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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좌빨”의 경제분석 보고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질이 높고 결과물도 굉장히 공평한, 매우 튼튼하고 포괄적인 교육 체제를 지니고 있다. – 이곳에서는 서로 다른 소득수준의 학생들 사이에서의 독해와 수학의 격차가 매우 낮다. 그러나 고용 상황은 복합적이다. 실업은 매우 적지만, 노동력 참여 수준은 그저 그렇고 여성의 참여는 선진경제 중에서 가장 낮다. 남녀 간 임금차이 또한 예외적으로 높은데, 이는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려는 동기를 저해하는 요소다. 부패는 또 다른 염려사항인데, 힘 있는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지대(地代)를 우려내는 것을 용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대는 소수의 대가족 경영 기업들에게 높은 정도로 집중되어 있고, 이는 규제 시스템을 통해 보호받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소유는 매우 낮은 반면, 건강보험을 포함한 사회 보장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 지레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한국은 다른 선진 경제와 비교할 때 이전(移轉) 이전에는 가장 평등한 소득수준을 가지고 있다(“移轉前 지니”는 두 번째) 세후에는 보다 불공평하게 바뀐다(“移轉後 지니”는 18위).[The Inclusive Growth and Development Report 2015, World Economic Forum, September 2015, 41p]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 WEF)이 이번 달에 발간한 보고서 중에서 한국에 관해 언급한 부분이다. WEF는 각국의 정치나 경제, 그리고 학계를 좌지우지하는 이들이 1년에 한 번씩 스위스의 다보스에 모여서 립서비스를 하는 행사를 여는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비영리 법인이다. 사상적으로 좌우를 따질 계제는 아닌 것 같지만 굳이 따지자면 “비즈니스프렌들리”한 단체인 것은 분명하다. 인용문을 읽어보면 한국에 관한 비판이 이런 성격의 단체가 낸 보고서치고는 꽤 강경하다는 것을 금세 느낄 수 있다.

  • 교육은 공평하며 포괄적으로 학습수준이 높음
  •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의 참여 및 임금불평등이 열악함
  • 부패로 인해 각 분야 유력자의 지대 착취가 발생함
  • 재벌의 치대 착취는 매우 집중돼있고 제도적으로 보호받음
  • 평등한 소득수준이 재분배 과정을 통해 불평등한 수준이 됨

지적한 내용으로만 보면 WEF는 현 정부의 공약이나 현재의 경제정책 전반이 실패했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만 같다. 재벌의 지대 착취를 근절하겠다는 것은 애초 이 정부가 선거과정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전면에 내걸었던 공약사항이다. 하지만 집권 후 이 슬로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삼성 등 재벌의 변칙적 후계과정은 “애국”이란 명분으로 정당화되었다. 재벌의 부패와 범죄에 대해서는 일과성 처벌이 있어왔지만 곧 “경제를 살리자”는 명분으로 면죄부를 주는 봉건적 상황이 재연됐다.

이를 위해 박 후보는 ▲경제적 약자에 도움되는 경제민주화 ▲국민경제 부작용의 최소화와 효과의 극대화 ▲대기업 집단의 장점은 살리되 잘못된 점은 반드시 바로잡기 등을 3대 추진원칙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경제적 약자 권익 보호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체계의 획기적 개선 ▲대기업집단 불법행위 및 총수일가 사익편취 엄중 대처 ▲기업지배구조 개선 ▲금산분리 강화 등을 5대 분야로 내세웠다.[박근혜, ‘경제민주화 5대 공약’ 공식발표]

“경제민주화” 슬로건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초기 잠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주장으로 다시 표면에 오르는 듯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재계와 보수언론의 거센 반발 속에 정책은 용두사미가 되었고, 활시위는 엉뚱하게 노동계로 향해져 소위 “노동개혁”이 없기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 이 꼴 인양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고령의 고임금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청년실업자를 채용하자는 주장은 언뜻 수긍이 가는 듯한 주장이지만, 결국 이는 해묵은 임금기금설에 불과하며, 자본가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정치적 선동이다.

여성노동의 불평등한 상황은 이른바 “경단녀” 이벤트로 해결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일회성 대증요법에 불과할 뿐으로 이것이외에 현 정부가 親노동적 행보를 취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 취업자를 늘리자는 발상은 그나마 WEF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평등한 소득수준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만 높다. 가장 극적인 WEF의 비판은 우리나라가 열악한 재분배 과정으로 인해 선진경제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증세(增稅)”는 이 정부에서 일종의 금기어다. 철저한 현실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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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rittePipe” by Image taken from a University of Alabama site, “Approaches to Modernism”: [1]. Licensed under Fair use via Wikipedia.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현 정부가 경제를 정상으로 만들려면 WEF가 지적한 내용만 제대로 이행해도 될 것 같다. ▲ 재벌의 변칙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순환출자 등 해소 ▲ 높은 지대를 통한 자영업 착취 방지를 위한 임대차 보호제도 ▲ 여성 등 소수자의 고용/임금 차별 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 ▲ 재분배과정이 정상화하는 증세 및 복지증대 방안 강구 등. 한꺼번에 다 하자면 어려운 일이겠지만 문제는 마인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벌을 “특별사면”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를 복직시켜야겠다는 마인드를 가져본 적이 있는가?

물가상승률 둔화의 원인진단과 그 해법에 관하여

“디플레이션에서 가장 걱정해야 할 것이 수요에 의한 물가 하락인데 최근 물가 하락은 수요 측면보다는 공급 측면에 기인한 바가 크다”[최경환 “증세 디플레 악화 요인..균형적·입체적 논의 필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 2월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한 발언이라고 한다. 현재의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내려간 것은 아니기에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할 수 있긴 한데, – 이 부분은 최 부총리도 지적하였다 – 어쨌든 최 부총리는 현재의 추세를 상승률 둔화의 두 가지 변수인 수요와 공급 측면 중에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상승률 둔화로 보는 입장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러한 진단은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공급 측면에 기인한 물가상승률 둔화라면 정책은 수요 진작을 위해 소프트한 자극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즉, 소비자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이자율 인하 등 통화정책 등이면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수요 측면에 기인한 물가상승률 둔화라면 보다 하드한, 이를테면 실질소득 진작책 등이 동원될 것이다.

최 부총리는 초기에는 후자의 접근을 중시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대표적인 시도로 기업의 내부유보금에 대한 과세 시도와 정책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임금이 올라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발언 등이 있었다. 이는 부채가 아닌 실질 소득을 증가시켜 소비 진작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후 이 시도들은 빠르게 퇴색했으며, 특히 임금 상승 발언은 “정규직 과보호 철폐”라는 궤변으로 변질되었다.

다만 2000년대 가격이 크게 상승했던 품목은 가격의 상승률뿐만 아니라 상승폭도 상대적으로 감소된 것으로 나타나, 기술적 요인보다는 주로 수요측 요인으로 상승률이 둔화되었을 개연성이 높음. [중략] 과거의 고물가수준이 최근 저인플레의 배경 중 하나일 수 있음을 감안할 때, 디플레 방지를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통해 단기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계소득 확대를 통한 소비진작 정책이 보다 유효할 것으로 판단됨.[최근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의 특징과 시사점, 한국금융연구원, 박종상 연구위원, 금융포커스 24권 6호]

박 연구위원은 2000년대의 높은 물가상승을 감안할 때 – 디플레가 뭔지 모르던 시절 – 수요측 요인이 높다고 보아 최 부총리와는 다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그의 판단대로 수요 측면 요인이 높다고 볼 때 이는 당연히 가계소득 확대가 좋은 정책이다. 어느 요인이 더 중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더라도 가계소득 및 복지 확대는 고위험의 부채사회에서는 궁극적인 경제건전화를 위해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 경제팀은 일단 현재의 물가상승률 둔화가 유가 하락과 같은 공급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는 초기에 보였던 보다 수요 측면에서의 접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기업유보금 과세 정책은 퇴색하고 있고, 근본책 중 하나인 복지정책은 보수세력의 반격 등으로 공약의 기대치에도 못 미치게 표류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대출독려 등의 단기적인 부양책으로 경기를 진작시키려는 시도에 그치고 있다.

한편 적정임금을 통한 소비 진작책은 오히려 사기업 광고가 독려하고 있다.

오바마의 의회 연설에 대해

이제 사실은, 인프라스트럭처와 기초연구와 같은 이슈에 관해서는 이 의회에서 초당적 협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양당의 구성원들이 그렇게 내게 말했습니다. 뜻밖에 너무나 자주 바위들에 마주치는 지점은 이러한 투자를 어떻게 지불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하는 한에는 공평한 세금을 내는 것을 개의치 않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오랫동안 로비스트들은 다른 이들이 모든 운임을 지불하는 동안 몇몇 기업들은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는 개구멍이 있는 세금 항목을 속임수로 만들어왔습니다. 그들은 중산층 가족들이 필요한 감면은 거부한 채 슈퍼리치들은 필요하지도 않은 사은품을 안겨주었습니다. 올해 우리는 이를 바꿀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개구멍을 닫아서 해외에 이익을 남겨두는 기업들에게 보상하지 말고 미국에 투자하는 이들에게 보상합시다. (박수) 우리의 인프라스트럭처를 재건하는데 그들의 유보금을 사용하고 고향에 일거리를 가져오는 것이 기업들에게 보다 매력적이 되게 합시다. [중략] 그리고 상위 1%가 그들이 쌓아놓은 부에 대한 세금을 회피하게끔 하는 개구멍을 닫읍시다. 우리는 그 돈으로 더 많은 가족들이 보육(childcare)에 쓰고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오바마의 의회 연설 중]

오바마의 이번 의회 연설은 크게 경제와 안보에 관한 주제로 나눠지는데 경제 부분만 보면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연설인가 미국 대통령의 연설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진보적이다. 오바마는 ‘여성이 남성과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을 받게 하자’, ‘최저임금을 올리자’, ‘노조를 강화시킬 법이 필요하다’, ‘커뮤니티 대학을 무료로 하자’ 등의 진보적 의제를 제시하며 남은 임기 내에 이러한 조치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용한 부분은 이런 여러 의제 중에서도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제시한 계획의 실천을 위한 재원조달 수단의 하나로 제시된 이 제안의 공격대상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블룸버그의 한 칼럼은 오바마의 연설 취지는 실제로 그의 계획이 실행될 것을 염두에 두었다기보다는 2016년 대선에서의 이슈 프레임의 일환이라 보고 있고 나 역시 공감하는 바다. 공화당이 우세인 현 의회에서 남은 2년 동안 가시적인 조치가 있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오바마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의도 중에는 미국 경제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 중간 소득은 오히려 떨어지는 등 노동계급의 체감경기는 그리 호전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러한 상황의 책임을 의회에 전가시키려는 것도 있을 것이다.

Barack Obama addresses joint session of Congress 2009-02-24.jpg
Barack Obama addresses joint session of Congress 2009-02-24” by Pete Souzahttp://www.whitehouse.gov/ (specifically http://www.whitehouse.gov/assets/hero/624×351/_MG_0474-hero.jpg) Accessed 2009-02-25; Story.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한편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가 “중산층 경제학(middle-class economics)”이라 이름붙인 이 의제에 동의하는 트윗을 날렸다. 공화당의 한 그룹은 이로써 “오바마 3기”가 가동됐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한다. 하지만 공화당 역시 경제적 불평등이란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오히려 밋 롬니는 오바마 집권기간 동안 경제적 불평등이 가속화되었음을 지적하는 “대중영합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현재의 미국인들이 의료비용, 저임금, 부채, 학비 등에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갤럽 조사결과를 정치권이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막대한 돈을 풀어 망가져가는 시장을 살렸지만 그 와중에 부의 편중은 더욱 심해졌고 공정성은 훼손됐다는 사실은 이제 소수의 극단적 선동가를 제외하고는 동의하는 바일 것이다. 실천의지가 있는 발언이든, 이슈 프레이밍을 위한 발언이든 오바마의 이번 연설의 메시지가 그러한 편향된 경제적 효과를 정상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를 경제적 불평등이 미국 못지않게 심한 어떤 나라의 대통령도 견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시궁창 1, 시궁창 2, 시궁창 3.

당신의 연금은 안녕할까요?

루스벨트 대통령이 집권했던 1935년에 법제화된 사회보장제도는 노인층의 빈곤과 싸우기 위한 적당한 제도였다. 그러나 이 비교적 적은 수입 보조 수단(1940년 1월 31일에 아이다 풀러에게 최초로 지급된 월 급여는 23달러였다.)은 평균 월 급여가 1100달러에 이르는 주요한 은퇴 연금으로 변했다. 인구 구성은 이 체제를 파산으로 몰아갔다. 주된 이유는 1935년에 62세였던 기대 수명이 1990년에는 75.4세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기대 수명은 78.7세다. [중략] 국제통화기금은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서양 세계 전반에서 정부 계리사들이 수명 연장 수준을 3년 적게 예측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2050년의 기대 수명이 예상보다 3년 더 길 경우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연금에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했다.[강대국의 경제학, 글렌 허버드/팀 케인 씀, 김태훈 옮김, 민음사, 2014년, pp310~311]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기대 수명이 늘고 인구가 느는 것은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그 늘어나는 인구가 소비하는 이상으로 생산을 하여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감이 현실에 반영될 때의 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태의 역사를 볼 때 대체적으로 인구 증가는 제도 및 생산수단의 발전과 맞물려 경제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어 왔다. 그리고 경제가 발전하면 생활수준도 높아져 다시 기대 수명이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왔다. 한편 자연적으로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제도가 바로 연금이다.

연금 제도는 노동력이 감퇴하여 빈곤에 시달릴 여지가 많은 노년층에 대한 복지제도의 성질도 있지만, 아직 노동력의 여유가 있는 노동자가 은퇴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임금보전의 성격도 있다. 기업 등 노동력을 활용하는 조직은 노동자의 연령에 따른 정년을 둠으로써 청년층을 신규 노동력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순환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은퇴한 노동자는 생계수단을 포기하는 대가로 여태의 임금에서 일정 몫을 떼어 운용되는 연금으로 생활을 유지한다. 이것이 노동력의 생애주기에 대한 일종의 사회협약이었다.

현재의 문제는 인용문에서 보는 것처럼 기대 수명의 상승 추이가 전례 없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한편 경제가 성숙 상태에 진입한 국가들은 이러한 기대 수명의 상승 추이와 저출산 추세가 맞물려 인구구성이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역시 전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몇 십년간 비교적 순탄하게 유지되었던 노사관계와 연금에 대한 사회협약의 정당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 등을 중심으로 번졌던 긴축재정은 주되게 이 사회협약의 파기였기에 그 시도는 거센 저항에 부닥쳤다.

우리나라 역시 이제 본격적인 사회협약의 파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겠다고 나섰는데, 화살촉이 “철밥통” 공무원을 향해있고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기에 현재까지의 여론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실상 연금 제도 전체가 지속가능성이 갈수록 불투명한 만큼 공무원을 향해 있는 화살이 언제 군인이나 국민 전체로 향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언젠가는 한번 재정립해야 할 그 사회협약에 연금의 축소는 의제에 있지만 기존의 노동조건에 대한 반대급부는 의제에 없다는 점이다.

당신의 연금은 안녕할까요?

“무상급식”에 대해 주절거린 트윗 모음

# “무상급식”도 사실 “마녀사냥”, “혈세” 등처럼 단어 내에 선입견이 포함된 안 좋은 네이밍이다. 따지고 보면 대개의 재정집행이 이미 무상이지만 그들을 “무상도로”, “무상경찰”이라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 그렇지만 조금은 불가피한 면이 있긴 했다. 이 개념을 정책으로 선도적으로 쓴 정치조직이 바로 민주노동당인데, 당시 정책을 간결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슬로건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 그 슬로건이 바로 “무상교육, 무상의료”.

# 무상급식에 대해 보수가 쉽게 공격할 수 있는 이유는 급식이라는 서비스가 가지는 고유한 특성, 즉 배제/경합 가능성이다. 공공재는 배제와 경합이 어렵다는 경제학적 원리가 내재되어 있고 도로나 치안 등이 대표적인 데 급식은 이와는 다르기에 공격하기 쉽다.

# “공공재(Public Goods)”와 “공익성(Public Interest)”는 특정 재화/서비스의 공통적인 속성이면서도 그렇지 않기도 한데, 공익성이라는 특성은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급식을 공공재로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 등.

# 급식이 또 하나의 교육이 되는 과정에는 급우와 같은 음식을 먹으며 평등 의식을, 건강한 급식을 먹으며 생산 노동의 소중함을 배우는 것 등이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도지사가 급식을 거부하고 학교가 성적순으로 밥을 주는 사회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원문

재닛 옐렌의 이례적인 발언

1989년 이래로 현재의 형태로 조사를 시작한 소비금융조사에 따르면 표1에서 보는 것처럼 상위 소수 가구로의 소득집중이 증가세다. [중략] 물가상승을 보정한 상위 5%의 가구소득은 우리가 표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1989년에서 2013년 사이 38% 증가하였다. 반면 나머지 95% 가구의 평균 실질소득은 10% 미만으로 증가하였다. [중략] 그리고 소비금융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1989년 이후 부의 불평등은 소득의 불평등보다 더욱 증가세다. 표3에서 보면 1989년 조사에서 상위 5%의 미국 가구는 전체 부의 54%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 지분은 2010년에는 61%로 증가하고 2013년에는 63%로 증가했다.[Perspectives on Inequality and Opportunity from the Survey of Consumer Finances]

이 발언은 재야의 “좌파” 경제학자의 발언이 아니라 재닛 옐렌 美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10월 17일 가진 보스턴 연방준비제도은행에서의 연설에서 한 발언이다. 연준 의장이 경제 전망이나 통화정책이 아닌, 이른바 “사회적 이슈”를 연설에서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는 불평등 이슈가 경제정책에서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한 사건으로 기록될만하다. 어쩌면 피케티 열풍의 한 편린일 수 있을 것이고 관찰한 현상도 피케티의 그것과 비슷하다.

미국에서 이렇게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금융 및 제조업의 세계화는 미국에서 제조업의 일자리를 뺏어서 중산층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반면 금융자산을 쥐고 있는 상위가구의 재산을 증식시켜주었을 것이다. 월스트리트를 위시한 대기업 경영진의 보수는 해당 기간 동안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이 역시 소득불평등에 기여했을 것이다. 옐린 의장은 교육과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그것이 근본해결책일지 미봉책일지는 알 수 없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같은 현상을 놓고도 다르게 해석하여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았다고 말하는가 하면 불평등이 무엇이 문제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세는 그들이 현실사회에 대해 발언할 때 더욱 냉혹하게 비쳐지는데, 예를 들면 소득불평등의 주요한 원인인 불법 파견근로1 에 대한 시각도 ‘다른 나라 다 하는 것을 법원이 막으면 우리는 경쟁에 뒤쳐질 것이다2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이제 자유주의의 본산인 미국의 경제수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한국경제신문의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격렬한 저항에 관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의 핵심정책 중 하나인 사내유보금 과세 정책에 대해 가장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매체는 한국경제신문이다. 매일경제신문의 경우 어느 정도 정책도입의 필요성을 찬성하는 편인 반면, 한경은 과세원칙이나 실효성 등과 같은 논란을 뛰어넘어 “사회주의자들의 음습한 노림수”라는 표현까지 등장시키는 이념적 잣대까지 들이대가며 그 부당성을 계속하여 주장하고 있다.

사회주의 이념은 바로 복지국가라는 이름 아래 환생(還生)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사내유보금 과세 논란은 그런 사회주의자들의 음습한 노림수를 사려 깊지 못한 정치권이 수용하려는 태도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최소한의 생활보조 차원을 넘어 나이나 계층 등의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보편적 복지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전방위적 증세를 알리는 신호탄이다.[유보금 과세, 국가 정체성 훼손하는 강제]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의 칼럼이다. 이 글에서 그는 복지국가로의 지향이 사회주의 이념의 환생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내유보금 과세는 그 이념의 환생에 기름을 부을 전방위적 증세의 신호탄이다. 보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14명중 8명 찬성, 2명 반대, 4명 입장유보인데, 필자의 주장에 따르면 8명 의원은 사회주의자의 노림수를 모르는 사려 깊지 못한 정치권인 셈이다.

사내유보금은 자본의 항목으로서 부채비율의 분모를 증가시키고 부채비율을 감소시켜 신용등급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중략] 이런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현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자. 임금 인상은 이익 감소로 직결돼 현재도 저조한 추세인 기업의 수익성이 더 낮아진다. 배당 증가는 유보이익을 감소시켜 투자 감소로 연결된다. 현금성자산이 줄어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고, 미래에 대한 투자여력도 감소한다. [사내유보금은 나쁜 것인가]

좀 더 이성적인 한인구 KAIST 경영대학 교수의 글이다. 재무제표 중 재무상태표의 자본 항목에 해당한다. 이에 자본을 분모로 하는 부채비율의 산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후 왜 이익잉여금을 남겨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신선하지 않다. 기업수익성 악화방지를 위해 임금도 배당도 늘이지 않겠다는 주장은 주주 자본주의나 이해자 자본주의 모두의 이해관계에 반한다.

배당수입으로 가계소득이 늘어난다면 이미 서민도 아니다. 기업이익을 임금 인상에 반영하라는 것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만 더 벌어지게 할 것이다. [중략] 여러번 강조할 이유도 없이 기업이익의 처분은 기업가의 지극히 고유한 경영상 판단에 속하는 문제다. 오늘과 내일, 단기와 장기에 걸친 자원의 배분이야말로 기업가의 선택이요 경영행위의 본질에 속한다.[‘기업소득 환류’로 간판 바꾼 유보금 과세, 정말 이럴 건가]

앞서의 글이 외부필진의 칼럼이라면 이건 사설이다. 배당수입이 있으면 서민이 아니랄지 임금 인상하면 임금격차만 벌어진달지 하는 것은 괜한 오지랖일 뿐이다. 사설의 핵심은 기업이익의 처분이 “기업가의 고유한 경영판단”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이미 법인세 깎아줬더니 투자를 안 한다고 일갈한 바 있다. 처분할 기업이익의 원천은 정부가 만들어줬다는 이야기다. 이건 정부의 고유한 정책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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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습한 사회주의자들

요컨대 한경의 논조는 사내유보금 과세는 정부가 기업의 고유한 경영판단에 간섭하는 짓이며 기업이익을 감소시키고 종래에는 사회주의자의 음습한 노림수에 놀아나 그 이념의 환생에 기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과잉주장은 과세의 실효성이랄지 정책연계성 등에 대한 건설적 논의를 가로막을 뿐이다. 한편으로 사회잉여를 선순환 경제에 분배하지 않고 한 푼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스크루지의 추한 얼굴도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