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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물인터넷을 먹통으로 만들어버린 사건

코로나19 지구적 확산으로 인한 미증유 사태로 인해 여태 듣도 보도 못했던 갖가지 희한한 뉴스가 포털 사이트의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요즘이다. 유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가격으로 진입했다는 소식이랄지, 각국이 마스크 확보를 위해 해적질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랄지, 사람들의 왕래가 끊긴 도시에 야생동물이 한가롭게 거닐고 있다는 소식이랄지, 도시의 공기오염으로 인해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저 멀리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소식 등이 그것이다. 아무래도 이런 저런 소식을 종합해보면 ‘인간이야말로 지구의 바이러스가 아닌가?’라는 탄식에 가까운 인터넷 댓글에 고개를 끄덕거리고 싶은 요즘이다. 물론 인간은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이 가능하긴 하지만.

일본 전자업체 샤프가 생산한 마스크의 인터넷 판매가 시작된 21일 이날 하루 책정된 판매 물량이 금세 팔렸다. 샤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자사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를 통해 자체 생산한 마스크 3천 상자 판매에 들어갔다. 개인당 50장들이 한 상자로 구매가 제한된 가운데 해당 사이트에는 판매 시작 전부터 접속자가 몰려 연결이 지연되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이 영향으로 동일한 정보 소스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샤프의 일부 사물인터넷(IoT) 제품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야기됐다고 전했다. 샤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일본에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자 액정 디스플레이를 만들어온 미에(三重)현 공장에서 지난달부터 마스크 생산을 시작했다. [전자업체 샤프 마스크, 일본 시판 첫날 품절 사태]

팬데믹 사태에 즈음한 또 하나의 희한한 뉴스다. 전 지구적인 마스크 부족 사태에 즈음하여 첨단 전자회사(!)인 샤프가 전자제품 대신에 마스크를 만들어(!) 사이트에 판매하여 완판이 되었다는 소식인데 바야흐로 ‘마스크 본위제’의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인용문에서처럼 너무 많은 수요자가 몰려드는 바람에 사이트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 정부가 아베노마스크라는 어이없는 (쓰레기) 마스크를 국민에게 투척하는 등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뻘짓만 하고 있는 처참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양질의 마스크를 확보하려는 국민들의 각자도생이1 빚어낸 결과이다. 시장의 불균형 상태가 매우 심각하여 작동하지 않고 있다.2

한편 개인적으로 이 뉴스에 더 눈길이 간 이유는 그런 시장의 무정부성보다도 이로 인해 사물인터넷 제품의 작동이 마비됐다는 부가적인 소식 때문이었다. M2M, 사물지능통신, 유비쿼터스컴퓨팅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은 “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 즉, 무선 통신을 통해 각종 사물을 연결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사물인터넷이 제어 불가능해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인터넷으로 제어되는 대문이 열리지 않아 집에 들어갈 수 없고, 역시 인터넷으로 제어되는 차가 움직이지 않아 도로 위에서 멈춰 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샤프 자체의 IoT에 국한된 사고였겠지만 여러 모로 섬뜩한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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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bellineOwn work, CC BY-SA 4.0, Link

IoT의 핵심 개념은 연결성(Connectivity)이다. 이전의 글에서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특징을 국제화, 도시화, 금융화로 들었었는데, 그 중에서도 국제화와 도시화는 이러한 연결성의 공간적 응축 과정을 의미한다. IoT는 이를 다시 공간 안의 모든 사물을 연결한다는 개념으로 한층 촘촘해진 연결망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모든 사물에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국제화로 인해 경제성장을 이룬 세계가 바로 그 국제화로 인해 팬데믹 상태에 빠져들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IoT 역시 연결을 통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는 장점의 이면으로, 그 연결 탓에 전엔 상상도 못할 이유로 ‘사물의 총체적 제어 불가능’이라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단점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요컨대 샤프라는 첨단 전자회사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미래사회를 연결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인류 상당수의 목숨을 위협하는, 어떻게 보면 전근대적인 참사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마스크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시장경제가 교란되고 전자회사인 샤프가 마스크를 만드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런데 그 마스크의 거래시장이 먹통이 되면서 미래사회 기술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이 같이 먹통이 되었다. 우리 인간이 지극히 하찮게 여겨 – 또는 현대의 시장경제가 하찮게 여겨 – 미처 확충하지 않았던 보건 인프라가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뒤통수를 후려친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현재, 미래는 어쩌면 동시에 존재하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