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싼, 그럼에도 가장 후진?

폴 크루그먼이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Runaway health care costs ? we’re #1! 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의 헬스케어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 헬스케어에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그로 인한 개선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현재 미국은 GDP 대비 15.3%를 헬스케어에 투입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세계 1위의 수치라 한다. 또한 그 증가율에 있어서도 역시 세계 1위라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보다 통합된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 그 추세를 꺾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소셜시큐리티가 붕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 글에는 미국인들로 추정되는 많은 독자들이 공감의 댓글을 달았다. 주목해볼만한 댓글들을 추려보았다.

개혁해야 할 “시스템 (자체:역주)”가 없다.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의사와 돈을 벌려는 다른 이들을 위한 시장이 있을 뿐이다. 그뿐이다. 이 시장에는 정부의 통제가 없다. 아냐 이는 우리에게 시스템을 만들 기회를 줄 거야. 사람들이 깨어날 때!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There is no “system” to be reformed. All that is there is a market for doctors and others to make money. Thats it! There is no governmental control on this market. No, that would give us an opportunity to make it a system. When are people going to wake up! The people are not being served.
– Posted by edmcclelland

헬스케어의 비판자들은 늘어나는 비만률이 (의료:역자주)비용의 증가 때문이라고들 한다.(주1) 이러한 수치들과 당신이 언급한 나라들이 얼마나 상호 관련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Critics of health care reform suggest that the rise in the obesity rate is the cause of increased costs. I’m curious to know how closely these numbers correlate across the nations you list.
– Posted by Tracey C Barrett

나는 사회복지정책을 강의한다. 우리는 어젯밤 미국에서의 헬스케어와 특히 그것의 높은 비용에 관해 2시간 반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들은 지난 몇 년 간 가졌던 생각인데 책임 있는 자들이 시스템을 바꾸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데에 전적으로 공감하였다. 맥케인 의원은 월스트리트와 보험회사의 뚜쟁이 노릇을 할 요량이고 오바마 의원과 클린턴 의원이 내놓은 계획들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개혁에 한참 못 미친다. 누가 우리를 구할까???
I teach a course in Social Welfare Policy…we spent 2.5 hours last night talking about the health care in the US and, especially, its high cost. The students pretty much agreed, as others have in past years, the folks in charge aren’t going to let the system be changed. Senator McCain’s plan panders to Wall Street and the insurance companies; the plans put forth by Senators Obama and Clinton are not anyway near the real reform we need. Who will rescue us????
– Posted by Jim Bourque

나는 서로 다른 보험체제를 가진 서로 다른 세 나라에서 살아보았다(스위스, 프랑스, 미국). 세 번의 경험 중에서 프랑스와 스위스의 시스템이 미국의 그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이는 주로 메디칼케어의 수준에서 그러하다. 비용은 프랑스가 가장 쌌고 스위스는 미국보다 약간 쌌다.[하략](주2)
I’ve lived in three different countries with three different health insurance systems (Switzerland, France and the US). Of the three my experience with the French and the Swiss system has been far better than with the US system, mainly in terms of the quality of the medical care. Cost-wise the French system was the least expensive while the Swiss system cost slightly less than the US.[하략]
– Posted by RepublicanModerate

나는 국가적인 단일 주체의 헬스케어 시스템을 요구한다,
I demand a national single payer health care system.
– Posted by Dick

이 글은 이 시각 현재 칠십 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을 만큼 뜨거운 화제인데 대략의 내용은 위에 몇 개 인용한 바와 같이 사보험 회사들의 막대한 이윤을 위해 헬스케어 시스템이 희생당하고 있다는 것들이었다. 이는 현재 국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마이클 무어의 Sicko 가  지적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의견이다.

물론 폴크루그먼의 글에 댓글을 달 정도면 상당히 리버럴한 성향일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댓글들에서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점 하나는 많은 이들이 시장의 다수의 참여자들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단일 주체(national single payer)”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완전경쟁 체제가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영미권의 자유방임에 대한 지고지순의 가치를 부정하는 의견이어서 흥미롭다.

물론 정부의 경제정책이 그런 것이지 사람들의 생각이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는 미국인들 상당수 역시 여태껏 시장의 자유에 대해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어왔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그들이 적어도 미국적인 견지에 봐서는 공산주의자의 발언이나 다름없는 국가적 단일 주체를 요구하는 모습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것이다.

어쨌거나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일들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그렇듯이 의료분야에서도 강한 민영화 드라이브를 계획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당연지정제 폐지와 영리 의료법인 설립 등의 제도들이 본격적인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비록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썩 쓸 만했던 우리의 의료시스템이 지금 제도개혁이라는 이름하에 미국식 개혁(?)의 경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예정된 실패로의 행진?

(주1) 실제로 선진국에서 비만은 더 이상 풍요로움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올바르지 못한 빈곤한 식사에서 비롯된 가난의 결과일 뿐이다.

(주2) 내용이 길어서 하략했는데 꽤 꼼꼼하게 지적하고 있으니 원글을 참고하시도록

4 thoughts on “가장 비싼, 그럼에도 가장 후진?

  1. 마법사의꿈

    sicko 저도 보았습니다. 한참 이명박 대통령의 의료보험 민영화로 게시판이 뜨거울 무렵이었는데요, 보고서 민영화가 낳을 결과를 상상하니 소름이 쫙 돋더군요. 과연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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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좋은 지적입니다. 사실 민영화든 국유화든 ‘누구를 위한’ 것이냐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물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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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Ikarus

    미국 정부의 헬스케어에 대한 투자는 실질적인 혜택을 받아야 하는 저소득층에게 이익이 되기 보다는 사보험회사와 의료 관련 종사자들에게 막대한 돈이 흘러 들어가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에서 의료보험 수가 현실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나오는 것을 볼때 의료계가 미국식 의료보험을 찬성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떻게 손 댈 수 없는 처지에 이른 미국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균형잡힌 개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라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여기서 고삐를 풀어버리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너는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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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균형잡힌”으로는 현 상태에선 좀 곤란할 것 같은데요? 🙂
      “편파적인”, 더 나아가 “당파성있는” 정도가 되어야 결과론적으로 균형이 잡히지 않을까 하는.. ㅋㅋ

      이카루스님 즐거운 한주 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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