있었나 하는 점이다.

초일류 직장인의 자살소식을 접하고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엘리트코스인 서울대 전자공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를 따고 일본 NTT에 근무하다가 1992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인재다.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부사장은 주로 반도체 D램과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일 해왔으며, 2006년에는 그룹 내 최고의 엔지니어게 주어지는 ‘삼성펠로우’에 선정되기도 했다.[S급 인재 삼성전자 부사장, 업무과중에 투신자살]

직장인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춘 “S급 인재”가 운명을 달리 하셨다. 경찰은 “업무가 과중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보아 이 씨가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번 ‘우울한 슈퍼리치’라는 글에서도 적은 바 있지만 사회적 경제적 성공과 ‘행복’이 반드시 함께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언젠가 엄청난 돈을 버는 헤지펀드 투자 매니저에 관한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단위가 거의 천만 달러 단위였다. 그런 그는 인터뷰 와중에도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업무처리를 하느라 제대로 인터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그래서 멍청한 생각을 했다. ‘노동시간을 1/10로 줄이고 돈을 1/10만 벌어도 남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 아닌가?’ 하는…

물론 바보 같은 소리다. 월스트리트 금융업과 같이 전 세계의 금융시장이 실시간으로 전쟁터인 상황에서 그 친구는 24시간 내내 – 잠자는 시간만 빼고 –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잠깐의 방심은 소득의 일부가 아니라 전액을 날릴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금융업 같지는 않겠지만 삼성전자의 저 부사장님도 순간의 과로나 좌절감이 삶을 빼앗아간 경우일 것 같다.

공장감독관들은 현재의 10시간 勞動法이 또한 자본의 단순한 화신으로서의 자본가에 내재하는 난폭성으로부터 자본가까지도 어느 정도 해방시켜 그에게 약간의 “敎養”을 위한 시간을 주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전에는 공장주는 돈벌이 이외의 다른 일을 위한 어떠한 시간도 가져본 적이 없고, 노동자는 노동 이외의 다른 일을 위한 어떠한 시간을 가져 본적이 없다.”[칼 마르크스 지음, 김수행 옮김, 자본론I[上], 비봉출판사, 1994년, p384]

노동해방은 동시에 자본해방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