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자유주의 정부일까?

오늘날 자유주의는 고전적 자유주의가 아니라 국가의 간섭과 복지 국가를 지지하는 미국식의 자유주의를 지칭한다. 자유주의에서 자유는 경제적 자유와 개인자유로 구분할 수 있다. 경제적 자유와 개인의 자유를 확보하려면 국가가 시장경제와 개인의 자유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중략] 이러한 자유주의는 국가와 자유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경제적 자유와 개인의 자유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Libertarian), 양쪽도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Authoritarian), 경제적 자유에는 개입하지 말고 개인의 자유에는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Conservative), 경제적 자유에는 개입하고 개인의 자유에는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Liberal)으로 구별된다.[David Boaz, Liberationism, A Primer; The Free Press, 1977, p. 22. / 자유주의만이 살길이다, 한국하이에크 소사이어티 엮음, 평민사, 2006년, p80에서 재인용]

우리가 흔히 혼동하고 있는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의 차이와 이것들에 대한 입장에 따른 사상적 지형을 대체로 잘 설명해주고 있는 글이다. 물론 이러한 분류의 오류는 분명하다. 대의제 정치지형이라면 국가는 인민의 의지에 대한 신탁의 형태를 띠는 것이므로 또 하나의 독립적인 의지의 주체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애초에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 개인의 범위에는 자연인뿐 아니라 기업이라는 법인(法人)이 포함되어 애초 불공정한 게임의 개연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본주의 계급사회에서 민주대의제라는 제도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자본은 면밀히 유착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여하튼 위 분류법으로 현재 한국정치를 보면 현재의 한국사회는 어떠한 입장에 경도되는 사회일까? 적지 않은 이들이 적어도 리버타리안과 리버럴은 우선 배제하지 않을까 싶다. 남은 둘 중에서 우선 컨저버티브에 대해 살펴보자. 이는 미국정치에서 많이 관찰되는 유형이다. 시장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기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애 반대, 임신중절 반대, 공적의료보험 반대, 총기 소유의 자유 등에 소리 높인다. 오쏘리타리안은 제3세계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형이다.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되었건 칼로 정권을 잡았건 오만한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경제와 정치를 마음대로 농단한다.

애초 현 정부는 집권초기 한미FTA라는 우익의 주요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어가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는 등 신자유주의적 노선을 분명히 하다 국민들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부닥친 적이 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그들은 컨저버티브 쪽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그러한 강력한 저항과, 이어 불어 닥친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한미FTA는 적어도 당분간은 시급한 정치적 의제에서 밀려난 느낌이다. 그리고 꺼내든 카드는 구시대적인 관치다. 박정희 식 개발독재를 연상시키는 4대강 정비사업 속도전, ‘일자리 나누기’라는 미명 하의 기존 직원들의 감봉, 기업들의 특정회사에 대한 기금 출연 요구 등의 행태는 적어도 리버타리안이 지향하는 ‘경제적 자유’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즉 오쏘리타리안 행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희한하게 이러한 비이성적인 행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에 대한 지지도는 5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어떤 식의 설문조사였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적어도 바닥이 없을 것처럼 떨어지던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민심의 향방은 소위 이명박식 중도실용주의, 보금자리 주택 공급 등 일련의 대중추수주의적인 서민행보와 표면상으로는 호전되고 있는 경제상황이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더불어 민심이 그의 권위주의적인 경제개입에 대해서도 별로 개의치 않지 않는가 하는 추측도 해볼 수 있다. 우리가 이미 오랜 기간 그러한 행태에 익숙해있기 때문일까. 심지어는 그에 대한 향수까지 지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남자에게서 박정희의 냄새가.

나는 현대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이미 국가는 그 자체로 거대한 시장참여자라는 점, 대의제 하에서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유권자의 의지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국가의 개입이 원천적으로 배제되어야 한다는 리버타리안의 아이디어는 실현 불가능한 이데아에 대한 아집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불가피한 국가개입을 어떻게 최적화시키느냐 하는 문제다. 이는 물론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대해 수많은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만큼이나 치열한 논쟁에 휩싸여온 주제다. 개입의 범위, 타당성 분석, 의사결정 과정, 투입재원 확보 등 해결하여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것이 소위 ‘민주적이고 사회적인 통제’의 한계인데, 재밌는(?) 것은 현 정부는 그러한 절차를 과감히 생략한다는 점이 오히려 강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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