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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경제의 관전 포인트 하나

그러나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권인 인도는 어느 나라보다 위험하다. 지난 2년 동안의 경제 관련 뉴스는 실망스러웠는데 성장률은 4~5%로 떨어졌다. 이는 2003~2008년의 호황기의 반절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소비자 가격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10%로 고정되어 있다. [중략] 외국자본에 대한 인도의 의존도 역시 높은 상태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2012년 말 GDP의 7% 정도 까지 치솟았다. 금년엔 4~5%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말이다.[Why India is particularly vulnerable to the turbulence rattling emerging markets]

서양의 주요한 경제지에는 최근에 연일 인도 관련 소식이 주요기사로 올라오고 있다. 이들 언론은 대체적으로 이 나라의 경제 위기에 대한 단기적인 원인을 미국 경제지표의 호전, 이에 따른 美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기조 가능성, 그리고 연쇄적인 서구자본의 인도에서의 자금회수를 들고 있다. 이로 인해 인도 및 주변국들의 통화가 급락하는 등의 즉각적이고 심각한 부작용이 언론의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통화로 신흥국에 투자하는 소위 “캐리트레이드”의 주된 통화는 한동안 일본의 엔貨였다. 미국이 신용위기에 직면하여 연준이 일본 당국의 해법과 비슷한 저금리 기조와 통화팽창으로 대응하자 美달러가 새로운 캐리트레이드의 통화가 되었다. 결국 신용위기의 발단이었던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 사태가 지구적인 범위에서 확대된 셈이고 인도가 그 주요 대상국이었다.

값싼 통화가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투자는 기발하다고 할 것도 없는 투자기법인데 역사적으로 볼 때 주기적으로 그 위험이 파괴적인 규모로 반복되고 있음에도 또한 투자자는 주기적으로 그 위험을 간과하며 그 불구덩이에 뛰어든다. 특히 인도의 경우에는 2008년 이후 성장세가 정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이 더한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빚의 상환재원이 빚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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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ealogic Project Finance Review(1H 2012)

이런 인도의 상황과 관련하여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위의 표는 최근 5년간 전 세계 민간투자사업(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의 지역별 추이다. PPP는 정부에서 필요한 인프라시설을 건설할 때 민간의 자금을 빌리는 방식으로 통상 경제성장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지만 재정이 부족할 때 쓰는 방식이다. 즉, PPP방식으로 투자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단기적으로 재정도 건전해지고 경제성장률도 올라간다.

표를 보면 인도의 PPP 활용도는 워낙 압도적이어서 Dealogic이 아시아와 별개로 떼놓았을 정도다. 경제성장 여력이 있던 2008년까지 미미하던 인도의 PPP투자는 2011년에 이르러서는 압도적으로 증가한다. 역시 경제성장률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주도했던 중국이 재정을 활용한 것과 달리 인도는 민간자본을 이용했고, 이는 결국 미래의 빚으로 이연된다는 점에서 인도의 경제상황은 생각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왜 중앙은행들은 자산을 보유하는가?

왜 중앙은행이 자산을 보유하는지에 대한 여태 접한 중 가장 흥미로운 생각 : 역자 주

Why do central banks have assets?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살펴보게 되면 그 은행이 부채(대부분은 통화)와 자산(보통 대부분은 정부의 장단기 채권들)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왜 중앙은행들은 자산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그것이 필요한가?

잘못된 대답은 중앙은행들이 통화가치를 “뒷받침(back)”하기 위해 자산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다면 종이 통화는 가치가 없다는 대답이다. 옳은 대답은 : 정부가 어쨌든 중앙은행으로부터 모든 이윤을 거둬들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에게 자산을 줄 이유가 없다. 자산을 소유하는 것은 은행으로 하여금 코스를 거꾸로 하여 만약 필요할 경우 돈의 공급을 줄일 수 있게 하기위해서다. 그리고 그것이 회계사들을 돌아버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잘못된 대답부터 우선 살펴보자. 돈의 가치에 대한 “뒷받침” 이론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통화 가치는 통화를 뒷받침하는 중앙은행의 자산의 가치와 동일하고 그것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가격수준의 재정이론과 다른데, 그것은 채권을 더한 통화의 가치는 주요 재정잉여의 현재가치와 동일하고 그것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뒷받침 이론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본래 가치가 없는 종이돈이 어떻게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가치 있는 자산이 그것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뮤추얼펀드의 주식과 같다. 그것들은 펀드의 자산의 가치와 동일하고 그것에 의해 결정된다.

돈의 뒷받침 이론에 반하는 세 가지 논점이 있다:

1. 중앙은행의 자산은 보통 부채도 같은 통화로 규정지어지는 모든 명목(nominal) 자산이랄 수 있다. 가격수준이 하룻밤 사이에 마술처럼 두 배가 되었다고 해보자. 그리고 통화의 실질(real) 가치가 반절로 줄었다고 해보자.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의 실질가치 또한 반절로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어떤 가격수준의 마술 같은 곱절은 통화의 가치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산의 가치 사이의 동일함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 뒷받침 이론은 가격수준이 비결정적인 체로 남게 한다. 그것은 오로지 자산이 실질자산일 경우에만 고정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은행자산의 10%가 실질(금 보유고, 건물을 포함한)이라면, 그 실질자산의 (건물이 불타서) 1%의 손실은 가격수준의 10%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2. 뮤추얼펀드가 채권을 가지고 있으나, 채권이자는 (펀드를 굴리는데 드는 관리비용을 제하고) 어떤 제3자에게 넘어가고, 뮤추얼펀드의 주식소유자에게는 가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누가 그 뮤추얼펀드의 주식을 소유하고 싶겠는가?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의 순현재가치는 0이 될 것이다. 그래서 주식은 또한 가치가 0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확히 중앙은행이 하는 일이다. 매년 중앙은행들은 그들이 보유한 채권으로부터 이자수익을 올려, 관리비용을 제외하고 모든 수익을 통화의 보유자가 아닌 정부에게 넘긴다.

3. 우리는 왜 돈이 가치를 가지느냐 대해 설명할 “뒷받침”이 필요 없다. 사람들은 돈이 교환의 매개체이기 때문에, 교환의 매개체 더미는 쇼핑을 더 쉽게 하기 때문에 돈더미를 보유하기 원한다. 이는 돈에 대한 (저장) 수요를 창출한다. 중앙은행이 돈의 공급을 제한한다고 가정할 때에, 수요와 공급 곡선의 교차점이 돈 가치의 양평형을 만든다(어떤 특정한 가격수준). 이제 당신은 만약 종이돈이 가치가 없다면 그것은 교환의 매개체로 기능할 수 없고, 그래서 종이돈이 그것이 가지는 가치를 설명하기 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돈의 가치의 수요 공급 이론이 논점을 옳다고 가정해놓고 논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돈의 가치에 대한 표준이론에 대한 비판에는 진실도 있다. 참으로 거기에는 두 개의 평형상태가 있다. 평범한 것은 종이돈이 가치를 가지는 곳에서, 그리고 이상한 것은 그것이 가치가 없는 곳에서다. 그러나 루드윅 폰 미제스는, 예를 들어, 1912년 그의 돈의 퇴보이론에서 이러한 문제를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돈이 처음 첫 출발하기 위해서는 상품 돈이 될 필요가 있거나 상품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일단 사회적 제도로써 출발하면 교환의 매개체에 대한 수요가 상품의 산업적 수요를 보충하게 되고, 상품의 뒷받침은 종국에는 관습이 이 이상한 평형으로부터 우리를 꺼내게 됨에 따라 사라질 것이다.(캄보디아에서 크메르루주가 패망한 이후 종이돈을 재도입했을 때에 무에서 출발하지는 않았지만 처음에는 그것을 쌀과 교환하게끔 만들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폰지 사기는 일종의 부채는 있지만 그 부채를 뒷받침하는 자산이 없는 금융기관과도 같다. 종이돈은 정확히 폰지 사기처럼 작동할 수 있지만, 한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폰지 씨는 그의 고객들에게 높은 금리의 이자를 약속했고/했거나 자본이득을 약속했다. 그들이 그를 믿지 않았더라면 그의 부채를 들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캐나다 은행은 제로 금리와 제로 명목 자본이득, 그리고 그 종이돈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2%의 실질금리를 약속한다. 폰지 씨는 자산을 사용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그의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캐나다 은행은 자산을 모두 써버려도 종이돈에 대한 (실질) 수요가 연간 2% 보다 더 빨리 떨어지지 않는다면 약속을 지킬 수 있다. (만약 돈에 대한 실질 수요가 연간 2%로 떨어진다면 돈의 항상 명목 공급은 연간 인플레이션으로 2% 수익을 얻을 것이다.)

캐나다 은행은 자산이 필요 없는데, 종이(돈 : 역자 주)의 (실질) 수요의 장기적 증가가 사람들이 종이(돈 : 역자 주)를 보유하려는 실질 이자율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폰지 씨가 같은 테스트를 충족하였더라면 그 역시도 자산이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높은 음(陰)의 실질수익률에서조차도 (짐바브웨) 종이돈을 보유하려 하는데, 그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쇼핑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부채의 가치가 그 자산의 가치와 동일한 유일한 이유는 그것들의 (순가치) 차이가 너무 커질 때마다, 은행이 그 수익을 정부로 이전시키기 때문이다. 만약 중앙은행이 자산을 그들의 부채와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그리고 연간수익을 오직 정부에게만 이전한다면, 그러면 그들의 자산의 가치가 그들의 부채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말하는 것은 인과관계를 뒤집은 것이다. 그들의 자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그들의 부채의 가치다.

그래서 도대체 왜 중앙은행들은 자산을 보유하는가? 세 가지 이유다.(3이 얼마나 마술 같은 숫자인지 재밌다)

1. 중앙은행의 소유자들에게 (정부) 중앙은행이 채권을 보유하고 있거나 그 이자를 매년 정부에게 이전하거나, 혹은 중앙은행이 채권을 정부에게 주어버리거나 상관이 없다. 정부는 어쨌든 이자를 수취한다. 그것은 여타의 몇몇 손을 거쳐 흘러갈 뿐이다. 일종의 세탁이다.

2. 보통 종이돈에 대한 실질 수요는 연간 3% 정도로 증가한다.(거칠게 GDP의 증가율과 동일한) 그러나 어떤 때에는 이보다 빨리 증가한다(작년처럼). 그리고 어떤 때에는 이보다 떨어진다(내년처럼?). 만약 돈의 수요가 떨어지면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돈의 공급을 줄일 것이고, 자산을 팔아서 돈의 공급을 줄일 것이다. 만약 자산을 전부 처분해버리면 이 짓을 할 수가 없다.

3. 복식부기와 대차대조표 등과 같은 회계를 통해 그들은 돈들의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그들은 모든 것이 계산이 맞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 모든 것이 적절히 기록되고 있다는 것을 체크하기 위해 한 쪽에 자산을 기록하고 다른 쪽에 부채를 기록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들은 통화는 중앙은행의 부채에(그렇지 않더라도 그것을 변제하겠다거나 이자를 지불하겠다는 약속은 없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쪽에는 자산을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회계사라면 그가 통화를 부채에 기록했는데 자산으로 동일가치를 찾지 못할 경우 돌아버릴 것이다. 그는 중앙은행이 폰지 사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 그리고 회계사들에게 어떤 폰지 사기들은 진짜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려 노력하는 말다툼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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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약 뮤추얼펀드가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몇몇 투자 사업에 참여해서 현재 주식가치 등이 1천억 원 정도 되는데 만일 그 펀드가 상장된 펀드라면 마땅히 그 펀드의 주가총액은 1천억 원 근처로 수렴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 역자 주
  2. 만약 뒷받침하고 있는 자산이 해당 통화단위로 표시되는 채권이 아니라 원자재(예를 들면 금, 석유, 곡물 등)라면 그것이 정확하게 상관관계를 가지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즉 통화를 지지하는 자산이 통화가치의 변화에 무관하게 가치를 온존하고 있어야 – 어떤 본질적인 가치 – 자산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만일 중국이 오늘 날 그들의 외환보유고에 미재무부 채권이 아닌 금이 쌓여있었다면 이렇게 고민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 역자 주
  3. 통화의 소유자는 중앙은행에게 있어서는 채권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중앙은행은 채권자에게 이자(즉, 통화라는 채권의 이자)를 지불하는 대신 그 이자를 정부에게 지불한다는 의미다. : 역자 주
  4. 실질 금리는 명목 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수치로 산정한다. 따라서 명목금리가 제로금리인데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 역자 주
  5. 하지만 국가기관이 마이너스 실질 금리를 약속한다고 해서 개인이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역자 주
  6. 이 부분은 과장이 있다. 내가 짐바브웨 사람이라면 짐바브웨 통화를 보유하기보다는 기를 쓰고 달러를 모으거나 기타 자산을 부지런히 매입했을 것이다. : 역자 주

금리정책과 통화정책

향후 10년 동안 누적으로 7조1천억 달러로 예상되는 재정적자 대신에 백악관은 9조 달러 정도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수치는 연간 재정적자가 2019년 GDP의 4%를 훨씬 초과할 것이라는 것과 부채누적의 속도가 예상 GDP 성장을 초과할 것을 암시한다. 이는 유지 가능한 회계 경로가 아니다.[중략]
이번 회계연도의 1조6천억 달러의 적자 중 거의 3분의 2는 – 2차 대전 이후 기록인 GDP의 11.2% – 지난 10월 통과된 7천억 달러의 금융부문 구제안과 2월부터 적용된 7천8백7십억 달러의 경기부양 패키지 명목으로 현재까지 쓰인 부분에 해당한다.[중략]
만약 최소한 부채의 증가속도가 경제의 성장속도 범위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채무이행 의무에 대해 점차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정부의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다. – 그리고 재정적자 위기는 재정적자 소용돌이로 휘말릴 것이다. 최악의 경우 고삐 풀린 부채로 말미암아 1970년대의 두 자리 수의 인플레이션과 이자율로 회귀할 수도 있다. 다만 이번에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외국 채권자들에 대한 미국의 천문학적인 이행의무가 함께 한다.

Instead of a cumulative $7.1 trillion deficit over the next decade, the White House now projects a $9 trillion deficit. These figures imply average annual budget deficits greater than 4 percent of gross domestic product through fiscal 2019, a rate of debt accumulation faster than projected GDP growth. This is not a sustainable fiscal path.[중략]
Almost two-thirds of the current fiscal year’s $1.6 trillion deficit — a postwar record 11.2 percent of GDP — is attributable to the $700 billion financial sector bailout passed last October, and what has been spent so far under the $787 billion counter-recession stimulus package adopted in February.[중략]
Unless it can at least limit the growth in debt to the growth of the economy, investors will gradually lose faith in Treasury obligations, increasing the government’s borrowing costs — and turning a deficit crunch into a deficit spiral. In the worst case, unchecked debt could trigger a return to the double-digit inflation and interest rates of the late 1970s, only this time with massive U.S. obligations to foreign lenders such as China and Japan.[출처]

인용문에 언급된 1970년대 미국의 경제는 암울했었다. 베트남 전쟁과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사회복지예산 등으로 말미암아 국내 인플레이션은 만성적인 현상이 되어버렸다.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은 민주당의 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을 물려받은 닉슨에게서 이러한 위기를 보수주의적 경제정책으로 풀어나가길 기대했다. 하지만 뾰족한 답이 없었던 닉슨은 오히려 물가와 임금을 통제하는 등 민주당 정권보다 더 국가개입적인 정책을 시도하여 보수층을 실망시켰다.

결국 끝없는 혼란은 자신의 임무가 ‘인플레이션 용(inflationary dragon)’을 잡아 죽이는 일이라고 주장한 FRB 의장 폴 볼커가 진두지휘한 초고금리를 통해 안정되었다. 그는 1979년 10월 6일 토요일 할인율(중앙은행이 민간은행에 대부해줄 때의 이자율)을 무려 12%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당시 언론은 ‘토요일 밤의 학살’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경제는 침체에 빠져들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등 노동계급의 엄청난 희생이 따랐다.

어쨌든 레이건 시절까지 이어졌던 이러한 고금리 정책으로 말미암아 인플레이션은 진정되었다. 전반적인 물가가 안정이 된 만큼 경제는 다시 탄력을 받았고 80년대 초부터 미국경제는 새로운 도약을 맞게 되었다. 그런데 폴 볼커의 무기는 고금리 말고 또 하나가 있었다. 바로 통화 공급의 축소였다. 금리정책과 함께 통화정책은 물가수준을 잡는 주요수단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금리와 함께 너무 많은 돈이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라면서 “그 방정식에서 너무 많은 돈 부분을 공격(attack the too-much-money part of the equation)”했다고 주장하였다.

요컨대 정부가 경제를 조절할 수 있는 두 가지 큰 무기는 금리와 통화조절이다. 이를 유념하여 현재의 상황을 보면 현 위기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일단 금리의 경우 제로금리에 가까우니 금리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 만약 2차 침체기에 접어든다 하더라도 각국 정부가 쓸 수 있는 금리정책은 없다. 오직 통화 공급만 늘릴 뿐이다. 한편 인플레이션 기미가 보일 때는 금리를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화 공급 축소가 쉽지 않다. 국가의 지출은 70년대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커진데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이 이미 막대해 뿌려진 통화를 회수할 여력이 급격히 소진된 탓이다.

미국의 이번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우리 돈으로 2천조 원으로 예상된다.(주1) 이런 상태에서 인용문에서 주장하다시피 경제성장률이 부채증가율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재앙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 세금은 걷히지 않고, 더 많은 구제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투자자들은 신뢰를 상실할 것이다. 이미 중국이 달러 포트폴리오의 조정에 착수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금리정책과 통화정책 모두 외다리 신세가 되어버린 미국이 믿을 것은 이제 채권자들 밖에 없는 상태인데 또 외다리이기는 두 나라 모두 마찬가지다.

(주1) 우리나라 예산이 280조원 정도니까 미국의 재정적자가 우리나라 예산의 7배가 넘는다는 이야기다.

국제 경제의 불균형

미국의 만성적인 경상적자와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복잡하게 설계된 각종 파생금융상품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신(新)금융자본주의를 통해서 연결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경상수지 흑자국으로의 달러유출을 일으켜 해당 국가의 달러유입이 풍부해진다. 따라서 인위적인 환율개입이 없다면 달러의 상대적 공급이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흑자 국가의 통화가치가 올라가고, 이는 적자국가의 상품가격하락과 흑자국가의 상품가격 상승을 통해 경상수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자율조정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국가들 중에서 수출에 의존하여 성장을 추구하는 나라들은 자국 통화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국제 경제의 불균형, 금융위기, 그리고 구제금융의 한계, 연구위원 황세운, 자본시장 weekly, 한국증권연구원, 2008-42호]

이 짧은 문단에서 황 연구원은 1970년대 말 이후 지속되는 미국의 무역적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써의 신(新)금융자본주의 시도, 미국으로의 주요 수출국들의 외환정책, 이로 인한 미국의 자본수지 균형의 흐름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전체 글 역시 근래의 금융위기의 원인과 미래를 가장 통찰력 있게 진단한 글이 아닌가 싶다.

이글에서 지적하는바와 같이 현재의 금융위기는 그린스펀의 저금리 정책 고수, 파생상품 거래규모의 급증, 신용평가사의 도덕적 부패, 부동산 대출의 남발 등 여러 금융적 특성을 지닌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근저에는 미국으로 돈이 다시 유입될 수밖에 없었던 국제거래 불균형 구조, 이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방치해놓았던 국제공조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오바마가 최근 중국의 환율조작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근본모순에 대한 민주당식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의 폭발, 애매한 통화정책, 그리고 국부펀드들

저명한 거시경제학자 Guillermo Calvo 가 voxeu.org 에 기고한 글이다. 현재의 원자재 가격의 폭등을 설명하는 글로 이 글의 입장은 역시 세계적 석학인 Paul Krugman 의 입장과는 다소 다른 관점이라 할 수 있다. 다소 어려운 경제적 개념이 등장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시면 – 나도 엄청난 인내심으로 이 삼류번역을 마쳤으므로 – 고맙겠다. 오역이나 빠트린 부분이 있으면 가까운 경찰서나 소방서 – 는 아니고 댓글로 신고 부탁드린다.

Exploding commodity prices, lax monetary policy, and sovereign wealth funds

여기 세계적으로 저명한 거시경제학자 한 분이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몇몇 비(非)G7 국가들에서의 초과 유동성과 연계된, 그리고 G7의 중앙은행들이 주도한 저금리에 자극받은 매우 실재적인 지구적 금융 폭풍의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품가격 폭등은 미래의 인플레이션의 전조다.

석유, 금속, 그리고 이제 식품 가격이 세계 생산성장률의 기반에서 합리화되기 어려울 정도로 – 예상되는 지구적인 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과 인도의 빠른 성장의 기반조차도 아닌 – 광폭하게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선물(forward) 시장에서의 날로 많아져만 가는 계약건수와 동반하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래서 분석가들과 정책결정자들은 재빨리 상품선물이 금지된 인도와 같은 몇몇 나라에서는 ‘반갑지 않은 사람(persona non grata)’인 투기자(speculator)에게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이 칼럼의 취지는 또 하나의 자가발전 형의 버블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다. 오늘 날의 원자재 가격의 폭등은 몇몇 비(非)G7 국가들에서의 초과 유동성과 연계된, 그리고 G7의 중앙은행들이 주도한 저금리에 자극받은 매우 실재적인 지구적 금융 폭풍의 결과다. 이러한 가격폭등은 펀더멘탈에 의해 주도될 미래의 인플레이션의 선도적인 지표일 수도 있다.

원자재 사재기

물적 원자재 재고의 실질적 증가가 없다는 것이 투기적 행위가 없다는 주장의 증거로 거론되고 있다.(Martin Wolf, 그리고 보다 신중하게 Paul Krugman의 의해(주1)) 그러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논쟁을 위해 현재의 소비 또는 생산에 대한 원자재의 수요가 완벽하게 비탄력적이라고 가정해보자.(식품과 석유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사례이다) 만약 투기자들이 원자재를 사재기하려 한다면, 원자재 가격은 오를 것이다. 그리고 가격은 투기자들이 그들의 재고를 추가하기 꺼릴 정도가 될 때까지 오를 것이다. 이 문제를 쉽게 하기 위해 나는 그 특수한 경우에 초점을 맞춰 무엇이 투기자로 하여금 가격폭등을 자극하게끔 그렇게 공격적으로 사재기를 하려하는지를 설명할 것이다.

원자재 사재기의 동기는 낮은 중앙은행 금리(특히 미국에서의)와 국부펀드(주2) – 내 관점에서는 후자가 중요한 요소다 – 의 증가의 결합으로부터 파생되었다. 국부펀드는 부분적으로 유동성이 크지만 적은 수익률의 자산에서 보다 위험하지만 보다 수익성 있는 투자사업으로 국부의 구성을 전환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므로 초과유동성을 제거하려는 이러한 시도들은 학생들에게 화폐를 자본에 투입하는 포트폴리오의 효과를 추적하라고 요구하는 경제학 입문 연습과 닮았다. 그 해답은? 물론 보다 높은 가격이다. 우선 왜 중앙은행 금리가 또한 중요한가를 설명한 후에 이 문제로 돌아오겠다.

금리와 가격

Fed 금리를 보자.(예로 연방펀드 금리) 최근 Fed 금리는 급격히 하락했고 시장은 최소한 1 년 이내에 동일한 자극을 받아 상승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이는 분명히 미재무부채권(US Treasury Bills(주3))으로부터 (다른 자산으로 : 역자 더함) 전환하려는 국부펀드의 결정에 한 몫 하였음이 틀림없다.(주4) 또한 부수적으로 가격상승의 급격함도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T-Bill은 경제학입문에서의 화폐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만약 T-Bill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채권가격은 채권소유자가 그들의 다른 투자사업을 포기할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인 수익을 찾을 때까지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이 경우 일반적인 가격수준에 대한 상승압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Fed 금리는 유사하게 상승할 것이다. 이는 이어서 Fed 가 재무부채권의 매입을 통해 경제학 입문에 나오는 화폐를 창출하는 (실제적인 고성능의 화폐)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보다 많은 유동성을 펌프질하게끔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낮은, 그리고 재정적으로 연동되는 중앙은행의 금리는 T-Bill의 수요감소가 화폐공급의 확장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제 우리는 포트폴리오 전환이 보다 높은 가격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 입문의 결과를 확신을 가지고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논쟁은 Fed 가 금융 시스템을 구원하기 위하여 유동성을 부채질한다는 보다 통상적인 관점에 의존하지 않음을 주목하라. 이는 장래에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는 Fed는 은행의 포트폴리오의 위험자산을 안전자산으로 교환한 것에 불과하다. 이 정책은 통화 유통량과 가격의 급격한 증가로 귀결될 필요는 없다.

모든 가격이 같은 정도로 변동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임금은 그렇지 않은 반면 원자재 가격은 변동폭이 크다. 그래서 가격상승 현상은 원자재의 상대적인 가격의 변화를 초래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궁극적으로 서서히 변하는 가격들이 따라잡게 됨에 따라 가격들 간의 커다란 격차는 사라지고 보다 획일화된 가격상승 현상이 실현될 것이다.(주5) 그래서 어떠한 미래에 대한 전망을 분석할 때에 이러한 모든 에피소드들은 원자재 일종의 시장 신기루, 더 나아가 근본적인 원인 – 중국, 칠레, 또는 두바이와 같은 나라에서의 유동성 자산에 대한 보다 낮은 수요라는 – 뒤에 있는 시장에서의 버블로 보이는 측면이 강하다. 원자재 가격의 오버슈팅은 국부펀드가 부라는 관점에서 큰 부분이 아닐지라도 통화 유통량이라는 관점에서 확실히 크기 때문에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몇몇 리포트는 2008년 4월 현재 미국의 M1과 M2가 각각 1조4천억 달러, 7조8천억 달러인 동안 관리되고 있는 국부펀드가 3조5천억 US달러를 초과했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주6) 분석하고 있다.

다가올 인플레이션

그러나 미국의 통화 유통량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폭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 않다.(주7) 그렇다면 우리는 위의 주장이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고 결론 내려야 할까? 이러한 예상되는 반대에 대해서 두 가지 다른 대답을 할 수 있다. 첫 번째 대답은 잘 발달된 금융시장 하에서 상기 특징과 같은 포트폴리오 전환이 행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예방적인 가격상승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대답은 T-Bill이 순수한 채권(특별히 높은 카운터파티 리스크거래(주8)의)보다는 화폐에 가깝다는 관찰에 의존하고 있다.(주9) 한 예로 이러한 적당한 화폐적 개념은 M2와 T-Bill을 연계시켜 하나의 유통량이라 할 수 있게끔 한다. 그래서 Fed 금리의 변화와 관련 없는 포트폴리오 이동은 동등한 정도의 화폐 유통속도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비슷한 인플레이션 암시에 관한 경제학 입문 실험이다. 이 경우 M2는 변화할 필요가 없다!(주10)

간단히 말해(주11) 나의 추측은 국가 투자자, 국부펀드, 부분적으로 애매한 통화정책 – 특히 미국에서의(주12) – 에 의해 유동성 자산으로부터의 포트폴리오 전환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것은 보다 높은 소비자물가지수 인플레이션의 전조인가? 만약 금리가 계속 낮으면 내 대답은 말할 것도 없이 예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나마 효과적인 반(反)인플레이션 전쟁을 위한 여지가 있다. 이는 아마도 높은 금리상승을 요구할 것이고 특히 금융의 취약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깊어지는 불황의 위험을 증대할 것이다. 그래서 정책결정자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기 시작하여야 하고 상상 속의 불안정한 투기자들을 쫒는 일을 그만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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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할만한 다른 글

(주1) See Paul Krugman “The Oil Non-Bubble,” The New York Times, May 12, 2008; and Martin Wolf, “The market sets high oil prices to tell us what to do,” Financial Times, May 13, 2008.

(주2) 비서구권의 국부펀드에 대한 서구, 특히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고하라 : 역자주

(주3) 만기가 1년 이하인 국채로 간단히 T-bill이라는 용어로 많이 불린다, 이하 T-Bill : 역자주

(주4)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고하라 : 역자주

(주5) 대표적인 예로 인플레이션이 임금상승에 대한 요구를 증대시키고 임금이 상승할 경우 제조원가가 상승하여 추가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이른바 기대 인플레이션이 실질 인플레이션으로 전화하는 경우를 말한다 : 역자주

(주6) See JP Morgan Research, Sovereign Wealth Funds: A Bottom-up Primer, JP Morgan, May 22, 2008.

(주7) 그러나 미국의 M2는 2008년 1/4분기에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2008년 1월에서 4월까지의 기간 동안 계절적으로 조정된 M2는 연 10.7% 비율로 증가했다. 반면 2007년 4월에서 2008년 4월까지의 기간 동안의 연간 비율은 6.5%였다. www.federalreserve.gov/releases/h6/ 를 보라.

(주8) 거래상대방의 상환, 결제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위험을 말함 : 역자주

(주9) 최근 문헌에는 국채에 의해 공급되는 유동성 서비스를 강조하는 몇몇 논문들이 있다. Guillermo Calvo and Carlos Vegh “Fighting Inflation with High Interest Rates: The Small-Open-Economy under Flexible Prices,” Journal of Money, Credit, and Banking, 27 (1995): 49-66; and Ravi Bansal, and John W. Coleman “A Monetary Explanation of the Equity Premium, Term Premium and Risk Free Rate Puzzles,”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04 (1996): 1135-1171.

(주10) 원자재들이 M2를 매개로 하여 거래되는 상품의 부분집합이라고 가정해보라. 더불어 M2가 원자재와 소비자물가 타입의 상품들을 사기에 앞서 필요하다고 가정해보라. 그래서 만약 소비자물가 타입의 가격이 완만하고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면 M2의 완만한 상승은 원자재 가격에서의 커다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왜 원자재 가격이 M2의 상승속도보다 훨씬 큰가에 대한 또 하나의 설명이 될 수 있다.

(주11) 여태 이렇게 복잡하게 말해놓고 이제야 간단히 말한다네요 : 역자불만

(주12) 다음의 분명한 물음은 : 왜 국가가(대부분 신흥 시장경제에서) 국제적인 적립금의 초과 축적에 개입하는가? 나의 추측은 이것은 애매한 통화정책을 통해 불황에서 벗어나려는 미국의 근린궁핍화(beggar-thy-neighbour) 정책에 저항하는 일종의 방어전략(대부분 그렇게 부르는 것처럼 ‘신중상주의’가 아니다)이라는 것이다. 나는 다음 칼럼에서 이에 대해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