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deeto – Own work, CC BY-SA 4.0, Link

옛날부터 동물처럼 취급했고, 없는거나 다름없는 매우 싼 급료로 고용됐던 하인들이 점차 독립해 가고 있었다. [중략] 웨이터나 호텔 고용인들도 조직을 만들었고, 팁을 거부했다. 그들은 레스토랑의 벽 위에 ‘여기서는 팁을 받지 않습니다.’라든가 ‘보이업도 생활 때문, 팁은 모욕이다!’라는 글을 써붙였다.[세계를 뒤흔든 10일, 존 리드 著, 장영덕 譯, 두레, 1993년, 41쪽]

「세계를 뒤흔든 10일」은 존 리드(John Reed)라는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러시아 10월 혁명의 한 가운데에서 직접 겪은 체험을 기록한 책이다. 그는 당시 러시아의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물면서 혁명의 와중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천태만상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여느 혁명사보다 더욱 독자에게 감각적으로 직접 와 닿는 간접 체험의 매력을 제공하고 있다.

인용한 부분은 러시아의 노동자들이 점차 이전에 깨닫지 못했던 그들의 노동계급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면서 조직화에 나서는 상황에 대한 한 단면을 묘사하고 있다. 특히 호텔과 식당이라는 부르주아와 좀 더 살을 맞대고 일하는 곳인지라 대규모 제조업 공장에서의 노동자와는 다른 정서를 가졌을 이들이 계급적 각성을 해나가는 과정을 짧게 서술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 글에서 ‘보이업도 생활 때문, 팁은 모욕이다!’¹라는 대목이 언뜻 이해가 안 가서 원전을 찾아봤다. “Just because a man has to make his living waiting on table is no reason to insult him by offering him a tip!”이었고 “남자가 테이블에서 일해서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팁을 주는 것은 모욕이다!” 정도의 해석을 하니 좀 더 이해가 됐다.

각설하고, 즉 여전히 서구에서 일반화한 팁은 노동자에게는 ‘정당한’ 임금이라기보다는 손님이 수혜자적 위치에서 노동자에게 주는 “공짜선물”이라는 것이 공인된 설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19세기에 서구 각국에서 팁 금지 법률로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미국에서 20세기 초 금주법으로 운영이 곤란해진 업주가 노동자에게 다시 팁으로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었다 한다.

그런데 이런 팁 문화가 최근 몇 년 동안 다시 일상경제에 적지 않은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지나친 팁 요구로 인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생활 물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43개 주에서는 팁을 받는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한다. 팁 문화가 업주가 소비자에게 편리하게 인플레와 비용을 전가시키는 좋은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접객업소 노동자도 1917년 러시아 노동자들처럼 팁을 거부하고 정당한 임금을 쟁취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은 녹녹하지 않다. 미국경제는 좋다지만 노조 조직률은 낮고² 노동자의 삶은 팍팍하다. 민주당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계급을 배신했다. 과연 그들에게 전통적인 “철밥통”인 공무원이 잘려나가는 각자도생의 시기에 팁을 거부할 배짱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