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를 읽고

‘삼성을 생각한다’ 이 책의 장르는 매우 특이하다. 실존인물 들이 등장하고 실재하는 기업, 조직 들이 거론되지만 저자 김용철 씨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건들은 모두가 사실이 아닌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다. 이 장르의 대표적인 소설가로는 경험과 상상의 세계를 뒤섞어 놓은, 이른바 환상적 사실주의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보르헤스가 있고, 만화가로는 코르트 말테제 시리즈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휴고 프라트가 있다. 이들은 실존인물과 가상의 인물들을 섞어놓아 사실인 듯 아닌듯한 환상적인 분위기의 스토리를 연출해내는데 귀신같은 재주를 지닌 예술가들이었다.

한데 김용철 씨는 그들의 서술구조에서 한발 더 나아가 100% 실존인물이 100% 실제 벌어졌던 일을 꾸미고 저지르고 있는 양 이야기하고 있다. 등장인물도 화려하다. 국내 최고의 재벌 삼성의 이건희 가족, 현 대법원장인 이용훈 판사, 돌아가신 두 대통령과 현 이명박 대통령, 대한민국 검찰 등 지배계급들이 총망라되고 있다. 그런데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이야기는 판타지 소설이다. 그 이유는 만약 이 이야기가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실화라면 이건 나라가 두 번 뒤집어질만한 대사건이고, 사실이 아닌 것을 김용철 씨가 사실이라고 주장한다면 이건 사상최대의 인격모독이자 무고이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이 책을 넌지시 검찰청 앞에만 던져두고 왔어도 벌써 무슨 일이 나긴 났을 것이다)

그런데..

위에 거론되고 있는 중 어느 누구도(!) 김용철 씨가 자신의 인격을 모독하고 있달 지 무고랄지 하는 등의 주장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 대신 어색한 침묵만 흐르고 있기 때문에 나는 결국 판타지 소설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결국 위의 모든 분들은 너무 너무 너무 아량이 넓으시고 예술에 대한 이해가 깊으셔서 김용철 씨가 없는 일을 마치 있는 것인 양 꾸며서 실명소설을 써도 기꺼이 그 순수성을 이해하시는 분들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다만 희한하게 광고매체들이 다른 광고로 채워야 할 지면이 너무 많아서 이 소설의 광고를 싣지 못하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웬만하면 광고 좀 내주시지)

줄거리는 허황되다. 삼성제국의 왕이 왕자에게 왕국을 물려주고 싶은데 겁나 아깝게도 왕도 아닌 껍데기 왕에게 재산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내야 할 것 같으니까 그 밑의 떨거지들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 개꼬딱지 만큼의 세금만 내는 꼼수를 부렸고 하잘것없는 지식인 나부랭이들이 항의했으나 이미 재판관들은 왕에게 매수되어 자치기나 같이 치러 다니고 세금은 걷을 생각도 안하고 오히려 옆 동네의 영토도 왕의 소유라고 인정해주는 짓을 저질러서 보다 못한 삼성제국의 가신 하나가 뛰쳐나와 이를 폭로하지만 아무도 못들은 척 외면한다는 말도 안 되는 줄거리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표절 냄새도 난다

무슨 이런 개떡 같은 내용이 있나싶다. 이게 말이 될 것 같으면 이 사회는 똥물로 가득 찬 오물통이라는 소리다. 세상이 좋아져서 인권위원회도 있고, 518기념식도 열리고, G20회의도 열고, 4대강 녹색사업도 하고, 서울대 총장이었던 지식인이 국무총리도 하고, 전임 대통령도 비자금을 받았으면 예외 없이 수사를 하고, 아이폰도 수입되는 이런 개방적이고 민주화된 세상에 말이나 되는 상황인가 말이다. 김용철 씨는 판타지 소설작가로서 호르헤 보르헤스나 휴고 프라트를 뛰어넘겠다는 강박관념이 있어 이렇게 해도 해도 너무 억지를 부리는 줄거리를 구상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하시라. 또 하나의 가족을 이렇게 놀려도 되는가?

0 Comments on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고

  1. 저도 요새 이 소설 읽고 있어요.
    소설 나오기도 전에 결론이 스포되었음에도 긴장감 있고,
    손을 뗄 수 없는 흡입력이 있는데
    잠은 자야되기에..-_-; 끊어 읽고 있습니다.ㅎㅎㅎ
    자꾸 현실과 혼돈되어 분노가 치미는데…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조금씩 읽어야겠어요.@_@
    실명이 이렇게 많이 등장하는데 어느 하나 반박하지 않으시니…
    그분들은 문학에 관심 없으신걸까요.. 흠….;
    우리 가카님 등극 이후 표현의 자유가 없어지고 있다는데… 이만하면 표현의 자유 왕국이네요 ~_~

    댓글 조공이 늦었습니다.
    왕자님 오시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합…(쿨럭;; )

    1. 정신 건강을 위해서 조금씩 읽으시다니…..진정 대인배이십니다.쿨럭~
      전 정신 건강을 위해서 토요일밤에 몰아서 읽어버렸답니다.
      무협지/판타지 답게 흡인력이 강해서 다 읽을 수는 있었지만 읽고나서 너무 xx한 현실에 흥분해서 잠을 못 이루느라 늦잠을 자버렸습니다.
      자유의 왕국(?!!!) 만세~~ ~_~

  2. 요즘 형편에 맞춰 문고판만 읽고 있는데 고가의 서적을 구입해야 하나 싶을만큼 세련된 추천사입니다.

  3. 후그형님, 저도 보르헤스 팬입니다. 무슨 도서관 관련 단편이 굉장히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고요. 그나저나 이 서평은 제가 읽었던 100편의 서평 가운데 가장 재기발랄하군요! 존경합니다. ㅎㅎ

  4. 핑백: lethee's me2DAY
  5. 야 .. 정말 대단하십니다. 우리는 코미디 세상에 살고 있군요 .. 그런데 그런 코미디를 소재 삼아 하는 코미디, 예능프로에 대한 압박이 있는건.. 저작권 때문이군요..

  6. 전 원래 판타지 소설류를 거의 안읽는 편인데도..
    이글을 읽고나니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저도 조금씩 읽어야 현실과 판타지를 구분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거겠죠?

    후기 잘 읽었습니다.

  7. 진짜로 소설 형식을 빌린 삼성 금서도 나름 재밌습니다. 바벨탑의 제왕이랑 이씨 춘추. 삼성을 생각한다처럼 실명은 아니지만 이병철 아저씨랑 건희 아저씨가 등장합니다. 모두 삼성이 전국에 깔린 책을 모두 수거, 폐기하고 동판까지 거액을 주고 사서 폐기했던 거지요.. 도서관에도 없습니다. 최근 파일로 입수했는데 궁금하시면 말씀 주시면 멜로 보내드리겠습니다.

  8. 저도, 사실이라기엔 너무 허황돼서….이게 어느 장르인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명쾌하게 정리해 주셔서 고맙네요. 벌거벗은 임금님 표절이군요. 표절 판타지라. 신문에서 광고하면 큰일나겠군요.ㅋ

  9. 이런 재치 넘치는 리뷰라니 감동했습니다. ㅠㅠ
    이 책에 대한 감상문 중에 최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에도 링크로 담아갑니다. ^^

  10. 환타지라하더라도 이런식으로 언급되는거 자체가 문제아닌가요 그것도 삼성출신 변호사에서 언급되어진다는거 자체가 속담 아니땐굴뚝에 연기나랴는 그냥 말로서 전해지는게 아닙니다.

  11. 한심한 리뷰다. 보아하니 젊은것 같은데 머리구조가 의심스럽기 짝이없다.

    머리가 판타지로만 가득차서 철학적인 사상과 개념은 하나도 없고 똥으로만 가득찬 인간이라고 평하고 싶군.

    이렇게 한심한 젊은놈들이 있어서 사회의 변화는 늘 요원한거야.

    댓글 단 놈들은 모두 삼성 알바생인듯 싶네.

  12. 궁금한게 있는데… 진짜 다 꾸며낸 판타지라고 생각하셔서 이 글을 쓰신건지..

    아님 반어법을 통한 책 추천이신건지..

    정말 모르겠어서 그래요. 어떤 의도이신가요?

  13. 옹호하는 글 중 정말 진실이라는 느낌은 전혀 안드는군
    이렇게 남을 비판하면서 그사람이 실명을 거론하며 판타지 소설을 쓴다니..ㅋㅋ
    하지만 세상사람들은 그를 소설가나 작가라고 하지 않는다
    변호사 라고 부르고 있다. 왜일까?
    이 글과 댓글에 그냥 웃고간다.
    알바거나 아님 그 책의 진짜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일뿐..

  14. 핑백: foo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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