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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다리짚는 정부의 내수 진작책

내수가 살지 않고 있다. 2014년 5월에 발표된 최신 「KDI 경제동향」은 보고서의 첫머리에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의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회복세가 약화되면서 전반적인 경기회복 속도는 완만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순화된 표현이어서 그리 심각하게 와 닿지 않지만, 결국 수출은 잘 되는데 내수는 좋지 않은 “동맥경화”형 경제상황이라는 말이다. 전형적인 수출주도형 경제체제인 나라에서 수출이 내수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어디론가 돈이 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수출호조의 공신은 단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이 국내 전체기업의 영업이익 중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기준 무려 30.4%다. 양극화 정도가 아니라 양두체제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재벌 체제”라기보다는 “삼성, 현대차 체제”인 셈이다. 이런 양두체제의 약점은 명확하다. 첫째, 두 회사가 어려워질 경우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둘째, 두 회사의 막대한 이익은 내부에서 우선 소화될 것이기에 사회 전체로 퍼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셋째, 경제통계에 착시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첫 번째 이슈는 별도로 다룰 이슈이고 둘째와 셋째 이슈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할 것이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이라 명명하고 이건희 씨나 정몽구 씨가 “오너”로 불리지만, 이들 그룹의 중추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주주들은 별도로 있고 이들이 영업이익의 가장 많은 부분을 챙기는 당사자이다. 비록 이들이 다른 글로벌 기업에 비해 배당성향이 낮다는 평이 있지만 여전히 유보금도 주주의 몫이다. 더불어 회사의 노동자들과 협력기업도 혜택을 누릴 것이다. 여기서 주안점은 어디서 수출과 내수의 고리가 끊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현대자동차의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 4월 현재 각각 49.2%와 43.8%다. 과연 “한국기업”이란 타이틀이 맞나 하는 의심을 해볼만한 수치다. 더불어 포스코나 국민은행을 포함한 주요은행들도 이미 외국인 지분이 반이 넘는다. 세계경제가 국제화된 마당에 국적성을 굳이 따질 필요는 없겠지만 요는 이런 주주구성이 수출과 내수가 부교합인 이유를 판단하는데 한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거칠게 말해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그리고 나머지 주요기업들의 이익은 GDP에는 계산이 될지라도 결국 외국인 주주에게 갈 몫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금융연구원은 「“임금(賃金)없는 성장”의 국제비교」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의외의 강한 톤으로 우리나라의 지난 5년간 실질노동생산은 상승하였음에도 실질임금은 하락하였으며 이는 국제적으로도 가장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두 번의 5년간 동안 실질노동생산성 증가와 실질임금 증가가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했었음에도 최근 5년간은 정반대라는 점에서는 명백히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질노동생산성은 9.8% 증가한 반면, 실질임금은 2.3% 감소하였다. 말 그대로 “임금 없는 성장” 인 셈이다.

한편, 이 보고서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앞서 말한 양두체제의 착시현상이 보고서에도 반영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 보고서의 주요수치인 실질노동생산성은 실질GDP를 전체 노동자수로 나눈 값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매출을 GDP로 나눈 값은 2012년 기준 35%다. 두 그룹의 해외매출 비중으로 인한 착시현상을 감안하더라도 압도적인 수치다. 반면 법인세 비중은 21%다. 이 차이는 영업장의 위치, 각종 공제항목 등을 감안하여 판단하여야 할 수치인 동시에 그들의 매출이 내수에 기여하는 정도도 보여주는 수치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의 GDP 성장은 삼성과 현대차의 양두체제가 견인하고 있지만 주주구성, 해외매출, 세제혜택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다는 가설을 제기할 수 있다. 기업의 양극화, 실질임금의 하락 등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까? 내수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KT, 생명보험사 등 대표적인 내수기업들은 대규모 인력감축을 발표했다. 1 경영악화를 빌미로 한 노동탄압의 정황도 분명하지만 한편으로 내수업종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 역시 사실이다. 수출이 내수로 연결되지 않는 악순환 고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내수 진작책은 어떠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경제의 양두체제를 해소하여야 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잘 나서 그런 걸 왜 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이미 국적성 없는 기업이지만 실은 국적성을 내세우며 국가의 도움을 – 그리고 국내의 호갱님들 – 받아서 큰 기업이다. 대표적으로 정부의 환율조정과 앞서 보았던 세제혜택이다. 또한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인허가 특혜도 크게 한몫 했다. 이들 기업으로부터 정당하게 세금을 회수해서 그 돈으로 복지 등 내수를 직접 촉진시킬 수 있는 곳에 재정을 지출해야 한다.

또한 내수를 떠받드는 소비자, 즉 노동자의 노동여건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노동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계는 우선 소비를 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필수소비를 위해 빚을 진다. 최근 5년간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부채의 절대치뿐 아니라 질적 수준도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해결책은 임금을 높여 빚을 갚고 소비를 하게 해주는 것이다. 개별 자본에겐 어렵지만 총자본의 차원에서 이익인 선순환 고리다. 정치적 액션의 의도가 강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애꿎은 한국은행보고 돈을 풀라고 하고 있다.

“해외직구”가 왜 늘어났을까? 소비자의 과소비? 또는 반란?

오늘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주제는 흥미롭게도 경제와 관련된 주제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이 최근 해외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이른바 “해외직구”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타임라인을 때 아닌 해외직구 이야기로 채워지게 한 기사는 세계일보의 이 기사로 짐작되는데, 이 기사는 FTA등으로 구매비용이 절감되자 늘어난 소비자들의 해외직구로 인해 내수가 피해를 입고 있으며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관세청이 파악하고 있는 직접구매 규모는 약 1조1천억 원이다. 관세청에 잡히지 않는 소액 구매까지 합하면 실제 시장은 두 배가량일 것이라는 것이 기사의 주장이다. 대체 2조2천억 원으로 우리나라 내수시장이 무너질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지만 만약 그럴 조짐이 보인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보다 깊은 속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이 언론, 정부, 학계, 그리고 근본적으로 생산 및 유통업계가 할 일일 것이다. 그런데 기사를 보면 현재의 현상인식은 “해외직구 나빠”정도인 것 같다.

해외직구는 경제가 세계화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증가할 현상이다. 기업은 세계화를 위하여 WTO와 FTA 등을 통해 각종 경제장벽을 제거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 보다 더 수동적이긴 하지만 – 노동자들은 경계를 넘어 노동의 수요가 있는 곳으로 이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 역시 이러한 “합리적 경제행위” 주체가 되어야 한다. 생산업자와 수입업자가 같은 품질의 제품을 해외보다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면, 소비자는 그에 대응하여 해외직구로 비용을 절감하게 마련인 것이다.

보다 더 근본적인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대개의 사람들은 소비자인 동시에 노동자다. 그러므로 그들의 소득으로 소비를 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자가 소득이 준다면 소비행태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해외직구는 어쩌면 그러한 경향에서의 소비자의 자구책일 수도 있다. 최근의 한 연구는 이러한 가정의 전제인 가계소득 감소에 대해 매우 신빙성 있는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총소득(GDP) 대비 가계소득 비중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소득이 줄어드니 싼 제품을 사야하는 것이다.

2000년 69%에 이르렀던 가계소득 비중이 2012년에는 62%까지 하락한 반면, 기업소득은 같은 기간 중 17%에서 23%로 증가. 2000년대 이후 가계소득 비중의 하락 추세는 여타 OECD 국가들(24개국 중 18개국)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이기는 하나,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들 중 하나임. 이 기간 중 우리나라의 가계소득 비중은 6.4%p(2012년-2000년) 하락하였는데, 이는 헝가리, 폴란드에 이어 3번째로 빠른 하락세임.[KDI 경제전망 中 민간소비 수준에 대한 평가: 소득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 2013년 하반기, p46]

GDP 성장의 이면에는 그 소득이 누구에게 얼마만큼 분배되는가라는 질적인 문제가 있는데 우리는 그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특히 좋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나 정부는 무엇을 바라는 것인가? 공직자가 여성인턴을 성희롱하면 여성인턴을 뽑지 않는 것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처럼 내수를 살리기 위해 해외직구를 금지할 것인가? 국산 TV를 아마존에서 50% 이상 싸게 팔면서 국내 소비자를 “호갱님”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정치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일본 역시 내수 진작을 위해 대기업의 임금을 올리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극우노선을 걷고 있는 아베 정권이지만 경제적으로는 경기부양을 위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이념적 논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한 일이라고는 기억나는 것이 “시간제 일자리 늘이기” 정도다. 그리고 기억나는 것은 연봉 6천의 노동자를 “귀족노동자”라 비난한 정도다.

그래프 몇 개와 암울한 현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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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장기 내수부진 현상의 원인과 시사점’(산업연구원)에서 재인용

우리나라의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변화추이에 관한 그래프다.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기업과 가계 간에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용한 보고서는 이러한 불평등 심화로 말미암아 내수가 부진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개선책으로 보고서는 ▲ 비정규직 확대 억제 ▲ 소상공인 지원정책 강화 ▲ 조세체계 검토 등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면 현실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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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통계청 자료를 재구성(단위 : 전년대비, 만개)

취업도 용이하지 않거니와 그나마도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고용의 질이 좋지 않다. 새로이 창출되는 고용이 1주당 36시간 미만의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고 연령상으로는 고령자의 고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고용이 저임금, 비정규직, 비전문적 분야에 집중되고 있을 개연성을 말해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결국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 소비부진 원인 진단 및 시사점’(삼성경제연구소)에서 재인용

인용한 SERI의 보고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금리 등 거시정책 수단보다는 “미시적 차원에서 필수적 소비지출 품목의 물가를 안정시켜 서민가계의 부담 완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시적 차원의 이러한 접근은 소위 “MB물가지수”의 관리실패에서도 보듯이 미봉책으로는 성공하기가 어려운 정책이다. 게다가 일단 고용정책, 금리정책 등의 근본적 처방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기업과 가계 간 불평등 심화, 고용의 질 하락, 물가상승, 내수부진 등이 우리 앞에 놓인 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