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단상

‘부동산PF’는 이를테면 ‘부동산 개발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스(Project Finance)’의 약어다. 프로젝트파이낸스는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 번 설명했다시피 프로젝트 단위의 현금흐름을 담보로 하여 차주에게 소구권이 없는, 또는 제한된 소구권만을 행사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방식은 서구에서 유전, 발전소, 도로와 같이 대규모의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회간접자본 시장에서 발달하였으며, 부동산PF라 함은 그 자금용도가 주택, 상업시설 등 이른바 부동산 시장에 해당하는 아이템들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스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반 민자유치촉진법이 제정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스에 대한 명확한 법적근거가 마련되었고, 이후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에 주로 이 파이낸스 기법이 사용되었다. 부동산PF 시장은 1990년대 후반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일정규모 이상의 주거 및 상업단지를 조성함에 있어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여 자금을 직접 조달케 하면서 본격화되었다. 또한 개별 건설업체들도 후분양 제도의 도입, 자체 개발사업 등 프로젝트파이낸스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다.

그동안 대표적으로 진행되어왔던 부동산PF 사업은 화성 동탄, 용산 PF, 인천 청라 PF 등 정도가 생각난다. 이들 사업은 주로 도로 등 기반시설은 공사 측에서 담당하고 주거시설, 상업시설 등은 민간이 자금을 조달하여 분양하고 수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른바 민관합동개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정부 측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국공유지를 적정가격에(?) 민간에게 팔아넘기고 수요 리스크를 민간에게 이전한다는 장점이 있고, 민간은 정부의 통로를 거치지 않고 직접 개발 분양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그런데 현재 이 부동산PF가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최근 한국기업평가의 조사를 언론이 인용한 바에 따르면 PF우발채무 잔액 45조7천억 원 중 75%에 달하는 34조3000억원을 2년 내에 갚아야 되서 단기유동성에 문제가 있고, 저축은행, 증권, 보험 등 2금융권에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제가 맞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부동산PF 시장은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여 왔는데 부동산 시장 자체가 위축되면서 위와 같은 문제점이 속속 들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조금 유의해서 봐야할 부분이 있다. 채무 중 단기적으로 갚아야 할 금액이 많은 이유는 부동산PF의 특성 그 자체에서 기인한다. 일단 이 시장은 자금투입 및 회수기간이 다른 PF에 비해 짧다. 즉 만기(滿期) 자체가 짧다. 그런 관계로 금융권에서 부동산PF에 투입하는 자금은 주로 단기의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 Asset-Back Commercial Paper)였다. 대개 3개월짜리 어음을 차환하는 – 한번 갚고 다시 발행하고 하는 식으로 – 방식으로 이윤을 취했다. 그러니 자금상환이 빨리 돌아오는 것이다.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은 이유는 제2금융권이 이자율은 높으나 채권회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금을 댔기 때문이다. 즉, 예를 들어 그들은 사업시행자가 사업은 계획하고 있으나 아직 부지매입이나 인허가가 완료되지 않은 사업을 추진할 경우 제2금융권은 우선 시행자의 자금을 대고 차후 본PF가 되면 상환 받는 브리지론(Bridge Loan)을 취급하였다. 사업추진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떼일 가능성이 높은 자금이다. 애초에 제2금융권은 그걸 알고 들어갔고 그에 따라 충당금을 쌓아뒀을 자금이다.

따라서 현재 부동산 시장이 악화됨에 따라 부동산PF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현상의 진단을 단순히 만기도래의 자금의 급증이나 제2금융권의 연체율 증가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부동산PF의 위험은 일반 기업금융에 비해 부실여부를 현 시점에서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기업의 상태는 재무제표나 회사채 등급, 기타 많은 방법으로 판단하기가 용이하다. 프로젝트는 그 성공여부를 개별 기업의 그것처럼 쉽게 알 수 없다. 분양이든 임대든 개발이 완료되고 수익을 창출하는 시점에 가봐야 안다.

물론 매크로 시장 분석, 해당사업에 대한 사업타당성 분석 등을 통해 사업의 성공여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계획이고 전망일 뿐이다. 그런 상황이어서 부동산PF시장에 투입된 자금은 현재는 부실여부를 분명히 알 수 없지만 개별 사업의 리스크나 매크로 시장의 리스크에 따라 한순간에 부실이 전염될 가능성이 기업금융보다 더 높다고 여겨진다. 미리 보수적인 관점에서 충당금을 쌓아놓고 예비할 수도 있지만 기왕에 자금약정이 체결되었거나 인출이 되었을 경우 완전히 그 사업으로부터 절연하기는 어렵다.

사실 CD금리가 금융위기 이후 – 인위적이든 아니든 간에 –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어온 것은 부동산PF의 자금 다수가 CD금리를 기준금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CD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었을 경우 상당수 건설업체는 막중한 이자를 냈어야 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사업은 좌초되어 금융권은 전체대출자금 자체를 회수불가능 처리했어야 할 것이다. 지금 현재도 CD금리가 올라갈 경우 금융비용의 증가로 사업성이 악화되어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한 악순환이 될 개연성도 충분하다.

4 thoughts on “부동산PF 단상

  1. 그게 부동산 PF 자체의 특성도 있는데요.. 사실 올해 완공 예정인 아파트가 많다는 것과도 연관이 돼 있습니다. 사실 분양 전부터 ABS나 ABCP 발행한 뒤에 계속 3개월이든 한달이든 돌리다가.. 결국 준공 후까지 미분양이 쌓이고 대출이 안 돼 계약 포기자가 속출하면 더이상 연기할 수도 없고.. 한순간에 훅 가는 거거든요.. 2007년이었나요.. 언제였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전에 왕창 분양했던 게 올해 대거 완공된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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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네 매크로시장의 상황은 그러하죠. 그때부터 아파트에도 PF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시기로 알고 있고요. 음.. 걱정되네요. 하반기부터 본격화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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