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샤머니즘

앞날을 내다보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심리다. 1999년 2월 유가가 고작 10달러 수준일 때 ‘이코노미스트’는 한 달 뒤 유가가 곧 5달러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해 말 가격은 무려 그 5배였으며, ‘이코노미스트’는 머릿기사에서 “우리가 틀렸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에 대해 어느 명민한 독자가 훌륭한 평가를 하고는 그 주간지의 편집자들뿐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될 충고를 덧붙였다.
“모델링 신비주의가 번성하면서 도저한 ‘샤머니즘’이 예측 사업에 스며들게 되었다. 정책 결정자는 샤먼을 찾아가서 매달린다. 길이길이, 또는 더 나은 샤먼이 나타날 때까지만이라도. ‘이코노미스트’는 그런 샤먼 역할을 삼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지구를 위한 에너지 디자인, 바츨라프 스밀 지음, 허은녕/김태유/이수갑 옮김, 창비, 2003년, p205]

하지만 우리는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샤머니즘의 의식을 치르고 있다.

번역문이 원문과 뉘앙스 차이가 있다는 채승병님의 지적에 따라 원문을 옮겨옵니다. 참고하세요.

“A greater element of “shamanism” has crept into the forecasting business as modelling has increased in esotericism. The decision maker anoints his shaman for life, for better or worse, or until a better one comes along. The Economist should avoid the shaman’s role.”[출처]

0 Comments on “현대판 샤머니즘

  1. 번역서가 원문이랑 약간 뉘앙스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원래는 “모델링 신비주의가 번성하면서….”라기 보다는 “모델링에 밀교(密敎, esotericism)적 성격이 증가하면서….”였죠. 기관마다 각종 예측모델들이 판을 칩니다만 그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이너서클의 몇몇 빼놓고는 제대로 모르는 현실을 잘 꼬집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도 저런 샤먼질에 일조하며 밥 먹고 사는 입장이다보니 한편으로 많이 찔립니다.^^

    그나저나 최근에는 정신이 없어서 별로 인사를 못 드린 것 같군요, 항상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1. 채승병님의 지식의 깊이는 헤아리기가 어렵군요. 여하튼 말씀대로 이너서클이 알려주지 않는 사실을 잘 알려주는 글인 것 같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나름 오덕들이 많아서 이제는 그 이너서클 행세도 하는 세상도 되었죠. 🙂

  2. 사회초년생, 매우 착한 마음을 품고 월급 나오는 은행에 가서

    아줌마한테 펀드 뭐 들어야 하냐고 물어보며 열심히 설명 듣던 생각이 나네요.

    그 VIP룸이 이제보니 무르팍 도사의 방 삘이었구만요.

    1. 오~ VIP룸에서 상담을 하셨군요. 뭐 향후예측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전의 수익률 추이 정도 설명해주는 것이야 샤머니즘이라 할 수는 없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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