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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 위기와 Opportunity Fund의 등장

1980년대의 S&L 위기는 현재 부동산금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요한 변화들의 시작점이었다. S&L 위기로 발생한 대규모의 부실채권(NPL)과 부실 회사들을 처분하기 위해서 미 연방정부는 정리신탁공사(RTC)를 설립했다. RTC는 몇 년 동안 S&L 위기의 심각성과 복잡함 때문에 고생했지만,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결국 RTC는 그 해결을 시장 논리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많은 부동산 소유주의 손 바뀜이 벌어졌고, 부동산의 소유권과 운영을 위해 새로운 참여자들이 필요했다. 결국 S&L 위기는 우여곡절 끝에 해결되었다. 일본이 아직도 부동산 버블 붕괴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S&L 위기의 해결은 미 연방정부에게는 대성공이었다.

RTC가 S&L 위기 해결의 역할을 시장 논리에 넘겼을 때, 부동산 시장의 전통적인 자금제공자들에게는 넘기지 않았다. 그 대신 세계 자본시장의 주요 참여자들, 특히 의사결정이 빠르고 대규모 위험 요소의 관리 능력이 있는 경제 주체들을 찾게 되었다. 월가의 금융회사들, 사모펀드 회사 그리고 심지어 헤지펀드까지 연관되는데, 이들은 전형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시장 참여자들이다. 바로 이들이 기회 펀드(Opportunity Fund)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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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회 펀드의 고수익 구조의 원인은 이 당시 기회 펀드가 자금 대출과 자본 출자를 적은 금융 비용으로 확보했을 뿐 아니라, 이 당시가 부동산시장 주기 가운데 상승초기였기 때문이다. 이 당시 S&L 위기가 부동산 개발을 위축시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 증가는 가용 공간의 증가를 월등히 앞지르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저가의 부동산 매입과 적절한 타이밍이 기회 펀드의 고수익 기회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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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문제들이 해결되면서 미국 부동산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이에 따라 기회 펀드는 새로운 고수익 투자처를 찾아야 했다. 기회펀드는 유럽의 부동산에 투자를 시작했고, 1999년 유럽 투자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부동산에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 기회 펀드는 풍부한 자금력이 있고,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기회 펀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고수익 투자처를 찾고 있다.[부동산 개발의 원칙(원제 Real Estate Development), 마이크 마일즈 외 지음, 홍선관 외 옮김, 이다 미디어, 2006년, pp144~146]

짧은 글이지만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이 본격적으로 부동산 자산의 증권화와 유동화 시장에 뛰어든 계기, 그 뒤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로의 진출 과정, 그리하여 종국에는 부동산 금융시장이 세계화되는 과정이 잘 설명되어 있어 소개한다. 아직까지 홍역을 겪고 있는 강남의 스타타워에 뛰어든 론스타 역시 이들 플레이어들 중 하나이다.

물론 부동산의 대세 상승기에 한 몫 챙긴 이들이 ‘첨단금융기법’으로 무장한 해외투자자들만은 아니었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주로 오피스에 투자하는 REITs 등 부동산 펀드에 국내 투자자들도 주요주주로 참여하였고 이후 경기회복에 따라 이들은 상당한 정도의 자본이득(Capital Gain)을 향유하였다. 그들은 그 당시 나름의 risk taker였다. 이제 이러한 투자자 관점에서 현 위기에 대한 가장 큰 관심사는 이번 위기도 지난 97년의 위기처럼 다시 궁극적인 상향곡선을 그릴 것이냐 하는 것이리라.

드러난 현황으로 볼 때 두 위기 간의 차이는 명쾌하다. 당시는 아시아 신흥국가들만의 위기였다. 중국은 불타오르는 듯 상승세를 이어갔고 결국 수출주도형의 국가들은 위기에서 재빠르게 탈출할 수 있었다. 지금은 국제사회의 맏형 미국에서부터 일꾼 중국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위기다. 자본주의 시스템 생존의 필요조건 중 하나는 이러한 암울한 시기에서도 ‘미친’ 투자행위를 할 risk taker가 또 다시 등장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