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경제정책 조언자의 관계에 대하여

밋 롬니의 경제조언자였던 글렌 허바드가 목요일 부자에 대한 증세를 요구하는 [중략] 기명 칼럼을 파이낸셜타임스에 게재하였다. 허바드의 발언은 주목할만한데, 롬니는 선거기간 동안 두 정책을 모두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중략] 허바드의 선거 이후의 기명 칼럼 게재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워싱턴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 살펴보게 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정치 후보들이 표현하는 것보다 더 실리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그들은 그들의 고용주에 모순되는 공공적인 발언을 자주 유보하기도 한다. 또는 그들이 실제로 찬성하지 않는 정책제안을 방어하기도 한다. 허바드는 동료 학자들에 비해 덜 당파적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롬니는 허바드가 합리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경제학자라는 인식에 기반하여, 허바드가 롬니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다소 모금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Mitt Romney Economic Adviser Calls For Raising Taxes On The Rich, Contradicting Entire GOP Campaign]

점심에 동료와 한담을 나누며 교수들은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는데, – 물론 비아냥거리는 것은 나쁜 짓이지만 – 바로 이런 경우가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강한 정치의지를 가지고 달려드는 이들을 요즘은 “폴리페서”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대개의 교수들은 이렇게 일종의 조언자 – 요즘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말로 “멘토” – 노릇을 하는데, 때로는 소신과도 배치된 노릇을 하며 권력층에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허바드의 경우는 더욱 안 좋은 케이스인 것 같다. 허바드는 부시 행정부 경제자문회의(CEA) 의장으로 미국의 감세 정책을 주도하는가 하면, 이번 선거에서 롬니 캠프의 고문으로 일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 경제는 재정절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신문에 부자증세를 주장하고 있으니 과연 어느 것이 소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식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이 어느 부분에선가 결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이 기사를 보면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어떤 캠프의 경제정책의 아이콘으로 활동하면서, 그 캠프가 어느 정도 경제이슈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갖게끔 도운 인물. 김종인 씨다. 박근혜 캠프는 권위주의 정부의 경제 관료였으면서도 소위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유명한 헌법 제119조 2항을 입안했다고 알려진 – 안 그렇다는 주장도 꽤 신빙성 있게 회자되지만 – 그를 영입하며 ‘경제민주화를 잘 이끌 후보 1위’로 꼽히기도 했다. 확실히 김종인은 박 캠프의 이미지를 윤색하는데 도움이 된 인물이다.

하지만 초지일관했던 롬니 캠프와는 달리 박 캠프는 최근 보수색채를 강화하며 “경제민주화”라는 머리띠를 벗어던지려는 낌새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더 이상의 “좌클릭”은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김종인 씨는 좌파도 진보도 아닌, 굳이 따지자면 합리적 우익이다. 그가 정말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들었는지 여부를 떠나서 적어도 허바드와 달리 주장에 일관성은 있었다. 박 캠프가 그런 주장조차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이 나라 우익의 편협성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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