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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sharing economy)”에 대한 JP모건 체이스의 세밀한 분석

이 보고서는 2012년과 2015년 동안의 무기명화된 샘플로 온라인 플랫폼 경제에 참여한 26만 명 이상의 재무상황에 대해 전례 없이 자세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이들은 이 3년 이상의 기간 동안 30개의 개별 플랫폼들 중에 최소한 한 개 이상의 플랫폼에서 소득을 얻었다.[Paychecks, Paydays, and the Online Platform Economy, JPMorgan Chase & Co. Institute, 2016년 2월, p20]

JP모건 체이스에서 내놓은 이 보고서는 본인들의 주장대로 전례 없는 여러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이 비즈니스가 싹틀 즈음에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렸다가 요즘은 “노동경제(gig economy)”라고 자주 명명되는 해당 분야에 대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도 가장 집약된 수준으로 분석된 보고서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또한 이 비즈니스를 “온라인 플랫폼 경제(online platform economy)”라고 부르고 있는데, 해당 비즈니스의 특징을 고스란히 잘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명명이라 여겨진다.

2015년 9월에, 성인의 1%가 온라인 플랫폼 경제로부터 활발하게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이는 3년간의 기간 동안 월간 참여율로 10배가 증가된 비율이다. 누적적으로는 성인의 4%가 이 플랫폼 경제로부터 소득을 올렸는데, 이 누적참여율은 3년간의 기간 동안 47배 증가한 수치다.[같은 보고서, p21]

해당 보고서가 분석하였듯이 플랫폼을 통해 소득을 얻는 이들의 규모는 아직 전체적으로는 미미하기는 하지만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 이러한 빠른 성장은 온라인 플랫폼의 투자 증가, 노동의 파편화 경향, 서구 노동자들의 빈곤화 증가세 등과 맞물려 진행되어 왔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여겨지는데, 주되게는 노동과 수요를 이어주는 온라인 플랫폼의 유용성은 이미 어느 정도 구식의 수단 – 벼룩시장, 대리기사용 PDA 등 – 으로도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 보고서는 온라인 플랫폼 참여자의 자세한 현황 이외에도 한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담고 있는데, 바로 과연 온라인 플랫폼이 참여자들의 실질적인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분석이다. 이 분석을 위해 보고서는 플랫폼을 ‘노동 플랫폼’과 ‘자본 플랫폼’으로 나누어 각각의 소득변화를 관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여기서 노동 플랫폼은 Uber, TaskRabbit 등 주로 노동을 제공하여 소득을 올리는 플랫폼이고 자본 플랫폼은 Airbnb, eBay 등 자산의 매각이나 임대를 통해 소득을 올리는 플랫폼이다.

우리는 현재까지 노동 플랫폼과 자본 플랫폼이 소득의 변동성(volatility)에 기여하는 정도에 중요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전체적으로 플랫폼 소득이 있었던 달들의 노동 플랫폼 소득은 대부분 非플랫폼 소득의 14%의 부족분을 메우는 소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동 플랫폼 소득이 있었던 달들의 소득은 소득의 추가적인 15%에 기여하는 것으로, 총소득을 3,638달러(플랫폼 소득이 없었던 달들의)에서 3,639달러(플랫폼 소득이 있었던 달들의)로 1% 미만의 증가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자본 플랫폼 경제 참여자들 경우에는 전통적인 소득에 대한 대체라기보다는 추가 소득의 성격이 있었다. 非플랫폼 소득은 플랫폼 소득이 있었던 달들에 비해 1% 미만으로 적었고, 자본 플랫폼 소득은 추가적인 7%의 소득에 기여하여 총소득이 4,747달러로 非플랫폼 소득(4,454달러)보다 대략 7% 상향되었다.[같은 보고서, p26]

매우 시사적인 분석결과다. 자본 플랫폼의 참여자는 온라인 플랫폼의 참여를 통해 실질적인 소득증가로 이어진 반면, 노동 플랫폼의 참여자에게는 플랫폼 소득증가의 수단 라기보다는 대체소득의 수단으로 쓰인 것이다. 이는 노동 플랫폼 참여자가 정기적인 노동이 아닌 부정기적인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고, 온라인 플랫폼을 그런 부정기 노동 참여의 또 다른 방편으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마저 자산소득과 노동소득에 있어 현실에서의 불균형 경향이 재연되고 있을 개연성을 의미한다.

Uber나 Airbnb는 “공유경제”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긴 했지만 그리 획기적인 개념은 아니었다. 단지 기존의 소규모 비즈니스에 온라인 플랫폼이 결합되어 – 주로 투자자 입장에서 –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특히 노동 플랫폼은 기존의 노동력 파견업체가 추구하던 수익 모델이 보다 기술적으로 교묘하게 – 예를 들어 날씨에 따라 노동시간이 달라지는 스타벅스처럼 – 적용되어 부정기 노동의 파편화, 또는 脫노동자화1를 더욱 가속화시킬 개연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실질소득의 증가는 없는 채로.

재닛 옐렌의 이례적인 발언

1989년 이래로 현재의 형태로 조사를 시작한 소비금융조사에 따르면 표1에서 보는 것처럼 상위 소수 가구로의 소득집중이 증가세다. [중략] 물가상승을 보정한 상위 5%의 가구소득은 우리가 표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1989년에서 2013년 사이 38% 증가하였다. 반면 나머지 95% 가구의 평균 실질소득은 10% 미만으로 증가하였다. [중략] 그리고 소비금융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1989년 이후 부의 불평등은 소득의 불평등보다 더욱 증가세다. 표3에서 보면 1989년 조사에서 상위 5%의 미국 가구는 전체 부의 54%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 지분은 2010년에는 61%로 증가하고 2013년에는 63%로 증가했다.[Perspectives on Inequality and Opportunity from the Survey of Consumer Finances]

이 발언은 재야의 “좌파” 경제학자의 발언이 아니라 재닛 옐렌 美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10월 17일 가진 보스턴 연방준비제도은행에서의 연설에서 한 발언이다. 연준 의장이 경제 전망이나 통화정책이 아닌, 이른바 “사회적 이슈”를 연설에서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는 불평등 이슈가 경제정책에서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한 사건으로 기록될만하다. 어쩌면 피케티 열풍의 한 편린일 수 있을 것이고 관찰한 현상도 피케티의 그것과 비슷하다.

미국에서 이렇게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금융 및 제조업의 세계화는 미국에서 제조업의 일자리를 뺏어서 중산층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반면 금융자산을 쥐고 있는 상위가구의 재산을 증식시켜주었을 것이다. 월스트리트를 위시한 대기업 경영진의 보수는 해당 기간 동안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이 역시 소득불평등에 기여했을 것이다. 옐린 의장은 교육과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그것이 근본해결책일지 미봉책일지는 알 수 없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같은 현상을 놓고도 다르게 해석하여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았다고 말하는가 하면 불평등이 무엇이 문제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세는 그들이 현실사회에 대해 발언할 때 더욱 냉혹하게 비쳐지는데, 예를 들면 소득불평등의 주요한 원인인 불법 파견근로1 에 대한 시각도 ‘다른 나라 다 하는 것을 법원이 막으면 우리는 경쟁에 뒤쳐질 것이다2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이제 자유주의의 본산인 미국의 경제수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