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당 출현

영국에서 해적당이 출범하였다. 이른바 Pirate Party UK!

해적질은 분명히 불법화된 문명사회에서 이 무슨 황당한 당명일까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물론 그들은 진짜 해적은 아니다. 당명은 현재의 저작권 시스템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창당세력이 스스로를 pirate의 또 하나의 의미 ‘표절자, 저작권 침해자’라고 자처하며 역설적인 뉘앙스로 지은 것이다.


그들의 생각의 편린은 WIKI에 올린 그들의 선언문에서 엿볼 수 있다.

문화적 표현과 지식이 평등한 조건으로 모두에게 자유로운 사회는 사회 전체에게 이익이 된다. 우리는 광범위한 저작권이 문화적 표현의 생산과 접근 둘 다를 제한하면서 이러한 지향을 적극적으로 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략]
저작권이 처음 생겼을 때는 그것은 단지 창조자가 창조자라 인정되는 권리를 조정할 뿐이었다. 이후 그것은 작업들의 상업적 베끼기를 포괄하고 일반 시민과 비상업적 조직의 권리를 제한하는 쪽으로 확장되어왔다. 이러한 균형의 이동은 사회전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쪽으로의 발전을 촉진했다. 경제적이고 기술적인 발전들은 소비자, 창조자, 그리고 대중사회의 희생을 요구하면서 극소수의 거대 시장참여자들에게 부당한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A society where cultural expressions and knowledge is free for all on equal terms benefits the whole of the society. We claim that widespread copyright is actively counter-productive to these aims by limiting both the creation of, and access to, cultural expressions. [중략]
When copyrights were originally created, they only regulated the right of a creator to be recognised as the creator. It has since been expanded to cover commercial copying of works and has limited the rights of private citizens and non-profit organisations. This shift of balance has prompted an unacceptable development for all of society. Economic and technological developments have given unjust advantages for a few large market players at the expense of consumers, creators and society at large.[출처]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착취 시스템은 자본가에 의한 생산수단의 독점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자본가는 불변자본인 생산수단을 집적시켜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증대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그것을 사유화하고 생산자인 노동계급으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노동력을 가변자본화, 즉 착취의 근본으로 삼았다는 논리다.

저작권도 어찌 보면 생산수단과 비슷한 운명을 걷고 있는지 모른다. 처음 그것은 창조자의 권리를 확인해주기 위한 제도였다. 확실히 저작권을 통해 창조자의 권리를 보장해줌으로써 다른 이들은 창조에 대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권리가 점차 창조자가 아닌 그를 소유한 거대기업에 의해 독점되고 저작권의 범위가 과대 해석되어 사용자의 권리를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그것은 일종의 ‘지적(知的)인 생산수단’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지적재산권 보호 제도를 갖추어 놓았다. 얼마 전에는 블로그에서 손담비 노래를 부른 꼬마의 동영상이 블로그 서비스 제공업체로부터 공개제한을 당하는 사태까지 있었다.(주1) 저작권 제도를 강화한 장본인 국회의원이 자기 홈페이지에서 스스로 저작권을 어기는 일도 있었다. 어이없는 제도로 말미암아 나조차도 무슨 죄를 저지르고 있는지 모르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다.

과연 현 상황이 창조자의 권리를 정당하게 보호하고 있는 상황인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어린 아이가 손담비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 국회의원이 올린 그림 이미지가 그 창조자의 권리를 얼마나 침해했을까는 미지수다. 오히려 인지도 상승이라는 측면에서는 플러스 요인이 있다. 이와 반대되는 사례로 영국의 코미디 집단 몬티파이든은 오히려 유투브에서 자신들의 코미디 동영상을 고화질로 공개하여 DVD의 판매를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과연 누가 현명한 이들인가?

개인적으로 생산수단의 집중화 현상은 경제성 차원에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것이 누구의 손에 놓여지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 정치경제학의 핵심 중 하나다. 저작권의 개선과 창조자의 보호 역시 경제성 차원에서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그 저작권이 생산수단이 그랬듯이 오히려 생산계급을 소외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국 해적당의 명랑한 해적질이 성공하길 기원한다.

(주1) 물론 이 사태가 사법당국의 조치가 아닌 서비스 제공업체의 자발적인(?) 통제였다는 것이 후일담이지만, 하나의 제도와 그것이 조성하는 사회 분위기가 어떻게 개별인자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4 thoughts on “해적당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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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강정수

    영국도 창당되었군요. 유럽에서 가장 먼저 ‘해적당’이 창당된 나라는 스웨덴. 그리고 가장 먼저 ‘연방의회’ 의석을 확보한 나라는 독일. 독일 해적당 당원들의 블로그 내용은 정말 최고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온라인 청원, 서명운동, 클럽에서 진행된 창당대회, 매년 9월에 있는 거리시위, 그리고 오는 9월 독일 총선에 참여하면서 그들이 보여주는 너무나 멋진 선거운동….

    한국에도 지금의 ‘저작권’에 맞선 운동이 전개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그리고 연대감이 쏙쏙 저에게도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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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왠지 독일친구들은 무슨 일을 해도 열심히 할 것 같은… 🙂 블로그에나 다른 곳에라도 이들 소식을 종종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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