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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의 책을 읽다가 드는 상념

“화폐는 그것이 구매하는 물건에 대해서만 중요할 뿐이다. 따라서 그 작용이 한결같고 또 모든 거래에 동등하게 영향을 미치는 화폐단위의 변화는 중요하지 않다. 만일 이미 확립되어 있는 가치표준의 변화에 의해서 어떤 사람이 모든 권리와 모든 노력에 대하여 종래의 2배의 화폐지불을 받고 소유하는 한편, 또 모든 구입과 모든 만족에 대하여 종래의 2배의 화폐를 지불한다고 하면 그 사람은 전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화폐가치의 변화, 즉 물가수준의 변화는 그의 영향이 불평등할 경우에 한해서만 사회에 대하여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지극히 광범한 사회적 결과를 야기시켰고 또 현재에도 야기시키고 있는 중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화폐가치의 변화가 모든 사람 또는 모든 목적에 대하여 똑같이 작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화폐로 측정되는 물가와 보수의 변화는, 일반적으로 상이한 계급들에 대하여 불평등한 영향을 미치는데, 한 계급에서 다른 계급으로 부를 이전시키고, 한편에는 풍요를 가져다 주고 다른 한편에는 빈곤을 가져다주며, 계획을 좌절시키고, 기대를 실망시키는 방법으로 운영의 여신의 은총을 재분배한다.”[貨幣改革論 3~4pp, J.M.케인즈, 이석륜譯, 1993년, 비봉출판사]

케인즈가 적절히 지적하였듯이 인플레이션이 – 또는 디플레이션 –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것이 富의 재분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의 인플레이션은 부동산 소유자의 부를 상대적으로 증가시키며, 유가의 인플레이션은 산유국과 원유 투자자들의 부를 상대적으로 증가시키는 반면 나머지 사람들의 자산이 가치절하되는, 즉 상대적으로 가난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서 분배로부터 소외된 이들은 좌절감과 열패감을 맛보게 되거니와 특히 그로 인해 자신의 노동력 재생산 비용이 증가할 경우 이중으로 고통 받게 된다. 즉 예로 든 집값 상승과 유가상승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재생산 비용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현재 임금 또는 소득이 그 화폐가치가 변함없다고 가정할 경우 실질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이는 사회적으로 임금상승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한 견지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총자본, 특히 산업자본의 경우 부동산이나 유가와 같이 노동자의 재생산 비용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품들의 인플레이션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실질임금의 상승, 국가의 공공서비스 제공, 또는 이도 저도 아닌 강압적인 독재를 통해 해소(또는 억압)된다.

그런데 개별자본의 관점에서는 문제가 달라진다. 즉 사실 이전에도 많은 국내기업이 소위 비업무용 부동산을 확보하여 부동산 인플레이션에 부채질을 했거니와, 지금과 같이 다양한 자본이 증권화(securitization)되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이 시스템에서 개별자본 – 심지어 노동자들 스스로조차 직간접적으로 – 은 기회만 있으면 차별화된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발생할 부의 증대에 베팅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더욱 복잡해지고 더욱 교묘해진 자본주의 정글의 법칙이다. 단순한 노자(勞資)계급 구도로는 설명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자본주의 공장, 중국발 인플레이션 촉발되는가

11월 중국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6.9%에 달해 1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식료품 가격은 전년 동월에 비해 18.2% 상승하였다. 특히 중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고기류인 돼지고기 가격은 54.9%가 상승하였고 식용유는 34% 상승하였다.

12월 들어 중국당국은 경기과열 현상을 막기 위해 화폐공급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곡물과 석유의 국내소비를 증진시키기 위한 각종 세금 및 보조금 정책을 발표하였다.

물가상승의 원인은 다양하다. 전 세계적인 흉작, 유가급등 등이 그 주요원인일터이고 또한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에 따른 자본유입도 물가상승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당국은 금년 들어서만 금리를 다섯 번 올렸고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열 번 올렸다. 하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고 파업등 사회적 소요로 나라가 시끄러운 실정이다. 얼마 전 관동에 위치한 Alco 전자에서는 수천 명의 노동자가 치솟는 식료품 가격에 항의하는 행진을 벌이는 등 저항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러한 시위에 민영화에 따라 해고된 노동자들이 반부패를 외치며 가세하고 있어 경제적 파업이 정치적 저항으로 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물가폭등에 따른 비극적인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달 충칭에 위치한 까르프에서 있은 세일행사에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드는 바람에 3명이 죽고 31명이 다치는 참변이 일어났다. 10월에 상하이의 한 슈퍼마켓에서 역시 15명이 부상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월 12일자 기사에서 이러한 광범위한 반정부 저항이 1989년의 그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여 가기 시작함을 경고하고 있다. 이 신문은 한 은퇴한 노동자의 말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는 최근 임금은 10% 오른 반면 물가는 50%가 올라 병원 갈 돈도 없다며 마오쩌뚱 시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공산당은 이러한 무정부적 사태에 대해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1980년대 집단농장 체제를 폐지한 이후 당국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도시인구의 수요에 대응할만한 효율적인 곡물 통제정책 수단이 없는 형편이다. 당국은 민영화된 회사로 하여금 물가상승에 상응하는 임금인상을 유도할 계획이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게 만만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중국 사회과학아카데미의 ‘기업 경쟁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중국 노동자의 임금은 GDP 대비 53.4%였으나 2005년에는 그 비율이 41.4%로 줄었다. 이 기간 동안 경제규모는 여섯 배 늘었다. 이익배당은 동 기간 동안 21.9%에서 29.6%로 늘었다. “기업이윤의 상당수가 고용인의 저임금에서 얻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보고서는 인정했다.

더불어 1990년대 공공주택, 의료보장, 교육 및 연금 등 각종 사회주의적인 보호막이 붕괴되면서 체감 적으로 느끼는 노동자들의 생활고는 한층 심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중국 노동자는 이미 사회주의가 무너진 자본주의 무한경쟁의 장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일당독재 공산당의 지도를 받는 초현실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결국 현 상황은 ‘성장’ 드라이브를 위해 사회주의적 조치들을 풀어헤치고 전 세계에 자국경제를 무절제하게 개방해버린 중국당국의 개혁(?) 조치가 초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제는 크게 성장하였고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는 중국에서 제공되는 값싼 상품을 통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틀어막아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현재 중국경제는 사회공공성이 무시된 성장에 따른 물가상승과 저임금, 이로 인한 양극화라는 전형적인 ‘시장의 실패’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염려스러운 것은 결국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겠지만 어떠한 식으로든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감으로써 중국산 상품가격이 올라가고 –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이익감소를 감내하지 않은 한은 – 이는 또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바로 이웃나라인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것이다.

이미 중국에서의 치즈 소비 증가 때문에 치즈 가격이 폭등하였고 우리나라 핏자집이 하루가 다르게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우리 역시 높은 물가와 저임금, 비정규직 등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어 내수경제가 침체되어 있는 중국과 유사한 상황에서 중국발 인플레이션 촉발이라는 또 하나의 반갑지 않은 황사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이 글은 World Socialist Web Site 에 올라온 Soaring inflation sparks social unrest in China 라는 글을 요약발췌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첨언한 글입니다.

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것일까?

석유 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일단 ‘대체재’의 뜻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체재 [代替財]
[명사]<경제> 서로 대신 쓸 수 있는 관계에 있는 두 가지의 재화. 쌀과 밀가루, 만년필과 연필, 버터와 마가린 따위이다.

무엇이 대체재인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석유 값 이야기하다가 왜 난데없이 ‘대체재’의 뜻을 알아보자고 했냐면 옥수수가 기름의 대체재라는 재밌는 사실을 알려드리기 위해서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옥수수로 에탄올 연료를 만들 수 있고 석유 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옥수수 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고 한다.

일단 왜 석유 값이 뛸까? 많은 이들은 정치지리학적 요인으로부터 원인을 찾고자 할 것이다.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악화랄지 터키의 이라크 북부 지역 공격 가능성이랄지 하는 부분 말이다. 물론 이러한 부분도 있겠지만 최근 달러 약세에서 원인을 찾는 이도 있다. 즉 석유 결제 통화인 달러가 계속 약세니 산유국 입장에서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값을 올린다는 해석이다. 그럴듯한 해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요인이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석유와 옥수수뿐만 아니라 동, 납, 콩, 면화, 보리 등 여러 관련 없어 보이는 원자재 가격도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또 재밌는 해석이 있다. 옥수수 값이 뛰니까 너도나도 옥수수를 심기 시작했고 그 탓에 다른 작물의 공급이 부족해져서 동반상승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해석이다.

이제 말하려하는 부분은 또 다른 가격상승 요인이다. 그것은 소위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의 투기적 거래자의 존재다. 오늘날 원자재 시장에서의 선물시장이나 파생상품거래 등은 새로운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본투자나 정부 채권 등에 초점을 맞춰오던 투자자들은 이제 원자재를 기반으로 하는 환율거래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에서는 지난 해 원자재 중개거래인들의 고용률이 30%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렇듯 원자재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되면 어떻게 될까? 물량은 그대로인데 화폐와 신용이 밀려드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다. 고위험 채권과 구조화 신용 등에 몰려다니던 투기자금이 이제 새로운 안식처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안식처는 달러 약세에 가장 매력적인 상품, 금 시장이다.

분석가들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 세계경제가 활성화되거나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더라도 여전히 원자재에 대한 투자는 이익이 남는 장사라고 말이다. 물론 인플레이션 없는 경기후퇴 시에는 그들은 손해를 볼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BRICs (Brazil, Russia, India, China)의 급속한 경제성장이 원자재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어쨌든 그들은 투자를 해서 돈을 벌면 되는 것이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들 양측 모두 이러한 상황이 그리 탐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원자재 시장에서의 투기성 자금의 활동으로 인한 가격교란이 결국 생필품 가격의 상승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한 몫을 노리는 투기자들은 최종소비자가 특정 상품의 소비를 포기하고 다른 상품으로 말을 옮겨 탈 때까지 가격을 밀어 올리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다. 사실 그들의 창고에는 원자재 따위는 쌓여 있지도 않고 기껏 그것들에 대한 매입 포지션이나 매도 포지션만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일 텐데도 말이다.

이것이 오늘날 또 하나의 왜곡된 시장의 모습이다. 시장의 기능은 원래 생산자와 소비자를 효율적으로 연결시켜주는 유통의 기능을 해왔거니와 중간거래자의 존재는 꼭 필요하다. 그리고 그 거래자들은 환율의 차이, 가격의 등락 등에 대비하여 일정한 파생상품 거래를 통하여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러한 본래의 목적으로 거래하는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이들이 투기의 목적으로 원자재 시장에서 고위험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시장에 대한 고전적인 정의를 회의케 만드는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아래 기사에서 요약발췌하고 첨언하였음
http://economist.com/daily/news/displaystory.cfm?story_id=9979315

기타 참고자료
http://www.keei.re.kr/keei/download/ef0403_80.pdf

물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Zimbabwe (orthographic projection).svg
Zimbabwe (orthographic projection)” by L’AméricainOwn work.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전 세계를 통틀어 현재 가장 물가상승률이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짐바브웨일 확률이 높다. 이 나라의 중앙통계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 나라의 물가상승률은 8월 현재 전년 대비 6,592.8%에 달한다고 한다. 이 어마어마한 수치는 전 달의 수치에 비하면 낮아진 수치일 정도인데 전달인 7월은 전년대비 7,634.8%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었다.

이렇게 물가가 잡히고 있는(?) 주된 이유는 짐바브웨의 대통령인 로버트 무가베가 발표한 가격통제 프로그램 덕택일 확률이 높다는데 이 프로그램은 가격이나 임금을 올리려는 사람은 최고 6개월의 징역에 처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중앙통계국은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주된 원인이 식품 가격과 비알콜류 음료 가격의 상승둔화에서 찾고 있다. 어쨌든 아프리카라는 대륙은 여러모로 안쓰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대륙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