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 단상

# 재능기부가 적어도 진보적이진 않은가 하는 의견도 있지만 사견으로 맑스주의적이진 않다. 맑스는 합법적인 시장에서도 노동이 착취당한다는 입장이었다. 돈이 아니라도 반대급부가 없는 기부란 이름으로 시장 외 영역에서 추가 착취가 진행되는 상황은 더 나쁘다.

# 그 반대급부가 현재의 상상력으로는 시장 내에서의 가격이 되겠지만 만약 협업이나 기부 등을 통해 협업자/기부자에게 사회가 돌려주는 어떤 효용이 있다면 – 예를 들면 기본소득? – 선순환은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의 기부강요는 착취일 뿐.

# 아무리 이름을 바꿔도 “재능기부”는 이미 시장외의 영역에서 “자원봉사”란 이름으로 일반화되어 있다. 전적인 자율적 의사에서 비롯된 노동은 계속 자원봉사라 부르면 된다. 재능기부라고 새로 호칭하는 맥락은 아직도 의아하다.

# 어떤 이가 정확히 지적했지만 “재능기부”는 결국 자기 재능으로 받았어야 할 돈을 기부하는 “임금기부”다.

# 혹시 “재능기부”란 표현을 만든 이가, 기부자에게 “당신은 재능을 가진, 남보다 우월한 자이니 베풀 여유가 됩니다”란 선민의식을 부추길 요량이었다면 상당히 악랄한 의도랄 수 있다.

# 결국 누군가의 무임노동이 필요하면 “재능기부 해주세요”하지 말고 “무임노동 해주세요”라고 해야 한다. “재능기부”란 표현으로 가장 크게 힐링받는 이는 줘야 할 돈을 안 주고 노동만 향유하는 이다.

7 thoughts on ““재능기부” 단상

  1. 민노씨

    상당히 반가운 글입니다. : )
    특히나 슬로우뉴스에서 해멍 님이 쓴 글이 ‘발아점’ 역할을 한 것 같아서 더욱 더 그러네요.

    추.
    이코노미뷰와 슬로우뉴스가 함께 뭔가 해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그런 신나는 기회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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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민노씨

    으잉? ㅜ.ㅜ;
    댓글을 분명히 남겼다고 생각했는데 없네요?
    스팸 검사 뒤 일정한 시점 이후에 남겨지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링크를 포함하지도 않은 댓글이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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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icky Post author

      그러게요. 왜 스팸함에 들어가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그런데 어쨌거나 이 댓글은 없어질 것 같습니다. 제가 댓글 시스템을 Disqus로 바꿀건데 거기에 댓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민노씨가 쓴 댓글은 옮기지 못했거든요. 양해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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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ongsikPark

    자원봉사대신 재능기부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아마도 자원봉사는 그 가치가 시간으로 평가되는데 비해 재능기부라고 말을 사용하면 두가지 장점이 생겨서 그런 용어를 만들어 쓰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첫번째는 해당 장소에 가서 시간을 쓰는것과는 달리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한다는 점과. 두번째가 더 중요한데 그렇기 때문에 봉사의 가치가 들인 시간이 아닌 자신이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로 평가받도록 해준다. 라는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측면에서 막스주의의 정 반대편 끝에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재능기부라는 용어가 구지 생겨나게된 이유는 아무래도 자원봉사를 시간으로 평가하고 그 시간을 가치로 입시에 반영한다거나 등을 시도하는 정부의 움직임때문에 자원봉사라는 단어의 의미가 축소됨에따라 대체할 다른 단어를 찾는 과정에서 만들어진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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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민노씨

    제가 두 번인가 댓글을 달았다가 실패(?)했는데 댓글 시스템을 바꾸누라 그랬던건가요? ^ ^
    그래서 제 페북에 따로 소개하기는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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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icky

      Disqus를 쓰느라 그런 것 같진 않고 그냥 스팸함으로 가있더군요. 원인은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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