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ursuit of Happyness(2006)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Erin Brockovich’의 흑인 남성 버전이라 할만하다. 어린 자식들을 부양해야 하지만 배움도 없고 재주도 없었던 에린이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성공하게 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 영화처럼 이 영화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던 Chris Gardner 라는 흑인 남성이 주식중개인으로 성공한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8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휴대용 엑스레이 촬영기를 판매하며 생계를 꾸려가던 Chris Gardner(Will Smith).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사내아이가 있었지만 쪼그라들어만 가는 생계로 인해 아내와의 갈등은 심해지고 마침내 아내는 그의 곁을 떠나고 만다. 어릴 적부터 수학적 재능이 있었던 Chris 는 어느 날 주식중개인의 인턴십에 도전하지만 정식사원으로 채용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이 버티고 있었고 그나마 인턴 기간에는 보수마저 없었다.

유일한 호구책인 엑스레이 촬영기는 이런 저런 사람들에게 도둑맞고 되찾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급기야 세무당국에게 밀린 세금을 차압당하여 무일푼이 된 그는 여관에서도 쫓겨나 아이와 함께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몸을 누이고는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어쨌든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가던 그의 인생은 마침내 인턴기간 동안 보여준 그의 능력에 대해 회사가 정식채용으로 보상함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이 영화에서는 재미있는 두 개의 물건이 등장한다. 하나는 앞서 말한 휴대용 엑스레이 촬영기이고 또 하나는 80년대를 풍미했던 이상한 정육면체 장난감 루빅스큐브이다. 엑스레이 촬영기는 Chris 와 그의 가족에게 있어 애증의 상징이다. 그 뛰어난 성능에 혹한 Chris 가 판매를 위해 전 재산을 쏟아 구입했을 당시 그것은 가족에게 희망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의사들에게 일종의 사치품으로 간주되었던 그 물건의 부진한 판매는 가족에게 갈등과 고통의 상징으로 돌변한다. 그리고 마침내 아내가 떠나고 파산한 Chris 에게 그것은 마지막 삶의 희망이 된다. 부피가 큰 재봉틀과 같은 외양을 가진 이 물건을 항상 들고 다니던 Chris 의 모습에서 우리는 애정과 증오가 반복되는, 그러면서도 차마 떨쳐 내버리지 못하는 우리 삶의 그 어떤 고단한 일상을 발견하게 된다.

반면 일종의 고도의 수학적 지식이 요구되는 장난감이었던 루빅스큐브는 단 한번의 등장으로 Chris 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를 제공하는 물건이 되었다. Chris 가 끈질기게 매달렸던 증권회사의 유력한 임원 Jay Twistle 은 Chris 와 함께 탄 택시 안에서 루빅스큐브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이것을 본 Chris 가 혼신의 힘을 다해 루빅스큐브를 맞추자 Twistle 은 이 고졸 학력의 흑인을 남다른 눈빛으로 바라보고 마침내 인턴십의 기회를 준다.

그가 행복추구를 위해 돈을 쏟아부은 촬영기는 짐이 되고, 루빅스큐브는 Chris 에게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자신의 능력을 검증하는 매개체로 작용한 것이다. 고단한 일상에서도 토마스 제퍼슨이 천명한 ‘행복추구권’의 행사를 위해 노력했던 그의 구세주는 국가의 공적 부조나 그의 아내, 그리고 촬영기가 아닌 루빅스큐브였다는 사실이 인생의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이 휴대용 엑스레이 촬영기와 같은 어리석은 선택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러나 훨씬 적은 사람들이 루빅스큐브와 같은 기회를 잡게 된다. 인생의 사닥다리에 매달린 수많은 사람들이 Chris 의 루빅스큐브와 같은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 개인에게는 해피엔딩이지만 현실적으로 다수의 빈자들에게는 일종의 동화 같은 무용담일 뿐이다.

가난한 미혼모에서 해리포터의 작가로 일약 억만장자가 된 조앤 롤링이나 수학적 재능을 바탕으로 인생역전을 이루어 낸 Chris 와 같은 이들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행복추구권은 있는 것이고 이는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다수의 보통사람들은 그 와중에도 자신은 ‘동화 같은 무용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곤 한다.

p.s. Chris 의 아들 역을 맡은 꼬마는 다름 아닌 Will Smith 의 아들 Jaden Smith 라고 한다. 오디션에 뽑히기 전까지 Will Smith 의 아들임을 밝히지 않았다고 하니 연기재능은 역시 어디로 새지 않았던 모양이다. 영화의 말미에 한 흑인 남성이 Chris 부자의 곁을 지나가는데 그가 바로 실제 인물 Chris Gardner 라고 한다.

6 thoughts on “The Pursuit of Happyness(2006)

  1. 어제 한 재벌(아들을 너무 끔찍히 사랑해 조폭까지 동원했던)의 26세 아들이 병역을 마치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동시에 차장 타이틀을 달았다는 트윗을 날렸는데, 한 분이 RT를 하면서 “부러워하지 말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각오(?)을 쓰셨더군요. 재벌 아들은 아니라도 더 열심히 일하면 루믹스큐브의 행운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일까요?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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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과연 “부러워 하지 않고 더 열심히 살면” 아빠가 시비거는 조폭도 패주고 차장도 달아주는 것인가요? T_T (더 열심히 살아서 좋은 아빠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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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Inkyung

    저도 이 영화보면서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영화 보고 느낀 건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보단 미국에선 실패하면 저렇게 비참하게 살아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그리고 같이 인턴 했던 친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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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Gram

    윌 스미스의 아들이라는 뒷 얘기는 알고 있었지만 오디션 뽑히기 전까지 숨겼다는 것은 몰랐던 내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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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네.. 뭐 스탶이 진짜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확신할 순 없지만요. 알려진 사실은 그렇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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