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헬스케어에 관한 몇 가지 사실

up until now, being sick in America has been a private matter; and as a result, 47 million Americans have no health insurance today. [중략]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reports that thousands of Americans die each year because they are denied the most basic health care.
현재까지 미국에서 아픈 것은 개인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 결과 오늘날 4천7백만 명의 미국인이 건강 보험이 없다. [중략] 세계보건기구는 수만 명의 미국인들이 매년 가장 단순한 보건치료를 거절당하여 죽고 있다고 보고하였다.[출처]

미국 헬스케어 서비스의 척박한 질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슈피겔이 미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이태리, 영국 등 주요국가의 보건 관련 현황을 비교한 표를 보면(표 보기) 미국의 의료시스템의 비효율성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헬스케어에 대한 비용지출 비중은 영국의 그것의 2배에 육박하며 비교국들 중 최고지만 의료인이나 병원 침대의 수는 최저다. 원인은 지극히 단순하다. 비용이 쓰여야 할 곳에 쓰이지 않고 있고 다른 곳으로 새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공적 부조의 빈곤이 서비스의 질을 떨어트리고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정작 사실을 살펴보면 미국정부의 의료비 지출이 민간부문의 지출보다도 더 크다.

보건개혁 논쟁에 있어 진정 놀랍고 우울한 사실은 이미 우리 정부가 민간 보험회사(35%)보다 더 많은 의료 청구비를 지급하는(총액 중 47%)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화된 의료”에 대한 끈질긴 공포감 유발이다.
One of the truly amazing and depressing things about the health reform debate is the persistence of fear-mongering over “socialized medicine” even though we already have a system in which the government pays substantially more medical bills (47% of the total) than the private insurance industry (35%).[출처]

그런 한편으로 기업 또한 의료비에 대한 부담으로 자체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최근 파산을 선언한 GM의 파산사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중에 회사가 부담해야 했던 막대한 유산비용(legacy costs)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중 많은 부분이 “美 의료보험 시스템의 취약성으로 인한 기업의 의료보장비용”이다.(주1)

요컨대 미국의 의료비 지출은 막대하다 그것이 전체 GDP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 그로 인해 경제가 좋아지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면서 – 해마다 그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일반인들의 편견과 달리 정부부문의 지출이 사적부문의 지출보다 많다. 그런데 그 질적 수준은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시장의 효율’이라 부른다면 그것은 시장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

(주1)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경제위기에 따른 해고자의 증가는 또한 의료취약계층의 증가로 이어진다.

4 thoughts on “미국의 헬스케어에 관한 몇 가지 사실

  1. 힘찬

    답답한 건 얘네 평민들은 아예 ‘의료 사회화’라는 게 대체 어떤 건지 감도 못 잡는 다는 것. 심히 오랜 세월동안 개인의 출혈로 건강보험료, 또는 의료비를 충당해 왔기 때문에 그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거죠. 마치 오랫동안 주택을 사적 소유의 가치 넘버원으로 여기고 주택 구입에 반평생 바쳐가며 개인이 출혈하는 걸 당연하게 여겨왔던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베네주엘라처럼 정부에서 국민들의 주택문제를 완전 해소해 주겠다’고 하면, 환영하기 보단 혼란에 빠질 것이 당연한 것처럼. 결국 저명한 학자들, 정치인들 맨날 TV 나와서 어려운 말로 토론해 대는 것보다 평범한 국민들의 의료사회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문제인 듯. (누구처럼 또 홍보가 문제근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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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런던에서 한번은 진짜 돈을 전단지처럼 나눠주는 실험을 했는데 거의 사람들이 무시하고 지나갔다죠? 자신들이 비상식적이라 믿는 부분에 대해선 때로 그것이 돈과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받아들이려 하거나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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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고어핀드

    미국정부의 의료비 지출이 민간부분보다 크다는 건 정말로 놀라운 사실이네요.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23

    최근 시사in 기사에서는 미국 국민 의료보험의 역사에 대해 논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장애물로 “의료 사회주의에 대한 공포” 를 지적했는데, 이런 것을 보면 믿음 혹은 공포심이 사실을 압도하는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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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공포감이 실리를 억누르는 상황. 큰 나라나 작은 나라나 별로 다를 바가 없군요. 좋은 글 소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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