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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위기설의 진원지

지난번 쓴 글 “시작부터 바닥을 드러낸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다음과 같이 적은 바 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 이후로 틈만 나면 ‘경제위기’니 ‘제3오일쇼크’니 ‘촛불집회가 대외신인도를 떨어트린다느니’ 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이래서야 내가 해외투자자라도 투자를 하기 싫을 지경이다. 공황을 뜻하는 영단어가 괜히 panic이 아니다. 경제는 심리다. 위기라고 생각하면 어느새 위기가 된다. 멀쩡하던 은행도 예금자들이 불안에 떨며 예금을 인출하면 – 이른바 bank run – 어쩔 수 없이 부실은행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은행장도 아닌 대통령이 지금 나라 망한다고 설레발을 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9월 위기설’이 바로 그것이다.

이 대통령도 취임 초부터 종종 ‘경제가 위기’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시장의 혼선과 오판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3월 17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이런 위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세계 위기가 시작된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4월 28일 대기업 회장단과의 회동에서 그는 현 시점을 ‘불경기’로 규정했다. 2일 국무회의에서도 현 시점을 ‘비상시기’로 봤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제위기 상황인 만큼 국민적 단합을 강조해 온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국정 최고책임자는 시장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는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당-정-청 경제정책 엇박자… MB노믹스 리더십이 없다, 동아일보, 2008.9.3]

현재까지는 외국인들의 country run의 조짐은 없다. 역설적으로 현재 우리 정부의 우왕좌왕 경제운용방식이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더욱 많은 투자기회를 주고 있지 않은가 생각될 정도다. 투자은행에게 열려 있는 부동산 시장도 아직 상승세다. 얼마 전에 도이치뱅크가 대우증권 빌딩을 사들였다가 되팔아 18개월 만에 62%의 이익을 실현했다.(관련 기사 보기) 국제 금융자본에게 아직 남한은 기회의 땅이다.

그럼에도 위기설은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 10월의 마지막 날에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어김없이 방송을 타듯 9월 위기설도 9월이 시작되자마자 언론지상의 꼭대기를 장식하고 있다. 그 진원지는 앞서 말했듯이 이명박 대통령의 ‘너무 가벼운 입’, 그리고 이와 더불어 747이라는 허황된 공약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무리수를 두었던 강만수 장관의 뻘짓 퍼레이드다. 더불어 이에 편승한 얼치기 애널리스트 들과 공매도 세력들이 이 좋은 재료에 양념을 쳐서 무책임한 리포트와 낭설을 유포하였다는 심증도 짙다.

다들 시장참여자라는 그럴듯한 명찰을 달고 있으나 하는 짓들은 딱 ‘저잣거리의 시정잡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