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아침 일곱 시였다. 느긋하게 늦잠을 자도 될 일요일 아침이었지만 방금 꾼 꿈이 너무 생생해서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여보 여보”

벌써 일어나 부엌에서 아침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아내를 불렀다.

“왜~”

귀찮은 듯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안방으로 들어와 내가 누워 있는 침대 모서리에 앉았다.

“뭔데”

“있잖아 꿈을 꾸었는데 좀 소름끼친다.”

“뭔데 이야기해봐.”

“어 바로 우리 집에 나 혼자 있는데 누가 초인종을 누른 거야.”

“현관에서 아니면 대문 앞에서?”

여러 세대가 사는 빌라형인 우리 집은 아래 현관문에서 방문자가 호수를 눌러서 현관문을 여는 타입이었다.

“음… 바로 대문 앞이었던 같아. 누가 어느새 현관문을 열어줬나.. 아무튼…”

잠시 다시 꿈 생각이 나 살짝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인터폰을 들고 물었지. ‘누구세요?’하고 .. 그랬더니 저 쪽에서 그러는 거야. ‘예’ 딱 그 이야기뿐이었어. 그래서 나는 생각했지. 뭐야. 다시 물었어. ‘누구세요?’ 그러니까 또 ‘예’ 하는 거야. 기분이 불쾌해서 약간 톤을 높여서 ‘누구세요?’하니까 이러는 거야. ‘예?’”

아내는 잠시 나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뭐야 그게 다야?”

“응. 근데 소름끼쳤어.”

“음 그래 은근히 소름끼친다.”

“그치?”

동의를 구했던 나는 싱긋 웃으며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아침부터 누구야?”

아내는 의아해하며 인터폰을 받기 위해 마루로 나갔다.

“누구세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이불을 정리해서 몸을 덮으며 아내에게 물었다.

“누군데?”

얼어붙은 듯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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