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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7%의 사나이를 위한 원대한 계획

에버랜드는 한국의 가족경영 재벌이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을 통제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상호순환출자 시스템이기 때문에 중심축이다. 이건희 일가는 삼성그룹의 74개 회사의 1.53%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49.7%를 통제하고 있다. [중략]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는데 삼성생명은 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의 세 번째 대주주다. [중략] 삼성은 보도된 바로는 재구조 계획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하는 시나리오 하나는 지주회사를 구성하기 위한 삼성전자, 삼성물산 건설부문, 그리고 에버랜드의 합병이다.[Samsung Everland IPO Indicates Revamp of Korea’s Largest Chaebol]

삼성에버랜드의 갑작스러운 상장 계획 발표를 다룬 블룸버그 기사 중 일부다. 삼성의 이번 결정에 대한 배경과 향후 예상 시나리오가 잘 요약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다른 재벌도 그렇듯이 삼성 일가역시 흔히 삼성그룹의 “오너(owner)”라고 불리지만 위에서 보듯이 그 호칭에 어울리는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상호순환출자”라는 희한한 제도를 통해 그룹을 통제하고 “오너”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룹 내 삼성 일가가 실질적으로 “오너”라고 불릴만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있다면 바로 삼성에버랜드다. 25.7%의 지분을 가져 최대 주주인 이재용 씨를 비롯한 이건희 일가가 45.56%를 소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할 경우 지분은 80.62%까지 높아진다. 에버랜드가 단순한 레저 회사가 아닌 이유다. 이 회사는 상호순환출차의 정점에 서 있는 사실 상의 “지주회사”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시장지배력 강화, 중화학 및 건설업종 업황 부진 등에 따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부문이 그룹 내 매출 및 자산의 70%를 상회하는 등 그룹수익성 및 현금흐름 측면에서 전자부문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삼성에버랜드 회사채등급 평가보고서 중에서]

바로 이 점이 이건희 일가의 후계구도의 약점이다. 삼성전자의 실질적 지배권을 갖지 못한다면 “삼성그룹”의 지배자라 할 수 없을 텐데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분은 불과 0.57%다. 지난달 2일 국회를 통과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으로 삼성생명이 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할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그래서 언론은 에버랜드와 삼성SDS 상장으로 이재용이 실탄을 마련하려 하는 것이라는 예측이다.

언론은 에버랜드와 삼성SDS 상장으로 가족이 마련할 수 있는 돈은 대략 4조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웬만큼 실탄을 마련한다 할지라도 그 덩치 큰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구축하는 것은 무리수 일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가 삼성전자 분할 후 주식교환 등을 통한 합병이다. 장기적으로는 순환출자 구도를 해소하고 금융지주회사와 산업지주회사 체제를 갖추는 방향으로 갈 것이란 예측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뻔히 보이는 시나리오가 진행되어가는 와중에도 언론에서 지분 0.57%의 주주가 회사를 지배하기 위해 취하는 로드맵에 대한 의아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이라 이름 붙여진 회사들이 일사분란하게 0.57%의 사나이가 권력세습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 정상적인 경제행위라 여기는 것일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그 자체로 만족하는 것인가?

우리는 지금도 개인이 자기 재산을 자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말하자면 정치 권력에 관해서는 상속 원리를 거부하지만 경제 권력에 관해서는 상속 원리를 수용한다. 정치 분야의 왕조 지배는 사라졌지만, 경제 분야에 이름난 가문은 살아남는다.[버트란트 러셀, 서양철학의 역사 中]

경제 세습을 당연시하는 풍토에 대한 러셀의 의아심이다. 이재용이 상속세만 정당하게 낸다면 – 여태 그렇지 않았던 역사가 있기에 의심스럽지만 – 그는 현행 법 체제 아래 합법적으로 이건희의 경제 권력을 무난히 이어받을 수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또는 가질 수 있는 권력 이상의 권력을 또 다시 편법적으로 창출하는 것이다. 이런 의혹을 짚어줄 수 있는 감시자는 누구일까?

2009년에 이명박은 이건희가 1990년대에 그의 아들에게 SDS 전환사채를 고의로 낮은 가격에 팔아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2009년 법원판결에 사면조치를 내렸다. 한국에서는 순환출자 탓에 주식 가치를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Samsung Everland IPO Indicates Revamp of Korea’s Largest Chaebol]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고

‘삼성을 생각한다’ 이 책의 장르는 매우 특이하다. 실존인물 들이 등장하고 실재하는 기업, 조직 들이 거론되지만 저자 김용철 씨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건들은 모두가 사실이 아닌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다. 이 장르의 대표적인 소설가로는 경험과 상상의 세계를 뒤섞어 놓은, 이른바 환상적 사실주의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보르헤스가 있고, 만화가로는 코르트 말테제 시리즈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휴고 프라트가 있다. 이들은 실존인물과 가상의 인물들을 섞어놓아 사실인 듯 아닌듯한 환상적인 분위기의 스토리를 연출해내는데 귀신같은 재주를 지닌 예술가들이었다.

한데 김용철 씨는 그들의 서술구조에서 한발 더 나아가 100% 실존인물이 100% 실제 벌어졌던 일을 꾸미고 저지르고 있는 양 이야기하고 있다. 등장인물도 화려하다. 국내 최고의 재벌 삼성의 이건희 가족, 현 대법원장인 이용훈 판사, 돌아가신 두 대통령과 현 이명박 대통령, 대한민국 검찰 등 지배계급들이 총망라되고 있다. 그런데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이야기는 판타지 소설이다. 그 이유는 만약 이 이야기가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실화라면 이건 나라가 두 번 뒤집어질만한 대사건이고, 사실이 아닌 것을 김용철 씨가 사실이라고 주장한다면 이건 사상최대의 인격모독이자 무고이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이 책을 넌지시 검찰청 앞에만 던져두고 왔어도 벌써 무슨 일이 나긴 났을 것이다)

그런데..

위에 거론되고 있는 중 어느 누구도(!) 김용철 씨가 자신의 인격을 모독하고 있달 지 무고랄지 하는 등의 주장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 대신 어색한 침묵만 흐르고 있기 때문에 나는 결국 판타지 소설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결국 위의 모든 분들은 너무 너무 너무 아량이 넓으시고 예술에 대한 이해가 깊으셔서 김용철 씨가 없는 일을 마치 있는 것인 양 꾸며서 실명소설을 써도 기꺼이 그 순수성을 이해하시는 분들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다만 희한하게 광고매체들이 다른 광고로 채워야 할 지면이 너무 많아서 이 소설의 광고를 싣지 못하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웬만하면 광고 좀 내주시지)

줄거리는 허황되다. 삼성제국의 왕이 왕자에게 왕국을 물려주고 싶은데 겁나 아깝게도 왕도 아닌 껍데기 왕에게 재산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내야 할 것 같으니까 그 밑의 떨거지들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 개꼬딱지 만큼의 세금만 내는 꼼수를 부렸고 하잘것없는 지식인 나부랭이들이 항의했으나 이미 재판관들은 왕에게 매수되어 자치기나 같이 치러 다니고 세금은 걷을 생각도 안하고 오히려 옆 동네의 영토도 왕의 소유라고 인정해주는 짓을 저질러서 보다 못한 삼성제국의 가신 하나가 뛰쳐나와 이를 폭로하지만 아무도 못들은 척 외면한다는 말도 안 되는 줄거리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표절 냄새도 난다

무슨 이런 개떡 같은 내용이 있나싶다. 이게 말이 될 것 같으면 이 사회는 똥물로 가득 찬 오물통이라는 소리다. 세상이 좋아져서 인권위원회도 있고, 518기념식도 열리고, G20회의도 열고, 4대강 녹색사업도 하고, 서울대 총장이었던 지식인이 국무총리도 하고, 전임 대통령도 비자금을 받았으면 예외 없이 수사를 하고, 아이폰도 수입되는 이런 개방적이고 민주화된 세상에 말이나 되는 상황인가 말이다. 김용철 씨는 판타지 소설작가로서 호르헤 보르헤스나 휴고 프라트를 뛰어넘겠다는 강박관념이 있어 이렇게 해도 해도 너무 억지를 부리는 줄거리를 구상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하시라. 또 하나의 가족을 이렇게 놀려도 되는가?

어쩌면 이미 사회주의 세계일지도?

유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거가 주식회사의 공개는 사회주의 세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자본주의에서 기업의 지배권이 바로 주식인데 이를 대중에게 팔면(특히 연기금에) 그게 바로 자본이 사회화되는 것이고 바로 그것이 사회주의 아니냐는 소리다.

딴에는 일리 있다. 삼성이 누구 것인가? 이건희 것도 아니고 이재용 것도 아니다. 주주의 것이고 주주는 바로 기관 투자자에서부터 소액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사회화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삼성이 이건희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만리장성을 진시황제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부분 좀 있다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날 금융계는 더 이상 기업대출을 통해 이자만 따먹는 장사가 아니다. 소위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은 전통적인 은행업의 영역을 넘어서 개발사업, 발전사업, M&A, IPO 등 다양한 수익원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투자은행 부문이 상업은행 부문을 압도한지가 한참 되었고 우리나라는 IMF 이후 은행의 대형화를 통해 이제 투자은행으로 크겠다고 내부공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이 투자은행의 투자형태가 재미있다.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도 그대로 써먹었던 방식인데 부동산, 원자재, 사회간접자본 등의 자산의 현금흐름을 담보로 대출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을 일으키거나 이들 자산을 담보로 자산담보부증권(ABS : Asset Backed Securities)을 발행하여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흔히 해당 사업만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법인(SPC : Special Purpose Company)을 설립하는데 이를 자금의 도랑 역할을 한다 하여 도관체(conduit)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까 투자의 진행방식을 보면 하나의 기업이 세워지고 성장하고, 이를 통해 주주들이나 다른 투자자들이 이득을 취하는 기업의 생애주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예전에는 개별기업이 다양한 사업을 자기의 기업대출이나 증자를 통해 자금조달을 하였다면 이제는 사회의 모든 자산들이 이렇게 개별사업 단위로 펀딩되고 증권화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투자형태가 아직까지는 사모(私募)형태가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부동산투자신탁(REITs)의 경우 공모(公募)를 의무화하고 있기도 하다. 여하튼 작년에 열풍이 불었던 주식펀드도 일종의 간접투자펀드이고 위에 언급한 사업들도 넓은 의미에서 간접투자펀드의 형태다. 그리고 그 소유주는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다. 그리고 기관투자자 역시 비공개기업을 제외하고는 계속 파고들다보면 다수의 개인투자자들로 쪼개진다.

자 이렇게 보면 주식의 소유가 편중되었다 뿐이지 결국 현대 자본주의 기업, 혹은 개개의 사업들은 인민들의 소유가 아닌가 말이다. 그러면 앞서 언급한 피터 드러거의 말이 맞는 것이 아닐까? 이 세상은 이미 사회주의 세상이 되었다. 이건희나 이재용은 사회주의 세상에서 사회화된 기업의 대리인, 또는 도관체에 불과한 것이다. 멋져부러~(이말 한번 쓰고 싶었다)

문제는 이런 사실에 동의하는 이가 얼마 안 된다는 것이다. 자본가들도 뭔 소리? 할 것이고 사회주의 혁명가도 무슨 자다 봉창 뜯는 소리냐고 할 것이다. 회사 앞에서 농성 중인 해고노동자분들이 이 글 보면 열 받아서 날 찾아올지도 모른다. 왜 이럴까?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기업은 사회의 것이 되었는데 왜 아직까지 사회구성원 절대 다수는 기업은 자본가의 것이라고 생각할까?

결국은 경제에 정치가 끼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도 자신을 대리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대리인이 가지는 파워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주주 전체의 파워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회구성원이 암묵적으로 동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총수가 되었든 펀드의 펀드매니저가 되었든 이들이 가지는 사적이익은 이해관계가 저마다 틀린 주주 또는 투자자의 공적이익을 압도한다. 그래서 대리인의 사모님은 ‘행복한 눈물’을 벽에 걸어 놓고 감상하고 주인은 손가락 빨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있다고 생각하는 공적이익은 투자단계에서 개입되지 않는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사적이익은 투자이익률로 환산이 가능하지만 공적이익은 수치로 환원되기가 쉽지 않다. 그런 것을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 예를 들면 사회책임투자인데 이것도 사실 수치로 검증되지 않는다. 군수산업이 식목산업보다 돈이 더 되는 데야 공적이익이 끼어들 여지가 적어진다.

결국 도관체에서 특정소수집단의 이익이 관철될 확률이 높다. 흔히 다수가 소수를 지배한다고 생각하는 이 세상에는 그러한 상식을 깨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바로 자본주의에서 자본이 돌아가는 이치가 그렇다. 기업을 공개하면 사회주의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노동자에게 투표권을 주면 사회주의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진정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삼성家의 미술관 ‘리움’의 어원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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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um, Samsung Museum of Art” by takato maruiFlickr: Leeum, Samsung Museum of Art. Licensed under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1.
웬만한 분들은 리움이 뭔지 다 알리라 생각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마나님께서 미술관을 운영하고 계시고 리움은 바로 최고의 기업 삼성의 경영주 이건희 일가의 마나님인 홍라희 원장께서 운영하시는 미술관이다. 건물 자체가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동원하여 지은 건물이며 콜렉션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수준이어서 ‘역시 삼성은 다르구나!’하는 소리를 들을만한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다.(필자는 아직 가보지도 못했다)

여하튼 제목에서 던진 질문에 답할 차례다.

리움, 영어로 leeum 은 무슨 의미일까? 리움의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leeum’은 설립자의 성(lee) – 아마도 삼성문화재단의 설립자 이병철 혹은 이건희 – 과 미술관을 의미하는 단어의 어미(um)을 조합한 명칭”이다. 즉 leeum 은 ‘이씨 집안의 미술관’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작명의 의도를 좀 더 삐딱하게 바라보자. 애초에 미술관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mu·se·um〔〕〔Gk 「뮤즈신(Muse)의 신전」의 뜻에서〕 n. 박물관;기념관;미술관;자료관

미술관을 뜻하는 영단어 museum 은 그리스 신화 상의 학예·시가·음악·무용을 관장하는 여신 muse 와 um 이 결합되어 만들어져 ‘뮤즈신의 신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로 leeum 은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muse 를 lee 로 대체한 단어이다. 의미를 쪼개서 다시 이해하자면 leeum 은 ‘이씨 집안의 신전’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씨 집안이 신과 동격이라는 거야?’라고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이 정도까지만 추론해도 ‘사람 되게 삐딱하네’라고 불편해하실 분도 계식터이니 이쯤에서 마치겠다. 뭐 어떻게 보면 그렇다는 거다.

2.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家의 또 다른 비리를 폭로했다. 중앙일보의 위장계열분리 건, 비자금 조성방법, 비자금을 이용한 미술품 구입 건 등이다. 미술품 구입건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 변호사는 “이 회장 부인 홍라희씨와 신세계 그룹 이명희 회장 등이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비자금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했으며, 해외에 송금된 액수는 6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 자금출처는 “모두 구조본 재무팀이 관리하는 비자금이었다”고 주장했다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구입한 미술품의 명확한 소유관계는 따져봐야 할 일이지만 비자금 조성만으로도 모자라 그 돈으로 미술품을 구입한 일종의 공금 유용의 혐의까지 따질 일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 미술품이 홍라희 씨 개인소유로 되어 있다면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김 변호사의 폭로에 따르면 작품 하나는 이재용 상무 집벽에 걸려 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힘들여 번 돈 600억 원이 고스란히 마나님의 취미생활에 쓰인 셈이니 말이다. leeum 소유라 할지라도 엄격하게는 부당한 계열사 지원일 것이다.

이번 폭로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신정아 사건이나 그 이전의 각종 미술대전에서의 비리 등 이미 썩을 대로 썩어있는 국내 미술계에 또 한 번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술품에 차등을 두어 시상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미친 짓이라 생각하는데 거기다가 돈을 받고 미술품에 등급을 매기고 학벌을 통한 카르텔을 형성한 이 미술계, 그러면서도 거짓 학력에 뻔히 속고 있는 미술계에 국내 최고의 미술관이 깨끗한 돈도 아닌 비자금으로 사들인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는 현실이라면 상황은 절망적이다.

‘이불’이라는 우리나라의 설치예술가가 1997년 뉴욕 MoMA라는 갤러리에 ‘화엄(Majestic Spendor)’이라는 작품을 설치하여 화제가 된적이 있다. 작품은 진짜배기 생선으로 만들어졌었다. 그런데 생선이 썩으면서 풍기는 악취로 인해 철거됨으로써 당시 큰 논란거리가 되었다. 이불의 작품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비자금으로 사들여진 미술품이 어찌 보면 또 다른 화엄이 아닐까 생각된다. 두고 보면 볼수록 썩은 냄새가 나지 않을까?

p.s. 1은 2를 위한 낚시 글입니다. 🙂