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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개정은 “삼성은행”의 길을 열어주려는 것인가?

어제 서태지가 이지아와 결혼을 한다는 것도 아니고 이혼소송 – 정확하게는 위자료 소송 – 중이라는 황당한 뉴스가 인터넷과 매스미디어를 정복하였다. 그 와중에 깨어있는(?!) 많은 네티즌들은 이런 대형 뉴스가 터진 것은 필시 다른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음모라면서 그 다른 무엇으로 BBK 사건 관련 판결 소식과 공정거래법 개정에 관한 소식을 지목하였다.

그런데 위의 트윗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BBK와 공정거래법 관련하여 몇몇이 주장하고 있는 중에 사실관계와 부합하지 않는 부분도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언제나 정신 차리고 현실을 직시하려는 태도는 좋으나 때로는 지나친 강박이나 잘못된 사실관계를 통한 억측으로 인해, 기득권으로부터 아마추어의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놀림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에 관한 혹자의 주장은 이 법의 개정이 이명박 정부의 금산분리 정책의 일환이고, 이로 인해 삼성이 은행을 소유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큰 흐름에서 보자면 현 정부의 금산분리 기조가 장래에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본 사안과 국한해서 보자면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시나리오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하고자 하는 법률은 공정거래법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아래 조항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8년 발의된 이 개정안은 지난해 4월 여야 합의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으나 특혜시비 등이 불거지면서 법사위에서 1년 남짓 계류되던 상황이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8조의2(지주회사 등의 행위제한 등)
5. 금융지주회사외의 지주회사(이하 “일반지주회사”라 한다)인 경우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행위. 다만,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설립될 당시에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때에는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설립된 날부터 2년간은 그 국내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있다.

개정안은 위의 조항을 수정한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 허용과 금융부분 규모가 클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 의무화, 증손회사 지분율 요건 100%에서 20%(비상장회사 40%)로 완화, 지주회사 행위제한 유예기간 ‘2+2년’에서 ‘3+2년’으로의 연장 등을 담고 있다. 현재 이러한 개정으로 인한 수혜기업은 금융자회사를 거느린 SK, CJ, 두산 등으로 알려져 있다.

예로 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는 현재 SK증권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그 대신 2010년 12월말 현재 SK증권 지분을 각각 22.7%, 7.7%인 SK네트웍스와 SKC의 지분을 각각 39.12%, 42.5%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SK네트웍스와 SKC는 지분을 전량 매각하여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매각명령과 함께 엄청난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주1)

이와 관련하여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청와대의 정진석 정무수석이 저녁자리를 가졌고, 정 수석이 법사위의 박영선 의원에게 전화해 법안의 처리에 대해서 물은 사실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본인은 그러한 만남이 이 법의 개정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는 상황이나 박지원 민주당 대표는 적정한 해명 없이 그냥 개정해주지 않겠다는 상황이다.

이제 공정거래법의 개정으로 삼성은행이 탄생할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한마디로 안 된다. 물론 은행은 금융업에 해당하기에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기업의 은행소유의 길이 가까워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은행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이들 법은 비금융주력자의 주식보유를 제한하거나 승인사항으로 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제8조의2(비금융주력자의 주식보유제한 등) ① 비금융주력자(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14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등에서 제외되어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지 아니하게 된 자로서 그 제외된 날부터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를 포함한다. 이하 제2항에서 같다)는 제8조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은행지주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9(지방은행지주회사의 경우에는 100분의 15)를 초과하여 은행지주회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개정 2009.7.31>
②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비금융주력자가 제1항의 한도(지방은행지주회사의 경우를 제외한다)를 초과하여 보유하고자 하는 은행지주회사의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아니하는 조건으로 재무건전성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요건을 충족하여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는 제8조제1항 각호외의 부분 본문에서 정한 한도까지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개정 2008.2.29>

은행법
제15조의2(비금융주력자의 주식보유에 대한 승인 등) ① 비금융주력자가 해당 은행(지방은행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최대주주가 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원의 임면 등의 방법으로 해당 은행의 경영에 관여하는 경우로서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4를 초과하여 주식을 보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② 금융위원회는 제1항에 따른 승인을 할 때 해당 은행 주주의 보유지분분포·구성내역 등을 고려하여 해당 비금융주력자가 은행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하여 사실상 영향력 행사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경영관여 등과 관련하여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

그러므로 삼성이 법 개정으로 이득을 얻을 것이 있다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금융계열사가 10개나 되어 금융지주회사법의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금융부문과 비금융부문이 완화됨으로써 경영권 승계에 중요한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재용 씨도 그날 술자리에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바 금산분리는 명확하게 지켜지고 있는가? 나는 오히려 공정거래법 개정보다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소유 관련 사안이 과연 금산분리가 지켜지고 있는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정황으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론스타 펀드의 갖가지 의문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비금융주력자로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아직도 이 의문투성이의 – 이지아의 과거보다 더 베일에 싸여 있다 – 펀드의 진짜 투자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자유선진당의 임영호 의원은 2003년 9월과 올 3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시 두번 모두 론스타의 특수관계인 중 산업자본으로 판단할 수 있는 26~34개사가 누락됐다고 주장하였으나 금융위원회는 여전히 딴청을 부리고 있다.

오늘날 간접투자, 세계화, 증권화가 일반화되어 있는 자본시장에서 사실 몇몇 법률을 통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갈라 세우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할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명분은 분명함에도 론스타와 같은 펀드가 적정히 통제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수단이 마련되지 않거나 정책당국이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면 그것이 더 큰일인 것이다.

(주1) 하지만 이 경우에도 SK는 지주회사 외부의 계열사에게 주식을 넘겨서 큰 피해가 없을 것이고, 공정위의 그간의 행적으로 볼때 징계가 솜방망이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글 두개

썩은 노조 간부와 “민족 주체성”에 대한 주문을 외우는 분위기로부터 벗어난, 어차피 이 나라에서 아무 미래가 없는 대다수의 10대, 20대들에게 “쿨하게” 어필할 줄 알면서 노동계급 사이에서도 기반을 구축하는, 이런 정당이 이 나라에서 그다운 노릇을 하게 되면, “대통령 퇴진”이란 구호는 훨씬 더 깊은 의미를 얻을 거에요. 그런데 “보수주의자 A”대신에 ‘보수주의자 B”가 올 경우에는, 북한을 자극시키고 미네르바를 감옥에 보내는 미친 짓을 그만두더라도 거기부터 거기까지일 걸요… 여전히 희망이 없는 사회일 것입니다.
[박노자, MB만 없어지면 우리가 과연 행복해질까?]

현 정부가 출범 초기 세웠던 계획 중 여러 가지가 국민의 반대나 경제 여건 등으로 뒤로 밀리거나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유독 ‘대운하’와 ‘금산분리 완화’만큼은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대운하는 국민의 반대 때문에 ‘4대강 정비’라고 이름을 바꿔 추진하고 있지만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서는 관심도 떨어지고 반대 목소리도 크지 않아 일사천리로 밀고 나가는 것 같다. 걱.정.된.다.
[펄, 윤증현, 이동걸, 그리고 금산분리 완화]

한국금융연구원 이동걸 원장의 이임사 中에서

“여러 가지 사례를 들 필요도 없습니다. 현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금산분리 완화정책을 살펴봅시다. 재벌에게 은행을 주는 법률 개정안을 어떻게 ‘경제살리기 법’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어떻게 ‘개혁입법’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그것을 어떻게 국제적 조류라고 감히 주장할 수가 있습니까. 어떻게 우리나라가 전세계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금산분리가 가장 철저한 나라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까.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그리고 일부 보수집단 금융이론가들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전세계 선진국에는 유래가 없을 정도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가 가장 많이 허용된 나라입니다. 그 폐해도 가장 많이 경험한 나라입니다.

여러분들은 외국의 경우 은행이든 증권사든 보험회사든 산업자본의 지배 아래 있는 세계적 금융기관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제가 과문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아직 산업자본의 지배 아래 있는 세계적 은행, 세계적 증권사, 세계적 보험사의 예를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은행을 제외하면 증권, 보험 등 제2금융권의 주요회사들은 거의 대부분 산업자본 즉, 재벌의 지배 아래 있습니다. 이래도 저희 나라가 전세계에서 금융과 산업이 가장 철저히 분리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불행히도 재벌의 지배 아래 있는 우리나라의 증권사, 보험사들은 비록 국내시장에서는 1류 행세를 하지만 국제시장에서는 2류, 3류 수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재벌의 소유를 금지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증권사, 보험사가 세계시장에서 2류, 3류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래도 재벌의 은행소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이 국제적인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주장하기 전에 우선 재벌들은 자기들이 소유한 증권사, 보험사를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금융사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은행을 재벌에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마치 프리메라 리그의 꼴찌 축구팀에게 야구를 하도록 해주면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될 거라는 주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이론을 내세우기도 전에 이런 평범한 상식적 결론을 현 정부는 왜 진솔하게 인정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희 연구원으로서는, 그리고 저 개인으로서도 — 원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금융학자로서 —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정책을 합리화할 수 있는 논거를 도저히 만들 재간이 없습니다. 정부의 적지 않은 압력과 요청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동걸 원장의 이임사 中에서(2009년 1월 31일)

은행은 기업이기에 앞서 공기(公器)이다

2004년에 적은 글을 이정환님의 블로그에 트랙백 걸기 위해 다시 가져온다. 이 당시 내 인식은 금융기능은 국적성을 가져야 하는 바, 이는 단순히 민족주의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지나친 금융자유화로 인해 1) 금융위기 시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을 저해하는 것과 2) 사적이익의 추구 극대화 요구에 따른 선순환적 금융기능의 퇴조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더불어 결론으로는 미약하게나마 공적소유의 유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염려가 어느 정도 현재진행형인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한 예로 단기외채의 상당부분이 외국계은행의 국내지점이라고 한다.

■ 은행은 군대보다 더 무서운 무기?

“은행은 군대보다 더 무서운 무기다. 은행은 순수하게 우리 국민이 소유해야 한다.” 1832년 미합중국은행의 외국인 소유지분이 30%에 달하자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이 국익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허가를 취소하면서 남긴 말이다.”

한겨레21 최근호(2003년12월25일 제490호)에서 외국자본에 팔려나가는 국내은행의 실태를 다룬 기사의 첫 문단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외국자본 비중이 현재 30%를 넘어섰다. 보다 정확하게는 2003년 9월말 국내 은행업에 진출한 외국자본의 지분율은 직접투자와 주식시장을 통한 간접투자를 포함하여 전체지분의 38.6%에 해당한다. 시중은행만을 놓고 보면 비중은 43.4%로 더욱 높아진다.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논리를 빌자면 우리는 바야흐로 군대보다 더한 무기를 외국인에게 넘겨주고 있는 기점에 위치해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다.

■ 국내은행의 해외매각, 부작용은 무엇인가?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 ‘외국자본의 은행산업 진입영향 및 정책적 시사점(2003년 12월 19일)’에 따르면 국내에서 실제 외국자본의 경영 지배를 받고 있는 은행인 ‘외국계 은행’으로 분류되는 은행은 제일, 외환, 한미 3개 은행이며 최대주주는 아니나 지분율 5% 이상의 외국인 대주주가 존재하고 외국인 등기이사도 활동하고 있는, 이른 바 ‘혼합계 은행’은 하나, 국민 2개 은행이다.

그렇다면 과연 외국자본의 은행업 진출은 무엇이 문제인가? 해묵은 민족자본 육성론자가 아닌 자유주의자들조차도 당장 눈앞에서 체감으로 분명히 느끼고 있는 가장 큰 해악은 우선 위기상황에서 공동보조가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은 LG카드 사태가 터진 직후 각각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LG카드 채권을 급히 회수해 발을 뺀 뒤 채권단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국내 시장의 교란은 자사의 동북아시아 한 지점의 위기일 뿐 사활을 걸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일 것이고,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그들의 그러한 행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은행이 기업이기에 앞서 한 사회의 화폐시장과 신용의 완충장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행동에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지난 몇 년간의 외국계 은행의 행태를 보면 이러한 신용위기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듯한 심증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자본은 국내진입 이후 기업대출, 회사채 및 주식 등 고위험자산을 줄이는 대신 가계대출 및 국공채 등 안전자산 운용을 적극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외국계은행의 기업대출의 감소비율과 가계대출의 증가비율은 각각 내국계 은행의 그것을 약 10%를 앞서가고 있어 인수 당시의 부실을 줄이기 위한 안정적 운용이 불가피함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해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지난 2-3년 간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은행의 폭발적인 가계대출 증가에 있었다는 분석이 유력한 상황에서, 그리고 이러한 보수적인 대출행태가 설비투자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계 은행의 행태를 곱게 봐주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해악은 무엇인가? 당장 눈앞에 나타나고는 있지 않지만 여하한의 외부변수에 따른 국내 금융위기 심화 개연성이다. 그 사례로 1990년대 일본경제의 악화가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쳐 미국의 금융불안을 야기한 사례가 있고, 2001년 아르헨티나에서의 금융위기 발생시 프랑스계 2개 은행과 캐나다계 1개 은행이 철수선언을 하여 금융위기를 가중시킨 적이 있다. 이번 LG카드 사태에서 보여준 국내 외국계 은행의 ‘나몰라라’ 스타일은 이러한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님을 잘 말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외국자본은 충분히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도 남을’ 녀석들이라는 거다.

■ 대안은 무엇인가?

국내 금융업계의 이러한 우려에 대한 대안 하나는 은행 매각시 국내자본이 참여할 수 있게끔 하자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펀드 규모 2조∼3조원 규모의 이헌재 펀드를 추진 중이다. 내년에 정부 지분 매각을 통해 민영화되는 우리금융지주회사를 직접 인수한다는 게 당면 목표다. 그런데 그 성공여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유력하다. 펀드 규모 상 연기금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우량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사모펀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연기금이 나올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연금수령자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결국 자본여력으로 볼 때 산업자본이 가장 유력한 참여주체이므로 이들의 참여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은행법상 4%를 초과하는 은행주식 취득(의결권 행사 가능한도 기준)을 금지하고 있어 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이덕훈 우리은행장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눈앞에 두고 산업자본의 참여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는 등 이해당사자들 중 상당수는 끊임없이 산업자본의 금융업 참여의 요구를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의 종금사 사태에서도 보듯이 ‘기업의 사금고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만만치 않은 저항선을 형성하고 있다.

■ 결론에 대신하여

화폐와 시장이 존재한 이후로 은행은 이윤추구의 주체이기에 앞서 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수행하는 공기(公器)이다. 진보세력이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은행의 주인이 외국자본이냐 국내 산업자본이냐’ 하는 물음은 ‘토끼를 호랑이가 잡아먹는 게 낫냐 여우가 잡아먹는 게 낫냐’ 라는 질문처럼 하나마나한 질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은행민영화의 추세에서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게 어느 한쪽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세기 관치금융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려졌던 금융구조에 대해서 아직도 우리는 기존의 국영화 유지가 어느 정도는 여전히 유효한 소유방식이라는 주장을 거둬들이기는 쉽지 않다. 지난 정권의 국가주도 자본주의 체제의 부작용이 그 형식의 오류라기보다는 내용의 오류였다는 판단이 일정 정도 정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국가는 은행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한도까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신자유주의의 광풍에 못이기는 척 공기를 팔아 해치우는 선험적 관성을 어느 정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헌재 펀드와 유사한 종류의 국공채 또는 국민주 펀드도 생각해볼 수 있는 대안이다. 자산의 건전화를 위해, 정부의 건전화를 위해 부실은행의 매각이 불가피하다면 이를 은행 본래의 기능을 정당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들이 참여하는 펀드가 인수케 함으로써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동구 사회주의가 무너진 후, 그리고 남미의 금융위기가 도래한 이후 이들 나라의 금융은 외국자본의 수중에 넘어갔다. 외국자본의 자국 은행지분 점유율은 멕시코의 경우 83%, 체코의 경우 90%에 육박한다. 우리나라를 그러한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수위를 보면서 민영화의 본뜻을 곱씹어본다

적어도 인수위 내에서는 금산분리 완화 조치가 당연시되고 있는 분위기다. 언론은 금감위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자신들의 몇 개월 전의 강경한 금산분리 철폐 반대 입장에서 선회하여 금산분리 완화에 찬성하였다는 보도를 흘렸다.(주1) 경제신문은 금산분리 완화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철폐”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그것이 가지는 함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인수위 측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금산분리 철폐의 궁극적인 대상은 우리금융지주회사이고 이를 노리는 자는 삼성이라는 것이 통설인데 삼성에 대한 저잣거리의 눈길은 얼어붙을 듯이 싸늘하다.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허가하면 싱가폴의 테마섹과 같은 외국의 산업자본들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는 비판도 있다.

그래서 인수위는 현재까지는 지난번 이명박 당선자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야기했던 부분을 되풀이하고 있다. 즉 대기업의 참여에 대해서는 일정정도 불이익을 줄 것이고 그 대신 중소기업의 컨소시엄이나 연기금의 참여를 고려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성명을 통해 이러한 주장이 근거가 박약하다고 비판하고 있다(관련기사).

우리금융지주회사와 같은 큰 물고기의 경우 중소기업 컨소시엄으로도 펀딩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고 국민연금 등이 참여할 것 같으면 적극적인 주주행사권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 정부는 ‘중소기업 컨소시엄’론으로 일부 지방은행을 떡밥으로 던져주고 궁극에 우리금융지주회사, 더 나아가 산업은행 등을 거대 산업자본의 사냥감으로 던져줄 개연성도 있다는 점에서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다소 애매한 점이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의 은행소유 론인데 현재 이들 연기금을 산업자본으로 보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의아한 점은 왜 연기금,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은 때만 되면 다 자기들 주머니인양 여기 투자한다 저기 투자한다 하는 이야기가 나오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형식상으로는 국민연금이 자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하는 대외선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으로부터 이 돈이 자유롭지 못하고 정치권이 정책집행수단으로 이 돈을 탐내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박근혜 씨로부터 ‘연기금사회주의’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주식투자비중과 BTL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높이려 했다. 대외적인 변명거리는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 제고였지만 속셈은 주식시장과 경기부양이었다.(주2)

새 정부가 과연 금산분리를 완화한 후 정말 국민연금이 은행을 소유하게끔 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어설픈 점쟁이 노릇으로 굳이 예측해보자면 중소기업 활용론과 국민연금 활용론을 들먹이다가 앞서 경제개혁연대나 박근혜 씨가 주장하고 있는 논리에 물타기를 하며 거대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정당화해버릴 수도 있다.

여하간 새 정부의 입장은 현재로서는 참여정부와는 약간 다른 입장에서 국민연금을 바라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의료보험 등과 싸잡아 공적부조에 대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벌써 인수위는 참여정부가 작년에 추진키로 한 실손형 민영의보 폐지정책을 무효화시킬 것을 공언하였다(관련기사). 해당 조치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 보험업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각종 공적연금도 마찬가지 노선을 걸을 가능성도 있다. 즉 공적연금의 폐지와 민간연금의 전면 확대가 그것이다.(주3) 때마침 기금운용 등 공적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도 극에 달해 있다. 게다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공적연금과 의료보험이 현재와 같은 추세로는 멀지 않은 시기에 재원이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관련기사). 그렇다면 시장친화적인 새 정부의 선택은? “골치 아프게 우리가 갖고 있지 말고 민영화시켜버리지!”

금산분리도 넓게 보면 민영화고 의료보험, 우정사업도 민영화하겠다고 한다.(주4) 이러한 민영화 쓰나미(아직 이 표현 쓰기는 좀 그런가?)의 논리는 제법 설득력이 있다. 관료주의, 정부의 비효율, 재원고갈 등 각종문제점을 좌파적인 反시장 정책의 결과로 비판하고 시장기능 활성화를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논리일 것이다. 이는 상당부분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올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상당부분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영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엄밀히 지금 민영화에서 ‘민(民)’이라는, 즉 백성이라는 주체가 개입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필요하다. 사실 백성은 소위 ‘공공(公共)’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개념이다. 이는 공공에 대한 영단어 public이 바로 라틴어(語)의 푸블리쿠스(publicus:인민)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공공이라 함은 그것이 정부의 형태를 취함에 있어 인민이 권력을 신탁한 것이라 보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이렇게 보면 ‘공’과 ‘민’은 사실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일정시기를 거치며 공공 또는 국가소유의 재산을 기업에 불하하는 것이 ‘민영화’라는 인식과 거의 동일시되었는데 이는 실질적인 ‘민’이라 할 수 있는 대의체가 너무 미약한 탓이다. 결국 일부 시민사회가 일부 기능을 수행하기는 하였으나 절대다수의 정부기능의 민영화는 곧 기업으로의 민영화, 엄밀하게는 사유화(私有化)를 의미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재미있는(?) 말장난인데 민영화의 어원인 privatization 은 사실 앞서 표현인 사유화로 함이 맞다. 그러니까 사적인 주체가 소유관계를 가지게 된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영화하면 민간이 운영을 한다는 운영의 개념으로 대체된다. 표현이 급격하게(!) 순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결국 지금 사회여론은 어떤 이유에서건 민영화(사유화 whatever)에 대해 그리 적대적이지 않다. 문제는 그 공적기능을 떠안을 주체가 백성 중에서는 가장 강한 기업이라는 백성밖에 없다는 점이다. 은행이든 연금이든 의료보험이든 우리나라와 같은 가당찮은 시민사회서 뿐만 아니라 제법 헛기침 좀 한다는 서구사회에서조차 기업에 비해서는 절대적인 열세다.

그래서 제시되는 것이 연기금의 사회적 책임투자(주5), 자본과의 사회협약,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등의 개념이 제시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을 정치적 세력이 유의미하게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현재 시점에서의 우리나라의 정치적 지형도는 암담하다. 보수 세력이 국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그나마 진보정당이라고 자처하는 세력이 지리멸렬이다. 인민은 스스로가 공적연금, 은행, 기타 여하한의 생산수단의 운영주체임을 깨닫지 못하고 엉뚱한 이들에게 권력을 신탁하여 버렸다.

 

(주1) 다른 보도에서 금감원은 이를 부인하였다.

(주2) 요즘은 사모펀드와 해외자원개발펀드에까지 투자하고 있다. 투자다변화는 좋은데 이런 위험도 높은 사업에 투자할 능력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주3) 이렇게 공적연금을 아예 폐지한 대표적인 사례로 칠레가 있고 서구언론에서 연금개혁의 성공사례로 칭송받고 있다.

(주4) 기타 통신 등 공공기업의 민영화는 수위조절을 하겠다고 한다.

(주5) 연기금 자체가 민영화의 공격대상이라는 점에서 약간 도돌이표 식인데 결국 연기금이라는 존재는 어떻게 보면 실질적인 ‘민영화(own by public)’이라는 개념에 가장 부합하는 현존재니까

국민들이 우경화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우경화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념의 부재 속에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가장 먼저 이념적인 공격을 시작한 쪽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이다. 진짜로 그렇게 믿는 것인지 몰라도 – 김규항 씨는 그들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 보수진영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부터 줄그어놓고 ‘좌파’로 규정해버렸다. 한 권영길 후보쯤부터 그어야 그나마 제대로 된 선긋기인데 하여튼 그들은 그렇게 한국의 정치적 지형도를 나름 완성하였다.

재밌는 것이 소위 민주세력들도 선거 때만 되면 보수진영이 그어놓은 이 테두리에 상당히 의존했다는 점이다. 보수진영을 ‘우파’라고 규정하기보다는 ‘부정부패’ 진영이라고 매도하고 나머지 다양한 이념적 분파들을 제멋대로 ‘진보개혁세력’ 내지는 ‘반부패진영’ 내지는 ‘민주화 세력’으로 규정하였다. 그리고는 수구세력의 부정부패 정치, 심지어는 ‘파쇼’ 정치를 막기 위해 ‘단일대오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깃발 아래 모이지 않으면 ‘거짓 민주세력’으로 규정하겠다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

어쨌든 보수진영과 ‘자칭’ 민주화 세력이 규정하는 이념적 지형도로 보면 거의 60%가 넘는 유권자들이 ‘우파’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념구도를 나눈 이들의 기준으로 보면 사회는 크게 우경화된 셈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에 별로 동의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민주화 세력 VS 근대화 세력’, ‘좌파 VS 우파’, ‘반부패 세력 VS 부정부패세력’ 등 다양한 타이틀매치가 열리건 말건 애초에 유권자들은 정당정치의 진정한 이념정립이 없는 상태에서 투표를 치러야 했던 것이라고 본다. (늘 그래왔지만) 이번 선거 역시 ‘우파’건 ‘좌파’건 상대방의 정책에 대해 이념적 비판을 한 적도 없고 할 의지도 별로 없어보였던 선거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후보가 장 초반에 내세운 대운하, 금산분리 철폐에 대해서 그나마 잠깐 대립각이 세워지는 듯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BBK 쓰나미가 곧 이런 이슈들을 몽땅 쓸어버렸다. 더구나 이념적 쟁점의 핵이라 할 수 있는 한미FTA는 애당초 선거이슈에서 멀찌감치 밀려나있었다. 주요 후보들이 모두 한미FTA에 찬성하는 통에 말이다. 결국 ‘민주화 세력’의 대표 주자를 자처한 정동영 후보 측은 오매불망 김경준 씨만 바라보았고 그 결과는 오늘 참패로 드러났다.

정동영 후보 혼자만을 탓하고 싶지 않다. 진성 ‘좌파’ 진영의 무기력도 한 몫 한 셈이니 말이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으로 이번 선거가 정책과 이념의 승부가 되지 못한 것은 사실 두 개의 주요정당의 이념적 색채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언뜻 교육정책, 대북관, 역사관, 또는 대언론관 등에서 불일치를 보이는 듯한 두 정당은 이미 거시 경제적 가치에 있어서는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자유무역 맹신주의, 친기업적인 동시에 반노동적인 마인드, 건설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등의 큰 줄기에 있어서는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극단적으로 말해 이번 선거는 초콜릿 싫어하고 딸기 좋아하는 유권자에게 “하얀색 초콜릿 먹을래 검은색 초콜릿 먹을래” 하고 권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자신이 아직 딸기를 좋아하는지 모르는 유권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또한 진정 서민을 위한 정치를 꿈꾸는 깨끗한 정치세력이 자신의 진가를 그러한 유권자들에게 알려야 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물론 유권자들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 음식을 맛볼 수 있는지 정도는 공부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은 자본이 집권하는 선거

어쩌면 이번 대선은 일개 정당, 또는 일개 정치인이 정치권력을 잡는 선거가 아닌 자본권력이 실질적으로 정치권력까지 접수하는 선거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경우 정치권력이 자본권력을 종속시킨 상태에서의 정경유착이 이루어졌거나 혹은 일단 자본과 독립적인 제스처를 취하다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자본권력과 친해지는 양상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력 대선후보와 다수당이 그 어느 때보다 자본, 특히 재벌과 독점언론의 이해관계를 노골적으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은행소유

일차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금산분리 철폐’가 있다. 한나라당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이회창 후보는 홈페이지에 정책 올릴 시간이 없어 아예 깨끗이 비워두었기에 그의 정책이 이명박 후보 혹은 한나라당의 정책과 같다고 간주할 때 50%를 훨씬 웃도는 후보들이 자본의 은행지배를 허락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의 폭로덕분에 우리는 이 정책이 삼성이 핵심적인 이해당사자임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최근 이명박 후보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민영화까지 거론하였다. 이는 실질적으로 국가가 고유의 금융정책 집행수단을 포기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며, 국가경제의 동맥이라 할 수 있는 금융기능을 마비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이후보는 13일 중소기업중앙회 초청 강연 자료에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민영화함으로써 20조~3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중소기업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중소기업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하는 전형적인 물타기다. 그는 또 국책은행의 인수주체를 국민연금이나 중소기업의 컨소시엄을 지목하고 대기업을 차별하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했는데 인수규모로 봐서도 비현실적일뿐더러 정녕 그가 이런 계획이라면 현행 은행법 체제에서도 얼마든지 추진이 가능한 사안이므로 이를 금산분리와 연계시킬 이유가 없다.

신문의 미디어 제국화

또 하나 노골적인 편들기 정책은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신문언론이 사활을 걸고 있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혹은 교차소유 허용’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해에도 방송개혁이랍시고 공영방송의 민영화와 신문의 방송소유를 골자로 하는 각종 법안을 계속 상정하고 있던 상황이다. 이명박 후보는 이 역시 허용할 방침이라고 선언하였다. 더불어 최근 앞서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민영화와 함께 강력한 공기업 민영화 방침을 밝혀 지상파 방송의 민영화 방침을 밝힌 셈이 되었다.

문제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내지는 교차소유가 조중동이라는 3대 신문사가 신문시장의 70%를, 지상파 방송이 방송시장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독과점 구조를 더욱 강고하게 만들어 이 나라에 거대한 미디어 제국이 탄생함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곧 한 개의 미디어 기업이 생산해내는 뉴스를 신문, 방송, 라디오, 인터넷 등 모든 매체에서 귀가 따갑도록 접하게 되는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국토를 파헤칠 운하건설

이와 더불어 이미 끊임없이 그 타당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애물단지 ‘경부운하’가 있다. 운하를 파는 목적도 바뀌고 그 사업성도 바뀌고 뭐 하나 온전하게 그 실체가 밝혀진 것이 없는 경부운하는 이제 이름과 그 추진방식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추진방식은 민간투자사업으로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예산을 절감하겠다고 한다. 신공항철도를 보면 잘 알겠지만 민간투자사업은 거저먹는 사업이 아니다. 시설의 건설비에 운영비까지 합쳐 일정 수익률로 매년 민간에게 지불하여야 하는 사업이다. 그 채무는 현 세대 뿐 아니라 미래세대까지 짊어지게 될 것이다.

서민복지에는?

반면 그의 홈페이지에 쌓여있는 각종 선심성 복지공약에 대해서는 그 실천의지가 의심스럽다. 한 예로 보육문제나 교육문제를 보자. 이 후보는 얼마 전 한 어린이집을 찾아 “보육 문제도 중요하지만 방과 후 교육문제도 중요하다”며 “방과 후 학교가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선생님의 수가 적고 임금도 적어 높은 수준이 되지 않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16일 ‘공공부문 슬림화 구상’에서는 공공부문의 민간이양과 공무원 수 동결을 이야기했다. 공공부문의 개혁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의 갖은 복지공약과 ‘공공부문 슬림화 구상’은 상호 모순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울한 점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추세가 현재 범여권의 후보가 집권한다 하여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사회공공성의 대폭적인 축소를 가져올 한미FTA는 현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시킨 사안이다. 그것만으로도 차기 정부가 반외세 정부여야 하느니 어쩌느니 하는 소위 자주세력의 반한나라당 노선은 착시현상임을 알 수 있다. 정동영 후보의 최근 좌향좌 행보가 그간 그가 보여 온 보수적 행태를 살짝 가리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요컨대 현 상황은 신자유주의화와 자본승리를 위한 세계화에 대한 저항은 단순히 정치권력의 이양이 아닌 좀 더 폭넓은 범위에서의 과제임을 상기시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