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생각나는 ‘아지노산뻬이(味の三平)’의 미소라멘

벌써 홋카이도(北海道) 여행을 다녀온 지 얼추 1년이 다 되어 간다. 여행이란, 늘 가기 전엔 가벼운 흥분감, 현지에서는 객지(客地)에 머묾으로 인한 적당한 피로감, 그리고 다녀온 후엔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는 긴 여운을 남기게 마련이다. 촌놈이 가장 최근에 다녀온 해외여행이 홋카이도인지라 자연스레 아직도 내 뇌리 속엔 그때의 추억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시 다녀오자마자 설렁설렁 여행기를 썼지만 그때 미처 적지 못한 추억이 홋카이도의 도청 소재지 삿포로에서 먹은 맛있는 라면에 관한 추억이다. 삿포로는 겨울이면 눈축제로 유명한 곳이지만, 또한 라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미소라멘(된장라멘)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삿포로에 도착한 우리들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당연히 라멘식당이었다.

당시 분(分)단위로 여행계획을 짰던 우리 멋진 의사총각이 안내한 곳은 바로 삿포로를 미소라멘의 본고장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식당, 즉 1961년 처음 미소라멘을 개발한 ‘아지노산뻬이(味の三平)’라는 식당이었다. 소위 진짜배기 원조식당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렵사리 찾아간 곳은 놀랍게도 조그만 상가 안에 자리 잡은 그야말로 3평(坪)짜리 – 3평은 더 되었지만 – 식당이었다.


길다란 바로 되어 있는 단촐한 테이블

도저히 원조집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일단 그 유명한 원조집이라면 근사하게 독립건물을 차려놓고 장사를 할 줄 알았는데 상가 안에, 식당가도 아닌 문구를 파는 층에 홀로 식당이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말 그대로 원조집이었음에도 식당 어느 곳에도 – 간판에도 – “원조집이에요~”라고 자랑을 늘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조집이라는 자랑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식당에 들어간 우리는 한동안 ‘여기가 과연 그 아지노산뻬이가 맞을까’하는 대화를 나지막이 나눴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이곳은 원조집의 상호를 가로챈 짝퉁 식당일지도… 어쨌든 막 버스를 타고 도착한 여행객의 피로감으로 인해 우리는 서둘러 자리에 앉아 미소라멘을 시키고 원조집이든 아니든 식당의 음식솜씨를 기대해보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둘러본 가게 안은 깔끔했고 사람들은 저마다 라멘을 먹는 일에 열중해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주방에 요리사 대여섯이 빼꼭히 들어가 열심히 요리를 하는 장면이었다. 특히 노년, 중년, 그리고 청년 3대가 함께 요리를 하고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소위 일본 특유의 대를 이은 장인정신을 눈앞에 보고 있는 심정이랄까?


정면에서 바라본 식당

잠시 후 나온 라멘을 입에 넣은 순간 우리는 모두 한 입 가득 면을 씹으면서도 “오이시~(”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된장의 구수함이 꼬들꼬들한 면이랑 나물과 잘 어울려 뱃속을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맛이었다. 그 맛과 온기는 매서운 삿포로의 겨울도 잠시 잊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든든했고, 만에 하나 굳이 이 아지노산뻬이가 짝퉁식당이어도 상관없을 만큼의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맛있는 미소라멘

덕분에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식당을 나설 수 있다. 지금도 잘한 일이라 생각되는 것이 길찾느라 수고스럽긴 했지만 본고장에 제대로 된 음식은 이런 거구나 할 만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후일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일본 요리점에서 시킨 미소라멘의 달기만한 짝퉁 맛을 보고는 ‘원조집의 맛은 이렇지 않아’라고 가볍게 비판할 수 있는 “된장질”의 자격을 갖게 된 것이다!

5 thoughts on “가을에 생각나는 ‘아지노산뻬이(味の三平)’의 미소라멘

  1. iF

    최근에 일본 라면을 먹어 보게 됐는데요 shio 하고 shoyu (소금, 간장) 먹었는데… 맛은 있는데 (은근 중독성 있어요 ㅋ) 왜 그리 짠지… 원래 일본 라면이 짠건가요? 라면집 3군데서 먹어봤는데 한 곳은 짜다 못해 계속 먹으니 나중에 쓴 맛이 느껴지더라고요 ㅋㅋ
    미소라면은 소금, 간장에 비해 어떤가요? 다음에 한번 도전해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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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제가 뛰어난 미식가도 아니고 더군다나 라멘에 식견이 있지도 않아서 일본 라멘이 왜 짠지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도 역시 미소라멘 말고 다른 라멘을 먹으면 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동도 그렇고 일본의 면 요리는 간장으로 간을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런 면에선 미소라멘은 확실히 다른 라멘보다는 간장 간을 덜 했다는 느낌입니다. 그것도 역시 업소에 따라 다르겠다는 생각은 들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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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의리™

    전 매운 음식을 즐기다보니 역시 고추양념 듬뿍 들어간 음식들이 좋더군요. 라멘은 그나마 간장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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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예전 살던 동네에 중국요리집에서 아주 매운 면을 팔았었는데 이름이… 갑자기 먹고 싶어지는군요.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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