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 관해서요. 좀 책을 통해서 공부하고 싶은데 어떤 책으로 보는게 잘봤다고 소문이 날까요? 초심자들이 보기 좋은 책 추천 부탁드립니다.[from]

다른 것들도 그렇겠지만 나에게는 책 추천을 부탁받는 것만큼 난처한 일도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내 독서습관은 아주 형편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아무렇게나 읽는데다 여러 권을 함께 읽기도 하고 일부만 뜯어 읽기도 한다. 그래서 나의 이런 후진 책 읽는 방식이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되면 그야말로 시간낭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여하튼 종횡무진님의 부탁도 있고 하니 짧은 독서량 안에서 나름 의미가 있었던 책을 몇 권 나열하는 수준에서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그러니 부탁드릴 것은 내가 나열하는 책들이 꼭 걸작이라거나, 또는 최소한 양서(良書)라는 편견을 갖지 말아 주십사 하는 것이다. 난 나쁜 책도 읽는다.

경제사

얼마 전 미네르바가 추천하였다고 해서 유명해진 레오 휴버맨 Leo Huberman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원제 Man’s Worldy Goods)’를 나 역시도 추천한다. 80년대 ‘경제사관의 발전구조’라는 80년대틱한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하튼 다시 나와서 반갑다. 꼭 경제사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에릭 홉스봄 Eric Hobsbawm 의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등 이른바 ‘~의 시대’ 시리즈도 당시의 경제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얼마 전 소개해드린 다니엘 예르긴 Daniel Yergin 의 ‘시장 대 국가(원제 The Commanding Heights)’는 시장위주의 경제체제와 국가위주의 경제체제가 어떻게 우위를 점하여왔는지에 대한 역사를 상세히 알려준다는 점에서 추천할만하다.

금융사

굳이 경제사와 따로 떼놓는 이유는 자본주의 역사에 있어 금융, 특히 월스트리트의 성장이 가지는 의미는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존 스틸 고든 John Steele Gordon 의 ‘월스트리트 제국(원제 The Great Game)’은 월스트리트라는 이름의 기원에서 시작하여 월스트리트 및 세계 금융자본의 흥망성쇠를 잘 묘사하고 있다. 헨리 브랜즈 Henry Brands 의 ‘머니맨(원제 The Money Men)’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상호보완적으로 읽기에 적당하다. 위 두 책이 금융의 관점을 중심으로 담았다면 레오 휴버맨 Leo Huberman 의 ‘가자 아메리카로!(원제 We, The People)’은 그 금융자본이 어떻게 미국의 실물경제를 쥐고 흔들었고 갈등을 빚었는지를 보여준다.

경제학 이론

경제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담는 것이 당연히 경제를 이해하는 초석이 됨에도 이와 관련 하여는 딱히 추천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경제교과서나 유명 경제학자들의 각종 명저들은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국부론’, ‘일반이론’, ‘자본론’ 등을 비롯한 경제학자들의 고전들을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보면 충분할 것이다. 한 가지 불행한 사실은 국내 출판계에 이런 너무나 당연한 고전들이 사실 그렇게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케인즈의 ‘일반이론’만 하더라도 한동안 나오지 않다가 얼마 전에야 다시 햇빛을 보게 되었다. 고전을 무시하는 사회랄까. 고전들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투정한다면 토드 부크홀츠 Todd G. Buchholz 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원제 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라도 읽어두시길.(유모씨가 이 책을 베꼈다는 설이 한동안 회자했던) 좀 더 여유가 된다면 중상주의, 중농주의 등 경제학의 기초가 되었던 사조를 개별 도서로 살펴보는 것도 좋다.

경제사건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경제에 관한 굵직한 사건을 미시적으로 다룬 책들도 경제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데 좋은 계기를 마련해준다. 특히 로저 로웬스타인 Roger Lowenstein 의 ‘천재들의 실패(원제 When Genius Failed)’는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건을 다룬 책으로 현재의 금융위기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모습이어서 흥미롭다. AOL사와 타임워너의 합병을 다룬 나나 뭉크의 ‘버블의 붕괴(원제 Fools rush in : Steve case, Jerry Levin and the unmaking of AOL time)’는 M&A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세부적인 경제지식

사실 큰 그림에서 체제의 모순을 솜씨 있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미시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따지고 들면 중언부언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현대 자본주의, 특히 금융 분야에서의 미시적인 세포분열이 매우 활발해서 그렇다. 이런 분야의 텍스트가 그리 많지도 않다. 결국 ‘투자론’이나 ‘금융공학’에 관한 교과서를 파고드는 방법이 있고 더 세부적으로는 개별 텍스트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공을 하거나 그걸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경제연구소나 각종 연구기관에서 제공하는 무료(또는 여유 되시면 유료라도) 보고서를 보시는 것이다. 개별사안에 순발력 있게 접근할 수 있고 시간도 얼마 들지 않는다. 삼성경제연구소나 한국금융연구원의 뉴스레터를 추천한다.

두서없이 몇 권 추천하였지만 서두에 말했다시피 이 책들은 나의 일천한 독서역량 안에서 나열한 것들일 뿐이다. 세상엔 이보다 더 훌륭한 경제관련 도서들이 널려있을 것이다. 일단 사서 읽어보고 그 중에서 관심이 가는 분야에 추가적으로 도서를 구입하던지 인터넷을 이용하여 지평을 넓혀가는 것을 권해드린다. 지식에 테두리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로 사실 새 책보다는 헌 책을 권하고 싶다. 그 많은 경제관련 책들을 새 책으로 사다가는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곳은 신촌에 있는 ‘숨어있는 책방’ 지하층이다.

9 thoughts on “

  1. tomahawk28

    외국 살아서 이북아니면 못보는게 아쉬울뿐이고!
    책 있어도 이북으로 안나오면 못보는것 뿐이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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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종횡무진

    foog님의 추천도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전 그냥 댓글로 달아 주실 줄 알았는데, 상세히 알려 주셔서 감동했습니다.ㅠㅠ
    알려 주신 도서 알차게 활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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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nothingman

    감사합니다. 그런데 천재들의 실패와 버블의 붕괴를 읽어보고 싶은데 절판되서 구하기가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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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벌써 절판이 되었나요? 그런 대중적인 책까지 절판되다니 좀 심하네요. 특히 그 두책 정도면 충분히 상업성이 있는데도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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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Punk77

    국내판은 소련의 사회주의국가건설 관련 글들이 누락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80년대판에는 수록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 확인은 못해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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