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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ENS의 “대출사기”건에 대한 단상

KT ENS와 관련한 소위 “대출사기” 건이 카드사 금융정보 유출사태에 이어 또다시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는 금융사고가 되고 있다. “신용이 근간”이라는 금융에서 연이어 신용 그 자체가 의문시되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서, 어찌 보면 한국금융의 후진성이 드러나는 사고들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둘 간의 특이한 차이점이 있다면 금융정보 유출사태에서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실언 등으로 금융당국이 수세에 몰렸다면 대출사기 건은 금감원의 활약으로 사태를 파악하게 되어서 금융당국의 기세가 등등하다는 점이다.

아직 사태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아 누구의 책임인지, 또는 누구의 책임이 큰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일반인들은 어떻게 그런 거래가 가능한지도 잘 파악이 되지 않는다. 이런 금융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른바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자금유동화”다. 즉, 돈이 필요한 실질차주 A가 자신의 영업으로 벌어들일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려 하고, 대주인 B가 보기에 그 채권이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도관체인 C라는 회사를 만들어 그 회사가 차주가 되는 금융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른바 “증권화”의 전형적인 과정이다.

대표적인 증권화 상품이 신용위기의 주범으로 잘 알려져 있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의 증권화다. 수많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을 모아 다시 그 위험별로 묶어 – 소위 Tranche를 나누어 – 금융기관이 직접 투자하거나 ABCP(Asset-backed commercial paper, 자산담보부증권)을 발행하여 다른 투자자에게 팔기도 한다. KT ENS건에서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의 자리에 KT ENS와 협력사의 매출채권이 있었고, 투자자의 자리에 하나은행 등 금융권이 있었던 건이다. 요컨대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거래였던 셈이다.

다만, 이 거래의 일반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소위 “매출채권 유동화 거래”의 근본적인 약점인 실물자산의 부재다. 예를 들어 부동산 담보대출이라면 대주는 부동산이라는 실물을 파악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도 그동안 수많은 거래가 있었기에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건과 같은 거래는 개별기업간의 향후 매출에 관한 약속이기에 파악할 수 있는 담보는 (위조가 가능한) 계약서뿐이다. 그래서 두 번째 문제가 드러나는데, 결국 ‘KT라는 회사가 있으니 괜찮겠지’라는 대기업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금융권의 편향적 의존 현상이다.

증권화나 Project Finance 와 같이 현대금융에서 그 비중이 커져가는 금융상품은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 자체보다는 투자의 대상이 얼마나 확실하게 그 상환할 원리금이나 배당 등을 보장하는 가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상품이다. 소위 “비소구(Non-recourse) 금융”이 주의해야할 점이다. 그런 점에서 투자자는 좀 더 면밀한 사업성 분석이나 계약서의 철저한 분석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번 거래는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그러한 분석 과정이나 이후 자산관리 과정에서 부주의한 면이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