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iNG – Own work, CC BY-SA 3.0, Link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RE100 산업단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현 정부의 첫 산업 정책 청사진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이 풍부한 전남, 울산 등지에 재생에너지만으로 공장을 돌리는 산업단지를 만들어, 전력 수요가 수도권에만 몰리는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의 주춧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중략] 관건은 기업들에 싼값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냐는 점이다.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올해 5월 기준 한국전력이 사들이는 가격은 태양광 kWh당 130.5원, 풍력 123.6원이다. kWh당 80원인 원자력의 1.5배 가격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결국 전기 요금 인상이나 한전의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략] 특히 RE100 산단 조성을 위해서는 대규모 송전망 확충도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주로 지방에 위치하고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탓이다.[재생에너지만 쓰는 ‘RE100 산단’ 추진… 한전 빚 더 늘어나나]
정부에서 이제 막 TF를 발족했다 하니 아직 구체적으로 ‘RE100산단’이 어떤 식으로 개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 같지 않다. 다만 위 기사에서도 추측할 수 있는 바 RE100 산업단지는 “재생에너지만으로 공장을 돌리는 산업단지”라는 구상은 확정적인 것 같다. 소위 말하는 자가소비(自家消費)형 산업단지다. 이렇게 되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은 공급처와 수요처가 매우 근접해 있어 송전망을 통해서 다른 곳으로 대량의 전력을 송전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면에서 기사에서 지적하는 “대규모 송전망 확충도 필수적”이라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
다시 돌아가서 재생에너지 발전 매입가가 생산 단가가 원전 발전 매입가보다 높아 “한전의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는 우려에 대해 살펴보자. 앞서 말했듯이 자가소비형 산업단지를 조성하면 한전이 “비싼”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매입할 필요가 없다. 자체적으로 생산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생산 전력 요금이 한전에서 파는 산업용 전력 요금에 비해 싸냐는 점이다. 일례로 현재 산업단지에 조성 중인 지붕형 태양광을 자가소비형으로 할 경우 시장조성 판매가는 대략 150~160원/kWh다. 산업용 전력요금 대략 180원/kWh 이상보다 경쟁력이 있다.
다만 현재의 지붕형 태양광 시장가의 한계는 해당 판매가가 태양광 설비의 주요부품 중 하나인 모듈이 값싼 중국산일 경우의 가격이다. 국가사업인 만큼 모듈을 국산으로 한정할 경우 가격은 더 높아져 결과적으로 한전의 전기료만큼 높아질 개연성도 있다. 따라서 국산 모듈을 적용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별도의 보조 형태가 어느 정도 제공되어야 사업타당성이 확보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RE100산단 등으로 국산 모듈의 수요가 높아질 경우 국산 모듈 제작업체들도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서 생산 단가의 효율을 기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장기적으로 단가는 떨어질 것이다.
한편 왜 산업용 전력 요금이 원가가 높다는 재생에너지 발전 요금보다 높을까? 한전은 다양한 발전원의 전력을 매입하여 송배전을 전국단위로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송배전망 등 인프라 및 유지관리비가 든다. 이 비용을 모두 합하여 전기료를 산정하므로 산업단지 자체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보다 더 높은 것이다. 이것이 분산전력의 이점이다. 생산한 상품을 운송의 부담 없이 생산지와 가까운 곳에서 소비한다면 당연히 가격이 싸다. 그러므로 RE100산단은 ▲ 재생에너지 활성화 ▲ 분산전력 ▲ 산단 내 기업의 전기료 절감이라는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이다.
요컨대 조선일보의 기사는 전제부터가 오류다. ▲ RE100산단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는 한전에서 매입할 것이다 ▲ 한전에서는 재생에너지를 비싸게 산다 ▲ 한전이 재생에너지를 사기 위해 송전망을 건설해야 한다 ▲ 전력 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을 해당 사이트에 입지한 기업이 쓴다는 기본전제를 완전히 무시하면 이렇게 반대를 위한 반대의 기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기사에서 인용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각론에 있어서는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그런 의견들은 분산전력에 의한 RE100산단이라는 기본 모델에서는 기우일 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