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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님의 글을 읽고

오랜만에 유명한 경제 논객이신 시골의사님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셨다. 반가운 마음에 읽었다. 제목이 “하반기 경기회복 가능할까…? (1)” 인 것을 보니 제법 야심에 찬 기획시리즈로 보여 기대된다. 다만 옥에 티 하나만 지적하자면

우리가 일상적인 농,공업을 통해 잉여가치를 창출 할 때 이것은 과거에는 지주에게, 현재는 자본가에게 집중된다. 막시스트들은 바로 이점을 가리켜 ‘착취’라고 규정하고 자본주의를 죄악시한다. 하지만 사실상 이런 주장은 노동자가 곧 소비자인, 다시말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동자의 대부분이 곧 부르조아인(얼마간의 잉여를 가진)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놓고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막스가 무덤 속에서 부활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중략)
저개발국으로 이전한 기업이 수익이 증가하면 그 수익의 증가가 고스란히 한 국가 사회적 자산의 증가로 잡히기 때문이다. 자국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곧 국가의 발전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부의 분배구조다. 이 경우 전자와 달리 이익은 기업의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즉 총량은 같지만 배분은 점점 기울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부풀려진 부는 사실상 총량적 부의 증가라기 보다는 생산활동에서 초래된 잉여가치가 한곳으로 쏠리면서 부풀려지는 현상에 불과하다.[원문 읽기]

전체 본문 중에서 위 두 문단의 상호모순이다. 첫 번째 문단은 글의 도입부에 두 번째 문단은 글의 결론부에 위치해있다. 두 문단은 모두 자본주의 시스템에서의 부의 분배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문단은 생산과정에서의 잉여가치에 따른 노동착취에 대한 설명인데, 시골의사님은 (주식회사, 펀드 등을 통해 : foog주) “착취”받는 노동자 대부분이 스스로 부르주아이기 때문에 (즉 설사 잉여가치가 있어도 다시 주주배당으로 분배되어 분배의 평등이 어느 정도 달성될 것이기 때문에 : foog주) “막스가 무덤 속에서 부활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 아니면 잉여가치가 원천무효라는 주장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적어도 부가 (소수의) “자본가에게 집중”된다는 주장은 아니다.

그런데 두 번째 문단에서는 이와는 다소 다른 주장을 하신다. 1,2차 산업에서 산출되는 기업수익의 증가가 국가 사회적 자산의 증가로 이어지기에 바람직하지만 이익이 기업의 주주에게 돌아가기에 “총량은 같지만 배분은 점점 기울”어지고 “생산활동에서 초래된 잉여가치가 한곳으로 쏠리”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씀하신다. 첫 번째 문단에서의 “노동자의 대부분이 곧 부르조아”라는 설명이 그들이 노동자이자 동시에 주주이므로, 마르크스의 착취론은 설득력이 없다는 설명이라 이해한 내 생각이 맞는다면 두 문단은 서로 모순된다.
 
실제로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주식회사를 통한 주식의 사회적 분산, 펀드의 발전을 통한 노동계급의 투자사업 참여 활성화 등은 전통적인 계급론의 이분법적인 틀에서의 노자(勞資) 구도를 많이 희석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그 활동이 결과론적으로 부의 재분배를 촉진시켜 여하한의 자본주의의 모순을 완화시켜왔는가가 관건인데, 적어도 현 시점에서 그 대답은 그 주원인이 금융자본주의의 융성이든 아니면 주주배당의 불공평성이든 아니면 잉여가치의 착취든 ‘아니다’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내 글이 괜한 딴죽이랄 수도 있겠으나 앞서 지적했듯이 시골의사님도 그 결과부분에서는 분배의 불평등을 지적하고 있고 향후 진행될 이야기도 내 짐작에 현재의 자본주의가 왜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였는가, 그리고 그 전망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바, 지적할 것은 지적하여야겠기에 토 다는 것이다. 어쨌든 적어도 지금 시점은 마르크스가 무덤 속에서 부활할 정도는 아니지만, 헌 책방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그의 책이 다시 읽혀지는 시대인 것 같다.

이어서 읽으면 괜찮을 것 같은 글

중국경제에 대한 단상

오늘날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큰 변수인 국가를 지목하라고 한다면 역시 중국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10억 인구를 자랑하던 거대한 중국대륙이 마오쩌뚱의 지도하에 사회주의 국가노선을 채택하여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가 사실상의 자본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한 이후, 초기에는 전 세계에 저가상품 공급을 통하여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가능케 하였고(주1) 최근 들어서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통하여 더 이상 자본주의의 저가상품 공장이 아닌 사실상의 제1세계로의 편입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칠 것 없는 행보는 한편으로는 강대국과 주변국들에게 경계의 대상이기도 한 동시에 기회의 땅이라는 두 개의 얼굴로 존재하여 왔다. 전 세계적으로 그랬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저임금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이전하였고 현지 부동산 가격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할 정도로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이른바 ‘중국을 사자(buy china)’라고 이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모습들이었다.

그리고 이 buy china의 최신판은 사실상 박현주 씨가 진두지휘하는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일 것이다. ‘박현주’라는 브랜드에 모여든 수 조원의 ‘안 물으마’ 자금이 직감적으로 투자한다는 펀드에 몰려들었고 박현주는 이 자금의 승부처로 중국을 지목하였다. 한편 이러한 박현주의 중국 사랑에 반기를 든 이가 있으니 그는 흥미롭게도 재야의 주식이론가로 알려진 – 그러나 이미 어엿한 정통 이론가로 대접받는 –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박경철씨다.

어느 쪽 말이 옳을까? 현재까지의 결과로만 놓고 보면 박경철 씨의 주장이 우세한 듯 하다.

그래서 2002년 이후 세계의 투자자들이 세계성장 엔진인 중국의 성장에 기대어 시장을 바라 보았다면, 이제는 반대로 중국이 가진 문제점들, 이를테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중국에서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경우에 ,과도한 부채비율을 가진 중국기업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로 초점을 바꾸어야지, 그래도 여전히 장기적으로 본다면 중국은 발전 할 것이다. 때문에 중국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는 안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투자한다면 당신의 투자는 엉망진창이 돠고 말 것이다,[주식시장의 유연성과 공진화, 시골의사]

이 글에서 보듯이 그의 통찰력 있는 전망이 돋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현재까지의 우세를 점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박현주 펀드의 막대한 손실이 현실로 드러났다는 그 사실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은 지난 6월 29일 국내 47개 자산운용사들이 운용 중인 공모형 주식형 펀드의 상반기 순자산총액 변동과 순현금 흐름의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올 상반기 주식형 펀드에서 18조 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그중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손실이 가장 컸다. 미래에셋은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4조 3258억 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2조 8517억 원 등 모두 7조 1775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손실액 2위를 차지한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이 2조 3870억 원의 추정 손실을 입은 것에 비하면 세 배나 많은 수치다. [벌써 7조 원 까먹은 ‘박현주 펀드’의 미래, 일요신문, 2008.07.11]

물론 펀드 손실이 모두 중국 주가의 폭락 때문만은 아니지만 해외펀드의 60% 이상이 중국에 투자되어 있었다고 하니 그의 애틋한 중국 사랑이 현재의 결과에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사이트 펀드가 활동을 개시한 이후 전 세계의 주가는 너나 할 것 없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중국을 위시한 신흥 경제개발국의 주가추이가 불안한 것은 이들 국가가 각종 사회 인프라의 확충이 미흡한 상태라는 점, 경기과열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원자재 가격과 유가의 상승으로 말미암은 시장충격이 다른 나라들보다 더 크다는 등의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전현기 우리은행 소주지점 부장이 분석하는 박경철 씨가 중국증시에 부정적인 네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는 중국 증시에 대하여 부정적인 요인으로 중국 기업 재무제표가 부정확하고 주식을 살 만한 사람은 다 샀으며 베이징올림픽 이후에 전망이 더 비관적이며 중국에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가 매우 고평가되어 있어 상하이 A지수는 2500선까지 더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박현주vs시골의사, 중국예측 승자는?, 머니투데이, 2008.6.2]

그가 꼽은 이유들이 대체로 바로 앞서 말한바와 같이 급격한 경제발전에 부수되는 대표적인 성장통일 것이다.

물론 천하의 박현주 씨라고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다만 그는 중국경제에서 그러한 제약조건을 뛰어넘는 가능성을 보았을 것이고 그 가능성은 모르긴 몰라도 중국이 21세기 자본주의 열강에 안착할 것이라는 강한 기대감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 기대감이 사실이건 아니건 경기변동과 그로 인한 증시변동은 어쨌든 박현주 씨의 희망사항이 너무 장기적이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로 예언자는 너무 시대를 앞서나가기도 하는 법이니까.

개인적으로 중국증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팍스넷 같은 주식사이트에 가보기를 권하고 싶다. 거기엔 수많은 의견이 난무하고 있고 그 중에는 분명히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글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주2) 나 같은 범부는 그러한 낯간지러운 예측은 못하겠고 이것 하나만은 지적하고 싶다. 요컨대 중국 경제는 21세기 자본주의의 리트머스 종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여태까지 자본주의 중국이 걸어온 길은 제3세계의 못 사는 자본주의 국가가 신흥강국으로 도약하는 전형적인 노선을 답습하였다고 할 수 있다. 중공업 위주의 산업정책, 농촌을 희생시키는 일극의 지역주의적인 경제, 저임금을 경쟁력으로 하는 수출경제, 환율에 대한 강한 국가통제 등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이러한 일사불란한 경제노선을 가능케 하는 권위주의적 정부 등이 그것이다. 오늘날 자유무역 주창자들은 이러한 것들이 후진적 경제의 유산이고 청산되어야 한다고 말들하곤 하지만 사실상 세계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은 이러한 노선을 채택하여 성장하여 왔다. 중국은 그러한 노선이 공산당 일당독재와 거대한 인구가 교묘하게 결합되어 상승효과가 더욱 뛰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중국 자본주의는 – 사실상 세계 자본주의 모두 – 이제 고유가로 대표되는 인플레이션에 직면하여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지금 미의회나 일부 진보세력까지도 고유가에 투기세력에 의한 거품이 끼어있다며 이들만 제거하면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현재의 유가와 기타 생필품의 높은 물가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또한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것은 이제 자본주의가 사실상 그동안 사실상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유가가 더 이상 일부 강대국의 의지로는 통제되지 않는 실질적인 희소자원이 되어간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작금의 중국 자본주의는 현재와 같이 화석연료, 특히 석유에 맹목적으로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답습하며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대체에너지의 비율을 늘리고(주3) 더불어 에너지 효율적인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여야 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자본주의는 석유 없이 해석이 불가능하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21세기에 자본주의가 살아남으려면 혹은 그것이 불가능하고 다른 체제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석유에 대한 중독에서 탈피하여야 하기 때문이다.(주4)

그리고 나는 자본주의의 석유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경제 강국으로 성장코자 하는 중국에서 보다 전향적으로 시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제약조건으로 지적되고 있는 사회 인프라의 미비가 오히려 새로운 경제체제의 실험의 가능성이기도 하거니와 20세기 말 중국이 세계 자본주의에 미쳤던 영향처럼 새로운 실험 또한 21세기 자본주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주1) 그 바람에 전 세계의 제조업 공장은 해고와 비정규직화라는 살벌한 구조조정이 일상화되었다

(주2) 멈춘 시계가 하루 두 번 정확하게 시간을 맞추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주3) 근데 사실 중국은 그나마도 대체에너지의 전체 에너지 기여율이 나름 높은 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이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하니 어찌 보면 발등의 불은 우리나라가 더 뜨겁다

(주4) 중국이 자신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을 미국과 같은 식욕으로 석유를 소비한다고 가정해보라. 현재의 수급상황이나 가격을 고려할 때 거의 지탱할 수 없는 경제구조임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