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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의 경전철 공약 단상

박원순 씨가 경전철 공약을 발표한 것은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으로 남아서는 재선의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고, 이제 무언가는 개발공약을 발표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개발주의”는 여전히 유권자가 원하는 공약이다. 물론 하층민일수록 그 떡고물이 적겠지만 그래도 뭔가가 떨어질 것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압축성장의 역사에서 진행되어온 숱한 “개발주의”가 증명한 사실이다. 박원순 시장은 그런 상식(?)을 전복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거나 본인의 철학이 아직 부족했을 것이다. 어떤 개발공약을 내놓을 것인가? 재개발/재건축/뉴타운 등의 공약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공약이고, 도로 신설 공약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공약이다. 남은 것은 이해관계자의 반대가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교통, 특히 지하로 들어가 공공교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의 GTX처럼 백지에 새로 선을 긋는 것은 일정상 무리가 많이 가는 대안이다. 결국 동북선, 신림선 등 이미 사업시행자가 지정되어 있어 시간상으로 빨리 진행할 수 있는 민간투자사업과 이를 연결한 미래노선을 엮은 경전철 계획이 그나마 무난하게 내놓을 만한 공약이다. 재임기간이 정해져 있는 선출직 공무원은 그 정치적 신념을 떠나 임기 안에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 개발공약에 집착하게 마련인데, 예산의 제약을 덜 받고 후대에 그 책임을 넘길 수 있는 민간투자사업은 가장 매력적인 개발공약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MB도 처음에는 대운하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물론 그것이 여의치 않자 수자원공사와 국고를 털어 땅을 파냈지만 말이다. 오세훈은 세빛둥둥섬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는 한편, 광화문 광장과 같은 기념비적 사업을 위해 시의 곳간을 동시에 거덜 냈다.

민간투자사업이 포함된 박원순의 개발공약을 바라보는 시각은 좌우 양진영에서도 그리 곱진 않다. 조선일보중앙일보에서 딱히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두고 보겠다”는 투의 기사가 눈에 띈다. 미디어스는 노동당 간부의 입장을 실어 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은 경전철 계획이 제2의 “우면산 터널”이 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주장에서 누락하고 있는 것은 경전철은 우면산 터널과 같은 최소운영수입보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디어스의 보도는 최소운영수입보장, 나아가 최신의 민간투자제도인 “비용보전” 방식까지 나열하고 있지만 정리되지 않은 개념을 장황하게 적용하고 있다.(이에 대해선 시간 되면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겠다.) 이번 계획에 대해 가장 선명하게 반대할 이들은 아무래도 노동당 등의 좌파일 것이다. 우파나 중도파들은 유쾌하지 않은 시선으로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이번 공약이 현실정치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한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의 고육지책이란 느낌이 든다. “아무것도 안 한 것”이 뭔가 한 것으로 인정받기에는 유권자가 너무 약삭빠르다는 사실을 짧은 재임기간 동안의 현실정치를 통해 깨달은 것일까? 개인적으로 그의 정치적 실험이 박원순 시장을 좋아하지 않는 유권자들에게 먹혀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이다. 이 나라가 어느 샌가 경제적 실질과 상관없는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물들어 한쪽에서 하는 일은 무턱대고 반대하는 “귀 막고 떠드는 이들”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FTA와 MB의 FTA는 다르다”는 노무현 지지자들, 오세훈의 천문학적인 재정낭비는 모르쇠한 채 무상급식 예산에는 게거품을 물며 반대하는 이들 말이다. 그리고 이런 극단주의가 일반유권자들에게도 상당히 많이 퍼져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