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풋백옵션 규제 시사가 의미하는 바는?

정부에서 최근 M&A시장에서의 풋백옵션(put back option)에 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사전적 의미를 보자.

일정한 실물 또는 금융자산을 약정된 기일이나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풋옵션이라 한다. 풋옵션을 기업인수·합병에 적용한 것으로 본래 매각자에게 되판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풋 백 옵션이라 부른다.

즉 특정자산을 매입한 주체가 그 자산을 매각한 주체, 또는 제3자에게 해당자산을 약정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풋백옵션을 규제하려는 것일까?

정부가 은행 돈을 빌려 하는 대기업 M&A를 제한하려는 배경에는, 최근 금호아시아나의 사례처럼 M&A가 시장 불안 요인으로 비화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대기업에 집중되는 은행 자금줄을 중소기업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있다.[`대기업 M&A 규제` 줄줄이 내놓는 정부 속뜻은, 이데일리, 2008년 8월 1일]

원리는 이렇다. A회사가 B회사를 인수하고 싶다. 그런데 혼자 인수하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다. 이때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C사, D사 등을 동원하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법이 있겠고, 차입매수(LBO : leveraged buy out(주1))가 있을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 두가지 방법이 대표적인 것 같다.

일단 차입매수에 대해서는 그동안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비난도 많았고 실제로 국내에서 이 방식을 성사시킬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이들이 많은지, 그리고 사례가 많은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매수대상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잡아야 하기 때문에 매우 전문적인 노하우나 여러 주체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주2)

그런데 이에 비해 앞서의 방법, 즉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인수하는 방법은 꽤 사례가 있는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바로 이 경우에서 가장 이해관계가 첨예한 A사가 C사, D사에게 풋백옵션을 제공할 경우 발생한다. C사, D사는 대개 투자은행 등 재무적투자자일 경우가 많다. 이들은 B사의 인수전에 주주자격으로 참가하지만 A사와 이면계약으로 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사실상 출자자가 아닌 대출자의 자격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어떠한 부작용을 낳는지는 최근 몇몇 사례에서 점차 밝혀지고 있다. 이랜드의 까르프에 대한 무리한 인수 후 재매각,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시 전략투자자에 대한 풋옵션 행사부여에 따른 예금보험공사와의 갈등,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유동성 위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모든 것이 풋옵션을 전략투자자에게 부여하였다가 시장상황 악화 및 주가하락 등에 따라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파생된 상황이다.

결국 개별기업의 매각조건은 각각 다를 것이나 대주단의 의도는 매입자의 강한 자본투자의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겉으로는 자본투입의지를 밝힌 이들 중 상당수는 풋옵션을 뒤에 깔아놓은 이들이었다는 것이 괘씸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C사, D사의 막대한 풋옵션 행사는 B사 뿐만 아니라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는 데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정부가 규제를 한다면 이러한 규제는 대우해양조선의 인수전 에서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주3)

규제는 온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덩치 큰 기업들을 M&A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지렛대 효과를 노리는 것은 시장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래서 차입 등을 규제하는 것인데 거의 모든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자본출자마저도 실은 지렛대 효과가 뒤에 숨어있다면 그것은 사기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망에 가깝기 때문이다.(주4)  다만 아직 투자은행의 공격성이 본격화되지 않은 국내자본시장에서 이러한 규제가 어설픈 금융자본주의의 동맥경화 증상만 악화시키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더욱 근본적으로 금융자유화에 따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각종 금융기법, 예를 들면 선물시장, 신용파생상품, 공매도, 차입매수, 풋옵션 등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이나 더 나아가 금융자본주의 본좌 월스트리트에서조차 강한 태클을 받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참 기분이 묘하다. 규제당국의 이러한 자기부정은 더 강화된 자본주의를 위한 수정노선인 것인지 아니면 자본주의의 무정부성에 대한 자포자기적인 반항인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주1) 기업매수자금을 매수대상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한 차입금으로 조달하는 방법.

(주2) 누가 국내에서 성사된 사례가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음(귀차니즘~~)

(주3) 금호는 자기네가 첫 케이스가 안 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겠지

(주4) 물론 최근 국제상사중재위원회는 이 정도의 기망은 일도 아니라며 한화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말이다.

4 thoughts on “정부의 풋백옵션 규제 시사가 의미하는 바는?

  1. 하느니삽

    2. LBO를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하는 차입을 통한 인수로 국한짓지 않으면, 국내에 LBO 사례 많이 있습니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국내에서 경영권 인수했던 사례 중 다수가 LBO죠. 최근 사례로 대표적인 예는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 맥쿼리/MBK 컨소시엄의 C&M 인수 등이 있겠네요

    3. 승리의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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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오늘 저녁먹으면서 이야기하다가 LBO사례가 국내에도 꽤 있음을 공부했습니다. 이래서 사람은 넓은 데서 놀아야 되나봐요~ 🙂 당최 데이터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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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얼마 전 법원에서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무자본 인수한 LBO를 ‘업무상 배임’으로 판결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나서 검찰이 갑자기 동양메이저의 한일합섬 인수를 LBO로 보고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시작하기도 했지요.. 이제 충분한 자본 없이는 M&A가 힘들어진 게 아닌가 합니다. 기본적으로 두 가지 모두 인수기업이나 피인수기업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규제가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대신 충분한 자본력이나 옵션을 요구하지 않은(내지는 감춘) 재무적 투자자를 낀 외국기업과 경쟁이 안 되어 알짜기업이 넘어가는 사례가 나오지는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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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그 판결은 저도 기억나네요. 외국에선 업무상 배임이라는 ‘죄’자체가 없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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